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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말
Ⅰ. 총론 이병주 문학과 역사·사회의식 · 임헌영 반성과 성찰, 이병주 문학의 역사의식 -「소설?알렉산드리아」와 『관부연락선』을 중심으로 · 김종회 전통문화의 시각에서 본 이병주의 역사소설 · 김언종 니체, 도스토옙스키, 사마천 - 나림 이병주의 지적 스승들 · 안경환 이병주 문학의 시대성과 자장 · 박성천 한국 대중문학의 정점에 이른 이병주 소설 · 김종회 이병주의 독서와 스토리텔링의 상상력 · 박명숙 나림 이병주의 생애와 문학 · 안경환 Ⅱ. 작가 · 작품론 Ⅱ-1. 역사 소재의 장편소설 연구 이병주의 『지리산』 또는 체험과 허구의 상관성 · 김윤식 『지리산』이 품은 생명의식 · 남송우 이병주 소설과 기억의 정치학 -『관부연락선』을 중심으로 · 손혜숙 이병주의 『관부연락선』과 진주의 사상 · 송희복 이병주의 『바람과 구름과 비』가 놓인 자리 - 제1권의 「서곡」을 중심으로 · 김윤식 불세출의 작가, 이병주 새롭게 읽기 -『낙엽』과 『허상과 장미』를 중심으로 · 김종회 이병주 문학에 나타난 4·19의 문학적 전유 양상 -『허상과 장미』를 중심으로 · 손혜숙 운명 앞에 겸허했던 한 여인의 소망 -『그를 버린 女人』에 나타난 인간 박정희 · 임헌영 Ⅱ-2. 대중성을 가진 장편소설 연구 운명에 관한 한 개의 테마 - 이병주의 장편 『비창』을 중심으로 · 김윤식 ‘원한’의 현실과 ‘정감’의 기록, 『행복어 사전』 · 정미진 풍속소설의 가능성과 한계 - 이병주의 『행복어사전』론 · 정영훈 이병주 문학의 낭만적 아이러니 : 『운명의 덫』 小考 · 임정연 생산지향성 인간상 혹은 콩 심은 데 콩 나는 사랑 · 임헌영 최은희 납치사건을 그린 반(anti) 추리소설 -『미완의 극』의 ‘미완’은 무엇인가? · 이승하 시대와의 불화로 좌절한 사랑 · 김주성 무지개를 좇던 사나이, 그 폐허의 기록 · 손혜숙 Ⅱ- 3. 중·단편소설 연구 진실의 인간적 기록으로서의 소설 · 정미진 단죄의 표상과 나르시시즘 - 이병주 단편소설에 나타난 화자의 심리 · 임종욱 「소설·알렉산드리아」 속의 상징 읽기 · 은미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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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존 한국 작가 중 보기 드문 온갖 체험을 쌓았으면서도 씨는 이런 기록자로서의 아웃사이더의 철학을 터득했기 때문에 엄청난 이야기들을 가까이할 수 있었고, 또한 그런 걸 다룰 만한 인간적 성숙과 깊이를 지닐 수 있었다. 이런 뜻에서 작가 이병주는 험난한 역사의 격랑 속에서, 분단민족사의 각박한 대결 속에서, 그리고 권력과 사회의 부침 속에서 몇몇 불행한 사건을 겪은 이후로는 이 난세를 가장 행복하게(?), 아니 가장 즐겁게 살아가는 작가의 한 사람이 되었다. 모든 역사적 비극이 씨에게는 소설적 자료로 보일 뿐이며, 이를 기록할 능력을 지닌 씨는 적당한 거리를 유지한 채 그 비극적 현장을 가장 면밀하게 관찰할 수 있도록 렌즈를 알맞게 갖다대기 때문에 감히 접근해보지도 못한 작가에 비하여 행복하며, 그 비극에 의하여 희생되어간 사람들에 비하여 즐거울 수가 있는 것이 아닐까.
이처럼 행복하고 즐거울 수 있다는 것 - 역사적 비극 속에서 작가가 즐거울 수 있다는 그 자체가 과연 옳으냐는 문제는 여기서 논할 성질은 아니나, 이것은 이병주 문학을 이해하는 데 약간의 도움을 준다. 그는 승리자의 샴페인은 못 터뜨리나 누옥에서 소주가 아닌 맥주 정도는 마시는 행복을 감수하기 때문이다. 즉 씨가 체험자가 아니고 관찰자적 자세를 견지해왔다는 것은 곧 어떤 문제에 대해서나 초월적 자세(객관적 태도나 인식과는 다르다)를 취한 채 작품을 써왔다는 반증이 되기도 한다. 아무리 주인공들이 비극적인 상황에 처했더라도, 흑은 어떤 “어림도 없는 이야기”거나 민족사적 대과제일지라도, 씨는 그걸 혹은 냉소적으로, 혹은 인생론적으로, 또는 외면하듯이 그 쟁점을 차갑게 비판할 수 있는 처지가 되어버린다. --- p.14~15 작가의 생애가 격동기의 우리 역사를 바탕으로 하고 있고, 작품세계가 파란만장한 굴곡의 생애를 반영하고 있는 만큼, 그의 소설을 읽는 일은 곧 근대 이래 한국 역사의 현장을 탐사하는 일과 다르지 않다. 특히 그가 활달하게 개방된 상상력과 역동적인 이야기의 재미, 그리고 유려한 문장을 구사하는 까닭으로 당대에 보기 드문 문학적 형상력을 집적한 작가로 평가되었다. 뿐만 아니라 활발하게 소설을 쓰는 동안, 가장 많은 대중적 수용성을 보인 작가였다. 그런 연유로 당시에 그를 설명하는 작품의 안내 글에는 ‘우리 시대의 정신적 대부’라는 레토릭이 등장하기도 한다. 세월이 유수(流水)와 같다는 말은 어디에나 적용되는 것이어서, 그렇게 많은 독자를 이끌고 있던 이 작가도 마침내 한 시대가 축조한 기억의 언덕을 넘어가기에 이르렀다. 하지만 그는 결코 잊혀서는 안 될 작가다. 그처럼 역사와 문학의 상관성을 도저한 문필로 확립해 놓은 경우를 발견할 수 없으며, 문학을 통해 우리 근·현대사에 대한 지적 토론을 가능하게 한 경우를 만날 수 없기에 그렇다. 한국 문학에 좌익과 우익의 사상을 모두 망라한 작가, 더 나아가 문·사·철(文·史·哲)을 아우르는 탁발한 교양의 세계를 작품으로 수렴한 작가, 소설의 이야기가 작가의 박람강기(博覽强記)와 더불어 진진한 글 읽기의 재미를 발굴하는 작가가 바로 이병주다. 그의 문학에는 우리 삶의 일상에 육박하는 교훈이 잠복해 있고, 그것은 우리가 어떤 관점과 경륜으로 세상을 살아가야 할 것인가에 대해 유력한 조력자로 기능한다. 때로는 그것이 어두운 먼 바다에서 뭍으로 돌아오게 하는 예인 등대의 불빛이 되기도 한다. --- p.314~315 장편소설 『비창』을 대할 때마다 필자에게는 불현 듯 떠오르는 오래 전의 사건이 하나 있다. 바로 작가 이병주와의 논쟁. 그 첫 번째. 논쟁이라기보다는 작가의 대표작 『지리산』(《세대》 연재, 1972-1977)에 대한 일종의 비판이었다.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이규를 둘러싼 사실적 정보의 오류에 관한 것. 작품에서 이규는 넘버 스쿨 교토(京都) 삼고(三高)의 고학생으로 설정되어 있다. 이런 이규가 문과병류(文科丙類) 입학 구술시험에 임했을 때, 시험관이 일본의 고명한 불문학자 구하바라 다케오(桑原武夫, 1904-1988) 교수라고, 『지리산』은 적고 있다. 그런데 실상 그 당시 구하바라 교수는 오사카 대판고등학교(大坂高等學校)에 재직하고 있었다. 그로부터 몇 년이 지난 후, 비로소 그는 경도 三高로 옮겨 왔던 것이다. 필자는 어느 사석에선가 이 사실을 지적하면서 작가에게 실증적인 차원에서 문제가 있다고 대들었다. 그러자 이병주 씨는 한참동안 나를 멍하니 쳐다보더니, 이렇게 말했다. “김교수, 그렇다면 당신이 한번 본격적으로 「이병주론」을 써보시지 그래.” 당시 팔팔한 나이였던 나는 이를 묵살했다. 내 나름으로는 그를 한갓 ‘대중작가’로 치부했던 까닭에 여기에 매달릴 이유가 없었다. 하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부끄럽기 그지없다. 거대한 실록 대하소설 『지리산』의 전체적 시각에서 보면, 그 같은 작품의 오류는 그야말로 사소한 ‘부분’에 불과한 것. 그보다는 이 작품이 지닌 참된 의미, 그러니까 “실록적 성격과 허구적 성격을 동시에 바라보는 문학적 안목”이 필요했던 것이다. --- p.376~377 |
이병주 선생 타계 30주년 추모 특별기획 연구서
“그동안 이병주의 소설을 두고 우리 한국문학이 연구 및 비평과 평가의 지평에 있어서, 엄연히 두 눈을 뜨고도 놓친 부분이 있는 것이다. 이와 같은 아쉬움과 문제의식 아래, 그리고 지난해 이병주 탄생 100주년에 이어 올해 타계 30주년을 맞아 이 연구서를 펴내게 되었다.” 1992년에 타계한 작가 이병주는, 당대의 한국문학에 보기 드문 면모를 남긴 인물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이병주의 소설을 두고 우리 한국문학이 연구 및 비평과 평가의 지평에 있어서, 엄연히 두 눈을 뜨고도 놓친 부분이 있었다. 따라서 지난해 이병주 탄생 100주년에 이어 올해 타계 30주년을 맞아 이병주기념사업회가 추모 특별기획 연구서를 엮어 『역사와 신화의 행적』이란 제목으로 세상에 내놓는다. 작가에 대한 추모의 정(情)과 념(念)을 다하여 준비한 이 책에는 이병주의 생애와 문학에 대한 총론 8편, 역사 소재의 장편소설 연구 8편, 대중성을 가진 장편소설 연구 8편, 중·단편소설 연구 3편 등 모두 27편의 논문이 수록되어 있다. 이 연구서가 이병주 문학을 읽고 연구하는 동시대의 학자들과 후진(後陣)들에게, 소박하지만 긴요한 하나의 참고자료가 되기를 바라마지 않는다. 역사와 신화의 행적 “이병주는 『산하』의 서문에서 ‘우리의 산하(山河)는 햇빛에 바래면 역사가 되고, 달빛에 물들면 신화가 된다’고 단언했다. 문학비에도 새겨진 이 말은 낮에는 역사를 말하지만 밤에는 신화를 이야기한다는 뜻으로도 읽힌다.” 이병주는 『산하』의 서문에서 “우리의 산하(山河)는 햇빛에 바래면 역사가 되고, 달빛에 물들면 신화가 된다”고 단언했다. 우리의 산하 곳곳에 스며 있는 통한의 역사와 수다한 이야기는 후대들에게는 엄밀한 텍스트와 시정 넘치는 설화로 기억된다는 의미일 터다. 또한 “역사는 산맥을 기록하고 나의 문학은 골짜기를 기록한다”는 이병주의 또 다른 말과도 일맥상통한다. 이병주의 내면에는 작가 이전에 기록자라는 명징한 사명이 드리워져 있었던 것 같다. ‘한국의 발자크’ 이병주 문학정신이 오늘에도 유효한 것은, 창작자 이전에 글을 쓰는 기록자라는 명제를 안고 평생을 소설이라는 무거운 바위를 밀어 올렸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은폐되고 침묵되어온 인물이 되살리는 역사 “역사를 지배적 영웅이나 지배적인 위치에 있는 사람들 중심의 공적 서사 양식으로 보는 이병주는 공적인 역사에서 은폐되고 침묵되어온 인물에 초점을 두어 역사를 다시 기술하고자 한다. 때문에 이병주 소설에서 소환된 개인적 역사체험 기억은 정전화된 공적 역사에 균열을 낸다.” 이병주의 글쓰기는 다양한 기록과 역사체험 기억의 조화 속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창작방법을 토대로 한국 현대사의 문제와 모순을 지적하고, 나아가 역사 다시 쓰기를 시도한다. 이병주 소설에서 개인적 기억은 선택과 조합의 과정을 거쳐 역사를 기록하고 재현하는 수단이 된다. 동시에 공적인 역사에서 배제된 희생자들에 대한 망각에 이의를 제기하고 추모와 애도를 통해 그들을 역사적 공간으로 호출해낸다. 이병주가 문학을 통해 역사를 말하는 방식은 실질적인 자료와 자신의 체험 기억을 병치시키는 것이다. 이를 통해 패배의 기록이나 체험과의 끈을 놓지 않으면서, 권력과 맞서 싸우는 행동과 작용이 좌절되었다 하더라도 그런 결과를 낳게 된 과정에 관한 관심은 충분히 정당화될 수 있다는 것을 표명하기도 한다. 진실을 인간적으로 번역하기 위한 소설 “이병주는 ‘독특한 원근법에 의해 거시와 미시 사이로 유연하게 시점을 이동’할 수 있는 문학이야말로 인간의 실상을 기록하기에 적합한 담론 양식이며, 문학이 ‘인식과 감동으로써 엮어내는 자기 조명’인 동시에 ‘비참한 그대로, 추악한 그대로 그러나 맥맥한 생명감으로써 구원의 구실’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믿었다.” 이병주는 객관적 기록이 기록할 수 없는 원한을 기록하기 위해 허구로서의 소설을 선택했고, 소설의 허구는 거짓으로서의 허구가 아닌 “진실을 인간적으로 번역하기 위”해 필요한 것이며, 인간의 진실을 해치지 않으면서 기록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 ‘정감’이라는 확신을 가졌던 듯하다. 이병주는 자신이 경험하고 인식한 현실을 사실적으로 기록하고자 노력했다. 현실을 사실에 가깝게 재현하여 기록으로 남기는 것이 소설가로서 자신의 책무라고 여겼던 때문이다. 역사를 기록하는 소설가라는 이병주에 대한 작가·작품론을 모은 『역사와 신화의 행적』을 통해 진실을 인간적으로 번역하기 위한 소설을 쓴 대가의 품격을 떠올려보길 기대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