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부상 : 자기분석(자기부상 : )자기분석 11물속의 공기 방울 12이제 나는 떠났다 15신체가 있다 18망각, 모르는 게 뭔지 모르는 두려움 22미로 미러 미궁 28내 앞에 있는 이 사람은 내가 아니야 31엑스레이 35histrionism 37자기부상 : 자기분석 44자신을 알기 위해 48질문이 무너진다 51우뚝한 돌 그리고 구멍 54지면 58아무것도 아닌 61컨테이너 바다 65아아, 기어이 내가 너를 죽였구나 69이명 73무대 설치를 위한 도면 76시에게 쓰던 물을 뺏기고 말았네 80 물에다 쓰던 시를 베끼고 말았네마찰과 운동 83구혼자들의 고백이 발가벗겨지는 회로 87여와 남 90어둠을 파고드는 스파클러 반짝이는 침엽 93딸기에서 96가죽 안에 99이동, 꼬리 101계류 104끝을 통과하는 지금 107작품 해설-김예령(번역가 · 서울대학교 불어불문학과 강사)계류와 점화의 시 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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蔡好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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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나의 반복일 때만 나다기포들이 떠오른다, 물속에그걸 보고 있는 유리통 밖의내가 아닌,유영하는 기포가 나인, 그리고 또한말이 나인데, 물속의 공기 방울들리지 않는 ……― 「물속의 공기 방울」에서『줄무늬 비닐 커튼』은 질주하는 눈 폭풍 가운데 “한 송이 흰 것의 멈춤”이라는 고요하고도 강렬한 사건으로부터 시작된다. 이 “흰 것”은 곧 “문장”이 되고, 문장은 몸 안을 통과한 상처이자 하나의 틈이 되어 ‘자아’를 열고 들어간다. 이어지는 다음 시 「물속의 공기 방울」에서 자아는 유리통을 채운 물속을 떠오르는 “기포”가 되어 있다. 기포는 수면에 닿는 순간 터져 죽으며 소리 즉 “말”이 되어 다시 태어난다. 경계를 잃은 화자는 ‘나’를 떠나 ‘( )’가 되어 버린 나의 몸을 탐험한다. 이 탐험에서 신체는 온갖 충동들이 기거하는 장소로 밝혀진다. 암흑 덩어리 같은 신체 속에서 타오르는 충동들, 그 너머에서 마주하는 것은 다름 아닌 무수히 많은 ‘나’들이다. 오래전 죽은 시인들과 그들이 살던 시공간이 “숱한 나들”이 되어 지금 이곳에 소환된다. ‘나’는 ‘나’이자 ‘나 아닌’ 존재, 무(無)이자 모든 것이 된다. 그렇게 시인은 자아가 지워진 ‘나’가 바라보는 풍경, 곧 제 죽음의 풍경을 두려움 없이 응시한다. 자아라는 지표를 잃은 의식의 시공간에 무한이 밀려들어 오는 풍경을.최초의 세계는 거듭거듭 생긴다시 쓰기는 언어를 궁지로 몰아쥐구멍에 빠뜨리는 일이다언어 없이 사유할 수 있을까시는 이미지로 사유하는 것이때 언어는 덫에 걸리고불구가 된 채사라지지 않고 부스러기가 되어그 물질성으로 이미지의 디테일을 구성한다이미지에 불이 켜지면언어는 그 그림자의 암흑 속으로 사라진다사라져 없어지지는 않고, 빛을 빨아들인검은 반죽으로 잠재한다― 「우뚝한 돌 그리고 구멍」에서채호기 시인은 글쓰기를 “흰 종이 위에 검은 구멍을 파는 일”이라고 말한다. 해설을 쓴 김예령 번역가는 이 문장을 두고 “흰 종이 위로 언어의 완강한 질서를 들이받아 구멍을 뚫으려”는 시도이자 그 진동으로 지면(紙面)이라는 백색 들판에 솟는 “우뚝한 돌”을 만나려는 시도라고 본다. 즉 시인에게 시 쓰기란 언어가 세계를 재현한다는 기존의 관념과 질서를 전복하는 동시에 오직 언어 내부로부터 의미를 길어 올리려는 불가능한 시도인 것이다. 채호기 시인은 2009년 발표한 산문에서 시인에게 언어는 외부가 아니라 중요한 신체 일부로서 포함되어 있다고 말하며, 시를 쓰기 위해 신체에서 끄집어낸 언어는 곧 그 자체로 존재하는 언어, “돌의 언어”라고 명명한바 있다. 이번 시집에 이르러 시인은 “지면에 돌과 구멍이 맞물릴 때/ 최초의 세계는 거듭거듭 생긴다.”(「지면」)고 선언한다. 하지만 이 세계는 발생하는 즉시 사라진다. 의식이 포착하지 못한 찰나 언어 아래로 빠져나가는 의미들처럼, 언어와 의미의 완벽한 일치는 일시적인 마찰로 한순간 타오르는 섬광과 같다. 그럼에도 시인은 빛 다음에 찾아온 어둠을 “빛을 빨아들인/ 검은 반죽으로 잠재한다”고 말하며 빛의 귀환을 기다린다. 도살장에서 신체의 도륙을 온전히 느끼며 죽어 가는 ‘나’가 몸 안의 ‘그’와 한순간 존재의 자리를 뒤바꾸며 다시 한 번 생을 도모하는 마지막 시 「끝을 통과하는 지금」처럼, “그의 살에 살아남아 말하고 쓰며, 그의 뼈에 살아남아 계속 생각한다.”고 말하며 영원히 반복될 환생을 선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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