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다가 멈추기를 좋아한다. 어릴 적에는 길가에 방치된 표지석과 희미한 흔적들 앞에서 괜히 걸음이 느려지던 아이였다. 역사 교과서 속 단어는 외우지 못했지만, 이야기는 오래 기억했다. 이야기를 알면 같은 풍경도 다르게 보인다는 것을 그때부터 어렴풋이 알고 있었던 것 같다. 처음 서울에 올라왔을 때는 유행이 빠르게 바뀌는 도시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지그시 들여다보니 매번 달라지는 풍경 속에서도 꿈쩍 않고 남아 있는 이야기들이 보였다. 누군가 알아봐 주기를 기다리는 것 같은 그 마음에 이끌려 서울의 오래된 공간과 식당들을 기록하기 시작했다. 카메라를 드는 동반자와 함께 유튜브 채널 「너도 가봤으면 해」를 운영하며 스쳐 지나가기 쉬운 장소들의 이야기를 찾아 나누고 있다. 아는 만큼 하루가 더 특별해진다는 믿음으로, 오늘도 숨은 시간을 찾아 걷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