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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에 기대어 서서
고성현
수필in 2022.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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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책머리에 삶이 머문 글 4

PART 1

시간이 남긴 흔적
기억의 창 12
어느 노파의 변호 18
산중에서의 여름날 34
주파수 43
사람 공부 48
당신의 MBTI는 56
명리학을 들추다 62
나를 알아가는 중 69

PART 2

시간에 기댄 사랑
엄마가 된다는 것은 78
스님의 주례사에 대하여 84
꽃과 사람 90
일주일의 고립 95
마스크 101
목욕탕 단상(斷想) 106
김치 110
집을 보존하다 116

PART 3

눈길이 머물다
꽃을 보는 시선 124
갖고 싶은 정원 129
거울 134
호모 루덴스 139
물의 여행 144
3월 149
동그라미와 네모 153
사물놀이를 배우며 158

PART 4

일과 삶
귀를 씻다 165
밥값 172
나르시시스트에 대하여 178
사랑스러운 고양이 한 마리 키우실래요 186
정언(正言) 193
농담이란 198

녹투 PART 5

시간에 기대어
그늘 216
나무를 닮은 사람 221
유산 226
정의와 어떤 선거의 기억 232
선택권 238
아버지 기제사 가는 길 244
황금률에 대하여 251
시간에 기대어 257 203
안개 209

저자 소개 1

- 순천시 상사면 출생 - 2010년 《순천문학》 등단 - 순천문학, 전남수필문학회, 영호남수필 회원 - 순천대학교 교육학 박사 수료 - 2021년 전남문화재단 창작지원 - 2022년 순천문화재단 창작지원 - 2024년 전남문화재단 창작지원 - 수필집  『시간에 기대어 서서』(2022)  『사색의 고요 너머』(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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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2년 12월 12일
쪽수, 무게, 크기
264쪽 | 424g | 140*205*20mm
ISBN13
9791192835006

책 속으로

목이 마를 때 한 모금의 물이 산해진미보다 맛있고 참사람이 그리울 때 번거로운 만남보다 진실한 사람 하나가 더욱 값지다. 물은 생명에게 아주 중요한 요소이지만 커다란 유기체인 지구라는 행성에서도 꽤 중요한 위치에 있다. 우리 몸의 7할이 물이듯, 지구 표면의 7할도 물이다. 물은 잠시도 멈추지 않는 역동적인 몸짓으로 땅을 적시고 강을 채우고 바다를 만난다. 풀의 목마름을 해갈하고 나무의 뿌리를 적시고 고라니의 목을 적신다. 물은 가장 낮은 바다로 거침없이 흐르다가 나비보다 가볍게 날아올라 새들보다 높이 비상하여 구름 속에 노닐다가 수직 낙하하는 경쾌함을 지녔다.

무덥던 여름날, 시골 친구들은 냇가로 몰려갔다. 동네에서 물놀이하기 적당한 곳이 두세 군데 있어서 물놀이 하기에 좋았다. 여름에 멱을 감는 일은 동네 아이들의 가장 흔한 놀이였는데 떠들썩한 웃음소리가 작은 보 끝에서 떨어지는 물소리와 더불어 아래로 바쁘게 흘러갔다. 산중이었던 우리 동네의 하나뿐인 윗동네에서 내려오는 물은 꽤 많아서 우리가 놀던 봇물 위에 철철바위라는 이름의 바위가 말해주듯 우리가 놀기에 마땅한 놀이터였다. 봇물 가운데 즈음에 있던 바위 위에 올라가 다이빙을 한다며 뛰어내리면 살갗에 닿는 물의 촉감이 부드럽고도 탄력이 있었다. 입술이 파래지도록 놀다가 10여 미터 아래에 넓둥근 해바라기 바위의 뜨거움에 흡족했다.

우리 동네는 모두 옷을 입고 놀았다. 여름옷이라고 해봐야 허름하기 짝이 없는 얇은 천 조각쯤 될 성싶다. 너무 오래 물속에서 놀았든지 입술 색이 더디 돌아올 때, 가끔은 옷을 벗어 바위 위에 펼쳐 말리는 경우도 있었다. 간혹 해거름 무렵까지 물가에서 놀 때가 있는데 그럴 경우는 다슬기를 잔뜩 잡아서 온다. 다슬기는 해를 기피하는지 이른 아침과 해 저물 무렵에 많이 보인다. 아랫물 놀이터 근방에는 다슬기가 많았다. 돌아오는 길에 탱자나무 가시를 여남은 개 따오는 것도 빠뜨리지 않는다.

---「물의 여행」중에서

출판사 리뷰

집요한 사유의 탐색을 추구하는 수필

고성현 수필은 깊은 미학의 탐색과 성찰, 생각의 근육이 바탕이 되어 섬세하게 짜인다. 수필 한 편, 한 편을 읽다 보면 촘촘히 짜인 거미줄이나 한 땀 한 땀 수를 놓아 짠 자수 작품을 연상시키기도 한다. 수필 지향의 최종 목적은 인간의 보편적 가치로 귀결되지만, 고성현 수필은 자신의 철학과 인식 그리고 심리 분석을 바탕으로 인생의 씨줄과 날줄을 엮어 가면서 한 편의 수필로 마무리 짓는 것이다.

수필을 통해 본 고성현은 보기 드물게 생각의 근육이 튼튼한 작가다. 그 근육은 오랜 세월 천착해온 삶의 고뇌와 철학, 교육과 심리에서 다져진 것이다. 물론 독서는 기본이다. 이처럼 생각의 근육은 어느 날 갑자기 생기는 게 아니다. 자기만의 철학이 분명한 이들의 수필은 말랑말랑하기보다 묵직한 사유가 지배적이다. 철학이든 심리학이든 명리학이든 관상학이든 운명 철학이든 더 나아가 신앙이든, 그 어느 하나가 사유의 눈이 되어 있는 작가들 작품은 소재가 다양하더라도 대부분 작품 색깔이 선명하다. 자기만의 작품세계를 형성해 가는 것이다.

수필 미학은 문장뿐만 아니라
작가의 사유에도 존재한다


고성현은 삶을 고요히 관조하기보다 인생의 편린을 하나하나 뜯어 파헤치는 천착을 택한다. 이는 작가 내면에서 형성되어 내공이 된 지적, 지성적 에너지에서 나오는 듯하다. 문장력이나 묘사가 문학 작품의 꽃이기는 하지만 자신의 철학 부재로 사물에 대한 혜안이 약하면 문장력도 묘사도 허약해질 수밖에는 없을 것이다. 수필 미학은 감성이나 문자에만 존재하는 게 아니라 작가가 탐색하고 풀어내는 사유에도 존재한다. 수필의 성격은 다양하다. 따라서 독자가 수필을 취하는 성향도 각기 다르다. 말랑말랑한 감성적 수필을 좋아하는 독자도 있고, 다소 묵직하더라도 지성적 수필을 선호하는 독자도 있을 것이다. 따라서 수필가는 독자의 다양한 성향을 모두 만족시킬 수는 없다. 자기만의 수필 미학으로, 자기만의 수필 세계가 형성되었을 때 같은 성향의 독자가 다가와 공감하고 나누게 된다.

최명희 소설 ‘혼불’을 보면 달에 관해서 집요하게 물고 늘어지는 묘사들이 나온다. 사물의 현상은 물론, 문장의 미학을 추구하는 데 온 힘을 쏟은 느낌을 받는다. 다음은 이번 수필집 『시간에 기대어 서서』에 실린 고성현 수필가의 ‘꽃을 보는 시선’ 중 일부이다.

“꽃의 아름다움이 꽃의 색채나 형태에 한정되는 것은 아니다. 사물의 유용성은 꽃의 유용성에도 적용된다. 그리하여 꽃의 가치를 유용함에 둔다고 하여 이상한 것은 아니다. 우리가 먹는 모든 과일은 꽃에서 시작되며 채소의 씨앗도 꽃에서 얻는다. 사과의 어린 꽃은 앙증맞고, 복숭아꽃은 화려한 유혹이고, 유채의 노란빛은 반가운 인사가 되며, 호박의 커다란 꽃잎은 수수하여 웃음을 자아내게 한다. 이화(梨花)는 달밤에 운치를 더하여 시인을 이끌고, 해바라기는 여름내 해님 같은 모습으로 빛을 보다가 두 손 가득 넘칠 열매를 준다. 꽃 자체의 아름다움도 있지만 풍성한 열매로 인해 꽃은 더욱 사랑을 받는다. 가녀린 잎과 화사한 색깔과 향기로움으로 기쁨을 주고 열매까지 남기니 꽃이 지닌 존재의 가치는 더욱더 상승한다.” -‘꽃을 보는 시선’ 중에서

꽃에 대한 작가의 생각과 판단은 이 수필이 차지하는 5페이지 내내 계속해서 이어진다. 보통 사람이라면 평생 보아온 꽃이라 하더라도 몇 줄의 사유를 풀어내고 나면 이후부터는 붓방아 찧기에 십상일 것이다. 최명희가 혼불에서 그러하듯, 고성현 수필가도 이 수필집 『시간에 기대어 서서』의 대부분 수필에서 집요한 사유의 탐색을 펼치는 작법을 구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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