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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픽션이라는 게임의 세계
01 선형적 내러티브와 비선형적 내러티브 02 이본(아포크리파)의 형성 03 게임의 서사성 논쟁 04 게임 구성과 공간 디자인 05 규칙의 중요성 06 PC통신 시기 혼성 패러디의 친목 역할 07 2차 창작 수단, ‘만약에(What If…?)’ 08 초판본과 개정본 09 플롯 도구로서의 멀티버스 혹은 다중 우주 10 템플릿, 미끼와 유인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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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퓨터를 비롯한 기술의 발전은 관객이 참여할 수 있는 인터페이스의 발달을 촉진하고 원하는 만족의 방도를 증가시켰다. 관객석에서 무대 위로 뛰어올라 플레이어가 된 수용자는 혼자서 원전의 이본을 생성하기보다 자신의 ‘플레이’를 관찰하고 도와주는 사람들과 협업하여 결과물을 도출한다.
---「02_이본(아포크리파)의 형성」중에서 게임에서는 전개의 몫이 플레이어에게 있고 게임 디자이너가 할 일은 플레이어가 탐색과 진행을 할 의욕을 불어 넣는 것이다. 결말이 규정된 게임이라고 해도 플레이어가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조건을 형성하여 인과관계에 따라 공간을 탐색하고 경험하게 안배하는 것이 중요하다. ---「04_게임 구성과 공간 디자인」중에서 팬픽션 작가가 다양한 해석을 내놓는 것은 원전을 바탕으로 다른 차원을 형성하는 것과 같다. 수용자는 탐구자이자 창작자로 변신하여 원전을 새로운 맥락에 따라 재조합한다. 팬픽션은 ‘만약에(What If…?)’라는 수단을 이용하여 원전과 다른 방향으로 갈라지고 원전이 가지 않은 다양한 경로를 독자가 탐험케 한다. ---「07_2차 창작 수단, ‘만약에(What If…?)’」중에서 과학에서 말하는 다중 우주의 개념을 빌려서 구축한 과학-판타지 작품의 멀티버스라는 설정은 하나의 플롯 도구로 자리 잡았다. 미국 코믹스에서 한 작품을 재설정하며 연재할 때 사용하면서 멀티버스는 확산하였고 코믹스 팬과 장르 작품 팬을 넘어 대중화되고 있다. ---「09_플롯 도구로서의 멀티버스 혹은 다중 우주」중에서 팬픽션이 가정법을 동원하여 새로운 경로를 창출한다는 대전제를 생각하면 경로의 가능성은 무궁무진해 보이지만, 때로 전혀 상관없는 팬픽션들이 유사한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그 이유 중 하나는 팬픽션 작가들이 비슷한 플롯 도구를 마치 템플릿처럼 쓰기 때문이다. ---「10_템플릿, 미끼와 유인책」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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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픽션은 개념 블록을 조립하는 것이다
내러티브보다 행위성 유발 … 게임과 유사성 팬픽션은 각 개개인이 자신이 좋아하는 원전을 바탕으로 만든 재해석의 결과물이지만, 이는 집합적인 행위의 결과며, 결과물을 계속 생성하도록 촉진하는 관념 체계의 산물이다. 게임은 규칙에 합의하고 참여하는 사람들이 있을 때 성립되고, 참여자들이 특정한 행동을 지속적으로 하게끔 유도하는 체계다. 게임이 만든 공간을 탐구하고 체험하여 같은 공간에서 고유한 경험을 얻도록 구성된 세계다. 팬픽션은 내러티브 매체를 생성하지만, 실질적으로 촉발하는 것은 참가자가 찬성한 규약에 따라 집단적 사고방식을 확인하고 원하는 방향의 특정 감정을 증폭하는 경험의 장 형성임을 게임의 특성에 따라 설명한다. 팬픽션을 기존 문학과 다르게 접근해야 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팬픽션의 특성을 고려하면 기존의 문학이 추구하는 내러티브 매체의 기능보다 행위성을 유발하는 게임의 기능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이미 있는 요소를 활용할뿐더러 집단 내부의 임의적 규칙과 관행에 의존하는 팬픽션은 창작력이나 창조력과 멀어 보인다. 하지만 이는 특정한 규약과 조건 안에서 최대한의 효과를 뽑는 능력의 실험대다. 원전의 독자는 팬픽션의 플레이어가 되어 그 세계를 풍요롭게 하는 활동을 자처해서 한다. 원전의 요소를 어떻게 하면 더 희열에 넘치도록 재조립할 수 있을까? 팬픽션 쓰기는 개념으로 이루어진 블록을 조립하는 것과 같다. 어울려 보이지 않는 것들을 가져와 하나의 원전을 중심으로 말이 되게 조립하는 것으로 창조력을 발휘하고, 독자는 그 플레이를 즐긴다. 이 책은 팬픽션이라는 결과물보다 팬픽션을 읽고 쓰는 환경에 중점을 두며, 창작자로 변신한 수용자가 다양한 내러티브 경로를 만들고 채집하도록 촉진한다는 점에서 팬픽션이 게임에 가깝다는 관점을 제시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