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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장 황혼의 아이 9
2장 시선이 아래로 61 3장 제발 97 4장 분명하게 126 5장 자전거 여행 가이드 152 6장 나비 수집가 192 7장 마사지 215 8장 빨래 237 9장 아버지와 아들 258 10장 다리 280 11장 스킨 307 12장 마흔한 명 352 감사의 말 377 |
E. M. Reap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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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두둥실 떠올라 몸 위로 올라간다. 그렇게, 천장에서 내려다보는 내 몸은 퉁퉁하다. 죄책감에 어쩔 줄 모르는 몸뚱어리. 무력한 나를 내가 지켜본다. 자기혐오와 설탕 덩어리로 가득 찬 공이 되어, 내가 저 바닥에 굴러다니고 있다.
그냥 존재가 몽땅 사라졌으면. --- p.59 “간단히 대답하자면, 남녀 사이에도 친구는 가능해. 그리고 말이야, 브루스와 내가 이혼한 처지라고 해서 반드시 이어져야 할 이유는 없어. 혼자서도 아주 잘 지낼 수 있거든. 그런데 사람들은 누구라도 만나라고 그렇게들 닦달하더라. 누구나 자신의 보필을 만나야 한다고, 나머지 반쪽을 찾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거지. 그런데 그거 위험한 생각이다. 우리는 혼자서도 완전한 존재야. 자신의 반쪽을 타인으로 채울 생각은 하지 마.” --- p.92 모두가 각자의 고통을 안고 사는구나. 그리고 저마다 대처법도 알고 있어. --- p.125 “진짜는 현재뿐이니까요. 과거와 미래 같은 건, 사실 우리 머릿속에만 존재하잖아요. 그러니 그 사람들은 현실에 충실하기로 선택한 거죠. 지금 이곳에만요.” --- p.160 나무와 식물이 품은 생명의 힘을 목격한다. 식물에도 생명이 있다는 건 알았지만 그게 무슨 의미인지를 이제야 알 듯하다. 살아 있는 것의 일부로 ‘존재’한다는 생각을 예전에는 해본 적 없었다. 우리는 각자 개성이 있는 존재이기 전에, 식물과 동물, 그리고 모든 것과 연결된 존재였어.--- p.273 “나탈리, 구석에서 섀도복싱만 해서는 성공 근처에도 못 가요. 링 위에 올라가야죠. 펀치를 몇 방 날리고, 또 맞아도 보고.” --- p.365 어쩌면 이런 게 진짜 사랑이 아닐까. 인생을 있는 모습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 --- p.37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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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선생님인 나탈리는 교편을 잡은 지 6년이 지난 어느 날, 삶에 대한 회의를 느낀다. 분명 자신의 인생임에도 불구하고 마치 남의 인생처럼 아무런 감흥도, 열정도 느낄 수 없는 삶. 무턱대고 학교를 그만둔 나탈리는 여행을 통해 자신의 새로운 모습을 발견했다는 친구의 이야기를 떠올리며 우중충하고 싸늘한 아일랜드를 떠나 해가 쨍쨍한 호주 다윈으로 떠난다.
이야기는 호주로 가는 길에 경유하게 된 발리에서 시작된다. 사람들이 '천국'이라 일컫는 발리 시내는 나탈리에게 낯설고 두려운 곳에 불과하다. 거울에 비친 어색하고 매력적이지 않은 자신의 모습을 바라보며 익숙한 불안감과 혼란을 느끼던 나탈리는 숙소 앞방에 묵고 있는 마리아라는 여성과 가까워진다. 의자에 앉아도 뱃살이 접히지 않고, 머리부터 발끝까지 완벽해 보이는 마리아의 외모에 나탈리는 더욱 움츠러든다.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나탈리만의 방법은 위가 찢어질 만큼 폭식을 하는 것이다. 소설은 나탈리가 발리를 거쳐 호주, 뉴질랜드, 아일랜드, 네덜란드, 그리고 페루까지 긴 여행을 하는 동안 그녀 안에서 요동치던 감정들이 조금씩 제자리를 찾는 과정을 따라간다. 과연 여행의 끝에서 나탈리가 얻게 되는 것은 무엇일까? 나탈리는 자유로워질 수 있을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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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이런 게 진짜 사랑이 아닐까.
인생을 있는 모습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 모든 여성의 오늘을 깨우는 선명한 목소리 아이리시 북 어워드와 루니 아이리시 문학상을 수상한 소설가 E. M. 리피의 한 사람의 여행기이자 성장기를 그린 소설 《스킨》이 출간되었다. 본 작품인 《스킨》은 나탈리라는 한 여성이 자신의 진정한 모습과 삶을 찾아가는 여정을 그렸다. 남들보다 거대한 자신의 몸이 사람들 사이에서 우스운 꼴을 당할 수도 있다는 나탈리의 과도한 염려는 늘 폭식으로 이어진다. 폭식 후에 밀려오는 후회와 환멸은 나탈리를 괴롭히지만, 이 감정들이 우울하게만 느껴지지는 않는다. 비록 균형은 잃었지만 영민하게 상황을 파악하고 고통에서 벗어나기 위해 노력하는 나탈리의 관찰력과 행동력은 이 흥미진진한 여행을 따라가게 만드는 원동력이 된다. 처음에는 마지못해 새로운 사람과 경험을 받아들이는 척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나탈리는 진심으로 사람을 대하고, 낯선 경험을 두려움 없이 맞이하게 된다. 새로운 시간이 선사하는 즐거움과 깨달음을 건너며 나탈리는 세상 속에 놓인 자신의 모습보다는 그 세상을 채우고 있는 사람들과 풍경으로 시선을 돌리는 법을 체득한다. “진짜는 현재뿐이니까요. 과거와 미래 같은 건, 사실 우리 머릿속에만 존재하잖아요. 그러니 그 사람들은 현실에 충실하기로 선택한 거죠. 지금 이곳에만요.” _본문에서 여자, 남자, 혹은 단지 사람들 발리를 거쳐 호주, 뉴질랜드, 아일랜드, 네덜란드, 그리고 페루까지 긴 여행을 하는 동안 나탈리는 여러 사람들을 만난다. 그들은 여성일 때도 있고, 남성일 때도 있다. 나탈리가 열등감을 느끼게 만드는 날씬하고 아름다운 여성, 나탈리를 무시하는 여성, 나탈리와 친구가 된 여성, 나탈리를 사랑하고 또 나탈리가 사랑하는 여성. 남성들 또한 다양한 모습으로 나탈리와 관계를 맺는다. 나탈리를 우습게 여기는 남성이 있는가 하면 나탈리와 사랑에 빠진 남성도 있고, 또 나탈리와 진한 우정을 나누는 남성도 있다. 소설에는 다양한 인물들이 등장하지만 저자는 단 한 명도 허투루 넘기지 않는다. 인물들이 간직한 저마다의 사정과 성격, 숨겨진 이야기는 나탈리와 나탈리를 지켜보는 우리를 강하게 만든다. 폭식으로 인한 신체의 망가짐은 자연스레 자기혐오와 낮은 자존감을 만들어냈다. 나탈리는 무의식중에 늘 다른 이와 자신의 몸을 비교하고, 검열하고, 평가 내린다. 자기보다 날씬한 사람 옆에 서길 두려워하고 낯선 남자들이 자기의 몸을 두고 낄낄거릴까 봐 늘 신경을 곤두세운다. 실제로 그런 사람과 마주하면 간신히 끌어올린 자존감이 곤두박질친다. “근데 맞는 말이긴 해. 내 몸을 좀 봐.” “스스로를 그렇게 평가하면 남들도 널 똑같이 볼 수밖에 없어.” “응?” “자신에게 하는 말이 결국 자기 겉모습으로 나타난대. 신경과학적으로 그래. 우리 두뇌는 오류를 싫어하거든. 온 세상을 뒤져서라도 우리가 떠먹이는 말의 증거를 찾아낼 거야.” _본문 중에서 그러나 나탈리가 그토록 부러워했던 사람도, 그토록 두려워했던 시선의 주인공도 결국 ‘단지 사람’일 뿐이다. 각자만의 고민을 안고 있는 유약하고 연약한, 그러나 다른 누구도 아닌 자기만의 삶을 찾기 위해 묵묵히 전진하는 사람들. 소설은 신체에 대한 강박으로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을 여성들, 혹은 이미 그 시간을 지나온 여성들에게 공감과 위로의 인사를 건네지만 비단 여성에게 국한된 이야기만은 아니다. 나이에 압박을 느끼는 여성, 정체성으로 고민하는 남성 등 저마다 간직한 고통이 있다. 그리고 여성과 남성으로 나뉜 주어를 지우면 ‘사람’이라는 명료한 대상이 보인다. 결국 이 소설은 사람이 사람답게 살아가는 이야기, 한 사람이 주체성을 갖고 자신의 삶을 개척해나가는 이야기이다. 나의 피부, 나의 시간 피부는 나이테와 같아서 우리가 살아온 시간은 고스란히 피부에 드러난다. 평생 화를 내고 산 사람은 미간에 깊은 주름이 잡혀 웃을 때도 화난 것처럼 보이고, 늘 긍정적인 태도로 즐겁게 산 사람의 입꼬리는 남들보다 조금 올라가 늘 유쾌해 보인다. 바다에서 파도와 싸우며 억센 그물을 부여잡고 산 사람의 손에는 짠 소금기가 배어 있고, 흙과 햇빛 가까이 살아온 사람의 피부는 까무잡잡하니 햇빛을 다량 함유하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의 제목이 ‘한 사람의 평생의 기록을 담은 일지’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 튼살, 주름, 검버섯, 흉터…… 시간이 흐를수록 인간의 피부에는 나이와 경험을 짐작할 수 있는 자국이 새겨진다. 누군가는 저주라고 말하고 누군가는 특권이라고 말할 시간의 흔적들은 한 번 새겨지면 잘─어쩌면 영원히─지워지지 않는다. 그러나 보기 싫다는 이유로 외면하고 피해 다니기만 한다면 결국 진정한 자유를 찾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나탈리 또한 긴 시간 내면의 두려움을 회피하기만 했다. 그러나 이제는 “고개를 숙여 내 몸을 볼” 시간이다. 끔찍할 거라는 염려와 달리, 막상 마주한 자신의 몸을 보며 나탈리는 어떤 혐오감이나 괴로움도 느끼지 않는다. “노곤하게 흔들리는 야자나무 잎사귀, 첨벙이는 물, 나, 그리고 내 몸뿐이다. 어쩌면 이 모든 게 그리 다르지 않은 것인지도 모르겠다.” 소설 속 이 문장처럼, 자신의 몸은 그저 흔들리는 야자나무 잎사귀나 첨벙이는 물처럼 지극히 자연스럽고 평범할 뿐이다. 자신의 피부를 마주할 자신이 없었던 것은, 지금껏 낭비한 시간을 들키게 될 것 같아서가 아니었을까. 그러나 인정하지 않는다면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없는 것처럼, 때론 괴로울지라도 직시해야만 깨닫게 되는 것들이 있다. 이제 남은 건 코르셋처럼 복부를 감싼 붕대뿐이다. 내가 일어난다. 붕대를 끌러 빙빙 풀어낸다. 천천히, 그의 몸이 자유로워진다. _본문 중에서 《스킨》은 지나간 시간과 현재, 앞으로 닥칠 미래 또한 모두 자신의 것이며 자신만이 만들어나갈 수 있음을 전한다. 피부에 새겨진 시간의 흔적이 고통이라면 치료해주고, 아쉬움이라면 보듬어주면 된다. 우리 모두 자유로워질 자격이 있다. 《스킨》을 통해 그 자유를 누릴 차례다. 매혹적이다… 사실적이고 풍자적이며, 놀라울 정도로 명민하다. 이 이야기는 희극부터 비극 까지 드넓은 감정의 영역과 둘 사이 복잡한 중간 지대를 넘나든다. _데일리 메일 첫 장을 펴는 순간부터 후회할 일이 없다. … 《스킨》은 낯선 외국 공간에서 무슨 일이 일어 나는지를 판단할 수 없고 그저 표류하고 있다는 소외감을 생생하게 포착한다. _아이리시 인디 펜던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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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킨》은 어느 나라의 어느 장소에 있든지 여성이 모두 같은 땅을 딛고 있다는 것을 일깨워주었다. 친한 친구의 일기를 몰래 훔쳐보듯 책장이 술술 넘어갔고 그 일기에서 내 이름을 발견할 수 있었다. 나탈리가 타인의 시선을 피해 빠져나가고자 했던 모든 장소마다 언젠가의 내가 있었다. 나 또한 그곳에 오래 서 있었다고, 벗어나려고 애썼다고 나탈리에게 말을 걸고 싶었다. 마침내 나탈리는 나탈리가 나탈리인 장소에 무사히 도달했다. 타인의 시선을 통해 바라본 나는 내가 아니다. 마침내 내 몸이 내 것으로 느껴지는 순간까지 전 세계 모든 나탈리들의 여정은 결코 끝나지 않을 것이다. - 최정화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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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려움에 사로잡혔을 때 우리는 거미줄에 걸린 포획물처럼 웅크린 채 자기 자신에게 내적 폭력을 가하기 쉽다. 나탈리 역시 삶의 방향키를 놓친 채로 폭식으로 도피하다 여행 속에서 마주친 다양한 상황 안에서 서서히 자기 자신을 마주하는 법을 깨닫게 된다. 자기 안에 답이 있음을, 자기 자신이 스스로를 지키려고 ‘의지’ 한다면 혼자인 채로 완전할 수 있음을 깨달은 나탈리는 삶의 링 위로 올라가 용기 있는 잽을 날린다. 실패에 상처 입지 않고 실패를 관통하는 나탈리. 부유물이 가라앉은 컵 속의 맑은 물처럼 ‘투명하고 단단한 사람’이 되어가는 나탈리의 모습을 우리는 만나게 될 것이다. - 박하령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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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과 슬픔, 분노의 감정이 떠오를 때마다 폭식 행위로 도피하는 주인공을 보며 여성이 음식과 맺는 독특한 관계를 생각해본다. 그녀의 폭식은 취약한 감정을 느끼지 못하도록 자신을 마비시키는 수단이며, 삶에서 필연적으로 벌어지는 갈등으로부터 도망가는 행위이다. 그녀가 마침내 자신의 몸과 화해하게 된 것은 나와 타인의 불완전함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였기 때문이 아닐까? 이 소설의 여러 등장인물은 폭식, 알코올 중독, 관계 중독처럼 유해한 행위에 기대어 ‘부러질 듯 작고 연약한 뼈마디’ 같은 삶을 지탱하고자 안간힘을 쓴다. 그들의 성장담을 읽고 있으면 이 지긋지긋하고 복잡하며, 통제할 수도, 처리할 수도 없는 문제로 가득한 우리의 인생을 사랑하게 된다. - 배윤민정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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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잔한 눈길 속에 요동치는 위로가 담겨 있다. 나탈리가 걸어가는 여행의 끝에 당신이 원하던 기적이 있다. 그 기적의 이름은 신체를 벗어난 성취이고, 기어코 오고야 만 자유이다. 끝없는 자기검열의 늪에서 벗어나 떠오르는 빛줄기를 움켜쥐고 싶은 당신에게, 그리고 수많은 사람들이 건네는 다정한 사랑을 확인하고 싶은 당신에게 자신 있게 이 책을 추천한다. - 작가일 (만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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