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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두값은 원하는 대로 드리겠습니다
30일 기념일에 생긴 일 소문 그날 운동장에 갔었냐? 안 갔었냐? 연애 상담 전문 빨간 구두 괴상한 행동 다리와 영혼을 빼앗아 가는 물고기 그들의 계획 복수 상담 가능한가요? 빨간 구두 한 짝의 행방 복수는 단순하게 생각해야 해 구두 소리, 또가닥 또가닥 질투 유발 증언 복수의 마지막 단계 거래 따위는 하지 않겠다는 마음 오해 1등급 상담실, 그리고… 작가의 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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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일이 설명해 주지 않아도 척척 알아들으니까 아주 편했다.
“맞아. 세상에 공짜가 어디 있냐?” “풋!” 소라가 웃었다. 그래, 돈이 삼백만 원이 들어온다는데 웃음이 나야 정상이지. 나는 소라를 따라 웃었다. “오신우. 너는 지금 웃음이 나오냐? 멍청하긴! 아휴, 내가 너랑 사귀는 사이라는 게 쪽팔린다. 나는 있잖아. 보이스 피싱에 홀딱 넘어가서 자기 신분증이랑 통장을 빌려주는 그런 멍청한 짓을 누가 하나, 되게 궁금했거든. 지금 당장 돈을 현금으로 찾아다가 냉장고 안에 넣어 두라는 말에 시키는 대로 하는 사람이 있다고 그러잖아? 나는 그런 거 다 뻥인 줄 알았거든. 그런데 딱 너 같은 사람들이 그렇게 하겠다. 바보인 거니, 세상 물정을 모르는 거니?” “야! 내가 미쳤냐? 냉장고에 돈을 넣어 놓게?” “됐고. 나는 30퍼센트 필요 없으니까 너 혼자 다 먹어. 나는 통장 빌려주고 범죄에 연루되고 싶지 않아. 너랑 나란히 잡혀서 경찰서에 잡혀가고 싶지 않다고.” --- p.16 학교가 뒤숭숭했다. 김나성이 생각보다 많이 다쳤다고 했다. 양심이라는 것이 시도 때도 없이 불쑥불쑥 고개를 쳐들려고 했다. 그럴 때마다 나는 나에게 외쳤다. 달팽이껍질 속에 그냥 가만히 처박혀 있어! 네가 밝힐 필요 없어. 언젠가는 김나성이 밝힐 거야. 아닌 말로 맞은 김나성이 입을 다물고 있는데 내가 뭔 상관이람? “누군지 모르지만 강심장이야. 어떻게 학교 운동장에서 싸울 생각을 하냐? 아무리 넓어서 싸우기 좋아도 그렇지. 학교잖아, 학교! 대체 누구냐? 김나성은 왜 입을 다물고 있는 거야? 속 시원히 누구한테 맞았는지 말하지.” 아이들은 김나성이 왜 침묵하는지 궁금해했다. --- p.64 주변이 어둑어둑해져서야 나는 길게 한숨을 내쉬며 돌아섰다. 이미 우산은 필요 없었다. 나는 우산을 접어 들었다. 분리수거 장이 있는 건물을 돌아설 때였다. 나는 걸음을 멈췄다. 저만큼 빗속에 서 있는 사람의 모습이 보였다. 상담 선생님이었다. ‘뭐 하는 거야?’ 나는 내 눈을 의심했다. 상담 선생님이 하늘을 향해 두 팔을 펄럭이고 있었다. 쏟아지는 비를 그대로 맞으며 말이다. 날개가 젖어 날 수 없는 나비처럼 상담 선생님은 애타게 두 팔을 펄럭였다. 그 모습은 물길을 헤쳐 나가는 물고기 같았다. 상담 선생님은 한 번씩 고개를 쳐들고 빗물을 받아 마셨다. ‘미쳤나 봐.’ 절대 정상적인 사람의 모습은 아니었다. 어둠은 더 짙어지고 비바람도 더 심해졌다. 어둠에 가려 상담 선생님은 더 이상 보이지 않았다. 집으로 돌아와서도 충격은 가시지 않았다. --- p.92 상담 선생님 얼굴이 환해졌다. 뭔가 설레는 듯한 상담 선생님 표정을 보자 양심의 가책이 느껴졌다. 미안했다. 하지만 나는 생각을 다르게 하기로 했다. 빨간 구두를 찾아 주는 일은 못 해도 다른 뭔가로 상담 선생님을 도와줄 일이 생길 수도 있을 거다. 그러면 그 일에 최선을 다할 거라고. 어찌 생각하면 나 스스로를 위로하는 생각이었다. 내가 상담 선생님을 도와줄 일이 뭐가 있을 거라고. “선생님. 연애 상담 말이에요. 연애를 하다가 일어난 일들은 모두 상담 가능한 거죠? 그러니까 제 말은 복수 상담도 가능한 건지 그게 궁금해요. 복수하고 싶은 마음도 결국은 연애 끝에 오는 거니까 꼭 상담해 주셨으면 좋겠어요.” “글쎄다. 복수를 하고 싶은 모양이구나?” --- p.134 “마실래?” 상담 선생님이 빨간 캐리어에서 보라색 티백을 꺼냈다. “먼저 빗물부터 닦아야 할 거 같은데요? 갈아입을 옷 있으세요? 제가 잠시 나갔다 들어올까요?” “아니, 괜찮아. 시원하고 좋은데 뭘. 비를 맞으면 아주 깊은 곳에 숨죽이고 있던 여러 가지 기억들이 되살아나거든. 기억들이 되살아나면 내가 누구인지 깨닫게 되기도 하고, 그러면 숨통도 트이고.” 문득 그날 일이 떠올렸다. 빗속에서 빗물까지 받아먹고 있던 상담 선생님의 모습 말이다. 상호가 말했던 물고기는 아닌 거 같고 그렇다고 해서 정신이 이상한 것도 아닌 듯했다. 아마도 비와 관련된 마음 아픈 기억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비가 내리는 날 맹목적으로 좋아하던 사람에게서 혹독한 말을 들었다면 비가 내리는 날을 절대 그냥 지나갈 수가 없을 거다. 내가 요트를 영원히 잊을 수 없다고 생각한 것과 마찬가지로. 비가 내리는 날이면 하도 괴로워서 마구마구 빗속을 헤매고 다니고 싶을 수도 있다. --- p.15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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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마음이 내 마음이고 내 마음이 네 마음이다.’라는 말은 있을 수 없다.
상대의 마음을 존중하면서 가장 간절한 사랑을 하기 바란다. 가족이든, 친구든, 연인이든.” -작가의 말 중에서- 베스트셀러 『구미호 식당』 박현숙 작가가 동시대의 젊은 독자에게 선사하는 신비롭고 미스터리한 청춘 판타지 로맨스 흥미진진한 스토리 전개와 개성적인 인물로 많은 독자에게 사랑받아 온 박현숙 작가가 신작 『1등급 상담실』로 찾아왔다. 『1등급 상담실』의 주인공 오신우는 어딘가 모르게 서투르지만 늘 밝고 명랑한, 그래서 무척이나 친근한 인물이다. 오신우의 가장 큰 고민은 다름 아닌 사랑. 학교에서 제일 잘나간다는 소라와 엉겁결에 사귀게 된 오신우는 하찮은 욕심과 자존심 때문에 사랑을 시작해 보기도 전에 첫 이별을 경험하게 된다. 오신우는 태어나서 처음 겪는 사랑의 아픔 때문에 무척이나 괴로워하지만, 그 마음을 결코 부정하지 않는다. 오히려 솔직하고 밝은 에너지로 발산하면서 아무도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독자들을 끌고 간다. 박현숙 작가는 주인공 오신우의 이러한 엉뚱하고 구김살 없는 모습을 통해 대한민국 청소년들이 겪고 있을 법한, 사랑에 대한 고민을 현실적이고도 생동감 있게 그려 내고 있다. 동시에, 이 작품은 미스터리를 품은 인물인 상담 선생님의 등장과 함께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는데, 이 상담 선생님의 존재감 또한 무척 인상적이다. 은색 바바리코트를 입고, 빨간 구두에, 빨간 캐리어를 끌고서, 긴 머리를 휘날리며 학교 운동장으로 들어서는 첫 등장 묘사는 마치 영화처럼 강렬하다. 무언가 알 수 없는 비밀을 품고 있는 듯한 상담 선생님은 작품 내내 이해할 수 없는 기행들을 보여 주는데, 그녀의 이상한 행동들로 인해 독자는 소설의 사건 속으로 매료되듯 몰입되고 만다. 이 소설을 읽는 독자들은 친근한 주인공 오신우와 신비로운 상담 선생님이라는 독특한 캐릭터 간에 피어나는 신뢰 관계와 초자연적인 사건 전개에 놀랍도록 빠져들고 말 것이다. 아직은 서툴러도 괜찮아! 사랑이라는 ‘관계’에 대해 생각하게 되는 소설 『1등급 상담실』은 십 대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고, 사랑이라는 주제를 다루는 로맨스 소설이기도 하면서, 극대화된 상상력을 바탕으로 이루어진 판타지물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 작품이 이야기하고 있는 세계는 어떤 유치하고 허황된 사랑 이야기가 아니다. 현대 사회에서는 모든 인간관계가 느슨해지고 어떤 것이 진짜 사랑이고 가짜 사랑인지 구분조차 하기 힘들어졌다. 애초에 사랑이라는 것이 뭔가 대단히 큰 것을 희생할 만한 가치가 있는 일인지 의문을 품게 되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 작품은 ‘빨간 구두’라는 상징을 통해 이러한 세태를 잘 보여 주고 있다. 주인공 오신우는 여자친구 소라에게 선물한 빨간 구두를 천만 원에 되팔기 위해 구두를 돌려 달라고 말한다. 과연 당신은 천만 원쯤 되는 돈과 연인의 행복한 모습을 바꿀 수 있다면 바꿀 것인가? 사람마다 아마도 대답이 다르겠지만, 이 작품은 일단 오신우의 입을 통해 천만 원이면 그까짓 낡은 구두 몇 켤레든 살 수 있는 ‘몇 배나 남는 장사다.’라고 말한다. 매우 타당하고 이성적인 판단일 수 있겠지만 오신우는 바로 그 지나치게 똑똑한 판단으로 인해 사랑도 잃고 천만 원짜리 구두도 잃는 최악의 경험을 시작하게 된다. 이 작품은 이렇듯 톡톡 튀는 상상력과 색다른 주제 의식으로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과연 사랑이란 무엇인가, 더 나아가 관계란 무엇인가 하는 문제를 고민해 보게 한다. 매 순간 나도 모르는 사이에 계산하고, 따져보고 게임 하듯 살아가는 우리들의 삶을 잠시 멈추고 바라보게 한다. 부디 더 많은 청소년이 이 작품을 접하고 조금 손해 볼 줄 아는, 솔직하고 행복한 삶을 살게 되기를 바라 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