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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
작가의 말 제1부 빗방울이 석종을 치고 물고기의 시간 ___ 13 왜 자꾸 눈물이 날까 ___ 19 자두의 계절이 돌아왔다 ___ 24 빗방울이 석종을 치고 ___ 29 무너지는 강 ___ 34 미스 에세이 ___ 39 지휘자의 자격 ___ 45 둔치도 안부 ___ 50 어서 와, 부산은 처음이지? ___ 52 달을 새기다 ___ 57 제2부 진흙 얼굴을 읽다 파담파담 ___ 67 진흙 얼굴을 읽다 ___ 73 봄날엔 떼까마귀 떠나가고 ___ 78 눈이 부시게 ___ 83 뱀 ___ 88 자전거를 타다 ___ 94 낯선 것과 친해지려면 ___ 99 허공을 잡다 ___ 104 감히 이룰 수 없는 꿈을 꾸고 ___ 109 기러기를 친애하여 ___ 114 제3부 자신의 춤을 추어라 파두, 영혼의 노래를 듣다 ___ 121 뿌리 ___ 126 자신의 춤을 추어라 ___ 132 널 믿는다 ___ 138 부처님, 트럭 타고 가신다 ___ 144 바다로 가는 마을버스 ___ 149 동네 극장 ___ 155 아재파탈 ___ 160 나도 야한 여자가 좋다 ___ 165 시간의 껍질 ___ 170 제4부 세상의 중심을 잡고 팽이처럼 울게 하소서 ___ 179 가만히 앉는다 ___ 184 세상의 중심을 잡고 팽이처럼 ___ 189 문학하기 좋은 때 ___ 194 시장을 품다 ___ 198 수필의 성城을 지켜라 ___ 204 화차를 만나다 ___ 208 본디 도달할 수 없는 ___ 213 침묵의 힘 ___ 217 여자를 사랑하는 여자 ___ 223 |작가 노트|상처가 상처를 어루만질 때 ___ 23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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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쓰는 것이란 불러내는 일입니다. 그것은 타인을 부르며, 내 속의 참나를 깨우게 됩니다. 힌두교를 믿는 사람들은 “나마스테”라고 인사합니다. 이 말은 단순한 안부를 뛰어넘어 “당신에게 깃들어 있는 ‘당신의 신’께 문안드립니다.”라는 깊은 뜻이 담겨 있습니다. 석공들이 군더더기만 쪼아내고 안에 있는 부처의 형상을 들어내는 것과 같은 이치이죠. 작가 역시 글의 여백을 지워가는 자가 아니겠습니까.
사람이 발전하려면 불편한 것과도 친해져야 합니다. 의식이 깨어나야 해석도 다르게 할 수 있습니다. 손편지도 쓰고 시골길도 걸어보고 가능하다면 텃밭도 가꿔 보십시오. 물론 실패도 하고 길도 잃겠지만 낯선 것에 눈 주기를 하고 귀찮은 것도 즐겨 보십시오. 쉬엄쉬엄 가야 오래 갈 수 있습니다. 그러면 새로운 감성의 물줄기가 온몸을 덮는 경이로움을 느끼게 될 겁니다. 지금도 당신은 글을 씁니다. 명작 한 편은커녕 문단 말석에서 이름조차 불리지 않지만 작가라는 필생의 소업을 받들고 하염없이 밤을 새워 글줄을 엮습니다. 그대가 진정으로 나를 원하신다면 오늘도 신명나게 열정에 갇히기 바랍니다. 그러면 어느새 우뚝 곁에 다가가 있을 테니까요. 그럼, 우리의 운명적인 만남을 기다리며 이만 총총. 미스 에세이 올림. --- 「미스 에세이」 중에서 습작을 시작했다. 그즈음 우연히 책상도 밥상도 아닌 앉은뱅이 나무 탁자가 하나 생겼다. 젊은 공학도가 과제용으로 만들어 제출한 뒤 버려둔 것으로 아무도 그 탁자에 관심을 두지 않았다. 나는 그것을 베란다 한쪽에 놓고 시간이 날 때마다 탁자 앞에 코를 박은 채 책을 읽고 일기를 쓰고 글감도 생각했다. 아마 그곳이 처음으로 갖게 된 나만의 작은 자리였지 싶다. --- 「자기만의 방」 중에서 물기를 떨치며 일어서는 직립의 언어들이 허공을 가로지르며 키를 세운다. 어렴풋이 나무 한 그루가 보이기 시작한다. 그러나 가지치기가 되지 않아 모양새가 봉두난발이다. 잔가지를 고르고 무딘 글잎을 다듬기 시작한다. 수차례 서투른 가위질을 하여도 기대와 달리 초라한 첫 모양새로 되돌아갈 때도 있고, 욕심을 부려 곁가지를 달기라도 하면 우스개 사족 꼴이 되기 일쑤이다. --- 「글을 치다」 중에서 십 년을 병상에 계시던 아버지가 마지막 날에는 불구덩이 속에 누우셨다. 부지깽이를 든 불꾼이 아궁이 앞에서 소주병을 들고 몸을 흔들었다. 나는 불꽃이 덥석 관을 삼키고 육신을 사그라지게 하는 광경을 꼼짝 않고 지켜보았다. 천 원짜리를 한 다발 쥐고 앉아서 불꾼의 부지깽이가 아버지를 휘휘 저을 때마다 그에게 몇 장씩 건넸다. 그러면 시체를 뒤집지 아니하고 얌전히 불티를 다독거려 주었다. 그는 시종 술병 나발을 불면서 산 자와 죽은 자의 경계 같은 푸른 얼굴로 허리를 꺾어대며 느린 춤을 추었다. 누군들 죽음의 허무 앞에 서면 어찌 맨정신일 수 있으랴. 그것은 온몸으로 바치는 불꾼의 진혼춤이었다. --- 「자신의 춤을 추어라」 중에서 생각해보면 침묵에도 빛이 있고 언어가 있다. 말하지 않아도 지천으로 말하는 풀과 나무와 강물이 있다. 빈집에 돋아난 부추꽃이나 바위틈을 딛고 견뎌낸 늙은 소나무가 그러하고 바닥을 드러내는 여름 강이 말을 건넨다. 반면에 넘치는 인간의 말들이 얼마나 일상을 흩트리기도 하는가. 그가 우려했듯이 이전에 침묵이 놓인 자리에도 이제는 사물 들로 빼곡하다. 인간은 침묵을 잃어버렸다는 사실조차도 깨닫지 못한다고 통탄한 그가 스마트폰을 끼고 사는 현대인의 삶을 엿본다면 뭐라고 할까. 쉴 새 없이 쏟아지는 카톡 문자 소리에 어떤 이름을 붙일는지. 침묵은 추방당했다는 그의 말, 가만히 되돌아봐야 할 구절이다. --- 「침묵의 힘」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