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소장하고 있다면 판매해 보세요.
수영 … 나는 꼭 ‘인사’를 되찾을 거야 9
해란 … ‘딸내미’라고요? 24 영우 … 빌린 ‘열쇠’를 돌려줘야 해 43 수영 … 선생님에게 그런 ‘친구’가 있다니 78 해란 … ‘나쁜 애’가 되는 게 두려워 120 영우 … 우린 ‘어린애’가 아니니까 132 우리의 하루, 하루와 우리 145 글쓴이의 말 152 |
전아리의 다른 상품
말 그대로, 선생님은 수업 도중 교실을 뛰쳐나갔다. 모두들 황당한 표정으로 선생님이 열고 나간 교실 문을 멍하니 바라만 보았다. 헐렁한 신발 뒤축이 타닥타닥 복도 바닥에 부딪치는 뜀박질 소리가 멀어지다가 아예 들리지 않게 되어서야 교실 여기저기서 웃음소리가 터져 나왔다.
--- p. 9 받아야 할 게 있다면 어떻게 해서든 꼭 받아야 한다고 들으며 자랐다. 한 번 내 것을 빼앗기면 계속 내주는 어중간한 사람이 되어 버린다고 말이다. 열심히 한 일에 대해 칭찬받고 싶은 마음은 당연하다. 그런데 선생님은 그 마음을 부끄럽게 여기도록 만들었다. 나는 선생님을 다시 교실로 데려오고야 말 거다. 그리고 반장의 ‘인사’를 되찾고야 말겠다. 나를 인정해 주지 않은 선생님으로부터 반장으로서의 자존심을 찾아올 기회다! --- p. 22 나는 ‘딸내미’라는 단어에 한 번 더 놀랐다. 선생님은 무슨 일을 하는 부모님의 ‘자녀’일까, 하는 궁금증을 가진 적은 있었지만 ‘딸내미’라니, 아침에 엄마가 잠을 깨우면 “아, 쫌만, 5분만 더!” 꾸물거리고. 이게 돼지우리지 사람 사는 방이냐는 잔소리와 함께 등짝 스매싱이 날아올 때까지 방 청소를 미뤄 두기도 하고, 엄마랑 드라마를 틀어 놓고 시금치를 다듬으며 얘가 좋다, 쟤가 좋다 실랑이를 해 대는. 그러다 주인공이 억울한 일이라도 당할라치면 둘이 같이 펄쩍 뛰며 욕을 퍼붓는, 바로 그 ‘딸래미’라니. --- p. 33 선생님에겐 언제나 우리가 주인공인 줄 알았다. 그게 당연한 거라고만 생각했다. 그랬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그럴 거라고 굳게 믿어 버렸다. 엄마에게 상담을 하러 찾아온 것도 분명 나 때문일 거라고, 유난히 기분 좋아 보이는 날은 우리가 웬일로 세련된 옷을 입고 왔냐며 칭찬해 줬기 때문일 거라고 믿었다. 우리는 선생님에게 ‘일’, 정말 그뿐이었을까? 나는 선생님한테 좀 더 신경 쓰이는, 그래서 특별할 수 있는 존재라고 생각했는데. --- p. 36 아이들의 웃음과 선생님들의 혀를 차는 소리에도 능청스럽게 웃어 보이며 다시 교과서를 들여다볼 수 있었던 것은 자그마한 열쇠 덕분이었다. 나의 낮잠을 돌보아 준 유일한 사람의 배려. 선생님이 교실을 나간 날, 나는 낮에 받아 뒀던 열쇠를 미처 돌려주지 못했다. 반드시 직접 선생님을 찾아 열쇠를 돌려줘야 한다. 만에 하나 선생님이 돌아올 생각이 없다 하더라도, 빌린 열쇠를 돌려주는 건 약속을 지키는 일이다. --- p. 49 “아, 진짜 샘 돌아오기만 해 봐!” 해란이가 어리광을 부리듯 투덜거렸다. “돌아올 거라고, 분명!” 깡사장이 해란이를 툭 치며 말했다. “어떻게 그렇게 확신하실 수 있어요?” 내 말에 깡사장은 힘주어 대답했다. “예전과 달라졌단 말이지! 히어로 영화 속 주인공이라 친다면, 드디어 각성을 했다고나 할까!” --- p. 119 “네 명 중 이상한 애. 그 애가 가는 곳에는 항상 불운이 따른다……. 역시 그 말이 맞았어. 아까 나 혼자 수영이네 집에 갔거든. 아줌마가 주스를 준다고 부엌으로 갔어. 근데 갑자기 와장창 소리가 들리는 거야. 선반 지지대 한쪽이 떨어지면서 위에 있던 찻잔들이 죄다 떨어졌어. 이도 저도 못하고 있는데 아줌마가 갑자기 서럽게 울기 시작했어. 왜 사는지 모르겠다면서. 수영이가 나를 떠밀다시피 해서 오기는 했는데……. 내 탓도 있는 거 같고 해서. 그냥 온 게 되게 미안하네.” 모든 불행이 본인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건 하늘이의 트라우마 때문일까. “야! 그따위 불운, 그냥 깨부수자. 부수고도 버릴 수 없으면 우리 넷이 한 조각씩 나눠 가지면 되잖아. 감당할 수 있는 걸로. 나는 완충제랍숑!” --- p. 140 |
“선생님이랑 다투는 게 제일 재미있어.” _전교 꼴찌 문제아 박해란
“나는 꼭 ‘인사’를 되찾을 거야.” _까칠한 반장 민수영 “빌린 열쇠를 돌려줘야 해.” _얄미운 주책바가지 이영우 “부탁하지 말아야 할 걸 부탁했어.” _모두의 이상형 장하늘 수업 중 담임 선생님이 교실을 박차고 나갔다! 종례 시간에도, 다음 날 아침 조회 시간에도, 선생님은 학교로 돌아오지 않는다. 수시로 선생님의 심기를 건드려 온 문제아 해란이 아웃사이더였던 선생님의 학창 시절을 반 아이들 앞에서 폭로해 버린 것. 선생님의 부재가 길어지자 반 아이들은 반장인 수영에게 책임을 묻고, 수영은 어쩔 수 없이 해란과 함께 선생님을 찾아보기로 한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평소 말없는 하늘과 그런 하늘과는 정반대인 수다쟁이 영우도 선생님 찾기에 합류하겠다고 나선다. 학교 밖 선생님의 흔적을 되짚으며, 태어날 때부터 선생님이었을 줄 알았던 선생님이 누군가의 딸이자 연인, 친구라는 사실 앞에 아이들은 보다 인간적으로 선생님을 받아들이게 된다. 마음은 이미 한껏 가까워진 선생님. 아이들은 과연 다시 교실에서 선생님을 마주할 수 있게 될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