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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 소녀의 대학 입성
고향을 떠나 대학으로│아버지의 설득, 그리고 나의 선택│원산경제대학 재정과 2반 대학 기숙사 내무반 같은 생활│모범호실│공동생활은 이렇게 버텨야│그 남자, 최선영│뾰족구두에 등을 내주다 그리운 아버지 훌륭한 의사, 무심한 남편│‘출신 성분’이 앗아간 아버지의 꿈│오해가 부른 스캔들 백두산 답사 한껏 부푼 동무들│선영의 부모님│곤장덕의 옷 썰매│여동무를 위한 인간 발판 대학 생활 외출의 또 다른 이유│날마다 명절이었으면│구답시험의 두려움│개성 깍쟁이│방귀쟁이 짝꿍│양심 고백, 그리고 퇴학│똥통에 빠진 아이│여학생은 왜 화장을 할까 송도원 해수욕장 충격의 비키니 수영복│명애의 사랑 방식 대학생 교도대 다림발의 노하우│선영과 함께 선 야간 근무│식당 근무가 좋아│잊지 못할 기말시험│군복이 도둑질을 부추기다│남자들이 얻은 별명 농촌 지원 머리카락 괴담│‘동무’보다 정다운 ‘님’│쑥떡과 콩청대│남자가 곁에 누워도 애가 생기나│군인들의 구애 작전│남동무들의 질투│내 마음을 흔든 군부대 하사│소문을 듣고 날아온 선영│넘을 수 없는 군인과 여대생의 장벽 사랑의 절정 세 커플이 그려본 미래│봄날의 눈석이│선영의 사랑 고백│끝없이 걷고 싶은 평양의 밤 사랑과 우정의 갈림길에서 배신, 그리고 학철의 짝사랑│쉽게 풀리지 않는 마음│선영의 감 배낭│회양에서 만난 남동무들│7년 순정의 결말 청춘의 끝 나는 사랑한 죄밖에 없다│엇갈린 인연│이루지 못한 사랑 또 다른 시작 졸업식│청춘이라는 훈장│내가 선택한 사랑 끝나지 않은 이야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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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이 김일성 휘하의 빨치산이 동에 번쩍, 서에 번쩍하면서 일제를 무찔렀다고 연대별 전투 사례를 들어 설명하는 중이었다.
“선생님, 질문 있습니다.” 갑자기 승남이 손을 들었다. 그의 탐구심이 여지없이 발동되는 순간이었다. “어떻게 사람의 몸으로 하루 만에 동해에 갔다가 서해에 갔다가 할 수 있습니까? 그게 정녕 가능한 일입니까?” 그의 말에 교실이 고요해졌다. 당돌하다 못해 등골이 서늘한 질문이 아닐 수 없었다. --- 「백두산 답사」 중에서 현순은 남들보다 한참 늦게 교실에서 나왔다. 구답은 대부분 10분에서 길어봤자 15분을 넘기지 못하고 나오는 경우가 많은데, 거의 20분 이상을 외우고 나온 듯했다. 게다가 턱을 치켜든 모습이 마치 문답식 경연 대회에서 1등이라도 한 듯 자신만만했다. 발걸음은 징검다리를 건너듯 사뿐했다. ‘개성 인삼을 먹어서 기억력이 좋은 거야.’ 나는 복도에서 초조한 마음으로 순서를 기다리며 중얼거렸다. 제대로 감지 않아 강냉이수염처럼 엉키고 떡 진 현순의 머리카락을 바라보니 또다시 질투심이 발동했다. --- 「대학 생활」 중에서 “경미 동무가 직일병 설 때도 얘기해라.” 선영의 가라앉은 목소리에 피곤함이 느껴졌지만 말투는 여전히 부드럽고 다정했다. 나는 가만히 그의 옆얼굴을 쳐다보았다. 나의 동무인 경미는 친하게 지내는 남자 동무가 없었다. 경미에게 여자로서 혼자 해결하지 못할 일이 생기면 매번 선영이 나서주곤 했다. “친구의 친구는 내 친구”라면서 내가 부탁하기도 전에 먼저 마음을 써주었다. ‘삼 형제만 있는 집안에서 어찌 이리 여자 맘을 잘 아나?’ --- 「대학생 교도대」 중에서 “그 군인은 보잘것없는 남자야.” …… 순간 나는 당황해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가 말하는 군인은 바로 병철 동지였다. 어떻게 선영이 그를 알고 있는지 모든 게 거짓말처럼 느껴졌다. ……우물가 주변의 나무들을 바라보며 잠시 침묵하던 선영이 다시 입을 열었다. “나를 두 번 다시 배신하지 않길 바란다.” --- 「농촌 지원」 중에서 나는 숨이 멎는 듯했다. 오랜 대학 시절 내내 절절한 눈빛으로 대신했던 말, 그의 집에 다녀왔을 때조차 내게 하지 않았던 그 말. …… “친한 동무 사이에 그런 말이 왜 필요하겠습니까?” 나는 짐짓 그의 뜻에 어깃장을 놓았다. 지난 6년을 돌고 돌아 헤어지는 마당에 좋아한다는 고백을 듣게 되어 다행이다 싶다가도 어쩐지 기운이 빠졌고 슬며시 화가 나기도 했다. --- 「사랑의 절정」 중에서 철영은 학교에서부터 평양까지 자신을 집요하게 따라다니던 명애를 매우 부담스럽게 여겼다. 지켜보는 이들이 민망할 정도로 그녀에게 모질게 굴었다. 돈이나 밥은 구걸할 수 있어도 사람의 마음만큼은 스스로 지킬 줄 알아야 한다는 게 그의 생각이었다. --- 「사랑의 절정」 중에서 “내가 몰래 밤에 나가 교정에서 가장 실하고 큰 걸로 골라왔다.” 숨을 돌릴 새도 없이 선영은 내 앞에 배낭을 열어 보였다. 배낭 속에는 9월 가을볕에 물이 오른 감이 한가득 들어 있었다. “침을 내서 소금물에 담가둬라. 어느 정도 삭히면 떫은맛이 빠지고 맛있을 거다.” “선영 동무…….” 내 눈가에 와락 눈물이 고였다. 단단하고 커다란 감은 돌멩이 못잖게 무거웠다. 그것을 한 짐 가득 메고 혼자서 철령 고개를 터덜터덜 넘었을 그의 모습이 눈앞에 그려졌다. --- 「사랑과 우정의 갈림길에서」 중에서 “교수가 왜 제자와 사랑을 하는가?” 교수들 사이에서 사상투쟁이 벌어졌다. 기철 동지와 ○○○ 선생의 사랑이 발각되고 만 것이었다. 교수가 공부할 학생을 꾀었다며 난리가 났다. 학교에서는 해당 교수의 사직을 명령했다. 하지만 기철 동지는 자신이 대신 나가겠다고 완강히 버텼다. 결국 그는 여자 선생을 구하지도 못한 채 자신마저 퇴학이 아닌 출학을 당했다. --- 「청춘의 끝」 중에서 승남 동무는 오랜 장맛처럼 은은한 사람이었다. 시간을 두고 겪어봐야 진가를 알 수 있는 부류였다. 부사령관의 아들로 말쑥하게 자란 데다 군관이기도 한 미영의 오빠가 그런 그를 어찌 보았을까. 첫눈에 그리 탐탁지 않았을 터였다. 노동자 계급의 이해를 우선하는 노동당이 집권한 나라에서 노동자의 모습을 한 그가 환영받지 못한다는 진실, 그것이 엄연한 북한의 현주소였다. --- 「청춘의 끝」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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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곳에도 꽃은 피어난다
윗동네 청춘들의 열정, 꿈, 사랑 “그들이 없었더라면 내 청춘도 없었다” 북한판 ‘응답하라’를 만나다 “언젠간 가겠지 푸르른 이 청춘 지고 또 피는 꽃잎처럼 ……” 얼마 전 막을 내린 [응답하라 1988] 내내 애잔한 그리움으로 귀를 적신 노래 [청춘]의 가사다. 흔히 청춘의 삶은 꽃에 비유된다. 아름답고 설레지만, 그래서 시리고 무겁다. 그래도 어쨌든 넘어야 할 시절이다. 지은이에게도 그랬다. 그녀가 대학에 입학한 열여섯 살 무렵부터 졸업해 사회에 나가는 스물여섯 때까지 십 년에 걸친 이야기 속에는 젊음의 환희와 좌절이 교차한다. 가장 재미난 부분은 역시 지은이의 연애 이야기다. ‘응답하라’ 시리즈의 제일 큰 관심사가 여주인공의 남편이 누구인지였듯, 이 책 역시 읽어 내려갈수록 비슷한 궁금증을 품게 된다. ‘과연 남편은 누굴까?’ “업히라.” 시내로 걸어갈 때 생긴 허물이 벗겨졌는지 발이 쓰라려 눈에 띄게 절룩거리던 참이었다. “…….” “업히라.” 내가 아무 대답도 하지 않자 선영은 다시 한 번 재우쳤다. --- p.55 “영희 동무는 제 여동생과 무척이나 닮았습니다. 여동생을 본 지가 하도 오래되어서 얼굴이 보고 싶기도 하고 고향도 그립던 차에…….” 낮에 함께 모내기를 했던 하사가 자신의 여동생을 들먹거리며 나에게 관심을 보였다. 나는 처음엔 별 관심을 두지 않고 오히려 귀찮아했지만, 적극적인 태도로 찾아오는 그가 언제부터인가 새롭게 보였다. --- p.196 그는 1군단 경무원이었다. 이렇게 알게 된 인연으로 “소조 동지, 소조 동지” 하면서 귀찮을 정도로 쫓아다녔다. 나이는 어리지만 나를 향한 애정은 얼마나 깊었던지 하루에 한 번 철령 고개를 넘는 버스를 기다리느라 출장 때마다 어려움을 겪던 우리 소조원을 위해 매번 군대 버스를 내어주었다. --- p.246 “내가 먼저 너한테 고백할 걸 그랬다. 널 처음부터 좋게 생각했는데, 그동안 네 곁에 선영이 있어서 그렇게 못했어.” 나는 뜻하지 않은 그의 고백에 놀랐다. 그런 마음을 여태까지 숨기고 있었다니……. 그가 어딘지 모르게 다시 보였다. --- p.233 군것질부터 군사훈련까지 낯설고도 익숙한 청춘의 풍경 혈기 왕성한 나이임에도 먹을 것이 넉넉하지 않은 북한의 ‘특수성’ 때문인지 이 책에는 간식에 대한 이야기가 자주 등장한다. 시험 기간에는 왜 그리 늘 입이 궁금한 건지, 아이들은 딱딱한 강냉이를 하도 많이 씹어 턱이 아프면서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방학 때마다 각자 집에서 가져온 5킬로그램이나 되는 강냉이는 얼마 못 가 동이 났다. 북한의 대학생 중에 사각턱이 많은 것도 바로 강냉이 때문이라는 믿지 못할 말이 나도는 이유였다. --- 「대학 생활」 중에서 유난히 고소한 맛을 자랑하는 속도전가루떡. 사서 먹는 것도 맛있지만 만들어 먹으면 더 맛있다. 한 호실에서 속도전가루떡을 만들면 그 냄새가 기숙사 한 층 전체로 퍼졌다. …… 집에서 가져온 속도전가루가 떨어진 호실에서는 학교 울타리 너머 아주머니를 통해서라도 떡을 사 먹고 나서야 밀린 공부를 하거나 잠을 청할 수 있었다. --- 「대학 생활」 중에서 북한 대학생들에게 화장은 금기 사항이지만, 그들은 아무리 화장품을 압수당해도 어떻게든 또 마련한다. 또 학년이 올라갈수록 화장술이 나날이 좋아지는데 그 비결 중 하나가 좋은 ‘브랜드’를 쓰는 것이다. 신의주와 평양의 화장품은 생산량이 적고 대부분 세대별로 배당하는 터라 ‘빽’이 없으면 돈이 있어도 구하기 어려웠다. 화장품의 종류는 많지 않았지만 대부분이 수십 가지의 천연 약재와 추출물, 그리고 수질 좋은 샘물을 원료로 하는 최고급품이었다. 그이 고향인 아이들은 방학이 끝나면 부탁받은 화장품을 한가득 갖고 학교로 돌아왔다. --- 「대학 생활」 중에서 북한 대학생도 틈나는 대로 놀고 데이트도 한다. 특히 송도원 해수욕장은 외국인 관광객이 많이 찾는 명소라고 한다. 옥류관이나 대동강변 버드나무처럼 우리 귀에 익숙한 곳들도 있다. 원산 시내와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한 송도원은 높낮이가 다른 수려한 산줄기와 동해의 맑고 푸른 파도, 바다 기슭을 따라 펼쳐진 흰 모래사장, 무리 지어 핀 붉은 해당화와 짙푸른 소나무 숲이 어우러져 경관이 빼어났다. 여가를 보낼 장소가 마땅치 않은 북한에서 송도원은 명절이면 피서 철의 남한 해운대처럼 사람들로 붐벼 발 디딜 틈이 없는 곳이다. --- 「송도원 해수욕장」 중에서 우리는 냉면으로 유명한 옥류관에도 가보고 보통강과 대동강 강가를 따라 하염없이 걷기도 했다. 대동강 주변에는 연초록색 긴 머리를 늘어뜨린 버드나무가 강변을 따라 늘어져 있었다. 그 아래 놓인 긴 의자는 봄밤을 즐기려는 수많은 청춘의 보금자리가 되어주었다. --- 「사랑의 절정」 중에서 남녀 대학생 모두에게 군 복무는 중요한 의무다. 이때 식량을 조달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도둑질’을 배운다. 부대와 인접한 마을에서는 장독과 김치, 돼지와 닭 등이 없어지는 사고를 여러 번 당한 터라 나름 경비가 엄했다. 우물의 철근 뚜껑도 누가 가져가지 못하게 단단히 막아놓았다. 우리는 한참 동안 실랑이를 벌인 끝에 마침내 철근을 손에 넣을 수 있었다. 이렇듯 인근 농장의 재산을 가져오는 방법으로 명령을 집행했던 것이다. --- 「대학생 교도대」 중에서 ‘농촌 지원’도 북한 대학생이 꼭 거쳐야 하는 관문이다. 남한 대학생의 ‘농활’과 달리 매일 정해진 할당량이 있어 중노동에 가깝다. 그래서인지 조금이라도 편하게 보낼 여러 비법도 있다. 북한에서는 남자 나이 스물일곱은 금값, 스물여덟은 은값, 스물아홉은 동값이라는 말이 나돌았다. 제대할 즈음이 바로 스물일곱이었다. 국가에서 지급하는 식량이나 군수품 등을 받을 수 있는 때였다. 그런 물품들은 생활에 적잖은 보탬이 되었으므로 여성들이 선호하는 신랑감 조건일 수밖에 없었다. --- 「농촌 지원」 중에서 남학생들 앞에서는 다신 그러지 않겠다고 했지만, 속으로는 ‘그들이 찾아오는 걸 일부러 막거나 굳이 사양할 게 뭐람’ 하고 생각했다. 다른 남자들의 도움을 받는 걸 시샘하는 그들의 마음을 모르지 않았던 우리로서는 그들의 비위를 맞추면서도 실속을 차릴 방법을 찾을 수밖에 없었다. “군인들을 가까이하는 게 뭐가 어때서? 배고프단 말만 해도 큰 그릇에 이밥을 얼마나 많이 담아오는데 말이다.” --- 「농촌 지원」 중에서 사람 향기 물씬 나는 북한을 말한다 북핵, 김정은, 김정일, 김일성, 리설주. 북한을 이야기할 때 여기서 벗어나 답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우리는 그 땅에서 일상을 꾸리는 수많은 사람들의 표정을 모른다. 언젠가부터는 궁금해하지 않은 것을 당연히 여기고 있다. 그래서 손꼽히는 북한 전문가인 지은이가 정치가 아닌 사랑 이야기를 들고 왔다. 우리처럼 ‘연애 세포’를 지니고 우정을 쌓으며 꿈을 꾸는 북한 청춘의 모습을 남한 청춘이 알길 바라는 마음이다. 북한에 대해 엄혹한 뉴스만 들려오는 상황에서 이 책이 주목하는 ‘청춘’은 어디서든 그러하듯이 희망이다. “‘젊음’은 일종의 만국 공통어”라 북한 청춘의 이야기는 남북한 청춘을 넘어 모든 세대를 잇는 호소력을 지녔다. 이 책 전반에서 들려주는 북한의 ‘청춘’을 통해 우리는 북한을 좀 더 가까이 바라보고 이야기할 수 있을 것이다. 북한에 칙칙함, 냉혹함, 어두움, 참혹함만이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세태에 물들지 않은 인간미도 넘친다. ‘아랫동네’ 청춘들의 열정, 꿈, 사랑이 ‘윗동네’에도 분명 존재한다는 것을 알리고 싶다. 청춘이 꽃이라면, 꽃은 언제 어디서든 꼭 한번은 피어나기 때문이다. --- 「책을 펴내며」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