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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몽의 아빠
비곗덩어리 달빛 의자 갈이 하는 여자 시골살이 두 친구 보석 여로에서 쥘 삼촌 손 노인 전원시 목걸이 귀환 투안 영감 마드무아젤 페를 오를라 파리 쓸모없는 아름다움 누가 알랴? 역자 해설: 뜨거운 냉소를 지닌 작가 기 드 모파상 연보 |
Guy de Maupassa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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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가 담담한 가운데 토론이 벌어졌다. 두 친구는 유순하면서 생각은 외골수인 사람들 나름의 건전한 어떤 이성을 발휘하여 정치적 난제들을 풀어나갔고, 그러다가 다음과 같은 생각에서는 의견의 일치를 보았다. 바로 어떤 정치 체제에서든 인간은 자유로울 수 없을 거라는 비관론이었다. 그러는 사이에도 몽발레리앵산 요새에서는 계속해서 포성이 울렸다. 그 포탄 한 발 한 발은 프랑스의 집을 부수고, 삶을 무너뜨리고, 생명을 죽이고, 수많은 꿈, 기쁨의 기대, 행복의 소망들을 끝장내면서, 한편으로는 저쪽 다른 나라에 있는 아내와 딸과 어머니들의 가슴에 끝나지 않을 고통의 샘을 팠다.
「사는 게 그런 거지.」 소바주가 말했다. 「죽는 게 그런 거라고 말해야지.」 모리소가 고쳐 말하며 웃었다. --- p.129 「두 친구」 중에서 그 목걸이를 잃어버리지 않았더라면 어땠을까? 그걸 어찌 알랴? 누가 알 수 있을까? 참으로 얄궂은, 종잡을 수 없는 게 바로 삶인 것을! 그 얼마나 사소한 일이 우리의 삶을 파멸과 구원으로 갈라놓곤 하는지! --- p.221 「목걸이」 중에서 사실 투안 영감은 보기에도 놀랄 정도로 뚱뚱하고 빵빵해진 모습이었고, 불그레한 얼굴로 숨을 가쁘게 몰아쉬고 있었다. 죽음은 엄청난 몸집을 한 인간들의 머리 꼭대기에 올라앉아 잔꾀와 명랑한 만담과 짓궂고 익살맞은 장난으로 자신의 완만한 파괴 작업을 영락없는 희극으로 만들며 즐기는 듯한데, 투안도 그런 식으로 죽음의 장난감이 된 뚱보 가운데 하나였다. 죽음이라는 이 동냥아치는 여느 사람들한테서는 그 구질구질한 모습, 희끗희끗한 머리카락, 거죽만 남은 골격, 쪼글쪼글한 주름살을 통해 얼굴을 내비치고, 〈젠장, 못 알아보겠네!〉라는 탄식을 소스라치며 토해 놓게 만드는 그 점진적 쇠락 현상을 통해 자신이 가까이 다가가고 있음을 드러내곤 하지만, 투안 영감한테서는 반대로 그를 부풀리고, 뒤룩뒤룩 기묘하게 만들어 놓고, 푸르스름한 옷에 불그레한 얼굴을 울긋불긋 대비시키고, 바람을 불어넣어 헐떡거리게 하고, 어떤 초인적인 건강 상태의 외양을 꾸며 주면서 즐거워했다. 죽음이 모든 존재에 부과하는 변형이 투안 영감의 경우에는 음울하고 처량 맞은 것 대신, 우스꽝스럽고 익살스럽고 유쾌한 것이 되어 있었다. --- p.240~241 「투안 영감」 중에서 샹탈 씨의 얼굴은 조금 달아올랐고, 목소리는 나지막했다. 자신의 기억 속으로 길을 떠난 그는 머릿속에서 되살아난 옛 추억들과 오래된 사건들을 천천히 가로지르며, 이제 그 자신을 향해 이야기를 건네고 있었다. 마치 산책을 나갔다가 가족의 오래된 정원, 어릴 적 자신이 뛰어놀던 정원으로 어쩌다 들어가서는 한 걸음 옮겨 놓을 때마다 마주치는 나무 한 그루, 오솔길 하나, 풀 한 포기, 잎이 뾰족한 호랑가시나무, 향기로운 월계수, 탐스럽게 매달려 손가락으로 눌러 보면 과육이 터지는 주목나무의 빨간 열매들에서 지나간 삶의 자잘한 기억, 하찮지만 감미로운 추억을 하나씩 떠올려 보는 모습 같았다. 그런데 사실 그런 자질구레한 기억들이 우리 존재의 밑바탕, 삶의 씨실과 날실인 법이다. --- p.273~274 「마드무아젤 페를」 중에서 봉합된 상처 속에 남겨진 납 탄알처럼 그 두 사람의 영혼 속에도 그것이 박혀 있었다. 지금이라도 그들이 조금은 더 행복해질 수 없을까? 고통스러웠던 그들의 사랑을 다시 시작하기에는 이제 너무 늦었고, 그 사랑을 애틋하게 추억하기에는 아직 너무 일렀다. --- p.279 「마드무아젤 페를」 중에서 그 여자는 예쁘지는 않지만 사랑스러웠어. 모든 가능성이 아직 실현되지 않은 상태로 담겨 있는 밑그림 같은 여자, 화가가 카페에서 저녁 식사를 한 뒤 브랜디 한잔과 담배를 앞에 놓고 냅킨에 몇 개의 선으로 쓱쓱 그려 낸 소묘 같은 여자였네. 자연은 이따금 그런 존재를 빚어내곤 하지. --- p.301 「파리」 중에서 |
속되고도 아름다운
삶의 면면을 날카롭게 포착하는 모파상의 걸작 단편들 기 드 모파상의 단편소설들을 엄선한 『모파상 단편선』이 임미경 씨의 번역으로 열린책들에서 출간되었다. 열린책들 세계문학 시리즈의 274번째 책이다. 모파상은 프랑스의 대표적인 자연주의 작가이자 세계문학사상 가장 위대한 단편소설 작가 중 하나로서 세계문학사에 강렬한 흔적을 남겼다. 특히 단편 작가로서 그와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인물은 체호프 정도가 있을 뿐으로, 미국의 단편 작가 오 헨리의 별명이 〈양키 모파상〉이었다는 것은 이 장르가 모파상과 맺고 있는 불가분의 관계를 나타낸다. 감상적이거나 지적인 장식 없이 사건을 간결하고 담담하게 서술하면서 최대의 효과를 거두는 그의 단편들은 지금도 문학가들 사이에서 감탄의 대상이자 모범이 되고 있다. 이 책에 실린 작품들은 모파상의 작품 세계의 다채로움을 최대한 담아 보려는 의도로 엄선한 것으로, 목차는 발표 연대순이다. 전쟁 기간 중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인간의 이기심과 위선을 보여 주는 걸작 「비곗덩어리」, 한 여자의 평생에 걸친 기이하고도 우직한 짝사랑 이야기 「의자 갈이 하는 여자」, 전쟁 중 적군에게 붙들린 평범한 낚시꾼들의 이야기 「두 친구」, 비싼 목걸이를 빌렸다가 인생을 잃어버린 여자의 이야기 「목걸이」, 한집에 살면서도 서로에 대한 깊은 마음을 오랜 세월 억눌러 온 남녀의 이야기 「마드무아젤 페를」, 일반 도덕규범을 벗어난 자유분방한 여인 파리와 그녀를 둘러싼 다섯 남자의 독특한 우정과 사랑을 다룬 작품 「파리」 등 모파상의 가장 사랑받는 단편 20편을 엄선했다. 모파상은 놀라운 다작가로서, 데뷔 후 10년 동안 6편의 장편소설과 300편이 넘는 단편소설을 집필했다. 그러나 그의 작가로서의 삶은 딱 이 10년 동안이었다. 이후 본격적인 환각과 신경증이 그를 괴롭히기 시작했기에, 그가 명철한 정신으로 글을 쓸 수 있었던 생의 시간은 짧았다. 하지만 이 시간 동안 그는 삶에 끈질기게 눈을 들이댔다. 여러 개로 덧씌워진 현실의 포장지들을 낱낱이 벗겨 내고, 인간 내면에 깃든 비루함을, 삶의 비정함을 꿰뚫어 보았다. 대상에 감정을 투사하는 대신 거리를 띄우고 관찰하고자 했고, 그렇게 해서 자신의 눈에 비친 그대로의 인간과 갖가지 욕망을, 보잘것없고 평범한 삶을 다양한 각도에서 그려 내고자 했다. 감상에 치우치지 않고 삶의 면면을 차분하게 들여다보는 그의 단편들은, 모순과 아이러니로 가득한 인간사의 우습고도 씁쓸한, 속되고도 아름다운 단면들을 날카롭게 포착한다. 이 책을 옮긴 임미경 번역가는 번역하기 까다로운 모파상 특유의 문체를 섬세하게 살려내기 위해 심혈을 기울였다. 모파상의 단편들은 이야기가 주는 재미도 크지만 언어가 불러일으키는 쾌감도 강렬하다. 단 몇 개의 어구만으로 사물과 분위기를 잡아내는 묘사, 인물을 단숨에 형상화하는 정교하고도 강렬한 표현들은 한 시대의 미학을 넘어서는 모파상만의 개성이다. 〈모파상의 작품 속에 흩뿌려져 있는 섬광들, 우리말로 옮기는 작업의 한계 탓에 자주 놓쳐 온 그것들을 최대한 붙잡아 보고 싶다는 소망이 이 번역 작업의 출발점〉이라고 옮긴이는 밝힌다. 번역 원본으로는 루이 포레스티에Louis Forestier가 갈리마르 출판사에서 편찬한 플레이아드판 『모파상 전집, 콩트 및 단편집Maupassant, Contes et nouvelles』 vol. I(1974), vol. II(1979)를 사용하였다. 현재로서는 가장 권위 있는 판본 중의 하나다. 옮긴이의 말 모파상 작품은 이렇게 인간과 인간의 삶이 그 중심에 있다. 인간 내면에 깃든 비루함을, 혹은 삶의 비정함을 꿰뚫어 보는 작가의 시선은 진실을 추구하겠다는 열정으로 빛난다. 그의 문장에 냉소가 배어 있을지라도 그것은 삶에 자신의 무엇인가를 매어 놓은 사람의 냉소다. 말하자면 이면에 뜨거움을 숨긴 냉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