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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말 8
1부 소국 13 교정과 초여름의 작은 과실들 14 노르웨이 앤서니에게 15 봄밤 16 시지프스 18 우리 가끔 만나서 21 메타세쿼이아 끝이라 부른다면 22 복숭아 판타코타식 사랑 고백 24 마지막 문학 선생님 27 내일은 유원지에 가자 물푸레나무가 희망적인 29 내가 슬퍼할까 당신이 먼저 말해주는 것들 30 바움쿠헨과 연인들 32 어느 감귤과 레몬 옐로 그러므로 식사와 사랑 34 산책하는 마음 36 나의 산문집 38 2부 영원이며 들녘인 43 들녘엔 어둠을 따라가지 못한 영혼이 남겨지고 44 너 없는 불행으로 내린 눈이 설국이 될 때 46 시월의 포플러 48 혼탁한 계절 51 모든 고통으로 지은 집 52 식물잠 54 마지막 산책 55 만난 적 없는 사람 57 정체 감각 58 그를 삭제하는 가장 간단한 방법 60 펄프 포엠 62 권총과 장미 64 분명 어젯밤이었을 67 공기 인형 춤 68 3부 민감증 72 공주 모험 괴담1 74 공주 모험 괴담2 76 왕자 모험 괴담1 78 왕자 모험 괴담2 80 성과 섬 82 바바리맨 앤 바바리걸 84 캠프 87 이상형 애인 88 그녀를 이용해 그녀를 무너뜨릴 그의 전략 89 다정큼나무 90 판타지 소년 소녀 92 큐티 프리티 걸스 앤 힙합 94 신소녀장전(新少女長展) 97 4부 조난의 자세 102 우울섬 조난 일기 104 얕은 물 107 각본 탈출 108 장서점검 110 분열 코드 21 112 크럼핑 114 금서 116 거룩한 오판 118 이거 재채기에요 120 미래의 책 122 고백하건대 트랙을 도는 밤이었어요 123 건망증 나라에서 온 언니 12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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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시작한 이야기는 당신의 귀에서 마무리되고
당신이 시작한 이야기는 제가 간직하면 어떨까요 코너에 코너가 있고 맞은편에 맞은편이 있고 건너편에 건너편이 있는 골목과 거리를 함께 걷다 보면 우리에게 어떤 신발과 대화가 잘 어울릴까요 제게 빨강 단화가 있어요 늙고 해졌지만 당신이 이걸 본다면, 어디서든 알아볼 수 있을 것 같거든요 당신의 검정 스니커즈가 왼발이 먼저 나가는지 오른발이 먼저 나가는지 날씨는 예정대로 맑다가 예보대로 차차 흐려질 것인지 저는 그런 게 궁금하거든요 --- p.21 「우리 가끔 만나서」 중에서 검정 코트 입고 빨간 우산 하나 나눠 쓰고 새하얀 거리를 걸어줄 수 있는지 낡은 엽서 한 장을 꺼냈다 당신은 내가 반드시 되찾을 풍경이라고 소격해진 사이였다 어떤 안부도 당신을 무겁게 해서는 안 되고 함박눈 내린 회양목 숲의 초입에서 기다리겠다는 것은 슬픔의 모든 다른 언어였다 --- p.51 「혼탁한 계절」 중에서 당신 복면 안으로 욕이나 해대는 줄 알았는데 노래도 흥얼거릴 줄 알았네요 실연당한 얼굴일 줄 알았는데 감미로운 웅덩이를 담아두고 있었네요 두렵고 아름다운 소리를 낼 수 있는 줄 몰랐어요 당신 파란만장하거나 우격다짐을 뱉을 줄 알았는데 무언가를 호소하고 있더군요 귀가 선호하는 활자의 리듬이 무엇인지 정확히 알고 있는 것처럼 이것은 귀의 문제 소리의 문제 아니면 마주침의 문제 귓가를 떠나지 못한 소리로 부작용을 앓고 있어요 입으로 귀를 만지면 기분이 좋나 보군요 당신의 노래는 왜 이렇게 길고 긴가요 다정하고 뜨거운 침 그게 나의 귀를 찌르나요, 아니면 마음을 찌르나요* --- p.72 「민감증」 중에서 예언과 목숨 아직은 때가 되지 않은 목숨은 제물 단상에 올라가 헛기침을 하는 두 쪽으로 갈라지는 책 무엇이 적혀 있을까에 대한 사람들의 소문과 웅성거림 보잘것없는 문장 어느 터키 잡상인이 소개하는 한 권 펼쳐 본 순간 알게 된다 미래를 적어 놓았구나 첫 장엔 이렇게 적혀 있다 부름이라기엔 절박했던 혼잣말 터키 잡상인은 말한다 유일한 질문으로 시작된 말씀 출처를 알 수 없는 낡고 강한 신념 결국 손에 쥔 책 몰락하는 황혼 아래서 --- p.122 「미래의 책」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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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 『복숭아 판나코타식 사랑 고백』은 총 4부로 구성되었다.
1부에서는 사랑을 이야기하려 했으나 사랑에 대해 반성하게 되었다. 울창한 반성에서 비롯되었으나 그 안에 숨은 욕망이 있고 그 욕망과는 별개로 온기를 갖게 되었으니 새의 화음, 꽉 찬 바람, 그리고 그 순간을 반복할 수 있는 서정적인 위안과 사랑을 구워냈다. 2부에서는 좋을 수 있었으나 좋지 못했던 시절들에 대하여, 결핍과 결렬에 대해 아파하게 되었다. 집요하며 편집적인 자기만의 추악과 상처받는 순간 기립하는 혐오적 징후에 관한 정서이기도 하다. 만나지 않았으면 좋았을 관계들의 뒤틀린 속내, 추락하는 울음들을 기보했다. 3부에서는 관능적이오나 관능을 거부당했을 굴욕에 대해 민감하게 파고들었다. 개폐되는 성적인 것들 벗겨지는 순간 도래하는 인간적인 수치심은 누구나의 몫으로 나눈다. 외설적이며 나체적인 것, 냉대과 냉담. 최후로 잦아드는 울림은 누군가 언젠가 겪었을 형태의 감각이다. 이불 안에서 사적으로 망상하는 인간. 진실과 진리를 찾기 위한 여정을 포커싱하여 조심스럽게 담았다. 4부에서는 1,2,3부적이지 않은 것이 담겼다. 오래도록 고립되었던 인간의 순수하면서도 그늘진 심보. 나서고 싶으나 나서고 싶지 않은 작용과 반작용의 세계. 드러내고 싶으나 숨고만 싶은 모순의 층계참. 어떤 세계가 있고 어떤 희망과 절망이 있고, 그런 것들이 불투명하게 색감화된 순간을 현상했다. 각 부가 전부 저자의 오해에서 비롯된 엉망의 세계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