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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말
1부. 나는 아직도 몽고반점이 있다 지니야|이기고 싶다|나는 아직도 몽고반점이 있다|깨우치는 자|내가 김 여사다|슬픈 이야기|엄마를 부탁해|목욕탕|지름신이 오셨네|사과하마 2부. 나 어렸을 적에 신발 치수|엄마 찾아 삼만 리|소낙비|불을 지피다|나 어렸을 적에|아버지의 영어|아지랑이와 놀던 날|밀레의 만종|가을 하늘|이름과 운명학 3부. 200만분의 1 고마운 사람|200만분의 1|가압류 딱지|흥보네 닭갈비|빚잔치|피를 말리다|사고 처리는 이렇게|고등어 과장|먹고 놀라고 권하는 사회|직장의 신 4부. 삶이라는 직업 삶이라는 직업|꼰대가 하는 말|나는 할 수 있다|피싱|빚쟁이|눈으로 하는 대화|아줌마가 애국하기|삼악산 케이블카|잘하고 싶다|청기와 집 5부. 쌈장의 비밀 세대 차이|샤머니즘에 대하여|복날에 제초제를|이민 가고 싶어요|춘천에서 살아요|말 속의 말|쌈장의 비밀|신토불이 무농약|강진 문학기행 1|강진 문학기행 2|딸에게 보내는 편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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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난의 땅을 다지고 눈물로 기단을 세우고 올린 석탑
춘천에서 문학 활동을 하고 있는 수필가 최정란가 등단 후 첫 산문집 『나는 아직도 몽고반점이 있다』를 펴냈다. 수필가 최정란은 2020년 『수필 문학』으로 등단했고, 2020년 김유정 기억하기 제27회 전국 문예작품 공모에서 우수상을 수상한 바 있다. 최근에는 전유호 시인에게 시를 사사하며 시 창작에도 최선을 다하고 있다. 최정란 작가의 시 스승인 전윤호 시인은 이번 산문집을 이렇게 평한다. “말하자면 그녀는 삼층 석탑 같다. 한 천 년 이어 내려온 고난의 땅을 다지고 눈물로 기단을 세우고 올린 석탑 말이다. 한 층에는 부모 형제에 대한 서원이 깃들어 있고 한 층에는 남편과 자식들의 사원이 있는데 정작 그녀의 방은 남은 한 칸에서도 보이지 않는다. 그렇다면 아직 그녀는 자신의 방을 준비하고 있는 중인지도 모르겠다. 풍파를 견디며 몸속에 쌓인 어진 사리들이 주렁주렁 장엄하게 열리는 그런 방 말이다. 나는 결국 머리 위에 문학이라는 보주를 이고 있을 최정란의 삼층 석탑을 예견한다. 물과 불의 시대를 견디고 살아남아 풍경 소리 딸랑 딸랑 살아나는 밤에 누군가의 간절한 탑돌이를 받는 그런 탑 말이다.” 최정란 작가는 이번 산문집을 펴낸 소감과 향후 글쓰기에 관해 이렇게 밝혔다. “아주 오래전 글쓰기를 접었던 적이 있었습니다. 제대로 배워본 적 없이 혼자 끄적거리던 글이 라디오에 방송되고 전파를 탈 때 신기하고 반가웠지만, 정신없이 휘몰아쳐 끌려가느라 아예 잊고 살았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이삿짐을 정리하다가 튀어나온 노트 한 권이 눈길을 끌었고 펼쳐 보면서 다시 시작된 끄적임이 오늘 책이 되었습니다. 말은 공기 속으로 사라지지만 글은 남습니다. 지구상에 처음 등장한 인류가 오스트랄로피테쿠스라는 것도, 누군가의 기록이 있었으니 알 수 있었겠지요. 글은 모든 문화의 시작이자 끝입니다. 제 글을 읽고 인터넷에 댓글을 달아주실 때 가장 많이 적혀 있는 것이 ‘글이 쉽게 잘 읽힌다.’는 말이었습니다. 저는 쉽게 읽히면서 많은 사람이 공감하는 글을 쓰고 싶습니다. 어렵고 난해하게 치장하는 글보다 읽으면서 공감되는 산문, 읽을 때 머리에서 그림이 그려지는 시를 쓰고 싶습니다. 현대시는 너무 난해해서 일반인들이 쉽게 접할 수 없는 난해시들이 많습니다. 사람들이 오랫동안 잊지 않고 애송하는 시들은 난해시가 아닙니다.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글을 오래 쓰고 싶습니다.” 이번 산문집의 가장 큰 주제는 어쩌면 “시련은 있어도 포기는 없다.”라는 문장과 “신은 인간에게 선물을 줄 때, 시련이라는 포장지에 싸서 준다.”라는 문장으로 요약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혹은 “인생의 어려움은 그 어려움을 똑바로 마주하는 사람에게는 잔잔한 파도로 다가오지만, 피하는 사람에게는 큰 파도처럼 밀려온다.”(히버 제이 그랜트, Heber J. Grant)라는 문장으로 요약할 수도 있을지 모르겠다. 금수저로 태어났든 흙수저로 태어났든 반드시 파고는 닥치기 마련이다. 중요한 것은 그 파고를 대하는 삶의 태도일 뿐이다. 최정란 작가는 지금까지 살면서 온갖 풍파와 거대한 파고와 맞닥뜨렸지만 결코 물러선 적이 없었고 마침내 풍파를 뚫고 파고를 넘어 잔잔한 바다를 항해 중이다. 시련이라는 포장지를 뜯어내고 마침내 신이 준 선물을 품에 안은 것이다. 시련의 포장지에 담긴 신의 선물은 바로 글쓰기였고 그는 지금 시인으로 수필가로 하루하루 자신이 살아온 삶을 시와 산문에 담아내고 있다. 그의 문장은 쉽다. 그러나 그의 문장에 담긴 지난한 세월, 간난신고의 세월은 결코 간단하지 않다. 지금 삶이 지치고 힘들다고 느껴진다면, 지금 눈앞에 닥친 고난의 파도가 감당하기 어렵다고 느껴진다면, 일독을 권한다. 작가의 말 1995년 돌이 갓 지난 어린 딸과 함께 남편이 운전하는 승용차에서 사고가 났고 상대는 음주에 무면허 운전자였습니다. 생명엔 지장이 없다 했지만, 남편은 일주일 만에 혼수상태에서 깨어나고 사고 두 달 후 교통사고와 관계없이 선천적 뇌 동정맥 기형이라는 진단을 받았습니다. 16시간에 걸친 대수술을 하고 머릿속에 6개의 클립이 심어졌습니다. 2년간의 통원 치료 후 겨우 안정이 되는가 했는데, 13년 만에 또다시 고속도로에서 무려 25톤의 화물차가 졸음운전으로 남편의 차를 뒤에서 들이받았습니다. 대형차의 힘으로 운적석이 밀려나면서 머릿속에 심어진 클립이 흔들렸고 기억력 장애가 왔습니다. 아무런 준비 없이 살던 평범한 아줌마에게 갑작스레 밀어닥친 가장이라는 무게와 환자를 보살펴야 하는 보호자의 역할은 힘들고 어려웠습니다. 병가는 물론 휴가조차 낼 수 없는 삶이라는 프로그램을 묵묵히 수행하면서 여기까지 왔습니다. 2004년 네이버의 ‘아줌마 닷컴’이란 사이트에 사이버 작가방을 개설하면서 “내 이야길 하자면 책이 세 권이라는 옛날 어머니들 말씀처럼 나도 책이나 세 권 써볼까?”라고 적어 넣었습니다. 이후 2008년 2월 5일 네이버에 ‘다람쥐 굴’이라는 블로그를 개설하면서 틈틈이 글을 올렸습니다. 자영업을 하다 보니 시간에 구애를 받지 않는 인터넷 글쓰기가 제게는 유일한 삶의 통로였습니다. 힘들 때마다 자판을 두들겨 모두 쏟아내고 얼마의 시간이 지난 후 다시 열어보면 “뭐 그 정도쯤이야! 죽을 일은 아니었군.” 피식 웃음이 나왔습니다. ‘혼자 쓰는 일기장을 들여다보면서 나를 돌아보는 시간’은 나 자신을 정화시켜주었고 나를 위로해주었습니다. 자영업을 퇴직한 후 2018년 내가 하고 싶었던 걸 찾아 문화원의 수필 창작반과 주민센터의 민요, 생활 영어반을 등록하면서 나의 바쁜 만학도 생활은 시작되었습니다. 사물을 관찰하고 일상의 소소한 것들을 글로 쓰는 월요일, 아리아리랑 쓰리 쓰리랑은 화요일, Are you OK Am happy는 수요일, 이렇게 요일별로 다른 책가방을 들고 나서는 아침이 나에겐 최고의 행복이었습니다. 꽃 피는 중년이 시작되었지만, 2000년 코로나로 모든 것이 중단되고 나의 만학도 생활이 중단될 위기를 맞았습니다. 모든 대면 수업은 중단되었고 관공서는 문을 걸어 잠갔습니다. 어찌할 줄 몰라 우왕좌왕하던 그때 ‘줌’이라는 구세주가 등장했습니다. 문화원에서 개설한 줌이라는 프로그램으로 ‘전윤호’라는 서정시인의 수업을 들으면서 수필과 달리 무한대로 넓어지는 상상력을 펼치는 시의 세계에 매료되었습니다. 함께 시를 배우던 동인들과 『기타리스트의 세탁기』라는 동인 시집을 발표하면서 20년째 혼자서 끄적이던 방구석 글쟁이가 드디어 출간이라는 기쁨도 맛보았습니다. 나쁜 일이 꼭 나쁜 것만 있지는 않다는 것을, 살면서 이런 반전이 생길 때 배웁니다. 이제 오로지 나만의 수필집을 출간하게 되었습니다. 혹시 나처럼 혼자서 자판을 두드리는 사람이 있다면 세상 밖으로 나와 함께하자 말하고 싶습니다. 이 출판을 계기로 아직도 남아 있던 마음속 몽고반점을 이제는 지울 수 있을 것 같습니다. 2023년 여름 최정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