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버지는 화전민이셨다. 중학교에 들어가 한문을 배우면서 등교(登校)는 학교 가는 길, 하교(下校)는 집에 가는 길인데, 우리 집은 반대였다. 학교에 가려면 산동네에서 내리막으로 내려만 가는 하교였고, 학교가 끝나면 오르막만 있는 등교였다. 그것도 어언 60년 전의 일이다. 한평생을 다 보내고 언제 어떻게 죽어도 자연사라고 해도 이상할 것 하나 없는 나이가 되었다. 인생을 다시 시작한다는 마음도 없었다. 눈앞에 돌 하나 치우려고 공부하고 시험 보고, 취직도 하고, 일도 했다. 인간이 살아가는 참모습이다. 삶의 현장이다. 슬픔도 있고, 애환도 있고, 애정도 있고, 희망도 있었다.
어릴 때 어머니가 “일기 썼니?” 하고 저녁마다 물으셨다. 어릴 때 일기(日記) 쓰듯, 일하면서 주기(週記)를 썼다. 60년 내가 산 세월이 고스란히 배어 있다. 삶이란 사라지지 않고 거름같이 켜켜이 쌓이는 것인가 보다.
충북 단양에서 태어났고, 젊어서 쓴 시집으로 『정자나무』, 『아픔은 별이 된다』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