김종휘의 시는 상실의 시학인 동시에 감응의 시학이다. 그것은 잃어버린 것을 애도하는 언어이면서, 잃어버린 뒤에도 아직 감각할 수 있는 것을 다시 발견하는 언어이다. 그리고 바로 그 발견의 과정 속에서 그의 시는 조용하지만 단단한 존재의 긍정을 이루어낸다. 삶은 자주 무너지고, 계절은 어긋나고, 사랑하는 것들은 떠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은 다시 검색하고, 다시 바라보고, 다시 듣고, 다시 하루를 살아간다. 김종휘의 시는 이 평범하지만 결코 가볍지 않은 지속의 형식을 성실하게 보여준다. 그 점에서 그의 서정은 감상적 위안이 아니라, 상실 이후의 삶을 끝내 포기하지 않으려는 사람의 자세를 드러내는 문학적 힘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그 힘이야말로 이 시집이 독자에게 오래 남기는 가장 중요한 울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