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소장하고 있다면 판매해 보세요.
|
1장. 어디 또 불편한 데 없으세요?
약값이 없어요 술에 취한 아들 난 입원 못해요 약을 복용하지 않는 청년 위로 내 아내랑 며느리예요 정신과나 가래요 검사기기 좀 똑바로 관리하세요 예방접종 겨울이 왔어요 할매 어디 또 불편한 데 없으세요 2장. 마음 둔 곳 외로움 여행에 대하여 캐어 앤 쉐어 옷 일(Work)과 걸음(Walk) 사이 8월 대구로 파견 가다 엄마 나 아파요 선별진료소의 하루 공항 검역소 새해 마음 둔 곳 3장. 작별 차가 전복되었어요 심정지 있는 모습 그대로 보는 것이란 서울역 삼각대처럼 살고 싶다 밥에 대하여 수면제를 모은 어머니 독방의 노인 장례식장 작별 |
|
환자를 돌려보내고 다음 환자가 진료실로 들어왔다. 몸이 불편해 보이는 환자였다. 하지만 나는 다짐했다. 누군가를 함부로 동정하지 않기로. 그가 나보다 더 행복한 사람일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고 마주하기로.
--- pp.14~21, 「약값이 없어요」 중에서 진정한 위로란, 낼 힘조차 없는 당신에게 힘내라는 말 대신 네 곁에 있겠다 말하는 일. 나의 말을 줄이고 당신의 소리에 귀 기울이는 일. 죽지 못해 사는 당신에게 살아 건승하라는 말 대신 변함없이 사랑한다고 속삭여주는 일. --- pp.44~45, 「위로」 중에서 어설픈 공감이나 어색한 리액션은 오히려 상대방을 외롭게 만든다. 사람들이 말하는 ‘잘 들어주는 사람’은 리액션을 잘하는 사람보단, 공감을 잘 하는 사람을 일컫는 것이 아닐까. 정말 그렇다. 우리의 삶에서 이웃의 감정과 상황에 대한 공감 없이는, 어떤 밝고 긍정적인 일도, 사랑과 배려도, 웃음과 행복도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 pp.62~69, 「검사기기 좀 똑바로 관리하세요」 중에서 아픈 무릎을 이끌고 내원한 분들에게 약만 주고 돌려보내면 안 될 것 같았다. 그저 출처 모를 모호한 양심에 이끌려 어디 불편한데 없으시냐 물었던 것 같다. 사연 많은 환자들에게 내가 내어드리는 작은 배려와 여유가 그들의 삶에 작은 위로가 되면 좋겠다. 내일도 한 마디 건네야겠다. 어르신, 어디 또 불편한 데 없으신가요? --- pp.89~93, 「어디 또 불편데 없으세요」 중에서 빤히 응시하고 있으면 그 현상이 주는 교훈과 그 대상이 선사하는 선하고 악한 영감 모두가 사람의 자양분이 된다. 시선 둔 곳에 마음이 머문다. 마음 머문 곳에는 싹이 튼다. 반드시 튼다. --- pp.146~147, 「마음 둔 곳」 중에서 난 그가 복용하게 될 두 달 분량의 약을 처방하고는 안녕히 가시라고 정중히 인사드렸다. 진료실에서 퇴장하는 그의 뒷모습을 물끄러미 응시하였다. 그 걸음이 많이 느렸다. 덕분에 그의 뒷모습을 좀 더 오래 볼 수 있었다. 진료대기 목록에서 완료 창으로 옮겨진 그의 이름을 다시 읽었다. 마음을 꾹 담아 기도했다. 그가 오래도록 건강하기를, 그리고 좋은 일로 그를 다시 볼 수 있기를. --- pp.189~192, 「작별」 중에서 |
|
우리는 진료실에 들어갈 때마다 공포에 휩싸인다. 지금 내가 병에 걸렸다는 사실, 그리고 그를 치료하기 위해서 조금 더 아프게 될 수도 있다는 사실, 마지막으로 나를 바라보는 의사의 그 싸늘한 시선 때문에 겁을 집어먹게 되는 것이다. 모든 의사들이 그런 것은 아니지만, 때때로 나의 아픔이나 걱정을 너무도 공감 없이, 그리고 칼같이 처리하는 그들의 태도 때문에 속상했던 적도 한 번쯤은 있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책은 말한다. 세상에는 따뜻한 가슴과 눈빛으로 당신을 보살피는 의사도 분명 있다고 말이다. 작가는 바닷마을 보건소에서 근무하며, 당뇨를 앓는 젊은이, 자식 걱정에 잠 못 드는 할머니들을 마주하곤 그들에게 약을 챙겨줌과 동시에 ‘정말 고민이 많으셨겠어요.’와 같은 진심을 전한다. 그리고 어떻게 하면 그들이 조금 더 행복해질 수 있을지를 퇴근길에도 고민한다. 조금씩 마음을 여는 환자들을 보며 더할 나위 없는 뿌듯함을 느끼기도 한다. 책에는 여러 사람의 이야기를 듣고, 그들의 마음과 상황에 공감했던 작가의 모든 기록이 담겨 있다. 책 자체가 하나의 ‘마음 차트’인 것이다. 유난히 쌀쌀한 날에, 누구에게라도 내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은 날에 이 책을 읽으면, 나도 모르는 사이에 보살핌받는 기분을 느끼게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