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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부 의료보장과 구매이론
제1장 의료보장제도의 발전과 구매이론 1. 의료보장제도와 구매이론의 등장 2. 의료시장 분석을 위한 기본개념의 이해 3. 의료보장제도 도입 전의 의료시장 4. 의료보장과 의료시장의 변화 제2장 구매이론과 필요도 1. 구매이론과 보험급여 원칙 2. 필요도 설정의 개념적 틀 3. 필요도와 의료서비스 배분(배급) 4. 필요도 접근과 공공의료정책 제3장 필요도와 우선순위 설정 1. 우선순위 설정의 중요성 2. 우선순위 설정의 틀 설계 3. 우선순위 설정을 위한 접근전략 4. 우선순위 설정 방법론 제4장 우선순위 설정의 주요국 사례 1. 우선순위 설정의 세계적 동향 2. 주요 국가의 우선순위 설정 사례 3. WHO Europe의 우선순위 설정을 위한 교훈 제5장 전략적 구매와 스튜어드십 1. 의료정책과 스튜어드십 2. 전략적 구매이론의 등장과 목표 3. 의료체계의 성과와 전략적 구매 제2부 구매이론과 보험급여 제1장 보험급여정책 1. 보험급여구조의 변천 2. 비급여 분석 3. 요양급여와 요양기관 지정 제2장 보험수가와 진료비 지불제도 1. 행위별수가제도의 채택 2. 입원서비스와 DRGs 도입 3. 보험의료 수가의 법적 근거 제3장 약제급여 1. 의약품비의 중요성과 외래의약품 관리방식 2. 주요 건강보험국가들의 의약품 가격 결정과 상환제도 3. 우리나라의 의약품 가격 결정과 상환제도 제3부 구매제도의 개혁 제1장 보험급여제도의 문제점 1. 보험급여 설정의 문제 2. 상대가치수가제도의 문제점 제2장 구매제도의 개혁 1. 구매제도의 문제점 2. 구매제도의 불합리와 의료의 영리적 운영 3. 구매제도의 개혁방향 4. 의약품 급여제도의 개혁 제3장 필요도 배분과 공급체계의 조화 1. 필요도 결정과 관리 2. 계층적 지역주의와 필요도 배분 3. 환자의뢰체계와 우리나라의 경험 제4장 구매와 관련한 의료보장 틀의 개혁 1. 의료보장 틀의 전면적인 개혁 2. 개혁의 대안 모색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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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가 이 책을 집필하게 된 계기는 2015년 졸저 『보건의료정책』을 발간하면서 OECD에서 발표되는 각국의 의료이용 지표를 비교하다 생긴 의문 때문이다. 우리나라가 유럽 국가들과 비교하여 건강보험의 본인부담률이 훨씬 높은 데도 불구하고 외래는 물론 입원에서 이용률이 2~3배나 높다는 점이다. 물론 그 전에도 OECD Health Data에서 우리나라의 이용률이 높게 나타났지만 유럽에 비하여 우리나라는 환자의뢰체계도 제대로 구비되지 않았고, 의료이용에 대한 정부 간섭이 적었기 때문에 발생하는 일로 치부하고 지나쳤던 것이다.
책을 발간하고 난 후에 이 문제를 본격적으로 다루어보니 유럽 국가들이 입원일수를 제한하거나 외래 방문횟수를 법으로 제한하는 등 의료이용을 규제하는 특별한 제도나 조치들을 찾아볼 수 없었다. 그리하여 나름대로 문제의 원인을 찾다보니, 의료보장제도 하의 의료시장에 대한 인식의 차이가 있음을 알게 되었다. 우리나라는 의료서비스 시장이 환자와 공급자 간에 성립하는 것으로 간주하여 서비스 배분을 수요를 토대로 하는 반면에, 유럽은 서비스 배분을 시장에 맡기는 것이 아니라 배급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유럽의 의료보장 국가들은 의료의 접근성이 기본권이라는 이념에 의하여 보장되기 때문에 서비스 배분을 시장에 맡기지 않고 필요도를 토대로 배급하는 패러다임을 갖고 있다. 유럽의 의료보장 국가들은 의료이용에 따른 본인부담률이 우리나라에 비하여 매우 낮다. 본인부담률이 낮으니 의료가격은 환자에게는 전혀 제약조건이 되지 않았던 것이다. 의료보장적용자에게 의료서비스의 가격이 의미가 없게 됨에 따라 의료시장이 성립될 수가 없는 것이다. 따라서 이용자의 수요를 토대로 의료서비스를 제공하였더라면 유럽 국가들은 벌써 의료보장제도는 물론 의료체계가 재정난으로 붕괴되었을 것이다. 유럽 국가들은 의료보장제도가 도입된 이후부터 적용자의 수요가 아니라 보험자나 정부가 설정한 필요도를 토대로 의료서비스를 배급한다는 점을 필자가 깨닫게 되었다. 그렇다 보니 항상 필요도보다 수요가 커 모든 의료보장국가들이 환자의 의료수요를 충족시킬 수 없으니 의료이용을 위한 대기(waiting)가 일상적이 되었다. 그리고 수요를 토대로 의료서비스를 배분할 수 없으니 의료보장제도에서 의료의 구매자는 환자가 아니라 보험자가 되어야 하고 구매자인 보험자의 역할이 강조되어 전략적 구매이론으로 발전되었다는 점이다. 그런데 이와 같은 이론이 각국의 제도 설명이나 의료개혁을 다룬 보고서에 전혀 언급이 없으니 우리 같은 외국인으로서는 알 수가 없는 일이다. 필자가 이러한 유럽 의료보장 국가의 원리를 어렴풋이 짐작할 수 있었던 것은 1998년 Melhado가 Journal of Health Politics, Policy and Law에 논문을 발표한 것이 계기가 되었다. Melhado는 이 논문을 통하여 필요도가 결정되는 방법, 필요도를 원만하게 배분하기 위해서는 공급자의 위계화와 이에 상응하는 이용체계, 그리고 의료계획(planning for need)이 중요함을 설명하고, 이와 같은 의료는 공공재가 된다고 하였다. 그리고 의료보장의료가 아닌 의료는 일반 상품과 같다(health care as a commodity)고 주장하면서 의료보장의료와 상품으로서의 의료를 구분해야 함을 언급하였다. Melhado의 논문을 읽다 보니, 필자가 1985년 Aaron and Schwartz 교수가 Harvard Business Review에 발표한 논문이 회상되었다. 두 교수는 NHS 당국이 병원에 예산을 할당해주면 병원에서는 그 예산으로 1년을 버텨야 하기 때문에 영국 병원 의사들은 모두 비용-편익 분석가가 되어 고령자에게는 높은 비용이 소요되는 서비스는 어떠한 이유를 붙여서라도 제공하지 않는다는 내용을 설명하면서 영국 NHS는 배급제(rationing)라는 내용이 떠올라 유럽 의료보장 국가들이 우리보다 본인부담률이 낮고 보장성은 높은데도 불구하고 의료이용도가 우리보다 훨씬 낮은 이유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었다. 이러한 조각난 정보로는 책을 쓸 수는 없었다. 먼저 필자가 두 논문에서 유럽 의료보장제도에 대한 힌트를 얻은 후 이 분야 문헌을 찾으니 필요도와 우선순위 설정에 관련되는 여러 국가들의 보고서들이 있었다. 1995년에는 Øvretveit가 Purchasing for Health라는 책자를 발간하였고, 2005년 WHO Europe은 Purchasing to Improve Health Systems Performance라는 책자를 발간하여 수 편의 논문을 수록하였다. 두 권의 책자 외에 수 많은 논문들이 각종 Journal에 발표되어 있어서 이 책을 집필할 수 있었다. 우리나라 의료보장제도는 아무런 이념도 없이 급하게 설계되었고 개혁도 세계 보편적인 방향과는 다르게 진행되었기 때문에 이제 새로운 개혁이 필요한 시점이 되었다. 지금부터 제도의 틀을 전면적으로 바꾸는 작업을 하지 않으면 고령화가 보다 진전이 되는 2030년대에 이르면 의료보장제도가 붕괴될 우울한 전망을 하게 된다. 그런데 현재의 틀은 고령화 시대를 맞이하여 환자는 의료를 마음대로 이용할 수 있어 만족하고, 의료기관은 환자가 많은데 비급여서비스마저 법적으로 인정하고 있으니 영리적으로 운영할 수 있어 만족하고 있는 실정이다. 아무도 불평이 없는 제도라는 착각 속에 편안하게 지내고 있는데 필자가 전면적인 의료보장의 틀(paradigm)을 바꾸자고 주장하니 독자들은 상당히 당혹감을 가질 것으로 여겨진다. 그러나 현재의 국가 부채와 고령화 속도, 그리고 국민 경상의료비의 증가속도를 생각할 때 의료개혁을 서두르지 않으면 2030년대 중반 쯤 의료보장제도의 재정파탄은 불을 보듯 뻔하다. 이 책을 대하는 독자들 가운데 많은 분들은 지금의 의료보장 틀에 젖어있어 필요도 접근으로 바꾸어야 한다는 필자의 주장에 선뜻 동의하기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유럽에서 공영의료제도든 건강보험제도든 의료보장제도를 운영하는 국가들의 정책을 면밀히 분석하고 문헌을 고찰한다면 필자의 주장을 거부할 수 없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