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소장하고 있다면 판매해 보세요.
|
들어가며 · 4
최윤제_여우가 시집가는 날 · 9 해윤_사랑받지 못했어도 괜찮아 · 45 김모네_삼십 대, 어학연수 · 73 박서우_16세, 발버둥 치다 · 95 고은샘_누군가의 한 페이지 · 119 한정아_달이 참 밝네요 · 141 최서은_때뭉치 · 167 |
|
들어가며
한때는 무엇이 되어야만 의미가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남들이 보기에도 그럴싸한 꽃을 피워야만 내 삶은 가치 있는 것이며, 내가 한 행동들이 헛되지 않았었다고 여겼습니다. 어쩌면 괜찮아 보이는 조화 한 송이를 내가 피운 꽃이라며 어물쩍 들고 살았던 것 같습니다. 겨울의 한기에 얼어버린 내 안의 씨앗을 홀로 흙 속에 내버려 둔 채, 좀 더 시간을 들여 돌봐주지 못했던 것에 미안한 마음이 듭니다. 서툴지만 조심스러운 손길로 흙을 털어낸 뒤, 씨앗의 작은 숨결을 느끼며 천천히 우리네 마음이 담긴 이야기를 써 내려갔습니다. 한없이 따뜻했다가, 한없이 거칠었다가, 서툰 호흡을 비우고 가다듬어가며 서로의 맥박이 비슷해지는 순간을 모아 하나의 호흡으로 남기게 되었습니다. 우리들의 희미한 입김이 이 넓은 세상 한구석에 피어올랐음에 가슴 벅찬 행복을 느낍니다. 얼었던 눈송이가 손바닥 위에 내려앉아 그 따스함에 스르르 녹아내리는 것을 가만히 지켜봅니다. 우리는 지금껏 그렇게 녹아내릴 수 있는 따스함을 간절히 바라고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눈물마저 얼어붙는 순간이 온다면 다시금 책에서 피어오르는 위로와 치유의 포근한 입김 아래 마음을 누이실 수 있길 소망합니다. 이 이야기들이 어떤 꽃을 피우게 될지는 그저 햇살과 비에게 맡길 따름입니다. 꽃을 피우지 않더라도 괜찮습니다. 그저 우리 안에 살아있는 씨앗을 마주하고 그 꿈틀거림을 느낄 수 있었던 것만으로 충분히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2022년, 우리의 눈송이가 녹아내렸던 겨울을 기억하며, 세상의 모든 아름다움이 우리 마음에 어여쁜 자수로 남아 한 폭의 그림이 되는 나날들 보내시길 바랍니다. 함께 해서 행복했습니다.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