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을 수 없을 정도로 공상적으로 보였던 것들이 가공할 현실의 모습 그 자체로 변해 다가오는 묵시록적인 세계. 오에의 신작은 1970년대 일본의 균열과 부식 속에서 몸부림치고 있는 정신들을 묵시록적인 조명 아래 드러내려는 야심작이다. 이 작품은 결국 현실이 될 대홍수와 파멸의 조짐을 일찌감치 예감한 무력하고 무정형으로 방황하는 영혼들이 발하는 ‘신호’를 시시각각 기록한다. 자연과 인간의 교감을 그려내는 오에 씨의 필치가 훌륭하고, 문체 면에서도 새로운 국면이 열리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