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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시인의 말
개정판 시인의 말

1부
봉숭아를 심고 / 일모 / 서풍부 / 밤의 창변 / 돌멩이들 / 가여운 설레임 / 부엌 / 궁금한 일 / 해도 너무한 일 / 초승달에서 / 국화꽃 그늘을 빌려 / 자전거 주차장에서 / 살구나무 여인숙

2부
외딴집 / 솔밭길 / 솔바람 속 / 나의 유목(遊牧) / 밤비 / 속삭임 민가

3부
민들레 / 오동나무가 있던 집의 기록 1 / 오동나무가 있던 집의 기록 2 / 자화상 / 멧새 앉았다 날아간 나뭇가지같이 / 답동 싸리재 어떤 목련나무 아래서 / 달의 방 1 / 달의 방 2 / 낯선 방에서 / 소묘 1 / 소묘 2 / 소묘 3

4부
풍화(風化) / 꽃이 졌다는 편지 / 저녁 산보 / 뱃고동 곁에서 / 만(灣) / 무인도를 지나며 / 봄빛 근처 / 뻘밭에서 / 비 가득 머금은 먹구름떼 바라보는 할머니 눈매 / 춤꾼 이야기

5부
인연 / 팔뚝의 머리카락 자국 그대로 / 가까이 와 / 뻐꾸기 소리 / 파꽃이 하얗게 핀 / 벽에 걸린 연못 / 꿈 이야기 / 새로 생긴 무덤 / 감꽃 / 가을의 빛 / 산길에서 / 말들을 길어다 / 새의 자취 / 그믐

저자 소개 1

張錫南

아름답고 섬세한 감성으로 많은 사랑을 받아온 신서정파 시인. 1965년 인천 덕적에서 출생하여 서울예대 문예창작과를 거쳐 방송대, 인하대 대학원 국문과 박사과정을 수료한 후 현재 한양여대 문예창작과 교수로 재직중이다. 1987년 경향신문 신춘문예에 「맨발로 걷기」가 당선되어 등단하였으며 1991년 첫 시집 『새떼들에게로의 망명』으로 김수영문학상을 수상하였고 1999년 「마당에 배를 매다」로 현대문학상을 수상하였다. 『새떼들에게로의 망명』, 『지금은 간신히 아무도 그립지 않을 무렵』, 『젖은 눈』, 『왼쪽 가슴 아래께에 온 통증』, 『미소는, 어디로 가시려는가』, 『뺨에 서쪽
아름답고 섬세한 감성으로 많은 사랑을 받아온 신서정파 시인. 1965년 인천 덕적에서 출생하여 서울예대 문예창작과를 거쳐 방송대, 인하대 대학원 국문과 박사과정을 수료한 후 현재 한양여대 문예창작과 교수로 재직중이다. 1987년 경향신문 신춘문예에 「맨발로 걷기」가 당선되어 등단하였으며 1991년 첫 시집 『새떼들에게로의 망명』으로 김수영문학상을 수상하였고 1999년 「마당에 배를 매다」로 현대문학상을 수상하였다.

『새떼들에게로의 망명』, 『지금은 간신히 아무도 그립지 않을 무렵』, 『젖은 눈』, 『왼쪽 가슴 아래께에 온 통증』, 『미소는, 어디로 가시려는가』, 『뺨에 서쪽을 빛내다』, 『고요는 도망가지 말아라』, 『꽃 밟을 일을 근심하다』등의 시집과『물의 정거장』, 『물 긷는 소리』등의 산문집이 있다. 장석남 시인의 시에는 그리움이 있다. 시간과 내력을 꿰뚫는 그의 시선 앞에서 사물들은 그 내면에 숨긴 고독을 드러내고 돌아갈 고향을 반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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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2년 03월 31일
쪽수, 무게, 크기
92쪽 | 164g | 130*224*6mm
ISBN13
9788954671347

책 속으로

봄은 아직 일러 나뭇가지들은 내내 적막하고 나는 왜 이 공원에 앉아서 근처를 맴도는 바람결같이 침침한 눈으로 저 먼바다 기슭을 바라보는 것이냐.
지난겨울 내내 나는 무슨 뉘우칠 일이 많아 저 바다는 또한 내게 저토록 많은 빛을 모아 반짝이는 것이냐.
늑골 속에서 부 ― 뱃고동 소리 뽑아가는 저 물위의 신작로.
무엇이 그리 안타깝게 궁금해 저녁해는 자기 생각 깊이깊이 잠기는가.
잠겨…… 自己까지를 없애는가.

--- 「봄빛 근처」 중에서

출판사 리뷰

국화꽃 그늘을 빌려
살다 갔구나 가을은
젖은 눈으로 며칠을 살다가
갔구나
(……)
모든
너나 나나의
마음 그늘을 빌려서 잠시
살다가 가는 것들
있거늘 _「국화꽃 그늘을 빌려」 부분

시인은 한철 머물다 가는 것들을 오래 들여다본다. 둥굴레꽃이 피고 감꽃이 떨어지고, 꽃 진 자리에 초록이 밀려드는 것을, 그 꽃그늘 아래 ‘잠시 살다가 가는 것들’을 본다. 제주에서 묵었던 여인숙의 바닷소리, 옆방의 자장면 그릇, 감색 목도리를 한 새와 주인집 고양이도 왔다가 간다. 시인도 달포 머물다 떠나며 그 자리엔 ‘맑은 집’만이 남는다(「살구나무 여인숙」). 그렇게 왔다가 떠나는 계절에 삶을 빗대어, 포개어놓을 때, 눈이 시리도록 가만한 응시에 젖어드는 눈은 곧 ‘맑은 눈’이 되기도 할 것이다.

감색 목도리를 한 새가 하나 자주 왔으나
어느 날 주인집 고양이가
총총히 물고 걸어가는 것이 보였다
살구나무엔 새의 자리가 하나 비었으나
그냥 맑았다 나는 나왔으나 그 집은
그냥 맑았다 _「살구나무 여인숙」 부분

이문재 시인은 그 눈이 향하는 곳을 ‘어리고 여린 것들’이라 했다. “새로 모종한 들깨처럼 풀 없이 흔들리는”, 만돌린처럼 외롭고 고드름처럼 외로운 삶(「자화상」) 말이다. 얻어 온 봉숭아씨가 조그맣게 싹을 틔운 화분 앞에 쪼그리고 앉아 이 어리고 여린 “애기들”을 가만 보고 있자면 마침내 꽃이 피고 씨를 터뜨리는 미래가 겹쳐진다. 시인은 그렇게 앉은자리에서 작고 간절한 일생이 왔다가 가는 것을, 그 한평생을 다 본다(「봉숭아를 심고」). 감꽃이 피고 지는 사이를 생각하며 “이 세상에 와서 울음 없이 하루를 다 보낼 수 있는 사람이 있다고는 믿을 수가 없다”는 시인에게 이 짧디짧은 머묾이란 “일체가 다 설움을 건너가는/길이다”.

감꽃이 피었다 지는 사이엔
이 세상에 와서 울음 없이 하루를 다 보낼 수 있는 사람이 있다고는 믿을 수가 없다

감꽃이 저렇게 무명빛인 것을 보면
지나가는 누구나
울음을 청하여올 것만 같다

감꽃이 피었다 지는 사이는 마당에
무명 차양을 늘인 셈이다
햇빛은 문밖에서 끝까지
숨죽이다 갈 뿐이다

햇빛이 오고
햇빛이 또 가고
그 오고가는 여정이
다는 아니어도 감꽃 아래서는
얼핏 보이는 때가 있다
일체가 다 설움을 건너가는
길이다 _「감꽃」 전문

시인이 어린 것들에게, 삶에게, 자기 자신에게 거듭 질문하는 것은 ‘자리’다. 바닷가에서 주워온 돌멩이들의 맨 처음 있던 자리를 생각하노라면 “살아간다는 것이,/이렇게 외따로 있다는 것”을 실감하고(「돌멩이들」), 박수근의 그림 앞에서 “그 커다란 손등 위에서 같이 꼼지락거렸을 햇빛들이며는 그가 죽은 후에 그를 쫓아갔는가 아니면 이승에 아직 남아서 어느 그러한, 장엄한 손길 위에 다시 떠 있는가” 물으면 이윽고 “궁금한 일들은 다 슬픈 일들”임을 깨닫는다(「궁금한 일」). 시인 자신의 삶 또한 한 시절의 머무름이니, 강물 곁에 앉아 “내가 죽은 후에 내가 살던 자리에 무엇이 있을까” 생각게도 된다. 그 자리는 제 한몸 머물던 공간일 뿐 아니라 “내가 생각하던 내 생각 안의 어머니 자리”이고, 한세월을 지나온 길들이자 온 생애의 자취이기도 하겠다. 그 생의 곡진함이 또 시인의 눈을 뜨겁게 적시고, 차가워진 볕 자락을 찾게 하는 것이다(「서풍부」).

풀이 눕고 그 위에
바람과 같이 우리가 눕던 자리는
저만큼이다
거기 머물던 적막은 그러나
이제 보니 다 적막은 아니다
못 보았던 샛길이 하나 막 어디론가 가고 있다 _「벽에 걸린 연못」 부분

그럼에도 시인의 젖어드는 눈은 슬픔만을, 떠나온 자리만을 보지 않는다. “여기는 모두/선상(船上)이다”(「비 가득 머금은 먹구름떼 바라보는 할머니 눈매」) 선언할 때, 있다가 또 스러지는 존재 모두 머무는 한철 배 위이고 길 위다. 5부에 걸친 이 시집의 마지막에 시인은 「그믐」을 두었으니, 꽃이 피고 지고, 해가 뜨고 지고, 삭(朔)과 망(望)의 사이 머물던 적막 또한 “다 적막은 아니다”, 적막만은 아니다 싶다. 그의 시를 두고 ‘뒤로 걷는 언어들’(홍정선)이라 할 때, 그 시의 걸음은 거슬러 돌아가는 일이 아니라 돌아보며 나아감일 테다.
처음 시집을 내던 해 시인은 “서른넷, 初”라 썼다. 이제 시집을 다시 펴내며 그 아래에 나란히 한 줄을 더한다. “쉰여덟, 初!” 머물렀으며 또 지나간, 지금도 지나고 있는 그 스물네 해의 시간을 물끄러미 들여다보는 시인은 아직, “여전히 젖은 눈이다”.

나를 만나면 자주
젖은 눈이 되곤 하던
네 새벽녘 댓돌 앞에

밤새 마당을 굴리고 있는
가랑잎 소리로서
머물러보다가
말갛게 사라지는
그믐달
처럼 _「그믐」 전문

그리운 마음일 때 ‘I Miss You’라고 하는 것은 ‘내게서 당신이 빠져 있기(miss) 때문에 나는 충분한 존재가 될 수 없다’는 뜻이라는 게 소설가 쓰시마 유코의 아름다운 해석이다. 현재의 세계에는 틀림없이 결여가 있어서 우리는 언제나 무언가를 그리워한다. 한때 우리를 벅차게 했으나 이제는 읽을 수 없게 된 옛날의 시집을 되살리는 작업 또한 그 그리움의 일이다. 어떤 시집이 빠져 있는 한, 우리의 시는 충분해질 수 없다.

더 나아가 옛 시집을 복간하는 일은 한국 시문학사의 역동성이 드러나는 장을 여는 일이 될 수도 있다. 하나의 새로운 예술작품이 창조될 때 일어나는 일은 과거에 있었던 모든 예술작품에도 동시에 일어난다는 것이 시인 엘리엇의 오래된 말이다. 과거가 이룩해놓은 질서는 현재의 성취에 영향받아 다시 배치된다는 것이다. 우리는 현재의 빛에 의지해 어떤 과거를 선택할 것인가. 그렇게 시사(詩史)는 되돌아보며 전진한다.

이 일들을 문학동네는 이미 한 적이 있다. 1996년 11월 황동규, 마종기, 강은교의 청년기 시집들을 복간하며 ‘포에지 2000’ 시리즈가 시작됐다. “생이 덧없고 힘겨울 때 이따금 가슴으로 암송했던 시들, 이미 절판되어 오래된 명성으로만 만날 수 있었던 시들, 동시대를 대표하는 시인들의 젊은 날의 아름다운 연가(戀歌)가 여기 되살아납니다.” 당시로서는 드물고 귀했던 그 일을 우리는 이제 다시 시작해보려 한다.


■ 시인의 말

초판 시인의 말


오,
저 물위를 건너가는 물결들
처럼.

서른넷, 初
장석남


개정판 시인의 말

고맙게도 ‘서른넷, 初’라고 쓴 그 아래에
나란히 이렇게 한번 더 써본다.
‘쉰여덟, 初!’

그 사이를 물끄러미 들여다본다.
여전히 젖은 눈이다.

2022년 3월
장석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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