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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장. 그 남자 루오휘 · 7
2장. 두부 테러범 · 17 3장. 케이크 한 판 · 27 4장. 거꾸로 해도 이유이 · 37 5장. 태풍이 지나가고 · 48 6장. 좋아해도 되나요 · 59 7장. 순진하시네요 · 70 8장. 우물 속에 빠진 아이 · 81 9장. 엘리베이터에 갇히다 · 93 10장. 고백 · 105 11장. 달려온 남자 · 116 12장. 서준우 작가 · 128 13장. 레고 조각 · 139 14장. 사이코패스 · 151 15장. 기억 · 162 16장. 좋아하세요? · 172 17장. 작은 새 · 184 18장. 밤 수영 · 194 19장. 고양이 장례식 · 207 20장. 추리 소설의 법칙 · 219 21장. 카나리아 · 231 22장. 시훈의 선택 · 242 23장. 와인과 연극 · 253 24장. 검은 그림자 · 264 25장. H에 관하여 1 · 276 26장. H에 관하여 2 · 287 27장. H에 관하여 3 · 298 28장. 납치 · 310 29장. 새로운 시작 · 321 30장. 산티아고 순례길 · 333 31장. 에필로그 · 34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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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닥에 떨어진 하얀 이면지 위로 남자의 그림자가 드리운다. 시야로 단단하고 강인한 느낌의 구두코가 들어섰다. 휘가 흩어진 이면지를 발로 툭 찼다.
“이게… 유이 씨가 할 일이에요?” “가는 길에 부탁을 받아서….” “이면지 버려 주는 일이?” 남자가 혼내는 것처럼 들렸다. 남자의 말투가 그전과는 너무 다르게 차가워서 유이는 혼란스러웠다. “자기 일도 아닌데 왜 나서는 거예요?” 당황하여 할 말을 찾지 못한 유이는 다음 나온 남자의 말에 몸이 석고상처럼 굳었다. “왜 그렇게 순진하게 살아요, 기분 나쁘게.” 유이는 차마 고개를 들지 못하고 그대로 멈췄다. 눈물이 차올랐다. 곧 남자의 그림자가 사라졌다. --- pp.79~80 ‘내가 왜 여기 있는 걸까?’ 마주 앉은 소파에 루오휘가 다리를 꼬고 앉아 있었다. 허 비서의 호출에 유이는 다시 옆집 남자, 아니 루오휘 사장님의 집무실에 앉아 있었다. 기시감이 느껴지는 상황이다. 설마 계약을 파기하고 나가라고 하는 건 아니겠지? 제발 그것만은 아니길! 아직 겨울이 끝나지 않았는데 이 엄동설한에 잘 곳도 없다. 사장님에게 실수한 게 뭐였는지 곰곰이 따져보았다. 역시 엘리베이터에서 너무 잘난 척을 했던 걸까. 그런데 루오휘 입에서 뜻밖의 말이 나왔다. “이유이 씨가 마음에 듭니다.” --- p.105 “네가 그런 거야? 네가 그런 거냐고!” 엄마는 휘의 양팔에 손톱자국이 박히도록 세게 쥐고 소리를 질러 댔다. 흥분한 엄마와는 달리 휘는 차분한 어조로 말했다. “아니야, 엄마. 난 아무 짓도 안 했어. 난 아기한테 손도 대지 않았어.” 난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 아기가 날 따라 했을 뿐, 손을 대지는 않았으니까. “엄마한테 거짓말하면 안 돼.” “난 거짓말한 적 없어.” 왠지 모르게 휘는 엄마의 눈을 피하고 말았다. 그때 엄마의 눈빛은, 절박하게 애원하는 것이었다. 휘는 그 모습이 정말 참기가 힘들었다. 왜인지 모르겠지만. 그래 이럴 때는 수민이 말대로 웃어야지. 휘는 입꼬리를 올렸다. 엄마를 안심시키려고 환하게 웃었다. 옆에서는 연우의 비명소리 비슷한 울음소리가 들렸다. 참 시끄럽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휘의 웃는 얼굴을 본 엄마의 표정은 하얗게 질렸다. 엄마는 휘의 어깨를 잡았던 손을 놓아 버렸다. 휘가 다가가면 엄마는 뒷걸음쳤다. 무서운 괴물이라도 본 듯한 얼굴이었다. 휘는 입꼬리를 풀었다. 뭔가 잘못됐다. 그런데 뭐가 잘못된 거지? 그 일이 있고 난 뒤, 휘는 버려졌다. --- pp.148~149 “내가 느끼는 감정은 유이가 느끼는 그것과 다를 겁니다. 사이코패스… 들어 본 적 있어요?” 유이는 고개를 끄덕였다. 성격적 인격 장애. 흔한 말로 사이코패스. “나는 11살 때 사이코패스 판정을 받았어요. 나는 사람이 죽는 걸 봐도 아무렇지 않을 정도로 감정이 없는 사람이에요. 사람의 감정을 느끼는 데 어려움이 있어요. 태어나서 한 번도 불쌍하다는 생각을 해 본 적이 없어요. 그런데 유이 씨가 처음이에요. 내가 남을 측은하게 여긴 건. 이상한 기분이었어요. 나로서는… 그렇게밖에 표현이 안 됩니다. 유이 씨가 부당한 일을 당하고 유이 씨가 아프면 나도 아팠어요. 미안해요. 나는 그걸 기분이 나쁘다는 말로밖에 표현이 안 됐어요.” 둘 사이에 침묵이 흘렸다. 유이는 남자의 고백이 안타까우면서도 그를 전부 이해할 수 있을지 의문이었다. 그런데 그 남자는 불쌍함을 느낀 건 유이가 처음이라고 말했다. 유이가 아프면 그도 아프다고 말한다. --- pp.168~169 서준우는 아직도 허 비서에게 가격당한 배를 움켜쥐었다. 정말 있는 힘껏 때린 모양이었다. 계획을 앞당겨야겠다. 박 경감뿐 아니라 허 비서도 문제였다. 난 빨리 보고 싶어. 사랑하는 사람의 일그러지는 얼굴을. 그래, 휘. 난 네 고통이 좋아. 네가 아파할수록 떠오르는 확신이 있어. 네가 고통스러울수록 내가 널 정말 사랑한다는 걸 알게 돼. 휘, 내가 깨운 악마는 잘 있니? 넌 아니라고 하지만 한 번 깨운 악마는 다시 잠들지 못해. 아직 모르겠다고? 기다려. 내가 확인시켜 줄게. --- pp.271~272 휘는 이제야 모든 게 선명해졌다. 서준우의 목표는 유이가 아니라 본인이었고, 나를 자극하기 위해 유이를 끊임없이 이용했다는 걸. 휘는 헛웃음이 나와 허허 웃어 버렸다. “그래, 어쩐지 이상했어. 네가 유이를 바라보는 눈길은 호기심을 넘어 먹잇감을 바라보는 눈이었거든.” “그건 너도 마찬가지 아니야? 네가 유이를 바라보는 눈길도 나와 마찬가지였어. 휘, 내가 하나 가르쳐 줄까? 네가 왜 유이에게만 감정을 느끼는지 알아? 사랑? 아니야.” 서준우는 칼끝을 휘의 눈동자 가까이 가져갔다. “그건 처음 놓친 사냥감에 대한 아쉬움이야. 유이의 하얀 목덜미를 보며 꺾어 버리고 싶다고 생각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어? 너만 보는 곳에 가둬 놓고 정신도 몸도 피폐해질 때까지 말라비틀어지게 하고 싶은 적이 없었어?” 서준우의 말에 휘의 입꼬리가 서서히 올라갔다. 그러다 퍼뜩 정신을 차렸다. 아니야, 넘어가면 안 돼. 이런 새끼 혓바닥에 놀아나면 안 돼. --- pp.311~312 유이와 만난 시간은 내 인생에서 절대 잊을 수 없는 시간이었어요. 유이를 만날 때마다 가슴 떨리지 않은 적이 없었고, 순간순간 축복이 아닌 시간이 없었어요. 제가 유이를 통해 얼마나 놀라운 경험을 했는지 아나요? 나는 당신을 만나고 숨 쉬는 순간마다 새로운 기분을 느꼈어요. 내가 온전히 한 인간을 이해한다는 신비로움을 유이를 통해 알게 되었어요. 당신이 눈물을 흘리면 가슴이 아렸고, 부당한 일을 당하면 내가 더 화가 났어요. 당신이 힘들고 슬퍼지면 내가 더 아팠어요. 어머니에게 버려진 이후로 줄곧 외면했던 감정을 유이를 통해 마주할 수 있었지요. --- pp.325~326 사랑이란 나를 승인하고, 상대를 승인하며, 상대방의 눈동자 속에 있는 나를 승인하는 것. - 헤겔 익숙한 글씨체. 그 글씨들을 손으로 훑었다. 유이는 그 글씨 바로 밑에 ‘순례길 마지막까지 무사히 마치길’이라고 썼다. 짐을 풀자마자 말 그대로 침대에 쓰러졌다. 피로 물든 양말을 벗어야 하는데 몸이 움직이지 않았다. 깜빡 잠이 들었다. 포근하고 따뜻한 느낌에 눈을 떴다. 유이의 발은 깨끗이 씻겨 있었고 반창고까지 꼼꼼하게 감겨 있었다. 그리고 옆에는 휘가 있었다. “휘!” “응.” 왜 그런지 휘가 옆에 있을 거라고 당연히 생각했다. 휘가 이 방에 있는 게 이질적으로 느껴지지 않았다. 유이는 그대로 일어나 휘의 목을 감싸 안았다. 휘를 껴안고 느꼈다. 다른 건 필요 없다. 휘만 내 옆에 있어 주면 된다. 섭섭함도 괴로움도 휘를 품에 안기니 사르르 사라졌다. 바라는 건 하나였다. 휘와 함께 있는 것. 그것뿐이었다. --- p.34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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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그렇게 순진하게 살아요, 기분 나쁘게.”
감정 제로 사이코패스 남자와 한없이 착하고 순진한 여자 어울리지 않는 두 남녀의 심쿵유발 로맨스를 만나 본다 세상에 아름다운 이야기가 넘치길 바라며 글을 쓰는 웹소설 작가 순정만셍의 연재 웹소설이 책으로 출간됐다. 공감 능력 제로에 반사회성 인격 장애를 가진 남자와의 로맨스가 독자들 눈에 어떻게 비칠지 걱정됐다는 작가. 아슬아슬, 위태위태하지만, 외면했던 새로운 감정을 알아가는 루오휘의 모습을 보면서 마법과도 같은 사랑의 힘을 도리어 제대로 느낄 수 있다. 모든 감정을 ‘이상함’으로밖에 표현하지 못했던 휘가 유이의 미소 하나에 웃고, 눈물 한 방울에 가슴 저리는 로맨티시스트가 됐으니까. 한편 휘의 마음속 호리병에서 악마를 깨우려는 계략이 진행되면서 휘와 유이의 연애는 또 다른 국면을 맞는다. 어머니마저 외면했던 휘의 반사회적 인격 장애를 유이는 묵묵히 받아들이고 이해하려 하지만, 주위 사람들의 불신과 남모르게 진행된 검은 계략에 의해 큰 위기를 맞게 된다. 휘의 마음속 악마는 이대로 다시 깨어나는 걸까? 유이는 결국 이 엄청난 계략의 희생양이 되고 마는 걸까? 사이코패스 남자와 순진할 정도로 착한 여자의 달콤살벌한 사랑 이야기. 어울리지 않는 두 남녀의 심쿵유발 로맨스에서 사랑의 묘약이 내는 마법과도 같은 힘을 한껏 느껴 보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