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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고 온 여름
양장
성해나
창비 2023.0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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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D 한마디

[불완전하지만 찬란했던 시절을 보내며] 성해나 소설가의 따스한 시선으로 그린 ‘가족 아닌‘ 가족의 만남과 이별. 부모의 재혼으로 인해 형제로 4년간 지냈던 기하와 재하가 그 시절을 다시 뒤돌아 보게 된다. “아무것도 두고 온 게 없는데 무언가 잃어버린 듯한 기분”으로 살아온 그들은 과연, 놓쳤던 마음을 재발견할 수 있을까? - 소설/시 PD 김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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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기하
재하
기하
재하

인터뷰 성해나×김유나
작가의 말

저자 소개1

2019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중편 「오즈」로 당선되며 등단. 글을 쓸 때마다 이전과 다른 사람이 되어감을 느낀다. 그것이 좋아 글쓰기를 시작했고, 여전히 이어가고 있다. 깊이 쓰고, 신중히 고치고 싶다. 2024년 젊은작가상, 이효석문학상 우수작품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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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3년 03월 17일
판형
양장 ?
쪽수, 무게, 크기
172쪽 | 256g | 128*194*20mm
ISBN13
9788936439002

예스24 리뷰

삶의 어느 순간, 누군가를 보냈던 이들에게
도서1팀 김유리 (asalighter@yes24.com)
훌륭한 소설의 덕목 중 하나가 있다. 어떤 소설은 가끔 한순간을 압축해서 파노라마처럼 선보인다. 성해나 작가의 『두고 온 여름』은 그런 면에 있어서 훌륭한 소설이다. 기억의 파노라마를 잔잔한 수채화처럼 독자의 추억에 잘 스며들게 펼쳐냈다. 소설 속 이야기는 기하와 재하라는 두 사람이 한 시절을 저마다의 기억으로 풀어가며 시작된다.

사진관을 운영하고 있는 홀아버지 밑에서 눈에 띄는 곳에 두고 싶을 정도로 귀한 아들이었던 기하. 그러던 어느 날, 19살 그에게 새로운 가족이 생긴다. 새어머니(라고 쓰고 ‘저기’라고 부르는)와 여덟 살 더 어린 재하다. 고등학생인 기하에게 갑자기 생긴 가족이 반가울 리가 없다. 사춘기 시절 모두가 그렇듯 기하는 새어머니에게도, 동생 재하에게도 다가가지 않는다.

그럼에도 새어머니와 재하는 기하에게 무던히 정을 주고자 한다. 그마저도 기하는 ‘애쓰는’ 것 같아 불편해하지만. 그러나 기하도 중국 냉면의 땅콩 소스가 풀어지는 듯한 감정을 조금씩 가지게 된다. 그러다 뜻밖의 사건으로 기하가 새어머니와 재하에게서 멀어지게 된다. 원인은 아버지. 자신의 유일한 가족인 아버지가 재하에게 다정한 모습을 보며, 감정의 끈이 끊어지고 만다. 정작 자신은 새어머니의 ‘애쓰는 모습’을 가장 힘들어했으면서 말이다.

한편 새로운 인연이 힘들었던 건 초등학생 재하도 마찬가지였다. 비정엔 익숙하지만, 다정엔 낯설었던 어린 재하는 ‘가감 없이 표현하고 바닥을 내보이는’ 형 기하를 부러워했다. 형이 좋아하는 중국 냉면을 맛도 모르지만 따라 먹고, 새아버지에게 형용할 수 없는 죄책감을 느끼면서 4년을 살았다. 그 사이 형에게 상처받은 엄마의 등을 받아주기도 하면서.

시간이 흘러 어른이 된 기하와 재하에겐 과연 서로가 어떻게 기억되고 있었을까? 감정의 온도는 다를 수 있지만, “꿈결같이 묘연한 한여름의 오후”처럼 다시 돌아가고 싶은 순간 중 하나로 그 시절을 꼽고 있을까? 그들의 이후는 소설의 끝까지 달려야 알 수 있다. 피를 나눈 혈연관계는 아니지만, 이들이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시간 동안 진정한 가족이었는지는 충분한 여과의 시간이 필요로 할 테니.

누구나 한 번씩 ‘아무것도 두고 온 게 없는데 무언가 잃어버린 기분’을 주는 인연을 만난다. 야박하게 ‘시절인연’이라고 단정 짓기엔, 어쩌면 삶의 가장 반짝이는 순간들이 이 『두고 온 여름』에 녹아 있다. 누군가에게는 죽을 때까지 버릴 수 없는 사진들처럼 말이다. 소설 속 가족을 따라 인릉을 서성이며, 그들이 만든 가느다란 연대의 길이를 가늠해 보기를. 충분한 시간이 흐르면 어느 새, 기하와 재하처럼 나의 흘러간 인연 속에서도 미처 보지 못했던 진심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책 속으로

내가 태어나던 해에 아버지는 강북에 있는 오십년 넘은 적산가옥을 개축해 일터 겸 거주지로 삼았다. 가옥은 가벽 하나를 두고 이편은 사진관, 저편은 세칸의 방을 둔 가정집으로 나뉘어 있었다. 나는 두 공간을 넘나들며 아버지와 백반을 시켜 먹고, 「태조 왕건」이나 프로야구를 시청하고, 문제집을 풀거나 콘솔 게임을 했다. 그러다보면 사진을 찍으러 오는 사람들이 간혹 알은척을 할 때도 있었다.
쇼윈도에 걸린 사진, 아저씨 아들내미 맞죠?
그럴 때 아버지는 내 머리칼을 마구 흩트리며 웃었다.
맞아요. 우리 아들놈.
--- pp.8~9

재하 어머니는 내가 저기요, 하고 불러도 못마땅한 기색을 보이지 않았다. 어머니라고 부르길 강요하지도 않았다. 가타부타 없이, 그저 속없는 사람처럼 그러마고 할 뿐이었다. 그래서였을까. 내게 재하 어머니는 객(客) 같았다. 언제든 떠날 수 있고, 언젠가는 떠날 사람. 그렇게 생각한 탓인지 시간이 지나서도 그녀에게 뭘 부탁하거나 전하는 게 영 어렵기만 했다.
--- pp.12~13

검진이 있는 날이면 재하는 평소보다 더 말이 많아졌고 더 크게 웃었다. 겁이 나는 걸 감추려 안간힘 쓰는 게 빤히 보였다. 내가 모르는 재하의 표정. 그런 것이 언뜻 비칠 때마다 그애를 향한 묵은 오해나 염오가 한층 누그러졌다. 면을 건져 먹는 재하를 보며 저 애가 내 친동생이라면 어땠을까, 잠시 가정해보기도 했다. 투박하고 거침없이 속엣말을 쏟아내며 보다 친밀해질 수 있었다면. 서로에게 시큰둥하다가도 어느 순간 자연스럽게 드러나는 끈끈한 우애 같은 것을 우리가 처음부터 나눌 수 있었다면.
--- p.26

오래되어 코팅이 벗겨진 사진들 틈에 낯선 사진 한장이 끼여 있었다. 아버지가 찍었다기엔 초점이 맞지 않고 노이즈도 심한 사진이었다. 사진의 배경이 되는 숲을 골똘히 살펴보다 그것이 재하가 찍은 사진이라는 걸 깨달았다. 뻣뻣하게 걸어가는 나와 그런 내게 다가와 슬며시 팔을 두르려는 재하 어머니의 뒷모습.
그 사진을 오래, 아주 오래 들여다보다 나는 서랍 깊숙이 그것을 숨겨두었다.
--- p.42

말보다는 표정이나 분위기, 실루엣이 더 오래 기억에 남는 사람이 있습니다. 기하 형이 제겐 그런 사람이었습니다. 안경 뒤에 숨겨진 표정이 늘 어두웠던 형. 나보다 두뼘 정도 더 커서 늘 올려다봐야 했던 형. 변성기를 지나 목소리가 굵직했고, 가끔 골목에서 담배를 피우다 내게 들키면 얼굴이 굳어졌던 형.
형은 나를 어떻게 기억하고 있을까요.
--- p.53

비정에는 금세 익숙해졌지만, 다정에는 좀체 그럴 수 없었습니다. 홀연히 나타났다가 손을 대면 스러지는 신기루처럼 한순간에 증발해버릴까, 멀어져버릴까 언제나 주춤. 가까이 다가설 수 없었습니다. 가감 없이 표현하고 바닥을 내보이는 것도 어떤 관계에서는 가능하고, 어떤 관계에서는 불가하다는 사실을 저는 알고 태어난 것일까요.
--- p.58

사진 속에서 새아버지는 저와 어머니의 손을 꼭 잡고 있습니다. 부드럽게 미소 지은 채 손을 맞잡은 세 사람을 보고 있으면 우리가 버티지 못하고 놓아버린 것들, 가중한 책임을 이기지 못해 도망쳐버린 것들은 다 지워지고, 그 자리에 꿈결같이 묘연한 한여름의 오후만이 남습니다.
--- p.88

재하는 피로해 보였다. 그애의 충혈된 눈과 거무스름한 눈가를 훑어보았다. 홍반이 사라진 것을 빼면 얼굴은 어릴 때와 비슷했지만, 하는 말이나 행동은 영 다른 사람 같았다. 의식적으로 존대를 하는 것부터 그랬다. 반말이 나오면 그애는 재빠르게 말을 고치며 예의를 차렸다. 그럴 때마다 왕래하지도, 안부를 묻지도 못한 지난 시간들이 절감되었다.
--- p.102

같이 찍을래요?
재하가 소리쳤다. 독사진을 찍은 지 너무 오래되어 민망하다고, 같이 찍으면 그나마 덜 부끄러울 것 같다고 그애는 말했다. 조금 망설이다 나는 고개를 주억였다.
(…)
잘 나왔네.
잘 나왔네요.
역광이 심해 누가 그애고, 누가 나인지 구분조차 어려웠다. 잘못 찍은 사진이었지만 누구도 다시 찍자고는 하지 않았다. 알 수 없는 표정으로 재하는 한참 사진을 들여다보았다. 빛 아래 우리는 두점 그림자 같았다.

--- pp.128~129

출판사 리뷰

“그게 불편해요. 가족도 아닌데 가족인 척하며 사는 게.”
오해와 결별로 얼룩진 관계를 다독이는
지금 여기, 가장 특별한 가족 드라마


소설은 기하의 회상으로 시작된다. 사진사였던 기하의 아버지는 매년 여름 기하의 사진을 찍어 사진관 쇼윈도에 걸어두었다. 하지만 기하가 열아홉살이었던 그해 여름, 기하는 처음으로 독사진이 아니라 ‘가족사진’을 찍는다. 재하 모자(母字)와 함께. 아주 어릴 때 친모를 여의고 아버지와 단둘이 살아온 기하는 아버지의 재혼으로 갑작스레 생긴 새로운 가족과의 생활에 쉬이 적응하지 못한다. 재하 어머니는 “언제든 떠날 수 있고, 언젠가는 떠날” “객(客)”처럼 느껴지고, 여덟살이나 어린 재하의 “지나친 밝음”은 부담스럽기만 하다(12~14면). 기하의 마음을 유난히 뾰족하게 만드는 것은 아버지의 달라진 모습. 어떤 일이든 재하와 함께하고 재하의 의중부터 살피게 된 아버지를 보며 마음속엔 실망과 원망이 켜켜이 쌓여가고, 그런 치우침을 만회하려는 듯 재하 어머니가 건네는 서툰 애정은 성가실 뿐이다. 새로이 이룬 가족을 잘 가꿔보려는 그들 나름의 노력임을 알면서도 기하는 왜 “울퉁불퉁한 감정을 감추고 덮어가며, 스스로를 속여가며”(69면) “가족도 아닌데 가족인 척하며”(73면) 살아야 하는지, 자꾸만 불만을 품게 된다. 이런 “날선 감정”과 “모난 마음”(20면)은 어린 재하와의 관계도 서먹하게 만들고, 기하는 “지긋지긋한 가족 노릇에서 멀어지고 싶어”(39~40면) 스무살이 되자마자 서둘러 집을 떠난다.

한편 재하의 기억은 어떨까. 기하가 집을 떠나고, 재하의 친부가 벌인 크고 작은 사건으로 어머니와 새아버지가 사년 만에 갈라선 뒤에도 재하는 짧게나마 모두가 함께였던 그 시절을 가끔씩 돌이킨다. 폭력적이었던 친부와 달리 세심하고 자상했던 새아버지, 곁을 내주지 않는 기하 형을 “백번이고 천번이고 이해할 수 있다고”(60면) 말하던 어머니, “다정을 체화하지도, 자상하려 애쓰지도”(59면) 않던 기하 형. 재하는 “세 사람의 미묘한 표정”과 “공회전하는 대화”(71면) 속에서 누구에게도 온전히 기대지 못하고 외로이 지나온 시간을 담담하게 풀어놓는다. “고여 있던 것을 흘려보내듯 잠잠히”(74면) 과거를 짚어나가는 재하의 목소리는 읽는 이의 마음을 애틋함으로 가득 채운다. 하지만 이 책의 말미에 수록된 작가 인터뷰에서 성해나가 밝히듯, 재하는 “지나간 시간을 떠올리며 비탄에 잠기기보다”(166면) 따스했던 순간 또한 곱씹는다. 아토피가 극심했던 자신과 병원에 동행해주었던 기하 형, 치료가 끝난 뒤 함께 먹던 중국 냉면, 면 위에 엉긴 땅콩 소스를 젓가락으로 살살 풀어주며 형이 살며시 지었던 미소 같은 것을.

우리가 친형제였다면 어땠을까, 상상해보았습니다. 우리는 둘만 아는 유머를 주고받으며 낄낄대었겠지요. 치고받으며 싸우다가도 언제 그랬냐는 듯 금세 화해했을 겁니다. 용기나 궁리 없이도 대수롭지 않게 연약한 마음을 내비쳤을 수도 있겠지요. 그런 과거가 있다면. 그런 미래가 있다면.(61면)

제대로 매듭짓지 못한 관계와 감정은 두 사람에게 “아무것도 두고 온 게 없는데 무언가 두고 온 것만 같”(38면)은 기분을 남기고, 그 기분으로 인해 두 사람은 문득 뒤를 돌아본다. 기하의 기억 위에 재하의 기억이 포개어지는 순간, 서로 미처 알지 못했던 혹은 애써 외면했던 면면이 퍼즐처럼 맞추어지며 털어놓지 못한 진심이 기억의 낙차를 거슬러 선명하게 드러난다. 상대에게 다정하려는 노력과 소중한 것을 지키려는 애씀조차 때로는 서로를 더 멀어지게만 하는, 그 이상하고 슬픈 마음의 일이 더욱 가슴 뭉클하게 펼쳐진다. ‘더 다가갔다면’ ‘더 용기 냈다면’과 같은 후회를 거듭하는 대신 어떤 이해는 불가하고 어떤 오해는 필연일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순순히 받아들이는 두 사람의 이야기는 회한을 불러일으키기보다 수없이 어긋나고 멀어졌던 우리의 인연들을 가만히 다독여준다.

“그때는 형을 이해할 수 없었지만…… 지금은 괜찮습니다.”
다시 만난다면 우리, 조금은 달라질 수 있을까?


그렇게 부모의 이혼 이후 남남으로 살아가던 기하와 재하는 십오년 뒤에 다시 만난다. ‘스트리트 뷰’에서 우연히 재하 모자를 발견한 기하가 재하 모자가 운영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중식당에 찾아간 것이다. 긴 시간이 지나고 이제 “묵은 감정들이 사라진 자리에 희미한 부채감”(97면)만 남아, 오히려 반갑고 은근히 그리운 마음이 들어 찾아간 그곳에서 기하는 예전과 비슷하면서도 많이 달라진 재하의 모습, 더이상 세상에 없는 이의 소식, 아버지에 대해 몰랐던 사실까지 맞닥뜨리게 된다. 혼란스러우면서도 씁쓸한 재회 속에서 기하와 재하는 한때 기하 아버지가 즐겨 찾던 출사지이자 그들 가족의 나들이 장소였던 인릉을 산책하며 그간의 사연을 더듬더듬 나눈다. 여전히 솔직하지 못한 채로 머뭇거리며 긴긴 산책을 한 끝에, 과연 그들은 과거와는 다른 현재에 도달할 수 있을까. 아니면 서로에게 완전한 과거로 남게 될까.

소설가 윤성희가 “성해나는 제대로 뒤돌아볼 줄 아는 작가”(추천사)라고 말한바, 『두고 온 여름』은 아쉽게 놓쳐버린 한 순간을 섣부른 비관이나 막연한 긍정 없이 정확하고 조심스럽게 돌아봄으로써 건져 올린 눈부신 결과물이다. 소설 속에서 기하와 재하는 기하 아버지가 찍은 사진을 들여다보며 ‘가족’이었던 한때를 떠올린다. 곱씹으려고 마음먹자 기억은 무수한 결을 보여주며 자세해지고, 사진에는 박제되지 않은 감정과 표정이 세밀하게 되살아난다. 멈칫거리던 손, 울음으로 흔들리던 어깨, 실망을 감추던 얼굴. 상처 주고 상처받은 과거를 한 장면 한 장면 곰곰이 되짚는 동안 자책과 후회, 미련과 원망이 가슴을 깊숙이 찌르고 들어오지만, 그럼으로써 이루어지는 살핌과 헤아림은 실패한 관계를 뒤늦게나마 따듯이 감싸 안는다. 설령 관계가 재건되거나 감정이 복원되지 않는다 하더라도 그들 삶에 다음 장면을 열어준다. 소설의 말미에서 이때껏 과거의 상처에 매여 있던 재하가 비로소 천천히 새 삶을 향해 가는 장면을 확인해보자. 그 찬란한 전진은 우리가 미처 완성하지 못하고 두고 온 한 시절을 너른 품으로 껴안도록 격려해줄 것이다.

작가의 말

소설의 마지막 장을 쓸 때마다 내가 두고 온 인물들이 그곳에서 행복하기를, 평온하기를 빈다. 나도 모르는 세계에 그들만 남겨두었다는 죄스러움을 사하기 위함도 있지만, 그보다는 그들의 삶이 마침표로 끝나지 않고 쉼표로 남아 오래 흐르기를 희원하기 때문이다.

『두고 온 여름』을 쓸 때도 마찬가지였다. 기하와 재하도 그럴 수 있기를, 그들이 살아갈 나날이 더욱 복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썼다.
그곳에서 기하와 재하는 몇번의 여름을 맞을까.
몇번의 사랑을 하고, 또 몇번의 이별을 준비할까.
나는 어떨까.
이 소설을 읽는 당신은.

우리가 맞을 무수한 여름이 보다 눈부시기를.
어딘가 두고 온 불완전한 마음들도 모쪼록 무사하기를.
바란다.

2023년 2월
성해나

추천평

대부분의 소설 속 인물들은 ‘나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가’를 뒤늦게 묻는다. 마음에 커다란 틈이 생긴 뒤에야. 혹은 틈이 너무 벌어져 무너진 뒤에야. 그러면서 틈이 생기기 이전, 아주 가느다란 실금이어서 거의 보이지도 않던 그 순간을 찾기 위해 애를 쓴다. 좋은 소설은 여기에서 결정된다. 뒤돌아보는 자의 시선, 뒤돌아보는 자의 태도, 뒤돌아보는 자의 윤리. 성해나는 제대로 뒤돌아볼 줄 아는 작가이다. 손쉽게 단정하지 않고 함부로 이해하지 않는다. 실패할 것을 알면서도 질문을 곱씹고 곱씹는다. 작가의 사려 깊은 시선은 문장 곳곳에 스며든다. “아무것도 두고 온 게 없는데 무언가 잃어버린 듯한 기분”의 찰나를 문장으로 건져 올린다. 성해나의 문장은 정확하면서 예민하고, 명확하면서 깊고, 단정하면서 힘이 세다. 책을 읽다보면 이 모든 것이 조화롭게 천천히 스며든다. 그래, 이게 읽는 맛이지. 혼자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 윤성희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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