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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꼭 슬픈 일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01 아버지에게 착신 거부를 당하다 02 아버지와 함께 갔던 영화관 03 들어갈 무덤이 없는 엄마와 딸 04 아버지의 지배에서 벗어난 오빠 05 아버지의 꿈이 이루어진 날 06 그날, 누군가에게는 행복한 가족으로 보였을 우리 07 가족이 되지 못한 사람 08 아들을 사랑했던 이모할머니의 마지막 09 내게 죄책감을 안겨 주던 할머니 10 아버지의 사랑 11 나는 아버지를 좋아했다 12 아버지의 고독 13 엄마만 남은 우리 가족 14 가족이라는 연극을 끝내고 15 공동의존(Co-dependency)의 시작 16 가부장제가 나쁘다 17 아버지도 희생자였을까? 18 해체된 가족 19 가족 이외의 안심할 수 있는 장소 20 새로운 가족 에필로그│당신은 당신의 과제를, 나는 나의 과제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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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책장에 있던 『난쟁이 어릿광대의 말』 중에 이런 구절이 있다. ‘인생의 비극 1막은 부모와 자식이 된 데서 비롯된다.’ 정말 맞는 말인 것 같다. 다른 사람이 비집고 들어갈 수 없는 가족이라는 폐쇄된 공간은 지배를 낳고, 지배가 형성되면 미움이 싹튼다. 아버지를 정점으로 한 우리 가족은 불행했다.
--- p.268 관객은 없었지만 우리는 가족을 연기했다. 하지만 분명 무리가 있는 연극이었다. 우리는 함께 살면서 불행했다. 우리는 다시 개인으로 돌아가야 한다. ---p. 189 우리 가족은 완전히 부서지고 말았다. 하지만 무조건 슬픈 일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무리를 해 가면서까지 가족 형태를 유지해 나가는 것이 오히려 더 불행한 것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 p.8 어쩌면 아버지는 아직 어린 시절의 상처가 아물지 않았는지 모른다. 남편이 아닌 다른 남자에게 안겨 있던 자신의 어머니를 생각하며 마음이 텅 비어 있었던 것은 아닐까? 그런 것을 생각하면 아버지가 내게 몇 번이나 ‘아빠 좋아해?’라고 물었던 것이 조금도 이상하지 않다. 아버지는 아직도 애정에 굶주려 있다. 그래서 많은 여자와 바람을 피웠는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그것이 정당하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나는 아버지를 생각할 때마다 블랙홀처럼 입을 벌리고 있는 아버지의 고독을 떠올린다. --- p.21 ‘인간에게는 자신이 아이로 자란 가족이 있고, 다음으로 어른이 되면 만들 수 있는 가족이 있다.’ 초등학교 때, 무슨 과목 책이었는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어른이 되면 가족을 선택할 수 있다는 글을 읽고 나는 희망을 보았다. 초등학생 시절, 아버지도 엄마도 오빠도 없는 나의 새로운 가족, 그 힘든 시기에 내게 용기를 준 것은 누구도 상상할 수 없는 가능성으로 가득 찬 미래였다 --- p.268 가족이 없는 생활은 평화롭고 행복하다. 그 누구와도 목소리 높여 싸움을 하거나 불필요한 감정 에너지를 낭비하지 않아도 된다. 옷을 갈아입고 화장을 한 뒤 아파트를 나선다. --- p.24 산다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 어려운 문제이고, 답도 하나가 아니다. 그럼에도 지금은, 내게 주어진 ‘인생,이라는 수수께끼를 풀어 나가고 싶다. 그런 가족의 품에서 태어난 것, 좁은 집에서 어깨를 맞대며 살았던 시절, 그 모든 것들이 헛된 것이 아니라 분명히 의미가 있었고, 그것이 지금의 나를 형성하고 있다. 그리고 그 경험으로부터 배워야 할 과제도 분명 있을 것이다. --- p.27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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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이 아프고 힘들었지만,
‘가족’이라는 이유로 차마 내뱉을 수도 없었던 생각, “가족, 버려도 되나요?” 전문대를 졸업하고 성인 만화잡지의 편집자로 일하다가 어느 날 자살을 시도하고, 그때부터 정신질환을 앓기 시작했으며, 그 뒤 동인지 ‘정신병 신문’과 자신의 이름을 딴 ‘에리코 신문’을 발행하며 자신의 정신질환 이야기와 가족 이야기를 솔직하게 써낸 저자는 일본 사회에서 큰 반향을 일으키며 많은 사람들의 호응을 받았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행복한 가족은 비슷한 이유로 행복하지만, 불행한 가족은 각기 다른 이유로 불행하다’는 톨스토이의 글처럼, 세상에 똑같은 가족은 없으며 똑같은 불행도 없다. 우리는 각기 다른 이유로 불행하며, 불행의 강도도 저마다 다르다. 누군가에게는 저자의 불행이 엄살처럼 보일 수 있고, 누군가에게는 그나마 나는 다행이라는 안도감을 안겨줄 수도 있다. 하지만 가족이라는 이유로 아프고 힘들었으며, 가족이라는 틀 속에서 한없이 무력할 수밖에 없었다는 점에서 우리는 저자와 많이 닮아 있는지도 모른다. 내 것이 아닌 그의 가족 이야기에 자꾸만 눈길이 머무는 이유이다. 우리가 선택할 수 없었던 가족으로부터 조금은 더 자유로워지기를, 그래서 더 편안해지기를 이 책은 가족을 버려도 되는지 안 되는지, 어떻게 버려야 하는지, 왜 버려야 하는지를 말하지 않는다. 그저 가족과 함께하면서 행복했던 순간들과, 불필요하게 긴장하고 불안해하며 죄책감을 느껴야 했던 순간들, 그리고 가족이 없는 공간에서 그 누구와도 목소리 높여 싸움을 하거나 불필요한 감정 에너지를 낭비하지 않아도 되는, 편안하지만 조금은 외로운 일상의 순간들을 꾸밈없이 그려내고 있을 뿐이다. 인간은 자신의 아픔을 솔직히 인정할 때, 비로소 다른 이의 아픔을 돌아볼 여유가 생긴다. 저자 역시 가족으로 인해 아팠던 자신의 과거를 되돌아보면서, 가해자라고만 여겼던 아버지가 느꼈을 외로움과 절망의 깊이를 비로소 가늠해보게 된다. 어른이 된 우리 마음속에는 여전히 아프고 힘들었던 어린아이가 살고 있으며 이 어린아이를 제대로 다독이고 성장할 수 있게 하려면 가족을 전체적으로 되돌아보는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하다. 어쩌면 이 책이 당신을 그 시간으로 이끌어줄지도 모른다. 저자의 가족 이야기를 하나씩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나의 가족이 떠오르고, 그 속에서 버거워하던 나와, 저마다 힘들고 외로웠을 가족 구성원들이 조금씩 조망되기 시작하는데, 어쩌면 한결 순해지고 편안해진 나를 발견하게 될지도 모른다. 가족을 버려야 하는지 아닌지 오로지 저자의 숙제였듯이, 오롯이 독자의 몫일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