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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서재
오래된 책들의 슬픈 이야기
김호경
안나푸르나 2021.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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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책을 사랑한 아버지와 문약한 아들 9
탄자니아 혹은 세네갈 아니면 상파울로 19
그대여, 돌을 던져라 23
32분 후에 알게 된 사실 25
잊을 수 없는 두 개의 주소 30
프롤레타리아 문학을 좋아하면 어떻게 될까 35
호남선 야간 완행열차 42
원래 나의 집이 아니었다 54
저승 가는 여비는 6만원 65
한 인간의 흔적은 쉽사리 지워지지 않는다 74
책을 사랑하는 사람은 가난과 친구가 된다 79
갈 이유가 없으며, 가지 못할 이유도 없다 86
멈추어 버린 1등, 그러나 아직도 늦지 않았다 99
IQ와 공부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 107
결혼은 여러 사람에게 독이 될 수 있다 113
10년과 1년 124
현명하거나 미련하거나 잘못을 되풀이 한다 132
아버지의 집은 아버지의 집이다 142
마지막 승자는 누구일까? 147
소유와 죽음의 관계 156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160
아버지의 서재 166
103일 만의 해후 180
물려줄 수 있기를 소망한다 186
나는 여전히 어리석다 193

에필로그 197

저자 소개 1

1962년 태어나 경희대 신문방송대학원을 졸업했다. 1985년 대학문학상에 『부비트랩』이 당선되었으며, 1997년 『낯선 천국』으로 21회 ‘오늘의 작가상’을 받았다. 장편 『낯선 천국』, 『삼남극장』, 스크린소설 『명량』, 『국제시장』, 단편집 『남자의 아버지』, 여행 에세이 『가슴뛰는 청춘 킬리만자로에 있다』, 『설렘』을 비롯하여 여러 권의 컬러링 기행문을 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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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1년 11월 26일
쪽수, 무게, 크기
208쪽 | 145*210mm
ISBN13
9791186559680

책 속으로

아버지는 하나밖에 없는 아들인 나를 늘 걱정했다. 몸이 약해 힘든 일을 잘하지 못했으며, 추위를 많이 타 겨울이면 이불을 둘러쓰고 살았다(지금도 나는 10월이면 내복을 입기 시작해 다음해 5월이 되어야 벗는다). 운동은 젬병이었고, 음악도 소질이 없었으며, 도전정신도 없었고, 리더십도 없었고, 싸움도 못했다. 바둑이나 장기를 아무리 오래 두어도 실력이 늘지 않았다. 단 한번도 백돌을 쥐고 바둑을 두어본 적이 없다.
--- p.11

태생적으로 영리하고 근면한 아버지는 가난에서 벗어나는 길은 공부밖에 없다는 사실을 파악했다. DNA에 새겨져 대대손손 내려오는 적빈(赤貧)을 벗어나고자 공부를 쉬지 않았다. 아침이면 지게를 지고 산에 올라 나무를 하고, 꽁보리밥을 물에 말아 김치 한 조각으로 때우고, 교과서를 보따리로 둘둘 말아 어깨에 묶은 다음 10리(대략 4km)를 달려 소학교에 다녔다. 집에 돌아오면 돼지에게 밥을 먹이고, 또 나무를 하고, 풀을 베고, 밤이면 등잔불 아래에서 공부했다.
--- p.39

그때 나는 저승 가는 여비는 과연 얼마일까? 궁금증이 들었으나 정확한 금액은 알지 못했었다. 오늘, 이제야 드디어 그 여비를 알았다. 죽은 사람의 육체를 불가마에 넣고 활활 태워 가루로 만드는데 드는 비용은 6만 원이었다. 그때까지 육체에 갇혀 있었던 영혼은 가루가 되면서 저승으로 올라간다. 누구라도 그 후손에게 6만 원이 없다면 저승에 가지 못한다.
--- p.71

그러나 나는 매정한 사람이 아니었다. 나는 배려심 깊은 사람이었다. 나로 인해 집안에 분란이 일어나기를 바라지 않았다. 내가 물러나면 모든 일이 조용히 흘러갈 것이었다. 내가 집안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었다. 하고 싶지도 않았으며 그럴 능력도 없었다.
--- p.151

내가 일기를 펼쳐 아들에 대한 사랑을 확인한다면, 그리하여 부자간의 천륜을 확인한다면 그것은 아버지와 내 인생에 대한 모욕일 수도 있었다. 아버지는 아들을 잊지 못했을 것이며, 그 깊은 사랑을 아들이 확인할 것이라 믿었을 것이다. 그 믿음을 일기에 또박또박 적었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아무것도 확인하고 싶지 않았다. 지나간 것은 이미 지나간 것이었다.
--- p.179

어쩔 수 없이 내가 아버지를 닮았기 때문이었다. 그저 책을 좋아했던 아버지의 피를 물려받은 미련하고 가난한 작가, 그게 바로 나였다. 책 한 권을 얻으면 소풍날 보물찾기에서 도장 찍힌 쪽지를 바위틈에서 찾아낸 소년처럼 마냥 기쁘기만 했다. 그것이 삶에 아무런 도움을 주지 않는다는 것을 ―오히려 삶을 더 곤궁하게 한다는 것을― 50여 년 동안 처절하게 깨달아 왔으면서도 책이 주는 아름다운 운명을 거절하지 못했다.

--- p.196

출판사 리뷰

세월이 지나 결국 남아 있는 이야기

결국 아버지를 두고 자기계발서 류의 책을 낸다는 것은 애초 무리였다. 완성된 원고를 읽으면서, 이 책은 작가가 애초 말했던 불화했던 아버지의 서재에 쌓여있던 책에 관한 이야기나, 아버지의 죽음과 서재를 정리하는 아들이 자신의 삶을 돌아보며 절연됐던 부자의 관계를 회복하는 감동 에세이와 자기계발서의 요소가 적절히 섞일 수 없음을 알았다. 그런 내용이 어떠냐는 말이 오간 적이 있지만, 작가는 속마음은 전혀 그런 걸 쓰고 싶지 않았을지 모른다. 어쩌면 쓰고 싶다고 하더라도 가슴속에 쌓여있던 마그마 같은 문장 때문에 쓸 수 없었을 것이다.


아버지의 서재에서 나를 발견한다.

두어 달 지나 작가는 아버지의 죽음 앞에 잠시 지나간 세월을 재구성한 원고를 보내왔다. 그것은 가족과 특별히 불화했던 아버지마저 등장하는 것에 비하면 건조한 문장의 연속이었다. 출판사의 입장에서 반가운 원고는 아니었다. 그리 극적이지 않았다. 몇 번을 더 읽고 나는 ‘작가의 아버지’가 아니라 ‘나에게 있어 아버지’를 생각했다. 이 건조한 문장에는 터질 대로 터진 울분 뒤 담담한 고요함이 있다.

작가는 아버지와 가족, 그리고 자기 자신의 이야기를 꺼낸다. 길었던 아버지와 불화의 원인 제공자는 아버지의 큰 사위인데, 패악에 가까운 사건이 터지고 나서도 그 연을 단호하게 끊어내지 못했다. 그래서 그것은 사위의 탓이지만, 끌려다닌 아버지의 책임도 크다. 그리고 그 연유에는 어찌 보면 작가가 스스로 밝힌 성격과 닮아있다. 작가는 긴 시간 돌아 자신과 주변의 삶을 반추하면서 아버지와 아버지를 닮은 자신을 발견한다. 아버지가 남겨놓은 서재 앞에서…

그래서 이 책은 의도하지 않게 자기계발서를 만들었다면 도출되었을 결론과 맞닿게 된다. 내 모습에서 아버지를 발견하고, 아버지처럼 나도 죽는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이는 너무나 당연해서 ‘발견’이나 ‘깨달음’으로 부르는 게 어색할지 모른다. 하지만 쉽고 간단한 진리를 잊고 우리 모두 살아간다. 세상 모든 사람에게 아버지가 있지만, 그 존재는 늘 변방이다. 그러다, 아버지가 부재했을 때 비로소 아버지를 찾는다. 《아버지의 서재》는 그런 스산함을 부르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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