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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홉개의 빨간모자』는 故이상무 작가의 대표작으로 첫 손에 꼽히는 작품이다. 작가가 가장 많이 다뤘던 야구를 소재로 한 작품이다. 이번에 이 작품을 씨엔씨레볼루션에서 복간판으로 냈다. 마침 독고탁이 세상에 처음 나온 지 50년이 되는 뜻깊은 때에 맞춰 이를 기념했다. 독고탁은 1972년 『주근깨』에서 처음 나온 뒤 이상무 작가의 작품에는 빠지지 않고 나온 대표 캐릭터이다.
『아홉개의 빨간모자』는 지금 다시 봐도 참 놀라운 이야기다. 당시 시대 상황을 그대로 반영한 것이긴 하지만 소년원을 배경으로 우리 사회의 어두운 구석을 세밀하게 그려내고 있다. 무엇보다 마지막 장면은 그때나 지금 다시 보나 충격적인 장면으로 그려졌다. 지금 중장년층 만화팬이라면 잊기 어려운 마무리로 회자된다. 이현세의 『공포의 외인구단』의 이야기 마지막 장면과 함께 비교하는 만화팬이 많다. 『아홉 개의 빨간모자』는 당대 최고의 아동교양잡지 [어깨동무]에 별책부록 형식으로 연재된 야구 소재 만화이다. 1980년 7월호 부록으로 1권이 발행됐다. 옥기호 선생이 ‘형제원’으로 전근하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작중 형제원은 보육원으로 가기에는 나이가 많은 ‘부모와 가정 없이 돌처럼 굴러다니는 소년소녀들’을 보호하고 교화하기 위한 곳이다. 그중에서도 기술을 가르칠 수 없는 말썽쟁이들을 모아둔 반을 옥기호 선생이 맡게 된다. 독고탁이 속해 있는 반이다. 그곳에 거리에서 신분을 숨기고 싸움질을 하다가 경찰에 잡혀 온 재벌집 아들 봉구가 합류한다. 주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옥기호 선생은 이들을 이끌고 야구를 가르친다. 이번에 나온 책의 각 권 말미에는 평론가와 이상무를 따라 그렸던 만화가, 또 독고탁을 따라 야구를 했던 만화팬의 기록이 있다. 먼저 박석환 교수는(한국영상대학교 만화웹툰콘텐츠) 독고탁을 다음과 같이 회고했다. 독고탁은 80년대에 머물러 있지 않다. 그 시대 만화팬들을 중심으로 수없이 많은 독고탁들이 성장했고 독고탁을 통해 당대의 문제들을 어렴풋하게나마 대리 체험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 독자들은 어떤 어려움 앞에서도 ‘결코 포기하지 말라’던 독고탁 신화와 당대 이데올로기를 부적처럼 가슴에 품고 오늘을 만들어냈다. 박석환(만화평론가, 한국영상대학교 만화웹툰콘텐츠과 교수) 『아홉 개의 빨간모자』 1권 중에서 유명 만화가로 활동하고 있는 석정현 작가는 아주 어려서부터 독고탁을 따라 그리며 만화가를 꿈꿨다고 이참에 고백했다. 어느덧 중년이 되어 다시 만난 독고탁은 거기 그대로 있었다. 나는 그에게서 도망친 이후로 얼마나 변해왔을까. 여러 날 이런저런 고민을 거듭하며 독고탁을 그리던 중, 초등학교 시절 가장 친했던 친구로부터 연락이 왔다. 천진하게 누군가와 이야기를 나눠 본 것이 얼마 만이던가. 전화를 끊고 그리던 그림을 한참 바라보다가 문득 깨달았다. 실은 독고탁이나 나나 마찬가지였구나. 나는 아직 충분히 어른이 되지 못했던 것이다. 이상무 선생의 흉내를 벗고, 내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방식으로 그리자는 결심이 서고야 비로소 그림을 완성할 수 있었다. 석정현(만화가, 일러스트레이터) 『아홉 개의 빨간모자』 2권 중에서 이 책을 편집한 출판사 대표가 된 이재식은 그 시절 독고탁을 따라서 야구를 한 기억을 더듬었다. 그는 실제 나중에 사회인야구를 했는데, 독고탁을 닮았다는 말을 들었다고 했다. 어느날 독고탁이 눈앞에 슬며시 나타났는데, 마냥 친구로만 생각했지 같이 쉰을 맞을 줄이야. 나는 열 살 되던 해의 『아홉 개의 빨간모자』로 회귀해 탁과 만났다. 그때 탁이와 친구들한테 야구는 형제원의 철장을 벗어나고 싶은 판타지였지 싶다. 그 속에 있던 나한테도 야구는 판타지다. 나는 탁이처럼, 만화처럼 야구하고 싶었다. 만화야구. 이재식(독고탁의 또래 친구, 이 책을 편집하고 냄) 『아홉 개의 빨간모자』 3권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