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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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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령은 바다 깊은 곳에 있는 거대한 산맥이야. 지하에 있는 맨틀이 솟아올라서 새로운 해양판이 만들어지는 곳이지. 새롭게 만들어진 해양판은 맨틀의 대류를 따라 양쪽으로 이동하고, 해령 가운데엔 ‘V자 열곡’이라고 부르는 깊은 골짜기가 생겨.”
“그럼 만들어진 해양판은 어디로 가?” “해양판은 우리가 있는 대륙판보다 무거워서 대륙판과 만나면 아래로 파고들게 돼. 두 판이 만나는 부분을 해구라고 부르고. 밑으로 가라앉은 해양판은 온도와 압력을 받아 녹아서 유동적인 고체 상태인 맨틀로 돌아가. 이 과정에서 대륙판과의 마찰로 지진이 자주 발생하고, 화산 활동도 많이 일어나.” --- p.34 상황을 파악한 아이들은 머리를 맞대고 방법을 고민했다. 잠시 후, 지수가 손가락을 튕겼다. “앗! 애들아, 우리 종이를 대고 연필로 긁어 보는 건 어때? 그럼 흔적이 좀 더 분명하게 보일 것 같은데.” “아, 그거! 프로타주 기법!” 아이들은 지푸라기를 잡는 심정으로 수조 밑의 금속판에 종이를 대고 연필로 살살 긁었다. 몇 번의 시행착오 끝에 금슬이 4~5개의 숫자를 알아볼 수 있는 탁본을 뜨는 데 성공했다. --- p.72 공위성 선생의 설명을 들으며 인자는 자신이 생각하는 경쟁의 본질에 대한 생각을 정리할 수 있었다. 패배에 대한 공포는 노력의 원동력이 된다. 사자는 토끼를 잡는 데도 최선을 다한다는데, 그건 사자도 토끼를 놓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100% 잡을 수 있는 쉬운 사냥감이라면 사자도 최선을 다하진 않을 것이다. 반대로 패배가 확실한 상황에서도 노력할 의욕은 사라진다. 가장 치열하게 노력하기 위해선 승패를 예측할 수 없는 박빙의 상황이어야 한다. 자신의 능력 100%를 넘어서는 힘은 그런 박빙의 승부에서 발휘되는 것이다. -102~103쪽 “오늘은 지구에 대해서 이야기하지.” 공위성 선생이 문을 열고 들어서며 말했다. 리나는 이럴 때마다 그날 수업 주제는 어떻게 정해지는 건지 궁금했다. “모두가 알다시피 지구의 둘레는 4만km, 지구의 반지름은 약 6400km다.” ‘전 몰랐는데요?’ 리나는 자신도 모르게 지수를 쳐다봤다. 때마침 지수도 리나를 쳐다봤다. 두 사람은 서로가 같은 생각을 하고 있음을 깨닫고 소리 없이 웃었다. --- p.140 “너 나한테 무슨 열등감 있지?” 자신을 똑바로 바라보는 나기의 눈빛에 인자는 가슴이 뛰기 시작했다. 어린 시절 멈춰 버린 톱니바퀴가 맞물려 돌아가는 소리가 귓가를 선명하게 울렸다. 인자는 과장된 웃음으로 설레는 표정을 감췄다. “와하하! 내가? 너한테? 와- 착각도 이쯤 되면 병인데?” 인자가 웃자 상황을 지켜보던 아이들도 덩달아 웃었다. 나기는 아랑곳하지 않고 다시금 반대편으로 고개를 기울이고 인자의 얼굴을 빤히 쳐다봤다. 한참을 그렇게 서 있던 나기는 무표정한 얼굴 그대로 인자에게 말했다. “수학 학력 경시 대회. 우수초등학교 2학년 이인자.” 인자의 목덜미에 소름이 돋았다. 지금 나기의 모습은 인자가 마음속에 가지고 있던 이미지가 그대로 구현된 것 같았다. 인자의 표정에서 웃음기가 사라졌다. 전율로 가득 찬 그의 눈엔 약간의 경외심마저 담겨 있었다. --- p.199 “나기 넌 괜찮아?” “응. 괜찮아. 누군가가 나를 좋아하는 일은 없을 거란 걸 얼마 전에 알았거든.” 금슬도 비슷한 생각을 했던 적은 많지만, 나기의 말투에선 뭐라 표현할 수 없는 깊은 슬픔이 느껴졌다. 금슬의 말이 자조적이라면, 나기의 말투는 자포자기에 가까웠다. “왜, 왜 그런 소리를 해. 네가 얼마나 장점이 많은데.” 금슬의 말에 나기는 텅 빈 웃음을 지어 보였다. 나기는 인자와의 기억을 더듬는 과정에서 수학 학력 경시 대회 날 어머니가 인자에게 했던 말까지 떠올렸다. ‘나기도 너 같은 아이였으면 좋았을 텐데.’ 어머니는 인자 같은 아이를 원했다. 늘 걱정과 근심이 가득했던 어머니. 자신이 인자 같은 아이였다면 어머니는 좀 더 행복했을 것이고 아빠도 가족을 떠나지 않았을 것이다. ‘부모님도 나 같은 아이를 원한 적이 없는데 누가 나를 좋아하겠어?’ 나기는 목 밑까지 차오른 말을 삼켰다. 이 말을 입 밖으로 꺼내면 돌이킬 수 없는 어딘가로 떨어질 것 같다는 직감이 그의 온몸을 옥죄었다. 하지만 그 말은 가슴에 계속 담아 두기에는 너무나 날카롭고 차가웠다. --- p.222-22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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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랑 다시 한번 승부를 가리자. 이기면 알려 줄게.” 두 번째 비밀을 둘러싼 인자와 나기의 숨막히는 두뇌 싸움! 과학특성화중학교 수석 입학생으로 늘 ‘천재’ ‘영재’ 수식어를 달고 다녔던 인자에게는 남들이 모르는 경쟁 상대가 있다. 바로 ‘나기’. 초등학교 전국 수학 경시 대회에서 나기에게 패배한 이후 인자는 그와의 재대결을 꿈꾸지만 나기의 관심은 늘 공부가 아닌 다른 곳을 향해 있다. 그러던 중 나기와 친구들이 학교의 첫 번째 비밀을 풀어 큰 상을 받게 된다. 인자는 나기의 관심사가 학교의 비밀 풀기임을 깨닫고 ‘조커’라는 닉네임으로 두 번째 비밀을 푸는 데 뛰어들기로 결심한다. 짧은 여름 방학을 보내고 맞이한 2학기, 아이들 앞에는 이상한 문제가 걸린 10개의 사물함이 모습을 드러내는데…. 1권에서 나기와 발레부 친구들이 주축을 이루어 학교의 비밀을 풀었다면, 2권에서는 인자와 올림피아드 준비부 부원들이 라이벌로 등장해 대결 구도를 만들어 나간다. 올림피아드 준비부 부원으로 공룡학자가 꿈이었지만 부모님의 성화에 못 이겨 명문대 입학이 목표가 된 ‘서전’과 천재 타이틀을 되찾기 위해 공부에 집착하게 된 ‘부만’이 비밀을 풀어 나가는 과정은 진로를 고민하는 청소년들에게 많은 생각할 거리를 준다. 첫 번째 비밀 풀기를 계기로 똘똘 뭉친 나기와 친구들의 관계도 변화한다. 비로소 주변 사람들을 돌아보게 된 나기, 꿈을 위해 더욱 노력하는 리나, 자신을 감추지 않기로 결심한 금슬, 친구들을 지켜보며 자신의 방식대로 성장하는 지수, 자신의 관심사를 꾸준히 발전시키는 지오를 둘러싼 꿈과 사랑과 우정은 2학기를 맞이한 가을 하늘처럼 높고 넓게 자라난다. 비상한 머리를 가진 두 천재의 승부 사이사이에 깃든 이야기들은 우리에게 과학이라는 지식을 넘어 ‘어떻게 살 것인가’란 질문을 묵직하게 던져 준다. ‘과알못’도 ‘과잘알’도 여기 붙어라! 닥터베르가 보여 주는 ‘덕공일치’의 신세계 바야흐로 ‘이공계’의 시대다. 미적분이나 과탐을 선택해야 입시에 유리하다는 말이 학생들 사이에서 돈 지도 오래다. 최근 9년간 4년제 대학의 인문사회계열 학과는 230여 개가 사라진 반면 이공계 학과는 110여 개가 늘었다. 대기업 합격자의 70~80%가 이공계 출신이라는 말에 뼛속까지 문과이면서도 울며 겨자 먹기로 이과의 길을 걷는 학생들이 해마다 늘어난다. 물론 안전한 길을 택하는 게 잘못된 건 아니다. 선택은 개인의 자유니까. 다만 기왕 먹는 겨자라면, 울면서 먹는 것보다는 맛있게 먹는 쪽이 좋지 않을까? 〈과학특성화중학교〉 시리즈는 바로 이런 취지에서 만들어졌다. 기왕 먹는 과학이라면, 맛있게 먹어 보자! 공학 박사이면서 웹툰 작가와 소설가로 활동하며 이과 감성과 문과 감성을 모두 보유한 닥터베르 저자는 2권에서도 자신의 재능을 유감없이 발휘한다. 1권에서 등장인물들이 ‘흡수 스펙트럼’ ‘별의 탄생과 죽음’ ‘주기율표’ 등의 물리학 지식을 주로 이용해 문제의 답을 찾았다면, 2권에서는 ‘지구의 구조’ ‘물질의 순환’ ‘생명의 진화’ 등의 지구과학 지식을 주로 이용해 답을 찾는다. 경쟁을 ‘프레온’과 ‘산화 환원 반응’으로 표현하거나 좋아하는 마음을 ‘전자의 이중 슬릿 통과 실험’에 비유하는 등 1권에서 호평을 받았던 인간관계와 심리 묘사를 과학 이론에 빗대어 설명하는 방식도 한층 깊어졌다. 깨알 재미를 선사했던 본문 속의 코너도 업그레이드되었다. 1권에 과학 이론을 보충 설명하는 ‘공위성 선생의 TMI’가 있었다면 2권에는 나기의 연습장과 공위성 선생의 칠판이 등장한다. 이해하기 쉬운 구성, 치밀한 추리 과정, 개성 넘치는 캐릭터들로 촘촘하게 짜여 있어 ‘과잘알(과학을 잘 아는 사람)도 과알못(과학을 알지 못하는 사람)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과학 소설’이 무엇인지 보여 준다. ‘덕공일치(덕질과 공부가 일치함)’의 신세계를 맛보고 싶은가? 과학특성화중학교로의 입학을 권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