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형아, 네가 해봐!”
베이시스 2집 오케스트레이션을 부탁했을 때 형이 무심히 툭 던진 말이었다. 오케스트라를 녹음해본 적도 없고, 엄청난 비용도 감당하기 어려웠으며, 오선지에서 상상한 내용이 소리로 변환되는 일이 아직 초짜였던 내겐 그것은 커다란 도전이었다. 아무래도 못 하겠다 싶어 며칠 뒤 형에게 다시 부탁했을 땐 무서운 목소리로 “지금 해내지 않으면 다신 못 할 수도 있어! 너도 똑같이 배웠는데 왜 못 하니”라고 나를 꾸짖었다. 물론 지금은 ‘형이 귀찮았구나’ 하고 미뤄 짐작할 수 있는 맷집과 이해가 생겼지만 그땐 조금 무서웠다. 그 녹음을 마치고 얼마나 자랑스러웠는지 시도 때도 없이 형 작업실에 오케스트레이션 노래를 틀어댔고 “이럴 줄 알았으면 내가 하고 말걸” 하는 푸념 섞인 형의 말을 들으면 뿌듯한 성배의 미소를 지었다. 나의 음악적 고민이 무엇이든 귀 기울여 들어준 선배. 이젠 그 선배의 글이 많은 친구에게 위로가 되어줄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때로는 다정하게 때로는 무섭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