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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득공제
서울 어바니즘
서울 도시형태의 회고적 읽기
이상헌
공간서가 2022.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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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Part 1

1 길과 필지, 블록
도시경관과 도시조직
불규칙한 가로망과 부정형 필지
길과 필지가 만나는 방식: 나무 구조 vs. 그물망
길의 위계와 성격: 통로 vs. 공공공간
격자형 가로망과 정형화된 필지블록의 등장
도시 구성요소로서 블록
필지와 도시의 매개체인 블록의 부재
서울의 구성단위로서 길과 필지 영역
2 건물
필지와 건물
길과 건물
가로선과 건축선
사이 공간: 건물 사이의 틈
사선제한이 만든 건축
필지단위의 건축규제
서울은 도시건축의 유형이 없다
도시건축의 고층화: 다세대와 근생
도시건축의 유형적 지속성
아파트와 단지
3 영역
서울 경계의 확장과 도성의 해체
시가지의 계획적 확장
간선가로망과 필지구획
토지구획정리사업: 조정의 수단에서 개발의 도구로
전원주거지에서 도심주거지로
강남: 토지구획정리사업으로 만든 격자형 도시
토지구획정리지구에서 가로체계의 충돌
평면적 도시계획
동심원 구조에서 다중심의 네트워크 구조로
서울은 중심이 없는 도시

Part 2

4 슈퍼블록
근대 도시와 슈퍼블록
서울 슈퍼블록의 특징
슈퍼블록이 형성된 과정
불완전한 하우스마니제이션
강남 슈퍼블록의 계획
동아시아 도시모델로서 슈퍼블록
가로망의 이중구조: 자동차와 보행자의 공존
강남 어바니즘: 도심 속 마을
여의도와 강남의 차이
잠실 저층 주거지 슈퍼블록
슈퍼블록의 단면: 딱딱한 껍데기와 부드러운 속
5 조각보
필지조각들
서울의 대형 필지
필지의 분할과 합병
대형 패치로서 아파트 단지
도심재개발
주택재개발
출구 없는 저층 주거지 재생
중간건축의 모호성
왜곡된 지구단위계획, 조각난 정비계획구역들
6 시설의 배치
가로변 상점의 배치
자본주의적 도시화와 노선상가의 발전
가로변 주상복합건축
용도지역제의 도입
중심상업업무지구
도심공업지대
노선상업지역
가로변 근생
주거지의 상업화
고시원: 근생의 주거화

Part 3

7 가로경관
도시공간으로서 가로
옛 서울의 가로경관
서울 가로경관의 근대적 변화
가로변 건물의 높이제한
노선미관지구
가로경계의 모호성
상업가로의 입면
가로공간의 설계
8 공공공간
도시 외부공간
사적 공공공간
서울의 공지
세운상가 에피소드
광장의 이식: 교통광장
서울의 광장 만들기: 시청 앞 광장과 광화문광장
공공공간으로서 도시공원
남산과 궁궐의 공원화
일제강점기 경성의 공원계획
공원의 해제와 개발
이전 적지의 공원화
9 자연
서울: 자연 속의 도시
내사산의 침식
자연 속 도시에서 도시 속 자연으로
하천 복개: 공유수면의 택지화
한강의 도심하천화
단절된 레벨과 경계들
복원된 자연
서울의 경관계획과 자연

저자 소개 1

이상헌은 서울대학교 건축학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하고 미국 MIT에서 건축역사 이론 비평 분야의 박사학위를 받았다. 일건, 정림건축, 인우건축 등에서 실무를 했으며 한국과 미국의 건축사 자격을 취득했다. 1998년부터 건국대학교 건축전문대학원 교수로 재직하면서 근현대 건축 및 도시의 역사와 이론을 공부하며 한국의 현실에 맞는 실천적 건축 및 도시 이론을 모색 중이다. 최근 『대한민국에 건축은 없다』(2013), 『한국건축의 정체성』(2017) 등 한국 현대건축과 도시의 근본적인 문제에 대한 분석과 해결 방향을 제시하는 저술 활동에 집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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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2년 11월 03일
쪽수, 무게, 크기
328쪽 | 884g | 180*235*21mm
ISBN13
9791187071303

책 속으로

도시경관의 일관성과 정체성을 찾을 수 없는 이유는 서울의 도시계획과 규제가 형태적 일관성을 만드는 데 효과적이지 못하기 때문이다. 도시형태를 조절하려면 먼저 도시의 구성요소와 그들이 만드는 질서에 대한 명확한 이해가 있어야 한다. (…) 도시형태의 연구는 이러한 도시의 변화과정을 이해하고 현재 도시의 조작에 적용하려는 의도를 갖는다. 그러므로 도시형태에 관한 이론 없이 도시에 개입하는 것은 단순한 기능의 분배에 그칠 수밖에 없다.
---「프롤로그: 서울의 정체성」중에서

이 책은 서울에 관한 역사서가 아니다. 따라서 기존의 도시사나 도시계획사, 도시지리학 책과는 구성이 다르다. 한성부터 일제강점기를 거쳐 1960~1970년대까지 서울의 확장기를 다루지만 연대기적 서술을 따르지 않는다. 대신 각 주제별로 서울의 도시구조와 그 생성 원리를 종적, 횡적, 공시적, 통시적으로 분석하여 서울의 정체성을 이해하고자 한다. 물리적 조건과 도시계획, 행정적, 법적 규제가 중첩되며 어떻게 서울의 모습을 규정하고 만드는지 분석한다. 물론 이것은 서울의 도시형태에 대한 주관적 해석을 포함한다. 이런 점에서 이 책은 서울에 대한 일종의 도시설계 프로젝트라고 할 수도 있다.
---「프롤로그: 서울의 정체성」중에서

왜 서울 도심의 건물들은 질서정연하지 않고 조금씩 틀어져 서 있는 것일까? 크기는 왜 이렇게 들쑥날쑥 차이가 날까? 답은 간단하다. 도시의 밑그림이라고 할 수 있는 길과 필지가 그렇게 생겼기 때문이다. 도시의 평면은 가로와 필지로 구성되고 건물은 필지 위에 지어진다.
---「1장 ‘길과 필지, 블록」중에서

유럽 도시의 가로망이 결속된 필지들을 둘러싸는 그물망이라면 한성의 길은 각 필지를 접속하는 신경망인 셈이다. 길과 길이 만나 필지들을 둘러싸도 블록을 형성하지 않았다. 길이 아주 좁고 구불구불할 뿐 아니라 길에 둘러싸인 필지들도 블록으로 인식될 정도의 적절한 형상과 크기를 갖지 못했다.
---「1장 ‘길과 필지, 블록」중에서

서울에 적절한 크기와 명확한 형태를 갖는 도시블록이 없다는 것은 인식 가능한 도시의 구성요소가 없음을 의미한다. 개별 필지와 도시를 매개하는 물리적 구성물이 없다고도 할 수 있다. 서양은 필지와 도시가 블록을 매개로 통일된 도시조직을 형성한다. 반면, 블록이라는 매개체가 없는 서울은 대형 필지 자체가 도시적이다. 대형 필지 안에는 건물과 길, 외부공간이 공존한다.
---「1장 ‘길과 필지, 블록」중에서

유럽의 도시블록은 도시의 영속적인 구성요소로서 기능의 변화와 상관없이 형태를 유지한다. 반면 서울은 개별 필지와 도시의 매개체로서 블록이 없기 때문에 도시형태의 지속성이 약한 반면, 도시의 변화를 수용하는 데는 더 효율적이다.
---「1장 ‘길과 필지, 블록」중에서

유럽 도시에서 건축선은 건축지정선이다. 건물이 가로에 면해 지어지기 때문에 건축선의 지정은 곧 가로선과 일치된 연속된 가로벽의 형성을 의미한다. 하지만 한국에서 건축선은 그것을 침범하면 안 되는 건축한계선으로 작용한다. 건물이 필지 안에 놓이는 한국건축의 특성 때문이다. 또 건물을 필지별로 자율적 논리에 따라 짓는 관습 때문에 건축선을 굳이 인접 건물과 일치시켜 연속된 가로벽을 만들려고 하지도 않는다. 서울에서 필지 경계를 둘러싸던 담이 없어진 후 가로에 노출된 건물들이 톱니바퀴처럼 삐뚤빼뚤하게 서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 2장 ‘건물」중에서

서울에는 건물의 윗부분이 사선으로 잘린 이상한 형태의 중소규모 건축물이 많다. 이런 건물들이 생겨난 이유는 필지마다 적용되는 사선제한 때문이다. 사선제한은 전면도로의 반대편 끝에서 사선을 그어 그 위로는 집을 짓지 못하게 하는 규정이다.
---「2장 ‘건물」중에서

건축규제의 목적은 도시경관을 예측 가능한 틀에서 관리하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보면 서울은 낙제점이다. 사선으로 잘린 삼각형 모양의 건물, 좁은 필지에 뾰족하게 솟은 연필 유형의 건물, 주변과 어울리지 않는 거대한 규모의 건물들이 혼재하는 서울의 모습은 각종 규제를 통해 예상한 게 아니다. (…) 복잡한 법과 촘촘한 규제에도 불구하고 서울의 도시경관이 이렇게 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근본적인 원인은 필지단위의 건축규제에 있다. (…) 대표적인 필지단위의 건축규제는 건폐율과 용적률이다.
---「2장 ‘건물」중에서

소위 근생 건물은 상점이 수직으로 적층된 고밀도 상업건축이다. 특별한 제재를 받지 않고 누구나 들어올 수 있는 근생 건물의 계단실과 복도는 도시가로가 연장된 영역과 같다. 말하자면 도시의 길이 근생 건물 내부로 들어온 것이다. 서구 도시에서는 보기 어려운 상점의 고층화가 서울에서 가능한 이유도 바로 이러한 도시공간과의 연결성에 있다. 이런 점에서 근생 건물의 계단실과 복도는 사적 내부공간이라기보다는 공적인 도시공간과 사적 공간을 매개하는 중간적 성격의 공간이다.
---「2장 ‘건물」중에서

서울에 아파트를 대량으로 공급하는 가장 현실적인 방법은 대형 필지를 활용해서 여러 채를 단지 형태로 짓는 것이다. (…) 아파트 단지는 옛날 서울에서 담으로 둘러싸인 대형 필지 안에 많은 건물이 있던 시설과 비슷하다. 말하자면 아파트 단지는 서울의 대형 필지에 지어진 고층 집합주거와 마당의 복합체인 것이다. (…) 서울의 아파트 단지는 근대화 과정에서 도입된 서양의 아파트가 서울의 도시구조와 만나면서 탄생한 독특한 집합주거 유형이라고 할 수 있다.
---「2장 ‘건물」중에서

서울의 확장과정에서 수립된 도시계획은 평면적 계획이라는 점이 특징이다. 가로망을 건설하고 필지를 조성해서 분양하면 건물은 필지마다 독립적으로 지어진다. 이것은 가로망과 필지구획 위주의 토지구획정리사업에 의한 도시계획의 필연적 결과이다.
---「3장 ‘영역」중에서

서양에서 슈퍼블록은 전통적 도시블록을 통합하여 자동차 간선도로로 둘러싸인 거대블록을 만들고 내부는 넓은 공지를 갖는 고층 건축이나 보행자 중심의 공간으로 계획했다. 반면 서울은 보행 중심의 좁은 길과 필지들이 넓게 펼쳐져 있던 유기적 도시조직을 격자형 간선도로망이 자르고 지나가면서 슈퍼블록이 만들어졌다. (…) 서로 다른 유형의 슈퍼블록이 진화한 것이다. 서울 슈퍼블록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는 가로망의 이중구조는 전통적인 유기적 도시조직에 근대적 거대격자형 간선도로망이 덧씌워진 결과다. 서울 슈퍼블록에는 이렇게 전통과 근대가 중첩되어 있다.
---「4장 ‘슈퍼블록」중에서

슈퍼블록 경계에서는 자동차 도시의 이동성과 큰 스케일, 빠른 속도에서 보행자 위주 도시의 친밀감, 작은 스케일, 느린 속도로 급격한 전환과 충돌이 발생한다. 이 상이한 구조가 만나는 경계에서 이동성과 공간성의 변화는 서울의 역동성을 설명해준다. 슈퍼블록의 경계부에서 안으로 들어가면 갑자기 스케일 작아지면서 복잡도가 증가한다. 이것은 매우 독특한 경험을 제공하지만 불편함도 야기한다. (…) 서울의 편리함과 역동성은 분명히 이 두 스케일의 공존에 근거하지만 서울의 혼잡성과 불편함, 무질서도 여기서 비롯된다. 서울에는 이러한 복잡성이 없이는 유지될 수 없는 독특함이 있다.
---「4장 ‘슈퍼블록」중에서

서울의 슈퍼블록은 형태구성의 질서가 없는 필지들의 집합체라는 점에서 근대 기능주의 도시의 슈퍼블록과 다르다. 각 필지는 자율적이고 필지별 건물들이 모여 전체 도시공간의 통일된 질서를 만들지도 않는다. 한마디로 서울의 슈퍼블록은 명확하게 인식 가능한 구성적 질서 없이 필지별로 생성된 건물들이 모여 있는 단편들의 집합이다. (...) 말하자면 서울의 슈퍼블록은 크고 작은 필지 단편들을 붙여 놓은 조각보와 같다. 조각보는 축, 중심, 위계와 같은 구성적 질서를 갖지 않는 단편들의 파편화된 조직이다.
---「5장 ‘조각보」중에서

요컨대 아파트 단지의 건설 때문에 서울의 길과 골목이 사라지고 자폐 도시가 된 것이 아니라, 길과 필지로 이루어진 서울의 도시조직에서 자연스럽게 대형 필지에 아파트 단지가 건설된 것이다. 자폐적 공간으로 비난받는 서울의 아파트 단지는 사실상 길과 필지의 집합으로 이루어진 서울의 도시구조와 필지 내 건축의 자율성과 깊숙이 연관되어 있다.
---「5장 ‘조각보」중에서

서울의 용도지역제에서 특이한 것은 노선상업지역이다. (…) 서울의 노선상업 전통은 근생이라는 독특한 상업건축을 낳았다. 근생건축은 소자본 자영업자들의 상점과 업무시설이 한 건물에 밀집된 한국의 독특한 상업건축 유형이다. 주상복합건축이 발전되지 않은 서울에서 가로변 상점이 집적되고 고층화되면서 가장 경제적이고 효율적인 형태의 근생용 상업건축이 등장한 것이다.
---「6장 ‘시설의 배치」중에서

고시원은 근생 건물의 한두 층을 개조하여 임시 주거로 만든 것이다. 상업 수요가 부족한 근생 건물 일부가 고시원으로 개조되어 간이주거 기능을 하는 것이다. 말하자면 고시원은 주거지의 상업화와 반대로, 상업건물의 주거화가 진행된 결과다. (…) 고시원은 대개 노선상업지역이나 2, 3종 일반주거지역의 근생 건물 일부를 전용한다. 이러한 고시원은 자연발생적인 가로변 주상복합건축이라고 할 수 있다.
---「6장 ‘시설의 배치」중에서

서울의 일상적 가로변 건축에서 내부와 외부, 공적 공간과 사적 공간의 경계는 명확하게 단절되지 않고 상호 침투한다. 그래서 서울의 상점가로는 시장 길처럼 흥미롭다. 가로변 상업건축의 입면이 형성하는 도시가로는 실내 쇼핑몰과 같다. 이러한 도시적 실내 개념은 공공 영역과 사적 영역의 경계가 모호하고 중첩되는 서울 가로경관의 특징이다. (…) 서울 어바니즘은 이러한 서울의 고유성을 살리면서 가로공간을 관리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공공공간과 사적 공간이 중첩되는 가로와 필지, 건축의 경계를 더 섬세하게 분석해서 여기에 질서를 부여해야 한다. 담, 사이 공간, 공개공지, 미관지구 3m 후퇴 공간이 그 대상이 되고, 가로시설물, 건축 입면과 장치, 재료 등이 도구가 된다.
---「7장 ‘가로경관」중에서

서울에서는 대중 집회와 공연, 만남이 주로 길거리에서 일어난다. 길에서 벌어지는 일이 많다보니 외국인들이 서울에서 가장 흥미로워하는 장소도 길이다. 하지만 도시 외부공간이 길 중심이다 보니 막상 보행자들이 머물고 쉴 수 있는 장소는 부족하다. 서울시가 가로환경 개선에 공을 많이 들이는 이유도 길이 가장 중요한 공공공간이기 때문이다.
---「8장 ‘공공공간」중에서

노래방, 공부방, PC방, 찜질방과 같은 서울의 보편적 방 문화는 급격한 사회 변화를 도시의 공공공간이 담아내지 못하는 상황에서 나온 것이다. 이러한 방들은 사적 공간이지만 공적 모임과 행위가 이루어지는, 또는 공적 공간에서 사적 행위가 이루어지는 곳으로, 말하자면 집 안에서의 공적 행위가 집 밖의 방으로 밀려난 사적 공공공간이다. 이런 점에서 서울의 방 문화는 “굴절된 서울의 도시화를 대변”하기보다는 서울의 ‘특수한 도시화’를 반영한다.
---「8장 ‘공공공간」중에서

1970년대 세검정 일대와 북한산의 남사면이 개발되면서 서울 도심을 품고 있던 내사산의 자연은 대도시 서울에 둘러싸인 고립된 자연으로 변했다. 서울을 자연 속의 도시로 만들었던 내사산 자락이 도시화되면서 서울의 산과 구릉지는 도시에 둘러싸인 도시 속 자연이 되었다.

---「9장 ‘자연」중에서

출판사 리뷰

서울은 정체성이 없는 도시?

“서울은 정체성을 찾을 수 없는 도시다.” 스위스 건축가 헤르조그&드 뫼롱이 수년 전 서울을 방문했을 때 한 말이다. 강남 도산대로변에 들어설 건물을 설계하기 위해 청담동 일대를 살펴본 헤르조그는 미학적으로 아름답지 않은 추한 상업 빌딩 일색인 도시 풍경을 보며 “일관성도 정체성도 찾아볼 수 없다”고 평했다.

들쑥날쑥한 입면과 간판, 사선으로 잘린 건물의 지붕선, 대로변에 길게 늘어선 근생 상가와 고립된 아파트 단지, 도로로 둘러싸인 광장까지…. 우리가 흔히 보았던 유럽의 유서 깊은 도시들에서 목격하는 정돈된 인상의 길과 건물, 공원, 도로를 서울에서는 찾아보기 어렵다. 이를 두고 서울은 과거와 현대가 공존한다고 좋게 포장할 수도 있지만, 현실은 개인주의와 상업주의가 만든 제각각의 건물들이 어지럽게 군집한 모습이라는 표현이 정확할지 모르겠다. 왜, 어떻게 서울은 오늘날 이런 모습을 가지게 되었을까? 이를 두고 ‘정체성이 없다’고 진단하는 것이 맞는 표현일까? 혹 우리가 서울에 잠재하는 질서를 제대로 읽지 못했던 것은 아닐까? 이를 모르기 때문에 서울이 더 정체성을 잃어버리는 것은 아닐까?

『서울 어바니즘』은 바로 이러한 질문에서 시작한다. 대학에서 20년 넘게 도시와 건축의 역사 및 이론을 연구하고 가르쳐온 저자 이상헌은 봉건 시대의 한성에서 식민지기 근대 경성을 거쳐, 현대 거대도시에 이르기까지 긴 진통의 역사 속에서 변화해온 서울 도시형태의 형성과정과 원리를 이해하고 잠재적 질서를 발견하기 위한 ‘도시형태 읽기’를 시도한다.

“『서울 어바니즘』은 지금껏 명확한 형태 원리 없이 자발적으로 만들어온 서울의 도시형태에 대한 자전적(自傳的) 분석이다. (...) 이 책의 제목인 ‘서울 어바니즘’은 말 그대로 중세적 도시 서울이 20세기 이후의 급격한 변화와 팽창에 어떻게 대응해 왔는지, 혹은 서양의 도시계획 기법이 서울에 적용되면서 어떻게 변형되었는지 그 형태적 과정에 대한 분석이자 기록이다. (...) 서울의 근대화 과정에서 의도하지 않았지만 집단적으로 작용해온 도시 형성의 문화와 원리, 즉 서울의 무의식을 드러냄으로써 서울의 어바니즘을 읽어낼 수 있다고 믿는다.” -11쪽

서울만의 도시이론 찾기

그렇다면 ‘도시형태 읽기’란 구체적으로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 이상헌은 지금까지 서울에 대한 연구가 대개 연대기에 따른 도시사나, 도시계획사, 혹은 추상적인 도시사회사에 그쳤다고 설명하면서, “도시연구가 물리적 계획과 건축 프로젝트로 연결되기 위해서는 도시의 형태와 그 변화에 관한 해석적 이론이 수반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계획도시였던 서울이 지금과 같은 형태를 가지게 된 원인에 대해 도시계획과 규제가 형태적 일관성을 만드는 데 효과적이지 못했기 때문이라 지적하면서 그 원인을 “도시형태를 조율할 수 있는 적절한 도시 이론의 부재”에 있다고 꼬집는다. 따라서 『서울 어바니즘』은 서양 도시이론의 주요 개념을 키워드를 바탕으로, 고유의 ‘도시형태론’을 제안하여 서울의 정체성을 발견하기 위한 시도라 할 수 있다.

“도시형태론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도시의 구성요소를 정의하는 일이다. 도시의 성장과 변화과정에는 변하지 않는 요소가 있다. 예컨대 서양 도시에서 가로와 블록, 건물, 도시공간은 변하지 않는 도시의 구성요소다. 서울의 복잡성과 변화의 이면에서 변하지 않는 요소를 찾아야 한다. 이 책에서는 서울의 도시형태를 읽기 위한 수단으로 서양에서 발전된 도시이론의 기초개념들을 활용한다. (…) 서울의 도시형태를 접근하는 키워드지만 서양 도시와의 차이를 통해 그 성격과 형태, 생성원리에서 서울의 고유한 특성을 밝히려는 것이다.” - 11쪽

서울을 읽는 9개 키워드

길-필지-블록, 건물, 영역, 슈퍼블록, 조각보, 시설의 배치, 가로경관, 공공공간, 자연

저자는 서울의 형태적 특징을 잘 드러내는 9가지 키워드를 제안한다. 이를 중심으로 물리적 조건 위에 도시계획, 행정, 법적 규제가 중첩되면서 서울의 도시형태가 어떻게 형성되었는지 치밀하게 분석한다. 책은 키워드에 따라 총 9장으로 구성된다. “불규칙한 가로망과 부정형 필지, 가로선과 건축선, 토지구획정리사업, 평면적 도시계획, 슈퍼블록, 사선제한, 높이제한, 용도지역제, 노선상업지역, 노선미관지구, 내사산 침식, 하천 복개” 독자들은 각 장의 소제목을 살펴보는 것만으로도 도시형태의 변화가 어떻게 흘러왔는지 짐작할 수 있다.

우리 도시건축의 미래를 위한 연구의 완결판

저자는 『대한민국에 건축은 없다』(2013)에서 대한민국의 건축을 바로 세우기 위한 과제로 ‘한국 건축 전통의 이론화’와 ‘한국 도시의 정체성’에 대한 해석을 제시한 바 있다. 『한국 건축의 정체성』(2017)이 앞의 과제에 대한 대답이라면, 『서울 어바니즘』은 나머지 숙제에 대한 결론이다. 서양 도시와 건축 이론을 연구해왔던 이상헌은 서양과 한국의 상황을 비교하면서 그 속에서 우리만의 정체성 찾기를 시도한다. 나아가 도시형태의 변화과정을 날카롭게 분석하며 문제점을 지적하고, 주제별로 현실에서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는 도시계획의 방향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그동안 우리가 미처 의식하지 못한 채 써온 대하소설과 같은 거대도시 서울, 그 정체성에 관한 해석이다. 지난 반세기 동안 우리는 급속한 근대화 과정을 겪으며 앞만 보고 달려왔다. 하지만 지나온 길의 흔적은 뚜렷하지 않다. 지금 서울의 도시형태가 만들어진 과정도 명확하게 정리되어 있지 않다. 더 늦기 전에 우리가 지나온 길을 돌아보고 흔적을 찾아 지도를 만들어야 한다. 100여 년에 걸친 서울의 근대화 과정에서 우리는 어떻게 대응해왔는지 회고적 성찰이 필요한 이유다.” - 11쪽

책의 구성

1장은 서울의 길과 필지, 블록의 관계를 분석한다. 유럽 도시와 달리 길과 필지가 만나 형성된 나뭇가지 형태의 가로구조를 근간으로, 근대화 과정에서 등장한 가로에 둘러싸인 필지블록을 통해 도시조직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살핀다. 2장은 건물과 가로, 필지의 관계를 분석한다. 건물이 가로에 면하지 않고 필지 안에 들어서서 바닥(필지)의 조직을 만든 특성이 이격거리, 사선제한과 같은 필지별 건축 규제에 적용되어 현대 서울의 도시경관을 형성하게 된다. 3장은 근대 서울의 영역이 급격히 확장되었던 과정을 소개한다. 식민정부의 주도 아래 도입된 도시계획과, 1960~1970년대 근대적 개념의 도시계획이 적용되며 오늘날 도시구조와 형태를 갖춘 과정을 설명한다. 4장에서는 서울 도시구조의 대표적인 특징인 슈퍼블록을 살핀다. 형성과정과 형태와 기능, 성격 측면에서 서양 근대 도시의 슈퍼블록과는 다른 고유성을 가지고 있음을 밝힌다. 5장에서는 서울 슈퍼블록의 내부에 있는 대형 필지조각이 구성적 질서를 갖지 못하고 단편화되는 현상을 조각보 개념으로 분석한다. 6장에서는 주거와 상점의 배치 방식, 조닝 등 시설의 배치에서 서양 도시와 다른 서울의 차별성을 분석하고, 이 특성이 서울의 고유한 도시구조와 가로경관을 형성함을 밝힌다. 7장은 근대화 과정에서 가로를 도시공간으로서 인식하지 않아 발생된 서울 가로경관의 특징과 문제점들을 분석한다. 8장에서는 공원, 광장과 같은 서양 도시의 공공공간이 서울에 도입된 과정과 그 차이점, 형태적 특성을 다룬다. 마지막 9장에서는 서울의 랜드마크인 자연이 근대화를 겪으며 어떻게 변화했는지 형태적 변화과정을 추적하고 자연과의 관계를 회복하기 위한 대안을 제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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