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송의 회화는 자연을 바라보는 시선에서 시작되지만, 그 시선은 단순한 풍경의 재현을 넘어 내면의 사유로 이어진다. 오랜 시간 한국화를 기반으로 작업해 온 작가는 전통 회화가 지닌 필선과 여백의 미학을 바탕으로 자신만의 화면 언어를 구축해 왔다. 초대작가로 활동하며 개인전 8회와 다수의 단체전을 통해 꾸준히 작업을 이어 온 그의 화면에는 단단하게 축적된 시간의 밀도가 스며 있다. 그러나 이번 작업에서 마주하는 작품들은 이전의 작업과는 또 다른 결을 드러낸다. 작가는 거대한 자연의 장엄함보다 일상 속에서 마주하는 조용한 순간들에 시선을 둔다. 바람이 스치는 풍경, 잠시 멈추어 서게 하는 장면들, 그리고 그 앞에 서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생각들. 이러한 사유의 시간은 섬세한 필선과 절제된 색채 속에서 차분히 펼쳐진다. 풍경을 그리는 일이면서 동시에 마음의 결을 더듬는 일이다. 백송의 화면은 풍경을 보여주는 동시에 마음의 풍경을 환기한다. 자연은 더 외부의 대상에 머무르지 않고, 작가의 내면과 교차하며 새로운 의미의 공간을 형성한다. 결국 그의 작업은 자연을 그리는 일이면서 동시에 자신을 들여다보는 조용한 성찰의 과정이라 할 수 있다. 자연과 일상 속에서 길어 올린 감정과 생각들은 붓끝을 따라 조용히 번져 나가며, 보는 이에게도 잠시 멈추어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시간을 건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