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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결된 고통

: 현대 의학의 그릇에 담기지 않는 고유하고 다양한 아픈 몸들의 인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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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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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23년 02월 24일
쪽수, 무게, 크기 266쪽 | 338g | 130*200*17mm
ISBN13 9791192465043
ISBN10 1192465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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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D 한마디

『연결된 고통』을 쓴 이기병 내과 의사는 3년간 가리봉동의 외국인노동자전용의원에서 근무했다. 그곳에서 다양한 아픈 몸과 만났다. 언어와 문화의 장벽이 고통을 이해하는 데 걸림돌이었다. 이 책은 여러 외국인 노동자를 진료하며 겪은 희로애락을 글로 남긴 최초의 기록이다. - 손민규 인문 PD

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저자 소개 (1명)

만든이 코멘트 만든이 코멘트 보이기/감추기

안녕하세요. 이책의 저자 입니다.
2023-09-08
현직 내과 전문의이자 의료인류학 연구자 이기병 선생님이 외국인노동자의원에서 환자들과 씨름하며 겪었던 희로애락을 담은 책입니다. 어느 날 함께 일했던 동료가 〈과학뒤켠〉이라는 잡지에 실린 기고문을 메일로 보내줬어요. ‘길 잃은 내과 의사, 인류학의 길을 찾다’라는 제목을 단 그 글은 솔직히 좀 어렵긴 했지만 (웃음) 매우 새로웠고 독특했어요. 환자를 어떤 ‘장기’를 지닌 치료 대상으로만 보지 않으려 노력한 흔적들, 진단 뒤에 숨은 ‘목소리를 잃은 서사’에 귀 기울였어야 하지만 본인도 그러기를 실패했다는 고백, 이제라도 그 실패를 주섬주섬 손에 쥐고 복기해보려는 시도들이 거기 담겨 있었어요. 무엇보다 그런 일들을 외국인노동자전용의원에서 겪으셨던 것인데, 이것은 이분만 하실 수 있는 이야기이며 자칫 묻힐 수도 있는 기록이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던 것 같습니다. 북토크를 할 때면 저자는 이 책을 ‘긴 후회의 기록’이라고 소개하세요. 언어와 문화의 장벽이 분명 존재했고, 매일 적게는 40명 많게는 100명 가까이 환자를 봐야 하는 열악한 환경 탓이긴 했어도, 진료가 ‘충분치 않았다’는 것인데요. 책을 읽다 보면 가리봉동의 어느 좁다란 진료실 한 편에 슬그머니 앉아 있는 듯한 착각이 들어요. 때로는 의사의 마음이 되어 위독한 환자와 연락이 닿지 않아 전화를 해대며 노파심과 불안을 느끼고, 때로는 환자가 되어 내 말을 성의껏 들어주지 않는 의사의 무심함에 서럽고 속상하기도 하죠. 어느새 외국인노동자전용의원의 이야기를 곧 내 이야기로 읽게 되는 마법의 순간을 경험하게 되는데, 그런 의미에서 그 시간들을 인류학의 관점에서 해석하고 복원해내는 데는 ‘성공’하신 듯해요. - 아몬드 이은정 대표

책 속으로 책속으로 보이기/감추기

고통과 통증은 오직 개인적인 것이라고 상상하지만 실제로는 그가 속한 문화와 사회와 역사의 층위 위에서 상연되는 것일 가능성이 높다.
--- p.15

이 책은 외노의원에서 내가 만났던 환자들과 3년간 씨름하며 겪었던 희로애락의 기록이다. 이제 외노의원이 폐원하여 역사로만 남았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서울 가리봉동의 작은 의원에 다녀갔던 수많은 이국의 노동자들에 대한 기록, 잊히지 않아야 할 그 크고 작은 세계의 기록이 어쩌면 이 책에서 끝날 수도 있겠다는 일말의 불안감이 든다. 그러나 그래서 더욱 이 글의 목적은 기록하여 닫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이야기가 잊히지 않게 환기되고 회자되도록 진입로를 열어두는 것에 있음을 밝혀둔다.
--- pp.16~17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환자가 의사보다 병을 잘 알고 있었다는 점이다. 환자의 몸이 현대 의학의 진단 체계보다 더 정확하게 ‘말’하고 있었던 셈이다.
--- p.49

질환을 가진 삶은 분명 고통스러운 면이 있다. 그것을 옆에서 지켜보게 되는 가족도 마찬가지로 고통을 겪는다. 환자는 평소에 아무렇지 않게 누리던 무엇인가를 잃어버리며 결코 원하지 않던 무엇인가를 떠안는다. 그러나 쉽게 동의할 수 없는 그 교환의 관계가 지속되며 그는 질병이나 아픔과 함께 살아가는 것이 무엇인지를 배우게 된다. 어쩌면 이런 방식이 삶에 주어진 고통의 의미를 이해하고 해석하는, 또 그것을 극복하는 유일한 방식일지도 모르겠다.
--- p.51

그는 “조금 마셨다”는 식의 변명은 하지 않았다. 다만 매일 마시지는 않았다고 했다. 그리고 “죄송합니다”라는 말을 연거푸 되풀이했다. 나는 당신은 내게 잘못한 것이 아니라고 말할까 하다가 그만두었다. 그것이 위로가 되지 않을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다. 그는 그 정도로 계속 싸우고 있는 중이었고, 나는 내 쪽에서도 그의 투쟁의 어딘가에 참여해야겠다고 생각했다.
--- p.68

잠시 머뭇거리던 환자가 나를 멈춰 세웠다. 나는 그를 돌아보았다. 그의, 약간은 긴장한 듯한 눈동자가 나를 보고 있었다.
“한 가지 더 검사해보고 싶은 게 있는데요.” 그는 천천히 말을 이었다. “오늘, HIV 검사도 할 수 있을까요?”
나는 HIV 라는 단어를 듣고, 흠칫 놀랐으나 티를 내지 않으려 노력하며 되물었다.
“그러니까, 환자 분 말씀은 HIV 바이러스에 감염되었는지 아닌지를 알고 싶다는 건가요?”
--- p.90

의사라는 직업은 모순적인 면이 있다. 성경에 실려 있듯 ‘건강한 자에게는 의원이 쓸데없기 때문’에 의사라는 업은 필연적으로 사람들의 불건강과 고통이 있어야 유지된다. 그러나 고통을 통해 유지되는 의업의 목적은 고통을 근절하고 건강한 사회를 만드는 일이다. 희한한 것은 고통의 연료를 때가며 고통을 근절하고자 하는 이 모순된 직업에 나같이 평범한 이들도 일말의 사명감과 보람을 느낀다는 것이다(물론 항상 그런 것은 아니다).
--- p.91

필수 불가결한 것들만 진행해도 시간과 여력이 모자란 생의학적 진료 현장에서 생사회적 관점이란 언제나 잉여의 논의가 되어 버리기 십상이다. 그러나 실제 세상에서 사람들의 문제가 해결되는 방식은 언제나 사회적 특성들에 기반한다. 질병을 치료하는 것은 약이지만, 실제로 중요한 것은 약 이전에 그 약을 구입하기 위해 필요한 돈, 또 약을 먹어야 하는 사람인 것처럼.
--- p.122

쉼터에서 나가지 않겠다는 사람들도 그렇지만 옴이 돌고 있다고 설명했는데도 그 쉼터에 들어오고자 하는 사람들이 있다니. 나는 의아했다. 옴 진드기가 뭔지 잘 몰라서 그런 것일까. 아니면 내가 모르는 다른 이유가 있는 것일까. 쉼터가 가진 모종의 비밀이 있는 것일까. 그곳은 어떤 장소인가.
--- pp.134~135

당일에 드물게 환자가 많지 않은 날이라 나는 비교적 긴 시간을 그들과 면담할 수 있었다. 나중에 대학원에서 인류학을 공부하며 알게 된 것이지만, 나는 당시 의도치 않게 일종의 인류학적 현지 조사를 진행하고 있었던 셈이었다. 면담이 진행될수록 그들은 내가 묻는 말에 대답하기보다 그들끼리 이야기를 주고받기 시작했다. 내 질문을 통해서보다 그들끼리의 환담과 대화를 들으며 더 많은 정보를 얻게 된다는 사실을 깨닫는 데까지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 p.137

나의 이번 이야기에 등장하는 그처럼 원인을 잘 모르는 통증이나 정확히 표현하기 힘든 몸의 이상으로 여러 병원을 전전하거나 병원의 여러 과를 돌아다녀본 경험을 지닌 사람이 분명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뚜렷한 성과를 얻지 못한 채 말이다. 시간이 늘 부족한 진료실에서, 본인이 생각해도 전혀 상관없어 보이는 증상들을 불가피하게 열거할 때 일그러지는 의료진의 표정을 아마 당신도 보았을지 모른다.
--- p.180

어느 월요일이었다. 근무 시간이 끝나가고 모니터를 보던 눈이 침침해지던 때 50대 후반쯤으로 보이는 중년의 한 남자가 진료실로 들어섰다. 조선족임을 알 수 있는 말씨였고 작업복에는 군데군데 얼룩이 묻어 있었으나 전반적으로는 차림새가 단정했다. 다만 어떤 의사라도 첫인상에서 알 수 있을 정도로 얼굴이 너무 창백했다.
“기침을 달포가 되도록 계속 하는데 가끔 피가 묻어나요.”
그의 이야기는 간결했지만 증상은 결코 가볍지 않았다.
--- p.190

나는 석연치가 않았다. 일을 하다 보면 뭔가 중요한 것을 놓친 것 같은 찜찜한 순간이 한 번쯤은 꼭 있기 마련인데 그날이 그랬다. 뒷목 언저리가 서늘했다. 진료가 끝난 뒤 나는 병원에 홀로 남아 기록과 정황을 새로 검토했다. 시간에 쫓기지 않으면서 처음부터 상황을 다시 보는 방식이 이런 순간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길을 잃어버렸을 때는 결국 왔던 길을 잠시라도 되짚어가야만 한다. 문득 환자의 기침 증상에 생각이 미쳐 엑스레이 사진을 열었다. 5분이 넘게 사진을 응시하던 나는 결국 내가 무슨 실수를 저질렀는지를 깨닫게 되었다.
--- p.196

내가 그와 만나는 짧은 시간 동안 할 수 있었던 의미 있는 일은 질병의 발견이나 죽음의 언도가 아니라 아마도 그의 고통을 헤아려 보는 것, 그 고통의 현장에 일부 참여하는 것이었다는 점도. 어쩌면 그것이 본질이자 전부였을 수도 있다.
--- p.209

괜찮은, 정상적인 환자가 아니라 이상한 환자. 괜찮은 환자라니 여기부터 엄청난 역설이다. 정상적인 환자라니 무슨 말인가. 그럼에도 이분법은 간편하다. 망치를 든 사람 눈에는 못만 보이는 법이니까. 내 몸은 피곤하고 이 사람은 이상한 환자라고 일단 못 박고 나면 나머지 정보들은 상당히 탈색되거나 소거된다. 재고의 여지가 부족해진다. 이 환자를 향한 이분법은 자명한 검사 결과로 인해 다행히 망상 수준에서 끝이 났지만 이러한 선입견의 효과는 우리의 드러나지 않는 일상에서 익숙한 것과 익숙하지 않은 것, 괜찮은 것과 이상한 것을 나누며 여전히 진행 중일지 모른다.
--- p.223

이 책은 가리봉동의 좁다란 진료실 안에서 일어난 소소한 일들을 복기한 것에 불과하지만, 한 사람이 오는 것은 한 세상이 오는 것이라 하지 않았던가. 내게 다녀갔던 외국인노동자 신분의 환자들, 그들은 이 땅에 살며 고통을 견디던, 우리 역사의 일부다. 바라기는 이 기록이 우리가 사는 세상에 존재하는 거대한 고통의 일부를 조금 더 이해하게 되거나 적으나마 해석의 여지를 늘려주었기를 소망한다. 그래서 누군가가 그 고통에 개입하거나 고통을 완화시키기에 수월하기를, 또 다른 누군가의 문화적, 심리적, 사회적, 신체적 고통이 잠시나마 줄어들 수 있기를 희망한다.
--- p.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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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리봉동 외국인노동자전용의원에서 보낸 3년간의 공중보건의 생활은, 누군가에게는 단지 군대 의무를 해소하는 일일 수도 있었겠지만, 저자 이기병에게는 오히려 생면부지의 낯선 사람들을 환대하고, 아픈 자들의 목소리와 몸짓에 마음을 기울이며, 조금 더 나은 공동체와 미래를 만들고자 하는 분투와 용기의 나날이었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며 몇 번이나 눈물을 훔치지 않을 수 없었다. 샘물처럼 맑고 바위처럼 성실한 그가 매 순간 얼마나 힘들었을지, 밀려드는 환자와 제한된 진료 시간 속에 끼니를 제대로 챙기지 못하면서도, 열악한 노동환경과 위태로운 법적 지위로 인해 오지 않는 환자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대며 애태우는 그의 마음이 고스란히 내게도 전달되었기 때문이다. “돌아올 수 없는 강은 한 번에 건너는 것이 아니다”라는 저자의 말처럼, 의학적 진단은 순간일지 모르나, 외국인노동자 각자의 질병과 죽음은 중국, 네팔, 태국, 코트디부아르, 가나 그리고 한국에서의 복잡하고 고단한 삶이 축적된 결과다. 저자는 의사로서도 인류학자로서도 뛰어나지만, 그의 가장 빛나는 부분은 의사와 인류학자의 경계 속에서 탄생한다. 그는 경계적 삶을 살기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그렇기에 우리는 그의 글을 통해, 또 다른 경계에서 위태롭게 살아가는 노동자이자 외국인인 환자들을 비로소 우리와 같은 이웃으로 만날 수 있다. 친절한 의료 지식과 더불어 깊이 있는 인문학적 사유와 유머러스한 표현들은 이 책을 읽어야 할 또 다른 이유다.
- 이현정 (서울대학교 인류학과 교수)
이 책은 가리봉동의 좁다란 진료실에서의 경험을 의학과 인류학을 경유하여 읽어내려는 시도다. 외국인노동자전용의원에 진료를 보기 위해 찾아왔던 환자들과의 만남, 진단명을 찾기 위해 나눴던 대화, 그 속에서 읽어냈던 사회·문화적 맥락과 미처 파악하지 못했던 고통을 저자는 ‘연결된 고통’이라 부른다. 의학적 진단이 소외시키는 시공간을 돌아보며 그 속에 담긴 맥락을 분석하는 일은 여태껏 우리 사회가 무엇을 놓쳐왔는지를 정확하게 보여주는 은유다. 책장을 덮고 나면 지금은 사라진 외국인노동자전용의원에 찾아왔던 이들의 증상과 진단명, 이를 가로지르는 삶의 서사를 어떻게 바라보고 읽어내고 기억할 것인지에 대한 질문이 남는다. 이 책을 통해 그 질문이 이어지고 연결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 이길보라 (영화감독, 작가)
『연결된 고통』을 읽는 동안 타국의 진료실에 앉아 있는 나를 어쩔 수 없이 상상하곤 했다. 곤란과 당혹에 자주 몸을 떨었다. 같은 언어를 써도 진료실 안에서 소통은 늘 충분치 않다. 의사가 아는 것과 내가 아는 의학 지식의 차이가 말을 누르기 때문이다. 게다가 병원에서 신체는 하나의 몸이 아니라 부위나 기관으로 다뤄진다. 대개의 의사는 ‘살리는’ 일만 중요하게 가르친다. 그 주변을 탐험할 시간도 여유도 없다. 이기병은 우연이 데려다 놓은 외국인노동자전용의원에서 만난 ‘낯선 몸들’ 덕분에 진료 현장이 “언제나 불충분”하다는 것을 몇 번이고 다시 배운다. 진료실 안으로 들어온 환자는 무엇이 미안한 줄도 모르면서 미안해했다. 그것이 그나마 가장 ‘잘’ 할 수 있는 말이었기 때문이다. 언어마저 제대로 통하지 않는 진료실에서 외국인노동자를 상대하는 일은 고통을 듣는 훈련이기도 했다. 진단명 하나로 압축되지 않는 삶을 샅샅이 들여다 본 덕분에 ‘몸’은 진료실 안이 아닌 사회적 맥락 위에 존재할 수 있었다. 이 책은 현대 의학이 간과한 돌봄의 필요와 쓸모를 살뜰히 발굴해낸다. 의학에서 출발한 이야기는 인류학까지 뻗어나간다. 어떤 ‘앎’은 되돌릴 수 없어서, 더 먼 곳으로 운명을 등 떠민다. 나는 이 기록이 우리 공동체의 미래를 준비하게 만든다는 걸 믿는다.
- 장일호 ([시사IN] 기자, 『슬픔의 방문』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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