쑥 - 봄에 대한 첫 기억봄나물 - 아직 땅이 제대로 안 풀렸을 때머위 - 먼 산에 연두색 기운이 둘러쌀 때쯤호박 - 따듯한 봄날에 씨를 넣는부추 - 부드러운 오월의 솔죽순 - 여름이 오기 전가지·오이 - 아침 공기가 보드랍기 그지없는 초여름부각 - 초여름 한낮의 고요한 식사쌀밥 - 여름 모내기철산딸기 - 소나기가 한 줄금 훑고 지나간 초여름 오후메밀 - 유월에서 칠월초쯤방아잎 - 유월 장마철감자 - 모내기철이 얼추 끝나갈 무렵보리밥 - 풍만했던 그 여름의 맛동부 - 불볕 더위계란 - 무더운 여름날의 한낮다슬기탕 - 불볕 더위가 맹위를 떨치는 계절, 칠팔월추어탕 - 가을 걷이 때토란 - 한여름의 토란밭더덕 - 잎이 노랗게 시들기 시작할 때부터감 - 한여름 더위가 시나브로 물러가고고들빼기 - 가을 들녘에서 독야청청 푸른 것시래기 - 찬바람이 설렁설렁 부는 깊은 가을에서 겨울무 - 이렇게 추운 밤에 이렇게 배고픈 밤에고구마 - 겨울밤 간식거리로콩 - 음력으로 이월 초하루께쯤초피 - 가을에 껍질과 씨를 말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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孔善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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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이 글은 먹을거리들의 전설인지도 모른다. 먹을거리에 관한 온갖 언설들이 난무하는 시대에 전설 속의 ‘나의 식재료’들은 고요하다. 또한 이 글은 먹을거리에 관해서 시끄럽게 떠들지 않아도 되었던 시절에 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고요한 시절의 고요한 나의 감자들, 나의 가죽나무, 나의 솔, 나의 쌀들....의 아침과 저녁에 관한 슬픈 보고서인지도. 「재출간에 부쳐, 공선옥」이 책은 「행복한 만찬」으로 십년 전에 출간된 것을 ‘가지·오이’들의 이야기를 새로 덧붙여 새로운 편집과 삽화로 재단장하여 출간하게 되었다. 어머니와의 추억을 공유하며 작가의 따님이 그린 삽화를 만난 것은 다행한 일이다. 진짜 삶을, 먹거리를 통한 추억의 공유가 가능한 일이기 때문이다. 단순한 먹거리만의 이야기가 아닌 자식을 먹이고 키우는 어미의 고된 한해살이를 엿볼 수 있는 것은 이 작품의 재발견이다. 식구들을 먹여 살린다는 진정한 의미에서의 살림을 하는 시골 아낙들은, 일년을 시작하는 봄날에 푸짐한 쑥전을 부치며 한해살이 먹거리를 시작한다. 먹거리 풍성한 여름에는 오히려 비린 것을 곁들인 더 풍성한 밥상을 차려내지 못함을 안타까워하고, 볕 좋은 날에 먹을거리들을 말리면서 자식의 끼니를 곯게 하지 않으려 애쓴다. 풍성한 가을걷이에서도 내년의 삶을 의지할 씨앗 갈무리하고, 거둘 것 없는 들녘에서 돈 살 수 있는 더덕을 찾아 산속을 헤맨다. 가난했지만 먹을거리에 대한 감사와 먹을거리로 나눈 이웃에 대한 배려는 먹을 걱정이 없어진 요즘에는 오히려 찾아볼 수 없게 되었다.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먹거리의 사정은 별반 달라지지 않았다. 형태와 종류는 달라져도 여전히 밥은 우리에게 삶을 살아가게 하는 힘이자 사랑이다. 작가의 유년속의 먹거리들은 지금은 전설 속에서 고요하다. 그래서 그 의미가 더욱 이 시대에 부각된다. 여전히 우리는 밥심으로 산다. 배고플 때, 힘들 때, 밥 한 그릇 뚝딱하면 생기가 오르고 다시 살아갈 힘이 생기듯이, 집밥이든 혼밥이든 밥 그 자체로 소중한고 귀한 것이다. 밥상 앞에서 어머니의 집밥을 떠올리거나 사랑하는 이를 위해 식사를 준비할 때 따뜻하게 한마디 건네보자.“밥은 먹어야지.”“산다는 것은 이런 맛이로구나.”희망의 새순이 돋아나는 봄나물인생의 쓴맛을 알려주는 머구조금이라도 먹어줘야 덜 미안한 죽순메밀나물에 보리밥 비비며 엄마가 웃는다마음까지 정갈해지는 한여름 대사리탕 햇볕과 바람에 꼬들꼬들 마른 시래기먹을 것들이 말라가는 가을 마당이 주는 안도감,메주 쑤는 푸근한 겨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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