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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원시와 광시곡
유용태
이산 2000.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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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산의 책

책소개

목차

한국어판 서문: 좁은 의미와 넓은 의미의 농민학

서론: 농민, 농민학과 농민사회의 현대화

1장 여산의 진면목: 봉건사회란 무엇인가
농민과 봉건사회
문제가 될 것 같지 않은 문제
마오쩌둥과 량수밍의 논쟁이 남긴 문제들
마르크스의 봉건사회관에서 농민적 봉건사회관으로

2장 관중 농민사회 분석
봉건사회의 관중 모델
지주계급이 없는 관중 농촌
소작이 없는 관중 농촌
관중의 봉건관계

3장 관중 모델의 사회역사적 기원과 종법농민 연구에서의 이성의 재건
1920∼1940년대의 관중 모델
청대의 관중 모델
분산된 토지소유와 토지유통
자연경제 속의 경영지주와 과밀화 문제
관중 모델의 몇 가지 배경
관중 모델의 경험적 의의와 논리적 의의

4장 속박과 보호의 협주곡: 봉건관계의 세 요소
자연경제와 명령경제
종법공동체 속의 공과 사
인신예속관계: 강제된 부자유와 자발적 부자유
속박과 보호의 광대한 그물망

5장 빈곤 속의 평균: 종법시대의 사회계층
등급분화와 계급분화
종법소농의 분화와 차야노프 순환
종법적 사회의 분화유형과 그 정량분석

6장 자유봉건주의론에 대한 질의: 중국 봉건사회의 특질문제
아시아적 생산양식, 상업자본주의, 자유봉건주의
가족-국가 일체의 종법공동체와 사유재산
가짜 상품경제와 소작제
봉건공동체의 세 형태
겸병억제: 단지 하나의 기만인가

7장 농민의 세번과 농민의 방데: 봉건사회에서의 농민의 위치
농민의 이중성에 대한 질의
필사적으로 속박에서 벗어나려는 사유자: 농민의 혁명성
보호를 갈구하는 공동체 성원: 농민의 보수성
종법농민의 계층: 등급분석
농민과 민주혁명: 동력인 동시에 대상

8장 다루기 힘든 계급과 그 심리: 종법농민 문화의 사회통합
동양형 질투와 기타: 종족문화관과 사회문화관
아Q의 나쁜 근성: 종법공동체 문화통합 속의 농민문화
도시 속의 촌락: 도시인의 농민의식
농민문화와 문화를 가진 농민: 중국 지식인의 전통심리

9장 구체적 농민과 추상적 농민의 이중적 가치체계
종법농민사회 가치취향의 이중성
반농민적 농민 영수 문제에 대하여
농민 민주주의와 근대 민주제도의 상이한 가치기반

10장 인성의 위축과 인정의 팽창: 농민문화의 윤리관 분석
인성과 인정
빈농의 ‘성 자유’와 예교의 성 속박
인정 동심원과 농민사회의 정보 전파 유형
가족 응집력의 수수께끼
인정 동심원의 해소와 혈연조직의 현대화

11장 비이성: 농민의 사유방식 분석
중국문화는 일종의 이성문화인가
이성적 소농과 농민의 비이성
종법농민에게서 나타나는 비이성의 각종 유형

12장 농민의 과거, 현재, 미래
고전소농과 고전문명
메이 플라워 정신과 미국식 현대화의 길
광의의 민주혁명과 농민국가의 사회주의적 개조
엄중한 교훈
포스트모더니즘 시대의 농민개조 문제와 사회주의 민주혁명의 두 가지 전망

결론: 전원시에서 광시곡으로

저자 소개1

유용태

 
서울대학교 사범대학 역사교육과 교수. 연세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중국 난징대학 박사후연구원과 미국 프린스턴대학 방문연구원을 지냈으며, 한국중국근현대사학회 회장을 역임하였다. 주요 저서로 『직업대표제, 근대중국의 민주유산』(2011; 중문판 2017), 『동아시아의 농지개혁과 토지혁명』(2014, 편저), 『한중관계의 역사와 현실: 근대외교, 상호인식』(2013, 편저), 『함께 읽는 동아시아 근현대사』(2011, 공저; 베트남어판·중문판 근간), 『환호 속의 경종: 동아시아 역사인식과 역사교육의 성찰』(2006; 일문판 2009), 『지식청년과 농민사회의 혁명: 1920년대
서울대학교 사범대학 역사교육과 교수. 연세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중국 난징대학 박사후연구원과 미국 프린스턴대학 방문연구원을 지냈으며, 한국중국근현대사학회 회장을 역임하였다. 주요 저서로 『직업대표제, 근대중국의 민주유산』(2011; 중문판 2017), 『동아시아의 농지개혁과 토지혁명』(2014, 편저), 『한중관계의 역사와 현실: 근대외교, 상호인식』(2013, 편저), 『함께 읽는 동아시아 근현대사』(2011, 공저; 베트남어판·중문판 근간), 『환호 속의 경종: 동아시아 역사인식과 역사교육의 성찰』(2006; 일문판 2009), 『지식청년과 농민사회의 혁명: 1920년대 중국 중남부 3성의 비교연구』(2004), 『전원시와 광시곡: 중국의 농민사회 연구』(2000, 역서) 등이 있다.

유용태의 다른 상품

저자 : 쑤원
쑤원은 1954년 중국 시안(西安)에서 태어났다. 란저우 대학 외국어학과(러시아어 전공)와 대학원 역사학과(소련·동유럽사 전공)를 졸업한 후 산시사범대학 역사학과 부교수를 지냈다. 친후이의 부인이며, 현재 중국공산당 중앙편역국(中央編譯局) 세계사회주의연구소 러시아연구센터 연구원이다. 저서로 『농촌코뮌, 개혁과 혁명』 등이 있다.
저자 : 친후이
친후이는 1953년 중국 광시(廣西) 성에서 태어났다. 15세 때 아버지가 지식분자라는 이유로 농촌에 하방되어 9년간 농사를 지었다. 란저우(蘭州) 대학의 대학원에서 중국경제사와 사회사를 전공한 후 산시사범대학(陝西師範大學) 역사학과 교수를 지냈으며, 현재 베이징의 칭화(淸華)대학 역사학과 교수이다. 저서로 『밭가는 자의 말: 농민학 문집』, 『문제와 주의: 친후이 문선』 등이 있다.

품목정보

발행일
2000년 04월 30일
쪽수, 무게, 크기
464쪽 | 148*210*30mm
ISBN13
9788987608136

책 속으로

요컨대 신비주의 비이성, 낭만주의 비이성, 경험-직관주의 비이성은 종법농민의 비이성 사유의 세 가지 주요 형식이다.

--- p.369

나는 존재한다, 고로 나는 생각한다, 바로 거기서 ‘문제’가 생겼다.
나는 생각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 바로 거기서 ‘주의’가 생겼다.

5·4운동 이래 중국 지식인은 ‘주의’와 ‘문제’의 두 방면에서 열심히 길을 찾고 있다. 5·4운동은 본래, 크기는 하지만 합당하지 않고 그 함의도 불분명한 개념인 ‘문화’운동이라기보다는 중국인(지식인을 대표로 하는)이 솔직하게 주의를 말하고 문제와 직접 맞부딪치는 운동이라고 해야 옳다. 당시 후스(胡適)와 리다자오(李大釗)가 ‘문제인가 주의인가’라는 논쟁을 벌인 적이 있다. 그러나 사실 이 두 사람을 비롯한 5·4엘리트들은 대부분 주의를 말하고 동시에 문제도 말했다. 단지 차이가 있다면 주의가 달라서 문제에 대한 인식과 해답이 달랐다는 것뿐이다.

그로부터 80년이 지나 세기가 바뀌고 새 천년이 열리는 오늘의 중국은 여전히 대변혁의 시대에 놓여 있으니, 솔직하게 주의를 말하고 문제와 직접 맞부딪치는 정신이 필요하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분명 문제를 회피하는 주의의 설교는 공소할 뿐이고, 주의가 결여된 문제의 연구는 사실나열의 학문에 불과하다. 이와 같은 학문은 과거에도 그랬던 것처럼 앞으로도 있을 수는 있겠지만, 공소화와 사실나열에서 벗어나려는 ‘문제와 주의’의 토론은 분명히 중국 사상계의 희망이다.

--- 한국어판 서문 중에서

1.
20세기를 마감하면서 여기저기서 금세기의 역사적 대사건들을 꼽아 회고했다. 그 사건들 중에 중국혁명은 늘 끼여 있었다. 이제 중국혁명이 일어난 지 반세기가 지났고, 그것과 상반되는 듯한 ‘또 하나의 혁명’ 또는 ‘제2혁명’으로도 일컬어지는 개혁·개방을 추진한 지도 20년이 되었다. 농민을 주력으로 한 항일전쟁과 신민주주의 혁명의 승리로 새로운 중국이 수립되고 농민은 이 과정에서 가장 큰 역할을 담당한 것으로 인정되었다. 그런데 생산력 증대를 최우선으로 추구하는 제2혁명에서는 농민이 어떤 주된 역할도 담당할 수 없다는 현실인식이 자리잡으면서 역사상의 농민과 농민운동에 대한 해석도 판이하게 달라지고 있다. 가령 역대 모든 농민반란은 생산력을 파괴하여 중국사의 정체(停滯)를 가져온 주범이라 하거나 당대 중국사회 봉건주의의 근원으로 농민 소생산자의 이데올로기와 심리구조를 지목하는 견해가 큰 반향을 불러일으킨 것이 그 예이다.

현실의 필요에 따라 역사해석이 달라지는 것은 흔한 일인데 중국인이 농민을 어떻게 보든 그게 우리와 무슨 상관이고 우리에게 무슨 의미가 있는가. 그러나 이것은 현대 중국 50년의 문제일 뿐만 아니라, 러시아·중국을 포함하여 농민을 주력으로 노농동맹에 의해 진행된 20세기의 여러 혁명과 사회주의의 문제로 직결된다. 그래서 이것은 이 모델을 따른 북한 사회주의의 문제이기도 하다. 또한 형식상 이와는 정반대의 모델을 따라 자본주의를 추진하긴 했지만 우리로서도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중요한 문제이다. 과거는 물론 지금도 우리는 중국과 너무나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고 서로에게 많은 영향을 주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처럼 농민과 농업을 기초로 한 국가에서 제기되는 농민문제라면 그것은 더 이상 농민의 문제가 아니라 기본적으로 사회 전체의 문제이다. 만약 중국에 관한 체계적인 연구를 ‘중국학’이라고 한다면, 중국학의 핵심은 사실상 ‘농민학’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 점에서 정체와 봉건주의의 책임을 농민반란이나 농민 소생산자의 탓으로 돌리기보다는 농업사회와 이에 기초한 사회정치체제의 산물이라는 관점에서 새롭게 분석할 필요성이 제기되는 것이다.

『전원시와 광시곡』은 이런 문제의식에 충실한 중국인 자신의 연구서인 秦暉·蘇文, 『田園詩與狂想曲―關中模式與前近代社會的再認識』(北京: 中央編譯出版社, 1996)을 완역한 것이다.

2.
이 책은 15세의 중학생이 문화대혁명 때 농촌에 하방되어 9년간 농민이 되었던 체험을 바탕으로 문화혁명과 중국혁명의 사회역사적 원인을 중국사회 내면으로부터 찾아보려는 치열한 자기성찰적 연구라 할 수 있다. 나는 난징 대학에서 박사 후 연구를 하던 1997년 가을 어느 서점에서 이 책을 구입해 읽었는데, 처음에는 부제에 보이듯 ‘전근대 사회’(사실상 농민사회)에 대한 새로운 해석이 대단히 인상적이었지만 책장을 넘길수록 점차 이 책이 중국 현실사회의 운행 메커니즘을 해명하기 위한 연구임을 깨달았고, 자신의 체험을 바탕으로 한 문제의식을 이처럼 냉정하게 이론적 실증적 연구로 승화시킬 수 있는가 하는 생각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문화혁명을 일으켜 자신의 청춘을 앗아간 권력자들에게 분석의 칼을 겨누기는커녕 손톱만큼의 반감도 드러내지 않는 냉정함 속에, 중국의 농민학 이론체계를 세우려는 지은이의 학문적 열정이 뚜렷하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지은이는 문화혁명을 정책결정자의 좌경 탓으로 돌리지 않고 전근대사회의 운행 메커니즘이 극복되지 않은 결과로 이해한다. 그의 이런 견해는 고도의 이론적 추상분석과 역사적 실증분석에 의해 뒷받침되고 있다. 그의 이론 도구는 사회주의 원전에서부터 차야노프 등 인민주의 문헌은 물론 마르크 블로크의 아날역사학, 레비 브륄의 문화인류학, 테오도르 샤닌 등의 농민학을 비롯한 20세기 서양 사회과학이론을 아우르며, 그의 역사자료는 경전, 각 시기의 토지대장, 지방지, 비문, 구전 민요, 민간속어, 소설, 토지혁명 당안 등 외국인이 충분히 구사하기 어려운 것들을 두루 포괄한다. 분석시야도 매우 넓어서 시간적으로 고대부터 근현대를 거쳐 당대의 개혁·개방 시기를 아우르고, 공간적으로 중국의 농민문제에 중심을 두되 각 시기의 서양사회(러시아와 구소련, 동·서 유럽, 미국 등)를 비교하는 방식으로 넘나든다. ‘농민학’(peasantology)이란 공학적 관점에서 농민을 연구하는 농학과 달리 인문학적 관점에서 농민사회를 연구하는 학문을 가리킨다. 따라서 이 책은 흔히 전문분야 별로 진행된 기존의 혁명사나 경제사·문화사 연구와 달리 각종 인접 학문을 가능한 한 폭넓게 종합한 농민사회의 전체사를 추구한다. 분석에 동원된 이론과 자료가 광범한 까닭도 여기에 있다.

이 책은 먼저 ‘농민’의 어원과 그 의미를 확인하는 것에서 시작하여 농민의 생존배경으로 거론되는 봉건사회의 개념과 사회관계를 재검토한다. 그리하여 봉건사회의 본질은 토지소유관계나 군사적 충성관계가 아니라 인신의존관계이며 이것을 체현한 사회형태가 ‘종법공동체’(여기서 ‘종법’은 ‘가부장적’을 뜻한다)라고 주장한다. 또 개인에 대한 공동체의 속박-보호 유대가 봉건사회 인신예속의 근원임을 밝힌 다음, 중국 봉건사회를 실증분석하여 자작농 위주의 ‘관중 모델’과 소작농 위주의 ‘타이후 모델’로 나누고 어느 모델이든 종법공동체의 인신의존 관계를 본질로 했음을 실증한다. 이를 바탕으로 종법사회의 구조와 유형, 경제운용, 가치관념, 윤리원칙, 사유방식 등이 서로 어떻게 유기적인 체계를 형성하고 전원시처럼 화목하고 엄숙한 선율 속에 운행되었는지를 깊이 있고 흥미롭게 보여준다.

전근대사에 대한 이런 이해를 바탕을 전제로 했을 때 20세기 사회주의는 어떤 모습으로 나타날까? 우선 러시아혁명이든 중국혁명이든 모두 지주소작제를 봉건제로 보고 지주 타도, 곧 공동체 수장의 교체에 그쳤을 뿐 종법공동체 자체를 타파하는 데까지 나아가지 못한 한계가 분명히 드러난다. 당시 대중은 공동체 수장들의 사욕 추구로 인해 약화된 공동체 성원에 대한 보호기능을 회복·강화하려는 목적에서 혁명에 참가했고, 상품경제가 미숙한 조건에서 혁명 지도부도 종법공동체의 엘리트 문화를 체현했기 때문에 그 대중문화를 체현한 농민의 한계를 근본적으로 넘어설 수 없었다는 것이다. 따라서 소비에트식 전체주의나 인민공사식 평균주의는 모두 정책결정자의 교조주의 탓이라기보다는 종법공동체의 산물로 이해된다.

결국 지은이가 볼 때 ‘20세기 사회주의’는 사회주의가 아니라 농민사회주의(인민주의)이며 그 본질은 봉건주의이다. 러시아도 중국도 종법공동체 봉건주의를 타파하는 사회주의 민주혁명의 1단계에 머물렀으므로 당면한 중국의 과제는 이 혁명의 2단계를 완성하는 것, 곧 이런 토양과 문화를 철저하게 혁명하는 것이며 중국의 고난과 희망이 여기에 달려 있다고 결론짓는다. 이를 문학적으로 응축한 표현이 ‘전원시와 광시곡’인데, ‘전원시’는 종법공동체 성원의 목가적 분위기를 상징하며 ‘광시곡’은 그 속박-보호 관계를 타파하고 독립된 자유인의 활력 넘치는 생활을 상징한다.

--- 옮긴이의 말 중에서

출판사 리뷰

중국은 20세기에 세계의 그 어떤 나라보다도 격렬한 변화와 혁명을 경험한 끝에 인민공화국을 수립했고, 지금은 지구상에서 가장 강력한 사회주의 국가가 되었다. 특히 1980년 이후, 과거에는 유례를 찾아볼 수 없을 만큼 적극적이고 저돌적으로 개혁개방정책을 추진해 왔다. 이른바 ‘현대화’로 표현되는 이 변화는 12억 중국인에게 엄청난 충격을 주고 있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중국 정부가 그토록 강조하는 ‘현대화’로 인해 사회주의 혁명 이후 수면 아래 잠자고 있던 과거 봉건사회의 잔재가 한꺼번에 떠올라 중국은 큰 난관에 봉착해 있다. 문제의 심각성을 드러내는 말들이 바로 ‘관시’(關系), ‘다궈판’(大過飯)공동체, ‘철밥통’(鐵飯碗)이다. ‘관시’란 능력이나 공정한 경쟁을 통해 사회가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지연·혈연·권력에 의해 좌지우지됨을 말하며, ‘다궈판’은 원래 “큰 가마솥에 밥을 지어 다 함께 나눠 먹는다”는 평균주의를 뜻하지만, 오늘날에는 모든 것을 국가에 의존하는 소극적이고 수동적인 체질을 비유한 말이다. ‘철밥통’은 떨어뜨려도 깨지지 않는 밥그릇을 의미하는데, 일단 직업을 얻으면 전직이 불가능한 대신 일을 잘하든 못하든 관계없이 일정한 시간이 지나면 자동으로 승진되는 관행을 가리킨다. 그렇다면 ‘현대화’를 지상과제로 삼고 총력을 경주하는 중국사회에 왜 이렇게 비합리적이고 비능률적인 전근대적 행태가 만연하게 된 것일까? 지은이는 바로 이런 현실적인 문제의식에서 출발하여 중국의 역사와 현실사회를 분석하고 비판한다.

현재 중국은 12억 인구 가운데 9억이 농민이니 농민국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설령 언젠가 중국 인구의 대부분이 농민이 아닌 시대가 온다 하더라도, 현재의 감소 추세라면(1981년과 1985년 사이에 불과 0.3% 감소했다), 그것은 언제가 될지 모를 아주 먼 훗날일 것이라고 지은이는 말한다. 그래서 그는 중국 문제는 농민문제로 직결되고, 농민문제가 다름 아닌 중국문제라고 단언한다.

지은이는 과거 중국 봉건사회의 특징들이 중국 사회에 뿌리깊게 남아 있기 때문에 중국의 발전, 곧 ‘현대화’를 저해하고 있다고 본다. 봉건사회의 특징은 자연경제에 바탕을 둔 명령경제(흔히 경제외적 강제라고 말한다), 가부장적인 종법공동체, 인신예속으로 요약할 수 있는데 이 특징들은 농민의 농촌공동체에 대한 속박과 의존을 강화함으로써 농민이 자유로운 개성을 발휘하지 못하고 모든 것을 공동체의 수장―넓게는 황제나 국가 원수에서 좁게는 촌장에 이르기까지 모두 이 개념에 포함된다―에게 의존하여 평균적인 삶을 사는 데 최고의 가치를 두게 만든다. 그러나 이런 사회에는 인정(人情)은 많을지 몰라도 인성(人性)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종법공동체에서는 극빈자·불구자·노인·병자 같은 약자에게는 한없이 온정을 베풀지만 자유를 찾는 사람이나 개성이 강한 사람에게는 인간 이하의 가혹한 처벌을 가한다. 또 사유(私有) 관념보다 공유(公有)관념이 훨씬 강하기 때문에 공과 사의 구별이 모호해지고, “내 것도 내 것이고 네 것도 내 것”이라는 의식이 팽배해진다. 뿐만 아니라 잘 살든 못 살든 서로 비슷한 수준으로 사는 것을 이상적으로 여기기 때문에(물론 특권을 가진 공동체의 수장과 극소수 권세가들은 예외이다), “사촌이 땅을 사도 배가 아프다”는 질투병이 만연한다. 종법공동체의 성원들은 특출난 사람을 보면 자신도 노력해서 더 뛰어난 능력을 발휘해보려 하기보다는 어떻게 해서든지 약점을 잡아서 헐뜯으려 하는 것이다.

그런데 종법공동체의 병폐들은 중국에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 몰라도 서구 봉건시대 농민 역시 공통적으로 지녔던 특징이다. 하지만 농촌공동체가 분해되고 도시화되는 과정에서 중국과 서구는 현격한 차이를 보이게 된다. 서구 농민은 기회를 찾아 도시로 왔고 그 전제조건은 경쟁에 뛰어들 마음가짐과 능력에 대한 준비였던 반면, 중국 농민의 도시 이주는 도시에만 주어지는 특별한 국가의 혜택―현재 중국에서는 농민의 도시 이주가 법으로 금지되어 있으며, 도시인만이 의료보험혜택을 받고 있다―을 받기 위한 것이며, 그 전제조건은 반드시 ‘관시’가 있어야 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세 개의 관청 직인(職印)이 한 명의 고향 사람만 못하고”, “안면이 도장보다 더 효과가 큰” 현상과 부정부패가 만연하고, ‘관시망’이 온 중국을 뒤덮게 되었다.

지은이는 개인 숭배와 질투병이 극에 달했던 문화대혁명이 농촌이 아닌 도시에서 시작되고 학력이 낮은 사람보다 학력이 높은 사람들 사이에서 광적으로 진행된 것도 바로 그런 연유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이런 상황에서 합리적인 계약이나 공정한 경쟁 또는 자유나 민주를 말한다는 것은 연목구어나 마찬가지이다. 결국 지은이의 관점에서 볼 때 종법 농민이 주력을 형성한 러시아·중국·베트남·북한 등지의 ‘20세기 사회주의’는 사회주의가 아니라 농민 사회주의(인민주의)이며 그 본질은 봉건주의이다.

만약 위와 같은 중국 현실사회의 문제들이 해결될 수 있다면, 그것은 지연·학연·혈연 등 온갖 연줄이 중국 못지않게 판치는 우리에게 정말 값진 교훈이 될 것이다. 정치적·경제적으로 현격한 차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중국의 ‘관시’와 우리의 지역감정이나 연줄 찾기는 거의 닮은 꼴이기 때문이다.

지은이는 중국의 비합리적이고 전근대적인 관행들이 줄어들기는커녕 갈수록 극성을 부리는 원인은 봉건시대 농촌의 종법공동체가 제대로 해체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과거 왕조시대의 균전제(均田制) 전통과 인민공화국 수립(1949) 이후 농민의 토지 사유를 극도로 억압한 결과 종법공동체는 인민공사 체제속에 온존하게 되었고 종법농민의 집단심리(한편으로는 수장의 보호를 기대하는 의존성과 다른 한편으로는 제멋대로 하는 방만성) 역시 그대로 이어져 왔다. 말하자면 소생산자 농민의 사욕(私慾)을 죄악시함으로써, 인간의 자유로운 개성발전을 가져오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현재 서양에서 유행하고 있는 포스트모더니즘이나 신좌파이론에 편승한 중국의 일부 지식인들이 반이성(反理性)과 근대 비판에 열중하는 것은 자기 합리화에 빠질 위험이 있으며, 또 다른 전제(專制)를 낳을지도 모른다고 경고한다. 서양의 포스트모더니즘과 신좌파 이론가들이 이성의 과잉으로 인한 서양사회의 부정적 현상들―예를 들면 과학만능주의, 인간소외, 환경파괴 등―을 비판한다거나 그에 대한 대안으로 동양사상(특히 신비주의적인 노장사상)에 큰 관심을 갖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지만, 중국은 서양과 달리 이성과 합리성이 부족해서 문제인 나라이기 때문에 중국의 전통사상이 마치 세계에서 가장 우월한 것처럼 우쭐대면서 포스트모더니즘을 무비판적으로 수용하는 것은 잘못되었다는 것이다.

지금 당장 중국에 필요한 것은 근대에 대한 비판이 아니라 오히려 ‘근대’의 성과를 진지하게 검토하여, 인간의 개성을 자유롭게 발전시키고 누구나 개인의 능력을 십분 발휘하는 공정한 경쟁이 보장된 사회를 만드는 것이다. 지은이는 그 과정에서 빈부격차 같은 그동안 경험하지 못한 문제가 발생하더라도 그것이 정당한 노력이나 공정한 경쟁을 통해서 이루어진 것이라면 현실로 인정해야 한다고까지 말한다. 그러나 중국의 빈부격차가 문제인 것은 극소수의 사람들이 전적으로 ‘관시’를 통해 치부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지은이는 역사를 단계적으로 보지 않는다. 그가 보기에 부르주아 혁명이든 사회주의 혁명이든 그 핵심은 종법공동체를 타파하여 종법농민을 독립된 자유인으로 성장하도록 하는 것이다. 다만 부르주아 혁명은 종법공동체를 성공적으로 해체했지만 사유제를 극단적으로 추구하여 인간소외를 낳았고(예컨대 미국과 서구), 사회주의 혁명은 사유제 폐지에만 열중한 나머지 종법공동체를 온존시키는 우를 범했다.(예컨대 소련과 중국처럼 농민사회주의를 추구한 나라들.)

결론적으로 이 책에서 주장하는 ‘사회주의 현대화’는 장기적으로 자본주의의 단점을 극복하고 사회주의의 장점을 살린, 바꿔 말하면 자본주의의 장점을 수용하고 사회주의의 단점을 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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