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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는 말 p.8
버킷을 안고서서 | 신민경 p.15 꿈이라도 꿔봐야지 | 오빛나라 p.69 내이름은지니 | 최현경 p.103 덧붙이는 킵더버킷 | 김봄 p.13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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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고 싶었다. 매일 조절이 힘들게 커지는 통증을 느끼는 삶이 고단해서 정신을 바짝 차리지 않으면 쉽게 굴복하게 될 것 같았다. 꿈을 품고 살다가도 어느새 불어 닥친 현실에 꿈의 자리를 내어주고 마는 것이다. 까만 죽음의 벽 앞에 서있어도 아직 내가 하고 싶은 일들이 노랗게 많고, 꿈이라고 부를 것들이 파랗게 존재한다는 것을 확인하고 싶었다. 다시 꿈꾸고 싶었다.
--- p.20 신민경 작가에게 왜 산타아고길이냐고 물었었다. 그녀가 눈을 반짝이며 답했다. “산티아고길을 걸으면 소원이 이루어질 것 같아서요.” 그 길을 걸으면서 ‘부디 건강하게 의미있는 삶을 살다가 고통없이 이 세상 여행을 끝내게 해달라.’고 기도할 것이라고 했다. 무언가 특별한 답을 기대했던 본 기자에게 다소 평범해 보이는 답이었지만, 문득 ‘우리 대부분이 희망하는 삶의 본질에 가까운 현답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또 그녀는 ‘이런 저런 일로 희망이 없는 삶의 척박함을 알게 되었는데, 힘든 길을 걷고 있는 자신에게 그리고 그것을 바라보고 있는 이들에게 희망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기도하는 이들 곁에서 함께 기도할 것’이라고 환하게 웃으면서 말하는 그녀의 모습이 맑고 밝았다. --- p.26 석사 학위를 받기 위해 영국에서 머무르는 동안 파트너로 함께 공부하는 커플들이 부러웠다. 하지만 학업 성취에 대한 욕심이 컸고 런던을 즐길 여유조차 없었기에 박사과정을 하게 되면 연애를 하자고 나 자신을 설득시키며 미뤘다. 물론 지금은 후회하고 있다. 삶이라는 게 이렇게 허무하게 끝날 수 있다는 것을 누군가 내게 미리 알려줬더라면 조금은 다른 선택을 할 수 있었을까…? --- p.37 엄마가 일흔이 되던 해, 나는 처음으로 엄마랑 해외여행을 기획했다. 해외사무소 동료들의 부모님들은 해외에서 근무하는 아들딸들이 궁금해서 한 번씩 방문도 해주고 하셨는데, 우리 부모님은 한 번도 내게 찾아오지 못하셨다. 나이가 있으셔도 우리 엄마가 스마트폰 기능을 가르쳐주면 페이스북이며 유튜브며 금방금방 익혀서 친구들에게 혁신을 알려주시는 분이시긴 하나, 홀로 해외에 나가는 건 다른 세계였다. --- p.78 대학생 시절, 어느 수업 중에 20대의 버킷리스트를 적는 시간이 있었다. 그때는 10가지나 되는 리스트를 술술 적어 내려갔었지만, 지금은 가족의 건강과 부 그리고 화목이 떠오르고 다른 생각이 더 이상 안 나는 걸 보니 나도 이제 노잼 중년이 다 되었다 싶다. --- p.10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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쓸쓸한 병원에서 찾는 작가의 진심과 아이 엄마로 살아가는 작가의 꿈, 외로운 타지에서 키워보는 작가의 희망. 세 명의 언니들이 꿈꾸는 인생 버킷 리스트
[새벽 4시, 살고 싶은 시간] 신민경 작가 [멋진 줄 알았다] 최현경(알로) 작가, 오빛나라 작가 우리는 종종 꿈이 뭐냐고 묻습니다. 실현하고 싶은 희망이나 이상이 무엇인지를 말입니다. 그리고 때로는 말합니다. ‘꿈 깨!’ 우리의 꿈을 실현될 가능성이 아주 적거나 전혀 없는 헛된 기대나 생각이라고 단정해버리죠. 세 작가의 이야기를 ‘헛된 기대’라고 치부하지 말아주세요. 그들은 치열하게 꾸려온 삶의 방향과 그 안에서 꾸준하고 차곡하게 쌓아 올린 가치관을 토대로 삶의 희망과 인생의 지향점을 이야기 합니다. 각자의 삶의 가치가 녹아든 희망과 미래를 응원해주세요. 그리고 당신도 당신만의 꿈을 꾸세요. 이것이 이 책의 목적입니다. 편집자 이야기 “같이 쓰는 게 어때? 그럼 더 의미 있을 것 같은데.” 여러 번의 제안에도 나는 거절했다. 사실 쓰고 싶은 마음이 없었다. ‘코로나’를 핑계로 내세우며 아무것도 안했지만 괜히 바빴고, ‘다들 어렵지 뭐. 괜찮아’하며 애써 웃었지만 마음은 좀처럼 가라앉지 않았다. 마음이 편해야 글도 쓰는 거라며 뒤집어진 흙탕물 속에서 진주를 건져올릴 능력은 내게 없다며 스스로 문을 닫았다. 부담이 없어서였을까, 제 3자의 입장에서 보는 타인의 버킷리스트는 재미로웠다. 사실 굉장히 허황되고 소설 같은 이야기가 나오지 않을까 생각했지만, 누구보다 현실적이었다. 각자의 꿈과 희망과 미래를 이야기하자니 과거의 삶부터 흘러나왔고, 정신 없는 삶 속에서도 꾸준하게 그리고 차곡하게 쌓아 올린 삶의 가치가 보석처럼 반짝였다. 그들이 고심 끝에 내놓은 버킷리스트는 툭툭 던져서 꽂아 놓은 깃발이 아니라, 굽이굽이 이어진 작은 오솔길의 한 켠에 자리한 아름드리 나무 같은 느낌이었다. 오래 전부터 자리 잡고 천천히 자라온 내 길의 끝이 아닌 기대어 땀을 식혀 갈 수 있는 그런 곳이었다. “우리 지금 쓰고 있는 거 다 이루어질 질 것 같아. 원래 꿈은 밖으로 내뱉고 구체화하면 이루어지거든.” 유쾌한 하이신 작가가 같이 쓰는 작가들의 의욕을 고취시키기 위해 건넨 말이지만, 내겐 조바심으로 다가왔다. 왠지 하이신 작가의 말조차 이루어질 것 같았다. 다들 원하는 걸 다 이루는데 나만 아무것도 못하면 어쩌나, 방향을 잃고 제자리를 돌고 있는 내가 계속될까, 겁이 났다. 가볍게 농담처럼 던진 이벤트가 아니라, 인생에 대한 진심이 담긴 글이 선사한 변화였다. 음. 아무래도 안 되겠다. 나도 내 인생에서 꼭 끌어안고 지키고 싶은 것들을 써봐야겠다. 혹시 아나, 아주 동화처럼 지니가 나타날지. 꿈이라도 꿔볼 수 있는 거 아닌가. 돈 드는 것도 아닌데. 〈편집자 정용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