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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막으로 떠난 인어
지병림 소설집
지병림
사막과별빛 2022.0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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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사막으로 떠난 인어 _9
순정 _53
응급약 _77
겨울나비 _115
인어의 꿈 _147
원 써머 나이트 _185
공범 _213
영원한 낙원 _245
겨울 재킷 _269
기내식 _297
[해설] 김종회 : 곤고한 삶의 민낯을 넘어서 _327
작가의 말 _339

저자 소개 1

세계적 명성의 『카타르항공』 객실 사무장. 「산업인력공단」의 국비연수생 과정을 거쳐 『카타르항공』에 입사했으며, 『카타르 월드컵』이 개최되는 2022년에 비행경력 16년 차를 맞이했다. 2014년부터 2017년까지 「K-move멘토링」 카타르 멘토로 활동하며 우수멘토로 선정되는 등, 다수의 방송과 강연을 통해 항공승무원을 꿈꾸는 청년들에게 귀감이 되었다. 저서로 소설집 「사막으로 떠난 인어」, 「매혹의 카타르」, 「아랍항공사 승무원되기」 등이 있으며, 2013년 한국예총 「예술세계」 신인상, 2012년 「아시아 황금사자 문학상」 우수상, 2019년 「재외동포문학상」 단편소설 부문
세계적 명성의 『카타르항공』 객실 사무장. 「산업인력공단」의 국비연수생 과정을 거쳐 『카타르항공』에 입사했으며, 『카타르 월드컵』이 개최되는 2022년에 비행경력 16년 차를 맞이했다. 2014년부터 2017년까지 「K-move멘토링」 카타르 멘토로 활동하며 우수멘토로 선정되는 등, 다수의 방송과 강연을 통해 항공승무원을 꿈꾸는 청년들에게 귀감이 되었다. 저서로 소설집 「사막으로 떠난 인어」, 「매혹의 카타르」, 「아랍항공사 승무원되기」 등이 있으며, 2013년 한국예총 「예술세계」 신인상, 2012년 「아시아 황금사자 문학상」 우수상, 2019년 「재외동포문학상」 단편소설 부문 가작을 수상한 바 있다.

인스타그램 @desertrose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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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2년 05월 15일
쪽수, 무게, 크기
344쪽 | 344g | 128*182*17mm
ISBN13
9791197825699

책 속으로

자그마한 소주잔을 엄지와 검지로 가볍게 들고 웃을 때의 미소는 뭐든 다 들어줄 것만 같았다. 너무 살가운 사람…. 예쁜 사람…. 소주처럼 달달하게 내 마음의 빗장을 녹여주고, 촉촉하게 나를 바라보는…. 장국영을 닮은 그의 눈빛을 언제라도 기꺼이 마주하고 싶었다. 내 앞에 놓인 소주잔을 가득 채워주고 자신의 차례를 기다리는 남자의 눈빛엔 호감을 뛰어넘은 신뢰와 안정감이 어려있었다.
--- p.21

백인 남편은 엄마에게 가방을 사주면서 무한한 우월감을 느꼈을 것이다. 북한처럼 말도 안 되는 나라와 수십 년째 힘겨루기나 하고 있는 엄마의 조국을 측은하게 여기면서 말이다. 본인이 엄마를 수렁에서 구원했다고 믿고 있을지도 모른다. 엄마의 나라에서 이루지 못했던 꿈들을 자신이 얼마나 손쉽게 이룰 수 있는지 증명하느라 신났을 것이다. 오믈렛와 토스트로 아침을 차리고 백인을 닮은 아이들과 잔디를 깎으면서 엄마는 과연 행복했을까? 나를 포기하는 대가로 엄마는 무엇을 얻었을까?
--- p.26

부푼 가슴을 안고 새해를 맞이한 게 엊그제 같은데, 어느새 봄이 훌쩍 가버렸는지 모르겠다. 이제 곧 가을이라니, 잊혀진 여름은 잠시 쉬어 가는 경유지 같다. 환승역…. 아, 아직도 목적지에 이르지를 못했다는 말인가. 봄날 품어보았던 모든 기대와 꿈은…. 너와 하나가 되어 평생 해로하리란 약속은…. 잠깐 쉬어 가는 경유지였을 뿐인가.
--- p.50

“전여친도 승무원 지망생이었어요. 힘든 일이라고 그렇게 말렸는데도 하겠다고 하길래 물심양면으로 뒷바라지했는데, 경쟁률이 엄청나게 높더라고요.” 승무원과 사석에서 만난 일이 별로 없는 모양이다. 승무원과 맞선을 보고 있다는 사실 자체를 매우 신기해하는 게 뻔히 보이는데도 굳이 아닌척하려고 애쓰고 있다. 본인이 무슨 말을 하는지 잘 모를 정도로 앞뒤도 없다. 항공업과 관련된 온갖 인연을 총동원하여 어떻게든 한 수 위에 서보려고 애쓰는 모습이 없어 보였다.
--- p.92

엄마는 오랜만에 만난 친인척의 일원처럼 나를 다정하고 깍듯하게 대했다. 나를 잊은 것은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엄마에게 내가 중요한 사람 같진 않았다. 이제 엄마라면…. 더는 염려하지 않아도 될 것 같았다. 엄마, 행복해…? 엄마가 발라준 새우를 먹다 말고 나는 물었다. 갑자기 눈물이 핑 돌았다. 이러려고 엄마를 보러온 게 아니었는데, 내 마음을 나도 잘 모르겠다.
--- p.110

돌아오는 비행기에서 나는 오랫동안 달을 바라보았다. 해가 떠난 자리를 달이 메꾸고 있었다. 심연과도 같은 검은 우주는 빛을 잃었지만 쏟아지는 별들로 부활하고 있었다. 마지막으로 달을 향해 물었다. 아, 정말 엄마를 되돌릴 방법은 없는 걸까요? 달의 응답을 기다리고 있는데 엄마의 마지막 음성이 귓전을 맴돌았다.
--- p.113

그동안 당신을 바라보는 내 심정이 어땠는 줄 알아? 다락에 감춰둔 홍시가 행여 흠이라도 나면 어쩌나, 누가 훔쳐가면 어쩌나, 늘 안절부절이었어. 그런에 이렇게 당신을 품에 안게 된 지금은 세상을 다 얻은 기분이다. 아, 이제야 살 것 같아…!
--- p.226

상이 차려지자 그는 황제처럼 느긋한 자세로 고고한 식사를 시작했다. 오른손으로 나이프를 쥐고 스테이크를 자른 다음, 왼손으로 포크를 눌렀다. 한 점씩 고기를 입으로 옮기고 여유롭게 씹어 삼키는 그의 눈빛엔 계획과 규율이 담겨 있었다. 앞으로 순차적으로 진행시킬 일들과 그에 소요될 에너지의 분배를 어떻게 할 것인가? 다 생각이 있다는 얼굴이었다. 함께 마주 앉아 밥을 먹어줄 사람 따윈 개의치 않는 눈치다.

--- p.325

출판사 리뷰

‘기내에서 통증을 호소하는 산모에게 응급약을 투여하면서, 어머니의 삶을 용허하고,
자신의 배우자를 받아들이는 과정을 자신의 업무와 연관지어 플롯화한 기법이 뛰어나다. ‘
(제21회 재외동포문학상 소설 부문 심사평)

[사막으로 떠난 인어]는 소설가 지병림의 첫소설집이다. 2003년 한국예총,『예술세계』를 통해 등단하면서 여러 문예지에 작품을 발표했지만, 2007년에 아랍항공사에 적을 두기 시작하면서 코리안 디아스포라의 현실을 개척하기 위해 고군분투해야했다. 작품을 발표할 기회가 자연스럽게 줄어들었지만 작가는 한국인의 정체성을 지키는 마음으로 소설을 손에서 놓지 않았다. 현실과 이상의 괴리, 지켜야 할 정체성과 가치, 한국인으로서의 책임감. 그녀는 무엇 하나 쉽게 포기할 수 없었다. 비행을 하면서 소설을 쓰는 과정은 분명 고되지만 소설을 쓰고자 하는 사고의 힘으로 작가는 일탈없는 삶을 운항할 수 있었다.

지병림의 이번 소설집에는 모두 열 편의 작품들이 수록되어 있다. 그 가운데 「인어의 꿈」, 「겨울 재킷」, 「응급약」은 수상작이다. 그 외의 일곱 작품들은 작가가 문예지에 꾸준히 발표해 온 작품들과 비행을 소재로 집필한 작품들이다. 지병림은 재외국민이자 여성으로 오랜 세월 해외에 거주하면서 지켜온 한국인으로서의 정체성과 사명감을 작품으로 승화시키고 있다. 표제작인「사막으로 떠난 인어」는 결혼과 함께 안정된 생활을 보장했던 남자를 버리고 거품으로 사라진 여자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작가는‘거품이 되어 사라진 인어처럼, 갑과 을의 관계에서 소멸함으로써 새로운 세상을 만날 수도 있다’고 말한다.

‘지병림의 이 소설집에 실린 10편의 단편 가운데 작가의 특정한 직업적 체험을 반영하여 화자가 항공사 승무원으로 등장하는 작품은 세 편, 그리고 승무원 지망생들의 문제적 실상을 다룬 작품이 한 편이다. 표제작 「응급약」의 화자는 직업 군인이었다가 퇴직한 후 가정폭력의 대명사처럼 변한 아버지, 그 아버지와 딸을 버리고 뉴질랜드로 도피하여 지금은 유복한 생활을 누리고 있는 어머니, 그리고 그다지 볼품없고 어쩌면 아버지의 판박이 같은 남자와의 관계망을 가진 소설이다. 지병림 소설의 서사 원형을 보여주는 이 작품에서, 화자인 윤이가 승무원이 된 것은 그 어머니를 찾으려는 의욕이 바탕에 있다. 그러나 다시 찾은 어머니는 이미 화자가 바라던 어머니가 아니다.

“때론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삶이 덜 고통스러운 법이란다. 넌 고통이 뭔지 모르지? 죽지 못해 달아나고 싶게 만드는 고통을 너는 아직 모르지…. 얘야, 인생을 바꾸려고 너무 애쓰지 말아라…. 나는 그럭저럭 괜찮단다. 그러니까 너도 보란 듯이 잘 살렴…. 알았지?”
- 「응급약」 중에서-

다시 만난 어머니의 말이다. 화자는 세상에 인력으로 어찌할 바가 없는 ‘운명’이라는 것이 있다는 생각을 한다. 비록 여리고 불분명하긴 하지만 이와 같은 각성의 뒤끝에서 화자는, 쏟아지는 별 사이에 가로등처럼 우뚝 선 달을 바라보며 반드시 당도해야 할 최종 목적지가 있다는 다짐을 하고 있다. 이러한 소설적 자아정립의 표현은 글쓰기가 곧 자기 구원의 길임을 반영하는 레토릭이다. 이와 같은 창작 방식은 유사한 패턴을 가진 작품 「겨울 재킷」이나 「기내식」에도 그대로 적용된다.「겨울 재킷」의 중심인물 ‘냥’은 승무원 숙소에서 동료‘미란’과의 여러 일상을 공유하고, 탐탁찮은 남자‘준’이 있으며, 겨울 재킷이 필요하다고 성화인 새로 온 경비직원을 응대해야 한다. 냥은 여러 생각의 부유(浮遊)와 갈등의 단계를 지나 소설의 말미에서 결국 경비의 아내에게 줄 선물로 재킷을 접어 상자에 담는다.

「기내식」의 승무원 숙이는 기내에서 프리미엄 승객들의 식사 시중을 함께 하는 동료 히얌 그리고 예의 그 신통찮은 ‘남자’ 윤수 등을 동반하고 있다. 비교우위에 있는 다른 사람의 식사를 돕는 것이 본분인 만큼 화자 자신의 식사는 열악하기 그지없다. 윤수를 만나고 온 것은 전혀 위안이 되지 않는다. 화자가 새 힘을 섭생하는 것은 마침내 현실의 자리로 돌아와 자신의 음식으로 몸 안의 신진대사를 돌볼 때이다. 좀 급격한 이야기의 행보(行步)이기는 하나 ‘나’는 새로운 삶의 결의를 충전한다.「겨울 나비」는 승무원 지망생들이 겪는 힘겨운 구직의 형편, 그 와중에서 고등 사기 수법으로 이들을 절망케 하는 일당, 이를 고스란히 바라보며 당하는 화자 ‘정연’의 이야기이다. 이 소설은 이러한 사회악의 진행을 이야기의 흐름에 따라 보여주는데 그치지 않고, 소설을 쓰려는 화자의 심리적 욕망을 교묘하게 악용하는 전혜영이란 인물을 그려 보인다. 대학 강사이며 외국어에 능통하여 승무원 임용 심사위원으로 나오는 이 ‘악녀’의 행위 반경을 매우 생생하고 실감 있게 형상화한다. 그 형상의 디테일이 강한 공감을 불러오는 만큼 이 소설의 설득력이 살아난다. 이처럼 지병림의 소설, 특히 비행과 승무원을 소재로 한 소설들은 숱한 ‘잉여인간’가운데서 화자가 자기 정체성을 찾아가는 소설 문법을 드러낸다. 여기 이 소설에서도 화자는,‘모든 질문의 해답을 찾는 것 순전히 내 몫이란 사실’을 확인한다. 항공기 승무원과 비행, 그리고 그 일에 결부된 개인사 및 가족사의 동통(疼痛)을 그리는 지병림의 작품들은 이러한 새로운 소설 유형으로 한국 문학에 하나의 새로운 지평을 열고 있다.’-김종회(문학평론가)-


우리 인간은 태양이 작열하는 사막에 떨어져도 결코 말라죽지 않는다. 말라죽는 자는 약자이고, 살아남는 자는 강자이다. 물을 찾아헤매는 건 우리 인간이 갖고 있는 본능이다. 우리의 삶은 본능에 따라 운항되도록 설계되어 있다. 어떠한 척박한 현실이나 벽 앞에서도 우리 인간은 늘 희망을 갈구하는 법이다. 그리하여 우리는 사막 한가운데 빌딩을 올리고 헬기와 항공기를 띄우며 또 하나의 웅장한 세계를 이루어냈다. 지독한 본능은 끝까지 지켜야 할 가치와 미래를 개척하려는 자들만이 탐닉할 수 있는 전유물이다. 열사의 땅에 혈혈단신으로 입성하여 한국인 디아스포라의 현실을 개척해온 지병림은 작품은 곤고한 삶의 민낯 앞에서도 우리가 지켜야 할 삶의 고고한 가치를 깊은 울림으로 상기시키고 있다.



강의실에서 눈을 반짝이며 문학수업을 열심히 듣던 20살 청춘은 세월이 흐른 후에 첫 소설집을 펴냈다. 그때 그 강의실 교탁에 있었던 나로서는 참으로 흐뭇한 일이다. 『사막으로 떠난 인어』를 읽으니, 하늘과 문학이라는 두 가지 단어가 마음에 진하게 남는다. 이 책에 세계 곳곳을 누비는 저자의 오랜 비행 체험이 생생하게 녹아 있다는 점, 문학에 대한 순정과 어떤 문학적 환상과도 거리를 둔 냉철한 시선 사이의 팽팽한 긴장이 살아있다는 점 때문이리라. 이제 작가로서 본격적으로 출발하는 저자의 여정에 예기치 않은 행운과 설렘이 함께 하길 기원하는 마음이다.
- 권성우 (숙명여대 한국어문학부 교수)

항공기 승무원과 비행, 그리고 그 일에 결부된 개인사 및 가족사의 동통(疼痛)을 그리는 지병림의 작품들은 이러한 새로운 소설 유형으로 한국 문학에 하나의 새로운 지평을 열고 있다.
- 김종회 (문학평론가)

기내에서 통증을 호소하는 산모에게 응급약을 투여하면서, 어머니의 삶을 용허하고, 자신의 배우자를 받아들이는 과정을 자신의 업무와 연관지어 플롯화 한 기법이 뛰어나다.
- 제21회 재외동포문학상 심사평

이번에 지작가가 소설집을 낸다는 소식을 듣고 무척 반가웠다. 해외에 나가 항공 승무원으로 근무하면서도 꾸준히 작품을 쓰고 있었다는 사실이 사뭇 놀라웠다. 아무쪼록 이 소설집이 널리 읽혀지기를 기원하며, 이를 계기로 지작가의 문학이 더욱 넓어지고 깊어지기를 기원한다.
- 이광복 (한국문인협회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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