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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에 본 처녀에게
독약을 마신 후에 은실 같은 물결 위에 방울방울 떠도는 사랑의 눈물 황혼의 때 첫사랑의 눈물 비 오는 밤에 애자에게 보내는 최후의 편지 월화 씨에게 정자의 영전에 달은 밝은데 외로운 내 마음 황포탄의 물소리를 들으면서 오늘 밤 떠나기 전에 동경에 있는 애희 씨에게 애인 T양에게 최후의 하소연 일화 씨에게 옛 벗 혜순 씨에게 세상을 뒤로 두고 나도 사람입니다 |
盧子泳, 춘성春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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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0년대는 연애의 시대였다. 나라를 잃은 지 십 년이 넘어가고 3·1만세운동마저 좌절되자, 허무주의가 팽배하였다. 이런 시대풍조 속에서 모던 보이, 모던 걸들이 등장하면서 이들은 연애에 목숨을 걸었다. 연애지상주의는 평양 기생 강명화의 자살(애인 장병천도 뒤이어 자살), 윤심덕과 김우진의 동반자살 등이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창조》 《백조》 《폐허》 같은 문학지들이 등장하면서 문학적 감상주의가 연애에 덧씌워지고, 지탄 받아 마땅한 정사사건에도 스토리텔링이 입혀졌다. 연애에 탐닉한 청춘들의 문화를 가장 여실히 증명하는 책이 바로 이 책의 원전인 《사랑의 불꽃》(1923년 한성도서주식회사에서 첫 간행)이다. 100년전 청춘 모두가 애독하던, ‘시 이상의 시, 소설 이상의 소설’ “경부선 차 속에서 한 놀라운 현상을 보게 되었다. … 백여 명이나 되는 학생들이 일제히 버들 바구니에서 연분홍색의 책을 한 권씩 꺼내들고 읽기 시작하였다.” 1926년 8월 12일자 《조선일보》의 한 대목이다. 《사랑의 불꽃》은 당시 이 책을 가지고 있지 않은 학생이 없었다고 할 정도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특히 여학생들의 호응은 절대적이었다. 《사랑의 불꽃》에는 모두 19편의 연애편지가 실려 있다. 첫사랑의 설렘을 담아 보내는 연서에서부터 이국에 있는 연인에게 띄우는 절절한 사모의 편지, 떠나간 애인에 대한 그리움, 이별 통지 등 연애의 알파와 오메가를 담았다. 당시의 시대정신을 반영하기라도 하듯 실연의 아픔을 이기지 못해 자살을 암시하는 편지도 3편이나 된다. 이 책을 엮은 시인 노자영에 따르면(원본 초판은 저작자를 오은서로 기록하고 있지만, 오은서는 가상의 인물로서 나중에 나온 판본에서는 노자영이 엮은 것으로 수정하고 있다) 나도향, 설의식을 비롯한 저명한 문인들이 한두 편씩 붓을 든 것이라고 한다. 당시의 신문에 실린 이 책의 광고 문구를 보면 “현대 신진문사들이 청춘의 정열과 피와 눈물과 한숨과 웃음을 쏟아 아름답고 묘하게 쓴 러브레터 집이니, 시 이상의 시이며, 소설 이상의 소설”이라는 구절이 보인다. 하지만 비평가들은 편지의 대부분을 노자영 자신이 쓴 것으로 본다. 노자영은 《백조》 《장미촌》 동인으로 여러 권의 시집과 소설집, 수필집을 출간하였는데, 《조광》 《신인문학》 등 문예지의 편집자이자 베스트셀러 제조기로 이름이 높았다. 이 책은 지나친 감상주의와 문장의 꾸밈이 도를 넘어 청소년들에게 해독을 끼친다는 비판과 사회적 이슈를 만들어내기도 하였다. 연애마저 잊은 오늘의 청춘에게 제안하는 한 장의 편지 이 책은 우리 근대 출판의 역사에서 그 앞머리를 장식하는 슈퍼 베스트셀러로 일컬어진다. 지금으로 치면 최초의 밀리언셀러였다. 책 속에서 우리는 다양한 연애의 모습만 보게 되는 것은 아니다. 그 속에는 출구가 보이지 않던, 꿈을 잃은 시대 우리의 어두운 자화상이 깃들어 있기 때문이다. 오늘의 청춘들도 고단하기는 마찬가지다. 물질적 풍요가 넘쳐난다지만 취직 공부에 반생을 걸다시피 해야 하는 청춘들은 연애는 물론 동세대와의 교감어린 소통마저 잃어버렸다. 인스턴트 사랑과 익명의 SNS 세계에 갖혀 있는 청춘들에게 아날로그 사랑, 아날로그 소통의 기술을 선물한다. 100년 전 젊은이들의 필독서를 통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