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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라 발스(La Valse)
EPUB
채현 저
피우리(전자책) 2013.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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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

목차


2008년 종이책 출간작입니다.

기댈 곳도 없는, 많은 짐들이 놓인 그 작은 어깨가 안쓰럽기만 한 은조.
자신의 형편이나 아빠를 위해 이보다 더 좋기는 어려울 기회가 찾아왔다.
엄마 없는 어린 소녀들의 입주 가정교사.

하지만 그 집안엔 보고싶지도 않은, 그러나 꼭 한번은 보고도 싶은,
자신을 보고 놀랠 그 복수의 순간을 꿈꾸게 하는 사람이 있다.
아빠와 집안을 위해서라는 순수한 마음만이었다면 거절했어야 했지만
눈을 감아버렸다.
이보다 더 좋을 수는 없다는 합리화를 하면서…….

그러나 그 눈 감음이, 가슴속의 비밀이,
승제와 엮이게 되면서 어쩔 수 없는 상처를 만들어 내고야 마는데…….

저자 소개 1

기회가 생길 때마다 깨알같이 놀고 열심히 글을 쓰고, 자기 밥벌이도 하고 부양가족들 병원비도 버는 훌륭한 어른이 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추운 날씨, 따뜻한 차, 고양이, 오래된 예쁜 물건을 좋아하고, 그 덕에 고양이 털과 잡동사니에 둘러싸여 살고 있습니다. ▣ 출간작 라 발스 푸른 수염의 성을 나오다 뱀파이어와 키스를 런치박스 월야관매 일상다반사 샌드 하우스 아버지의 여자 고양이의 야수씨 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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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13년 11월 2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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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레마,PC(윈도우 - 4K 모니터 미지원),아이폰,아이패드,안드로이드폰,안드로이드패드,전자책단말기(저사양 기기 사용 불가),PC(Mac)
파일/용량
EPUB(DRM) | 0.73MB ?
글자 수/ 페이지 수
약 18.3만자, 약 6.2만 단어, A4 약 115쪽 ?
KC인증

책 속으로

뭔가 시끄러운 소리가 잠을 깨우고 있었다. 그러나 피로에 찌든 머리는 오래된 컴퓨터처럼 워밍업이 오래 걸렸다. 얼마나 멍하니 누워 있었을까. 그제야 그 소리가 침대 옆 사이드 테이블에 있는 자명종에서 나는 소리라는 걸 알았다. 사이드 테이블을 더듬거려 떠지지 않는 눈을 간신히 떠서 자명종을 끄고 일어나 앉았다.
머리를 흔들면 잠이 좀 달아날까. 잠자리가 뒤숭숭했는지 머릿속도 복잡했다. 흘러내리는 머리를 흔들면서 아직 여명도 채 밝지 않은 어두컴컴한 방을 바라봤다. 어둠 속에 아직도 악몽이라도 숨어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고 왠지 입 안이 칼칼했다. 결국 사이드 테이블에서 컵을 찾아 단숨에 찬물을 마시고 조금 숨을 돌렸다. 그때야 새벽 공기가 벗고 있는 그녀의 가슴에 차갑게 다가왔다. 갑자기 한기에 몸이 으슬해지면서 팔뚝에 소름이 돋는 게 느껴졌다.
뭔가 걸칠 걸 찾으려고 침대에서 한 발 내리려는 그때, 갑자기 강한 팔이 허리에 둘러졌다. 주말마다 치는 테니스 때문인지 적당히 그은 그 팔은 강한 소유욕을 갖고 은조의 허리를 안아왔다. 은조는 흠칫하며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옆에서 자고 있던 승제가 어느새 깼는지 강하게 자신의 허리를 끌어안고 있었다. 잠에서 막 깨어나서인지 약간 허스키해져 있는 목소리로 말했다.
“아직 해 안 떴잖아. 좀 더 자.”
그냥 슬쩍 내려다볼 뿐 그녀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는 별로 대답을 바라지 않았다는 듯이, 일어나 앉더니 그녀의 어깨를 감싸 안았다. 그의 단단한 팔이 다정하게 한쪽 어깨를 안고서 이마에 송송 솟은 식은땀을 다른 손등으로 가만히 닦았다. 으슬했던 몸이 따뜻한 다른 사람의 몸에 닿는 것은 기분이 좋았지만 승제의 그 다정한 몸짓 자체가 현재는 그다지 반갑지 않았다.
일어나기 직전 꿈에서 아버지를 보았다. 최근의 납빛의 창백한 안색 대신 예전의 건강해 보이는 모습으로 행복하게 손을 흔드는 아버지. 아빠 하면서 달려갔지만 거리가 점점 멀어지기만 할 뿐 가까워지지가 않았다. 그게 너무 슬퍼서 발을 동동 구를 때 자명종 소리에 깨어난 참이었다.
이런 생각을 하자 치근덕거리는 손길이 귀찮기만 했다. 살짝 뿌리치려고 어깨를 움직이려 하자 그녀의 가냘픈 몸짓을 먼저 감지한 승제의 팔에 자연스레 힘이 들어가더니 어깨를 강하게 움켜잡았다.
“아파…….”
라고 말을 끝내기도 전에 승제의 입술이 순식간에 그녀의 입술을 점령해 버렸다. 도톰한 입술을 강한 혀가 날카롭게 가르며 들어와서 혀를 희롱하고, 허리에 있던 손은 어느새 가슴을 부드럽게 어루만지고 있었다. 그러나 잠시 후에 부드럽게 시작했던 입맞춤은 어느새 격하게 변해 있었다. 도망가려는 은조의 혀를 쫓아가서 잡듯이, 그의 상냥한 행위를 거부한 그녀를 벌주기라도 할 듯이 그는 강하게 그녀의 입술을 빨아들였다. 남자의 입이 목 선을 타고 내려가자 그녀는 헐떡거리며 어깨에 둘러진 남자의 팔을 빼려고 발버둥쳤지만 남자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가냘프게 항의를 해보았다.
“애들 곧 깨요.”
그러나 남자는 놔주는 대신 온몸으로 덮치듯 누르고 다시 입을 막아버리려 했다. 하지만 아래에서 계속 꿈틀거리면서 반항하는 여자한테 쓴웃음을 지으면서 결국 놔주고 말았다. 하반신에서는 익숙한 열기가 올라오고 있었지만 아침부터 싫다고 거부하는 여자를 무리해서 안고 싶지 않았다. 사실 그녀와 다정한 스킨십을 나누고 싶었던 거지, 안고자 하는 욕망은 없었다.
그의 품에서 벗어난 여자가 등을 돌리고 삼단같이 긴 머리카락을 허리까지 드리운 채 다시 침대에 앉았다. 어슴푸레한 여명 속에 하얀 살 여기저기 흩뿌려진 자국들이 묘하게 저속해 보였다. 끊어질 것처럼 가느다란 허리와 비교되는 풍만한 가슴선에 침이 꿀꺽 삼켜졌다. 왜 이 여자는 언제나 자기한테 이런 반응을 끌어내는 것일까. 방금까지의 생각은 어디론가 가고 지금이라도 끌어다가 자신의 몸 아래에 눌러 버리고 싶었다. 자신의 숨겨져 있는 원초적 수컷의 본능을 자극하는 그녀가 가끔은 증오스러울 때도 있었다.
남자의 이런 애증 어린 시선을 알아챈 듯이 여자가 급하게 일어나 의자에 놓아둔 속옷을 찾아 입기 시작했다. 검은색 비단실처럼 늘어진 머리타래가 새하얀 등에 대비돼 더욱 진해 보였다. 면으로 된 팬티를 입고 역시 하얀 브래지어의 후크를 채운 여자가 의자에 걸쳐 놓았던 헐렁한 잠옷을 뒤집어써서 입었다. 기다란 머리를 펄럭거리며 뒤를 돌아보며 간단하게 말했다.
“더 쉬세요.”
이 말만 남긴 채 어느 때처럼 사라지는 여자를 바라보며 남자는 한숨을 쉬며 다시 누웠다. 언제까지 이렇게 도둑질을 하듯 만나서 안고 등을 돌리고 사라지는 여자를 바라봐야 하는 걸까. 그러나 잘못 단?를 끼운 것은 그였으니 그가 모든 걸 책임져야 할 터였다. 몸만 갖고 마음은 바라보기만 하는!
곧장 일층으로 내려온 은조는 평소에 쓰는 거실의 욕실로 들어왔다. 샤워하려고 옷을 벗을 때가 제일 끔찍하다. 남아 있는 그의 흔적을 지우고 싶었다. 옷을 모두 벗고 샤워부스 안으로 들어가려는데, 세면대 앞 거울에 지쳐 보이는 이십대 중반의 자신이 희미하게 비쳐 보였다. 그녀는 거울에 보이는 자기 몸을 무심하게 보았다.
어젯밤 승제가 안았던 흔적이 열꽃처럼 가슴에 남아 있었다. 그는 어린아이처럼 집요하게 자신의 가슴에 달라붙어 있었다. 승제가 강하게 흡입할 때마다 입에서 자기도 모르고 잦은 신음을 뱉어냈던 게 떠오르자 목까지 붉어질 정도로 온몸이 빨개졌다. 가슴과 엉덩이에 남아 있는 멍을 볼 때마다 자기가 거리의 여자같이 몸을 팔고 있다는 생각에 괴로워지곤 했다. 더 괴로운 것은 정상적이지 못한 관계임에도 불구하고 그를 좋아하는 자신이었다.
정상적이지 못한 관계, 남에게 밝힐 수 없는 관계, 새벽이 오면 남들 눈에 띌까 무섭게 자기 방으로 돌아가야 한다. 밖에선 절대 만날 수 없고, 오직 승제의 침실에서만 존재하는 그런 관계였다.
이런 생각을 하자 서글픔이 몰려왔다. 은조는 생각을 지우려는 듯 뜨거운 물을 틀었다. 열기에 수증기가 좁은 샤워부스 안에 차기 시작하면서 거울 속의 은조도 사라졌다.

-본문 중에서

출판사 리뷰



- 채현

더러운 욕망에 충실하고자 하는 각오로 서른 살 되던 해에 로맨스를 쓰기 시작했으나 퇴고는 서른두 살에 힘겹게 한 게으름뱅이.
손가락이 긴 피아니스트가 라흐마니노프를 칠 때마다 숨을 헐떡거리는 변태기만 빼면 산책과 독서를 좋아하는 평범한 삼십대.
리뷰 총점 6.0
한줄평 총점 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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