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소장하고 있다면 판매해 보세요.
|
독자들에게
제1부, 삶 나, 시인 | 윤동주 시비 앞에서 | 시 | 시인 | 뉴스와 시 | 자식이란 | 아빠로 살아간다는 건 | 엄마의 품 | 마음 항아리 | 용서 | 안주인 | 손그릇 | 수국 | 목마 태운 자의 고통 | 돌 맞은 개구리 | 버스 안 세상 | 날씨의 위력 | 삶의 본분 | 모호한 밤낮 | 하늘 | 나의 척, 너의 척 | 짬 | 슬픔을 가둔 희망 | 잡초 | 고통이 낳은 예술 제2부, 위로 그림이란 | 그림으로 전하는 선물 | 시와 그림 사이 | 빛나는 풍경 | 빛이 만들어낸 색 | 저녁노을 | 목련 | 벚꽃 | 해바라기 | 민들레 | 민들레 씨앗 | 부지런한 나팔꽃 | 대나무 | 봄의 전령 | 봄이 살아 있다 | 들꽃이 주는 위로 | 식물이 살아남는 법 | 바오밥나무 | 동백꽃 | 아가새 | 겨울바다는 내 삶의 심장박동기 | 비워야 채우는 법 | 우산을 쓰면서 | 소일거리 | 비 오는 날 제3부, 사랑 죽음과 맞닿은 사랑 | 영원한 사랑 | 사랑이 할퀸 자리 | 못 다한 이야기 | 해산의 고통 | 꽃이 열매에게 | 겨울에 피는 꽃 | 성화 | 삶의 희비 | 탄생 | 사랑초 | 무궁화 평설 : 김지유의 시와 그림에 대하여 - 꽃과 사람이 참 많이 닮았다는 것을 알았다/ 민윤기 (시인, 문화비평가) 후기 |
김지유의 다른 상품
|
나, 시인이 될 수 있을까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들풀이라도 외로운 들풀을 붙잡아두어 말을 걸고 무심코 스쳐 보내지 않는 소꿉 말동무 같은 시인이 될 수 있을까 나, 시인이 될 수 있을까 추억과 아픔을 몸 밖으로 꺼내지만 마구잡이로 난도질하여 꺼내지 않고 보일 듯 말 듯 조심스레 꺼내와 감정의 찌기들을 깨끗하게 걸러내는 계곡의 시냇물 같은 시인이 될 수 있을까 나, 시인이 될 수 있을까 사람의 마음속 민낯을 드러내지만 민낯을 부끄럽게 만들지는 않는 사람을 넘어 대지까지라도 그 안에 품어 따사로운 시선을 비춰주는 아기 품은 어머니 같은 시인이 될 수 있을까 ---「나, 시인」중에서 두꺼운 법서를 끼고서 윤동주 시비가 서 있는 작은 정원으로 간다 문과대 건물에서 걸어 내려오는 학생들에게서 깔깔 웃음내가 풍긴다 그 웃음내에 취해 내 가슴 한켠에서는 부러움이 만발한다 윤동주 시비가 있는 정원에 놀러 가면 누군가 갖다 놓은 꽃들이 만발하여 피어 있다 힘겨운 시대에 피여낸 아름다운 시가 뿌려놓은 씨앗이 그를 기리는 자들의 손에서 지지 않는 꽃으로 피어난다 ---「윤동주 시비 앞에서」중에서 슬픔이 죽음으로 끌고 가지 못하도록 머리부터 발끝까지 희망을 장착하라 슬픔은 온몸을 감싸는 눈물과 같아서 벗긴다고 벗길 수 있는 것이 아니니 희망의 높은 장벽으로 슬픔을 가두라 슬픔은 슬픔대로 그냥 내버려두고 희망의 장벽을 높이높이 쌓아올리라 ---「슬픔을 가둔 희망」중에서 실패랄 것도 없어 보이는 풍경이 실패에게 건넨 말 한 마디 괜찮아, 이 시절도 지나가는 거야 슬픔이랄 것도 없어 보이는 꽃다발이 슬픔에게 건넨 말 한 마디 괜찮아, 나에게도 슬플 때가 있었어 실패가 진정한 성공을 가져다줄 거야 슬픔이 진실한 기쁨을 가져다줄 거야 실패와 슬픔을 이기도록 도와준 자연과 꽃이 고마워 그 마음 그대로 그림으로 간직하여 다른 사람에게도 전하고 싶어 자연과 꽃을 흉내 내어 나도 그 마음 전하고 싶어 너에게 선물을 안겨준다 ---「그림으로 전하는 선물」중에서 누구라도 쉽게 볼 수 있는 흔한 꽃이어도 좋아 추운 겨울을 지나 봄을 알리는 전령이 될 수만 있다면 가장 척박한 땅에서 피어나도 좋아 누구든지 내 노란 꽃잎에서 희망을 볼 수 있다면 잠깐 피었다가 바람에 날리는 홀씨가 되어도 좋아 겨우내 숨어 지냈던 인고의 시간들을 기억해주는 자가 있다면 사람들의 발에 밟혀도 좋아 어디에서든지 다시 태어날 수만 있다면 ---「민들레」중에서 급하다. 급해 빨리빨리 잎을 피울 시간도 없어 봄이 왔다고 빨리 알려야 해 이 좋은 소식을 빨리 알리고 싶어 안달이 났거든 여름이 오는 건 천천히 알려도 되니 잎이 먼저 나지만 겨울이 지난 봄은 빨리빨리 알려야 하니 잎이 나오기도 전에 꽃 뭉텅이로 화사하게 피어나는 거야 ---「봄의 전령」중에서 한 번 물어보고 싶었어요 날 사랑하셨나요 왜 날 떠나셨나요 내 자식 키우다 보면 그 마음 이해할 수 있을까요 내 자식 키우면서 그 마음 더 이해하지 못하면 어떡하죠 더 상처 받을까 봐 물어보지 못한 말 영원히 하지 못할 말이 될 줄 알았다면 이렇게 빨리 사라질 줄 알았다면 민망해도 물어볼 걸 그랬어요 내가 너에게 들려주고 싶은 말 사랑했어, 사랑한다, 사랑할 거야 ---「못 다한 이야기」중에서 시들지 않고 늘 아름다우면 좋으련만 아름다운 모습 그대로 바뀌지 않으면 좋으련만 영광스러운 나날만 고집할 수 없는 이유를 알고 있니 내가 시들고 썩어 문드러져야만 네가 이 세상에서 빛을 발할 수 있기에 내 모습을 상하게 하여 너를 탄생시킨다 시들어가는 자가 만들어낸 고통의 씨앗은 인고의 시간이 끝나면 새로운 세상에서 더 많은 열매와 아름다운 꽃으로 태어나겠지 뽐내는 시간은 잠깐이요 죽어감을 통하여 새로운 세계를 향한 문을 열어 준다 내가 아름다운 것보다 네가 태어나는 것이 행복하기에 ---「꽃이 열매에게」중에서 |
|
문화비평가 민윤기 시인은, 김지유의 시와 그림에는 “꽃과 사람이 참 많이 닮았다는 것을 알았다”고 했다.
김지유 시인은 책머리에 이렇게 썼다. “시를 통해 자신의 마음을 위로해 주고 나니, 나를 행복하게 해 주었던 것들이 남을 행복하게 해줄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소원이 생겼다. 내 눈에 담아두었던 것들을 그림으로 담아 선물하면, 그 그림을 받는 사람이 행복해지지 않을까 하는 마음으로 나는 고된 작업을 시작했다. 초등학생 시절 담임선생님은 우리 부모님을 찾아와 그림을 가르쳤으면 좋겠다고 조언해 주셨지만, 많이 배우지 못해 한이 있었던 아버지는 공부를 시켜야 한다며 거절하셨다. 그림을 그릴 때 굳이 유화를 선택하는 이유도 마음에 들지 않으면 얼마든지 그 캔버스에 다시 덧칠하여 고치고 그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림으로 전하는 선물」과 「시와 그림 사이」는 이러한 나의 마음을 담아냈다. 꽃과 풍경만이 나에게 위로를 준 것은 아니었다. 주위를 둘러보면 누가 알아주지 않아도 열심히 살아가는 사람들, 속상함을 참아내며 인내함으로써 최선을 다하는 사람들이 있다. 유명하지 않은 평범한 사람들이지만 그분들의 모습을 보고 나는 위로를 얻었다. 그리고 그들도 누군가 위로해 주면 지치지 않고 끝까지 삶을 잘 살아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소박한 마음을 담아 내가 그린 그림을 선물하기 시작했다. 이 시집에 담긴 그림은 그런 마음으로 그림을 그려 선물한 그림이다. 선물하기 위해 그린 그림이라서 모든 그림들은 자신의 소임을 다했다. 내가 지금 갖고 있는 그림은 오직 하나뿐이다. 버려진 창틀에 천을 씌워 그 위에 그린 그림 외에 내가 가지고 있는 그림은 없다. 버려진 창틀에 애매하게 제작한 캔버스 위에 그리지 않았다면, 그마저도 내 수중에 없었을지도 모르겠다. 체구가 작아 보이지만 내게는 너무나 크신 분이 계시다. 범접할 수 없는 위엄이 있지만 시를 사랑하는 사람들에게는 손이 닿을 만큼 가까운 곳까지 내려와 친근하게 대해 주는 분이다. 유명한 문학인들과 대화하는 모습을 보면 화려한 삶인 것 같다가도, 진솔한 자신의 삶의 모습을 내비치실 때는 그냥 소탈한 분이다. 하지만 시에 대한 사랑은 일편단심이라서 마르지 않는 샘처럼 에너지를 쏟아내는 분이다. 나는 무궁화와 이분의 모습이 오버랩되어 「무궁화」라는 시를 쓰게 되었다. 이렇듯 꽃과 사람의 모습이 닮아 있어서 시를 쓰고 그림을 그려 선물한 것들이 대부분이다. 내가 평상시에 알고 지내는 분들 외에도 이렇게 성실과 순수한 열정으로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은 많을 것이다. 나는 그분들에게도 한 권의 선물 꾸러미를 전하는 마음으로 이 시집을 펴낸다. 그리고 날 위해 시를 써준 분에게도 감사하는 마음을 전한다.”고 했다. 민윤기 시인은 논평에서 김지유 시인의 시는 감성과 소재와 주제가 상당히 ‘윤동주’를 닮았다. ‘닮았다’는 말은 흉내 낸다는 말과는 다르다. 같은 시대의 이웃에게서 느끼는 연민과 사랑을 표현한다는 면에서 닮았다는 뜻이다. 예를 들고 싶은 작품이 여러 편 있지만 그 중에서 「슬픔을 가둔 희망」 한 편만을 콕 집어 소개한다. 슬픔이 죽음으로 끌고 가지 못하도록/ 머리부터 발끝까지 희망을 장착하라/ 슬픔은 온몸을 감싸는 눈물과 같아서/ 벗긴다고 벗길 수 있는 것이 아니니/ 희망의 높은 장벽으로 슬픔을 가두라/ 슬픔은 슬픔대로 그냥 내버려두고/ 희망의 장벽을 높이 높이 쌓아올리라 ‘장착하라’ ‘가두라’ ‘쌓아올리라’ 같은 명령어가 등장하지만 시를 읽으면 이 명령어는 오히려 화자(시인)와 독자가 함께 하자는 ‘동행’의 의미가 강해진다. 김지유 시인의 거의 모든 시에서 보여지는 이런 표현 방식은 이웃을 제3자 입장에서 ‘구경하듯’ 바라보지 않고 함께 그들과 함께 하는 공감과 연대의식으로 느껴진다. 이것이 김지유 시인의 미덕이요 강점이라고 생각한다. “꽃과 사람의 모습이 닮아 있어서 시를 쓰고 그림을 그려 선물합니다.”고 말하는 김지유 시인의 헌사 한 마디는 이 시집의 의미를 더욱 소중하게 하고 있다. 참으로 혼탁한 말과 글들이 범람하는 시대를 흐르는 맑은 물과 같은 귀한 선물이 아닐 수 없다. 김지유 시인이 그림을 그리는 여느 시인들과 다른 점이 바로 이 점이다. 자신이 그림을 소장하거나 그 모여진 그림으로 전시회를 열거나 할 생각이 전혀 없다. 오로지 ‘남에게 선물로 주기 위해’ 그린 그림이다. 그러므로 당연히 김지유 시인은 현재 자신의 그림을 단 한 점도 갖고 있지 않다. 김지유 시인의 그림 그리기는 예술행위라기보다 남을 위한 이타행위다. 그림을 잘 그려 재능을 뽐내기보다는 그림을 선물 받는 사람의 행복과 안심이 우선이다. 자신의 그림을 선물 받은 사람으로부터 “덕분에 행복해졌어요” “살아갈 힘을 얻었어요”라는 말을 들을 때 비로소 힘든 작업을 한 보람을 느낀다고 김지유 시인은 말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