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난이 심했던 우리 근-현대사를 통해 반드시 기억되어야 할 인물들이 많지만, 역사 개설서는 물론, 시대사류를 통해서도 그 인물들의 업적이 상세히 논급되기는 어려운 일이다. 지금의 역사서술체에는 옛 사서史書들이 갖추었던 열전列傳 부분이 없어서 더욱 그렇다. 비교적 상술된 역사서라 해도 “민영환”하면 그의 외교활동, 을사조약, 자결과 유서 특히 혈죽血竹, 충정공 시호 정도가 서술되기 마련이다. 그러나 이 소설은 민영환의 가까운 집안사람이나 후손이 아니고는 도저히 쓸 수 없는 상세한 역사서라 하여도 지나친 말이 아닐 것이다. 저자가 충정공의 증손녀로서 집안에 내려오는 많은 이야기를 풀어 놓았기에 가능한 일이다.
소설은 조선왕조말기 귀족집안의 풍속과, 그 집안에서만 전해 왔으리라 추측되는 많은 일화를 담고 있어 그 시대상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는 한편 소설로서의 재미를 더해주고 있다. 또한 민충정공과 관계있는 당시 정계인물들과 그의 외교활동에서 만난 인물들, 예를 들면 세오돌드 당시 미국 대통령의 딸에 얽힌 이야기, 훗날 대통령이 되는 이승만의 이야기 등이 읽는 재미를 더하게 한다. [민충정공유고집]과 동시대의 [윤치호일기] [독립신문] [대한매일신보] 등이 인용되면서 충실한 주(註)가 붙어있어서 역사서로서도 손색이 없다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