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세기 유럽을 뒤흔든 희대의 모험가이자, 자신의 삶 자체를 기획하고 연출한 역사상 가장 압도적인 인물이다. 우리는 흔히 그를 쾌락에 끌려다닌 ‘바람둥이’로 소비하지만, 실상 그는 욕망을 가장 예리하게 사교와 생존의 무기로 벼려낸 천재적인 기획자이자 전략가였다.
그는 투명한 진심만을 내세우는 맹목적인 헌신이 어떻게 인간의 매력을 떨어지게 만드는지 꿰뚫어 보았다. 타인에게 매달려 자신의 가치를 증명하려 애쓰는 대신, 여백을 남기고 호기심을 설계하여 사람들의 허영과 결핍을 완벽하게 장악했다. 언제든 우아하고 돌아설 수 있는 자만이 쟁취하는 일종의 ‘고프레임’의 철학으로 무장한 채, 낡은 도덕과 상식을 비웃으며 스스로 서사의 절대적인 주도권을 쥐었다.
카사노바는 육체의 매력과 화려한 젊음이 소멸해 가는 고독한 말년조차 비참하게 낭비하지 않았다. 그는 도서관에서 남은 생의 에너지를 펜 끝에 모아 자신의 유혹과 심리전을 방대한 텍스트로 적었고, 한시적인 매력을 영속적인 이야기로 치환하며 기어코 불멸의 신화로 남았다.
‘나답게 살겠다’는 착각과 타인의 잣대에 갇혀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그의 삶은 그자체로 질문을 던진다. 이제부터라도, 인생을 스스로 창조한 매혹적인 서사로 완성하는 것은 어떤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