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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추천사 -박용승/8

서문/18
I. 이제 나는 무슨 노래 부른담?/24
II. 아즈디 지방에서/29
III. 하늘에는 꽃이 빛나고/37
IV. 성장/51
V. 혼담이 오가다/73
VI. 시집에서 강제로 끌고 가다/89
VII. 그리움/96
VIII. 오라버니 아헤이 돌아왔네/104
IX. 방울소리와 물총새소리 들리는데/119
X. 솜씨 겨루기/137
XI. 호랑이 세 마리를 죽이다/149
XII. 활쏘기/158
XIII. 메아리/169

번역하고 나서/176
〈부록〉 부산일보 인터뷰/185
작품 소개/191

저자 소개2

△1923년 중국 허베이(河北) 출생 △1939년 에스페란토 학습 △1946년 '청두석간신문' 기자 △1947년 중학교 영어교사 △1948년 에스페란토 잡지 '중국보도사(El Popola ?inio)' 입사 △1983년 세계 에스페란토 학술원 회원 △1989년 부편집장으로 퇴임 △저서: 『에스페란토 삼국지』, 『에스페란토 수호지』등 다수
경남 창원 출생. 부산대학교 공과대학 기계공학과와 한국외국어대학교 경영대학원 통상학과를 졸업했다. 한국에스페란토협회 교육이사, 에스페란토 잡지 La Espero el Koreujo, TERanO, TERanidO 편집위원, 한국에스페란토청년회 회장 등을 역임했고 에스페란토어 작가협회 회원으로 초대되었다. 현재 한국에스페란토협회 부산지부 회보 TERanidO의 편집장이며 거제대학교 초빙교수를 거쳐 동부산대학교 외래 교수다. 국제어 에스페란토 전문번역가로 활동 중이다. 역서로 『봄 속의 가을』, 『산촌』, 『꼬마 구두장이, 흘라피치』, 『마르타』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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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3년 07월 27일
쪽수, 무게, 크기
205쪽 | 120*200*20mm
ISBN13
9791191643961

책 속으로

『아스마(阿詩瑪』는 중국 윈난(雲南) 소수민족인 이족(?族)의 한 가지인 사니인(撒尼人)들이 세대에 걸쳐 전승해 내려오는 구비문학이자 시가(詩歌) 형태로 된 아름다운 이야기입니다. 이 시가는 농촌 아가씨 아스마와, 그녀 오빠 아헤이(阿黑)에 대해 쓰고 있습니다. 간결한 언어로 된 이 시가는 전횡을 일삼는 귀족 라부발라(熱布巴拉)에 대항하는 아스마의 담대한 싸움을 이야기해 주고 있습니다. 오누이 아헤이와 아스마가 자신의 능력으로 자유롭고 행복하게 살아가려는 사니인 모두를 대표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사니인(撒尼人)은 중국 남서부 소수민족 이족(彛族)의 한 가지입니다. 그 민족은 윈난성(云南) 성도인 쿤밍(昆明)시 남동부의 구이산(圭山) 일대에 살고 있습니다. 그들은 고유어도 있고, 고유 표기체제도 지니고 있습니다. 사니인들은 음악과 춤을 아주 좋아하며, 코우센(口弦)이라는 대나무 악기로 자신들의 감정과 소망을 표현할 줄 압니다.

사니인들은 나이가 12살이 되면 결혼할 때까지 “공동의 집”에 거주하면서, 불을 피워 두고 그 주위에서 춤추고, 노래하고, 연주하며, 사랑의 감정을 서로에게 표현합니다. 물론 그들도 자유로이 사랑할 수 있지만, 결혼 만큼은 부모에게 결정권이 있습니다. 이 풍습이 전승작품 속 주인공 “아스마”가 수많은 세대에 걸쳐 자유와 행복에 대한 염원을 담은 표현물로 전승되어 온 이유가 됩니다.

『아스마(阿詩瑪)』는 사니인들이 가장 가장 널리 부르는 시가입니다. 결혼식 때, 자주 어른들은 긴 의자에 앉아, 자주 이 시가를 노래합니다. 그러면 젊은이들은 아스마가 겪는 어려움에 눈물짓기도 하지만, 결국 아스마가 그 어려움을 극복하면, 그때는 기뻐합니다. 불행하게 결혼한 사람도 이 노래를 자주 부르며, 이 시가를 통해 삶에 힘과 용기를 가집니다. 또 들판에서 일하면서 아가씨들도 이 노래를 즐겨 부르는데, 그들은 이렇게 다짐하곤 합니다. “아스마가 겪는 어려움이 곧 모든 사니 아가씨들의 아픔이다.”라고.

이 시가가 널리 여러 세대에 걸쳐 전승해 왔어도, 구비문학으로 통일된 원본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1953년 윈난성 작가 예술인들이 연구 단체를 만들어, 사니 사람들이 사는 산중에 들어가, “아스마”를 채록했습니다. 작가들은 사니족 사람들과 함께 생활하며 그들의 사회, 풍습, 사고방식과 정서를 알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이 단체에서 연구한 뒤, 나중에 이를 중국어로 정리하여 서사시(敍事詩)로 적게 되었습니다.

그 단체의 성과물이 1954년 쿤밍의 〈윈난일보〉 신문과 베이징의 〈인민문학〉에 연재되자, 독자들로부터 호평을 받았습니다. 이 시가는 《阿?????族民??事?》(인민문학출판사, 1960년본, 이광전(李?田)지음)라는 제목으로 책으로 출간됐습니다. 이 에스페란토 번역본의 원문은 위의 인민문학출판사본을 취했습니다.

중국은 여러 민족이 사는 나라입니다. 지난 시절에 소수민족은 어려움을 당하기도 하고, 그들 문화유산도 상당할 정도로 파괴되었습니다. 그럼에도, 그 해당 민족의 지역어로 유지되어 오던 문헌은 이를 지켜온 민중에 의해 보존되고, 풍부해졌습니다. 새 중국에서는 모든 민족이 각각 큰 가족의 평등한 구성원이며, 그들의 민족 문화는 존경과 찬사를 받고 있습니다. 『아스마(阿詩瑪)』를 발굴, 채록, 편찬, 발표한 것은 중국 내 소수민족의 아름다운 문헌의 가치가 지금 얼마나 높게 평가되는지를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_리스쥔(李士俊)
---「서문」중에서

“《阿??》(아스마)는 한번 읽기 시작하면 그만두고 싶어도 참을 수 없고, 이 작품을 손에 쥐면 놓지 않게 하고, 단번에 읽게 만듭니다.”

“누이 아스마는 예쁘고, 총명하고, 근면하고, 선량한 아가씨입니다. 중국 원난(雲南) 이족(?族) 사니인에 전승되어 오는 장시(長詩) 시가의 이름이기도 합니다. 이 시가는 아름답고 총명한 누이 아스마와 오빠 아헤이, 이 두 남매가 세상의 어려움을 이겨내는 과정을 그린 아름다운 서사시입니다.

아스마가 열일곱 살이 되었을 때, 이족(?族)의 고을마다 그 총명함이 널리 알려져 귀족이자 재력가 라부발라는 아들 아치의 신붓감으로 탐내게 됩니다. 귀족 라부발라가 아스마를 며느리로 데려오려고 중매쟁이를 아스마의 부모 클루즈민 집으로 보내 혼담을 제안했으나, 거절당하자, 라부발라 일가는 권세를 믿고 군사를 조직하여 강제로 아스마를 빼앗아 갑니다. 멀리서 양치기를 하던 오빠 아헤이는 불길한 징조를 보고 양을 몰고 집에 돌아 와 보니, 누이 아스마가 라부발라 가문에서 보낸 사람들이 강제 혼인을 위해 데려갔다는 소식을 듣고 쫓아갑니다. 라부발라 가문과 다양한 재주 겨루기를 합니다.

결국 오빠 아헤이가 당당히 라부발라 일가를 이기고, 오누이가 의기양양하게 고향으로 돌아갑니다. 돌아가던 중 불행하게도 그 오누이는 강풍과 물난리를 당하게 되고, 안타깝게도 그만 홍수에 아스마를 잃게 됩니다. 오빠 아헤이가 어떻게든 누이 아스마를 살려내려 하지만 끝내 누이 아스마를 구하지 못합니다. 결국 누이 아스마는 이족의 한 가지인 사니 사람들의 삶에서 가장 다정한 울림으로 변해, 사니 사람들이 모여 사는 구이산(圭山) 지역에서 메아리쳐 영원히 사니 사람들과 함께합니다.

이 시가는 원래 이족 중 사니인 언어로 전승되어 오다가, 1950년대 신문사 등지에서 이를 채록해, 중국어(한문)로 번역 소개하여, 나중에 영어, 불어, 일본어, 러시아어, 에스페란토 등 여러 언어로 번역 소개되었습니다. 하지만 아직 우리나라에는 번역 소개된 적이 없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에 저는 에스페란토 판을 기본으로 번역해 보았습니다. 에스페란토 번역본(1980년 중국세계어출판사 발행)을 저는 1992년 8월 중국 칭다오에서 열린 범태평양 에스페란토 대회장에서 구입했습니다. 이 에스페란토본의 장정은 정말 아름다웠습니다. 그해 저는 이 대회장에서 한국과 중국이 외교 관계를 수립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이 작품의 국어번역은 1993년 9월부터 몇 달간 이루어졌고, 다음 해 2월, 아내의 도움을 받아 교정도 해 두었습니다. 이 책 출간에 대해 생각해 오다 2004년 8월 조선일보에 중국 윈난성 쿤밍에서 〈아스마 학술 행사〉에 한국학자들이 참석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이 시가 〈아스마〉는 차원 높은 민간전승 문학 양식을 갖추고 있다고 소식이 들려 왔습니다. 국내 여러 학자도 이 민속 문학 작품에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로부터 시간이 30년이 흘렀네요. 〈아스마〉를 국내에 소개하고 싶은 희망은 여전히 남아 있었습니다. 그 동안에 에스페란토 번역본의 역자 리스쥔 선생님과 편지교환을 할 수 있었습니다. 〈봄 속의 가을〉(바진(巴金) 지음)을 에스페란토로 옮긴 분이 리스쥔 선생님이었습니다. 〈봄 속의 가을〉을 번역하면서 리스쥔 선생님과 서신을 교환해 왔습니다. 그 뒤, 인터넷이 발달되어 중국 에스페란티스토들과의 문학 작품에 대한 의견 교환도 비대면과 대면 만남을 통해 이어졌습니다.

에스페란토로 옮기신 리스쥔(李士俊) 선생님에 대해 간단한 소개를 하고 싶습니다. 리스쥔 선생님은 중국 고대소설 『삼국지』,『수호지』등을 에스페란토로 옮긴 번역가입니다. 리스쥔 선생님은 지난 2007년 10월 6일자 부산일보 [접속! 지구촌 인터뷰] “중국 최고령 84세 에스페란티스토 리스쥔”으로 소개되었습니다.

2010년 8월 중국 산시성(山西省) 타이유안(泰安)에서 열린 에스페란티스토교직자연맹(ILEI) 행사에 참관할 기회가 있었는데, 에스페란토로 옮기신 리스쥔 선생님을 다시 뵐 기회가 있었습니다. 선생님은 고령임에도 불구하고 청년과 같은 열정으로 시민과 학생들에게 강의와 강연, 연극을 보여주었습니다. 리스쥔 선생님의 필명은 라우룸(La?lum)-빛을 따라-입니다. 리스쥔 선생님께 민담이자 서사시인 『아스마』를 출간하는데, 저작권(번역권)의 문제가 있다고 하니, 선생님은 기꺼이 이를 사용해도 된다고 허락해 주셨습니다.

그러면서 선생님은『아스마』를 에스페란토로 옮길 때의 일화도 들려 주셨습니다. 선생님은 댁에서 회사인 중국보도사(El Popola ?inio)로 출근할 때 자전거를 이용했다고 합니다. 그때 선생님은 밤새 번역한 에스페란토 문장들을 자전거로 이동하면서 더 나은 표현이 있는지 생각해보고는 더 나은 표현이 있으면, 이를 회사에 가서 수정해 반영하였다고 합니다.

타이유안에서의 행사가 끝난 뒤, 여러 에스페란티스토와 저는 선생님 댁을 방문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저는 선생님이 보여주시는 에스페란토 번역본 사진을 제 핸드폰 사진기로 찍어 두었고, 이를 이 책자를 펴낼 때 쓸 생각이었습니다. 그랬더니, 선생님은 나중에 더 세련된 문장으로 만든 에스페란토 교정본을 이메일을 통해 보내주셨습니다. 리스쥔 선생님의 에스페란토 번역본을 통해 에스페란토의 높은 문학성을 감상할 기회가 되기를 바랍니다. 번역가 리스쥔 선생님에 대한 인터뷰 기사(부산일보)가 실려 있습니다. 이 글도 함께 읽기를 권합니다.

이번 번역본에는 국어 번역본을 읽은 박용승 님의 독후감을 함께 실어봅니다. 귀한 글 주신 박용승 님께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무더운 여름에 폭포수처럼 시원한 시가 『아스마』를 여러분께 국어와 에스페란토 번역본으로 함께 소개합니다. 번역본을 내면서도 늘 수줍은 마음을 감출 수 없습니다. 매끄럽지 않은 부분도 있을 수 있고, 더 나은 표현이 있을 겁니다. 에스페란토를 읽고, 우리글을 읽는 독자 여러분의 지도와 편달을 바랍니다.

혹시 독후감을 보낼 분은 suflora@daum.net로 보내주시면, 기꺼이 읽겠습니다. 끝으로, 한국과 중국의 우의와 이해를 위해 에스페란토로 노력하는 분들께 이 번역본을 바칩니다. 묵묵히 번역을 지켜보는 가족에게도 이 아름다운 누이 아스마를 선물처럼 소개하렵니다.

청포도가 익어가는
2023년 7월에 역자 올림

---「번역하고 나서」중에서

출판사 리뷰

번역정보

*『阿?????族民??事?』(인민문학출판사, 1960년본, 作者: 李?田)(1953년 중국 윈난 인민문공단 소속 구이산(圭山) 회원들이 사니인(撒尼人) 언어를 채록해, 이를 중국어(한문)로 번역한 자료를 중국작가협회 쿤밍(昆明) 지부 재정리함)에서 에스페란토로 리스쥔(李士俊) 번역함
*국어번역 텍스트: 중국외문출판사 에스페란토번역본 (제1판(베이징, 1980), 2006년 수정본) 에서 국어로 장정렬(張禎烈) 번역함.
*지명과 고유명사의 한자 표기는 중국 리스쥔 님의 도움을 받음.
*중국어의 우리말 표기는 〈최영애-김용옥 표기법(崔玲愛-金容沃 表記法)〉에 따름.

추천평

『아스마』, 내게 소중함을 보여주다

『아스마』를 접하며 그간의 몇 가지 일이 떠오르며, 하나로 정리되었습니다. 두 달 전 50여 년의 직장생활의 퇴임을 앞둔 독일 엔지니어가 제게 해준 한마디가 떠올랐습니다. 그는 어린 시절 기술공으로 일을 시작해 다국적기업 엔지니어로 여러 나라 현장에서 수많은 사람을 만났으며, 마지막으로 기술 이사로서 국제 엔지니어들을 지원해 왔습니다. 그는 자신이 걸어온 길을 행복하게 떠올리며, 저에게 한마디 말을 했습니다. -즉, "다른 사람들과 그 사람들 문화를 존경하라" 다른 이의 문화를 존중하지 않으면 그 문화를 이해할 수 없고. 그 문화를 알지 못하면 그 사람을 알 수 없고, 그 사람을 알지 못하면 친구가 될 수 없다는 것입니다.

그 뒤 저는 국제에스페란토교육자연맹(ILEI) 대회에 참석하고자 중국 윈난성 쿤밍에 갈 기회가 생겼습니다. 중국의 소수민족 중 대다수가 이곳 윈난성에 있다는 것과 그들이 여전히 자신들의 독특한 문화를 가진 채 살고 있다는 사실이 흥미로웠습니다. 대회장인 윈난성 쿤밍예술대학에서 ‘환영의 밤’ 공연은 중국이란 나라가 얼마나 풍부한 문화자산을 지녔는지를 세계에서 온 손님들에게 보여 주는 자리였습니다. 여전히 비탈진 산에서 물을 대고 농사짓는 어떤 민족이 결혼식에서 젊은 남녀 한 쌍이 춤추던 모습이 아직 기억에 남습니다. 다리 굽혀 가까이 선 남녀가 서로를 바라보며, 주먹 쥔 양손을 자신의 가슴께로 올려 팔꿈치를 음악에 맞춰 아래위로 흔들며, 달리기에서처럼 팔을 오므려 앞뒤로 순서대로 흔들어 -한번은 남자 쪽으로, 한번은 여자 쪽으로 -그렇게 가까이 움직이며 그들의 아기자기한 애정을 표현하는 춤이었습니다. 처음 보는 내게 아주 부러운 춤이었습니다. 도시와 뚝 떨어진 산골에서도 그들은 그렇게 사랑의 감정을 표현하고 있음이 당연하지만 새롭게 느껴졌습니다.

중국이 외부에 자랑하는 대부분의 문화가 모여 있는 윈난에서 에스페란티스토들이 동서양 문화의 차이, 시각의 차이, 가치관의 차이를 두고 심포지움을 가졌습니다. 제가 10여 년을 유럽사람들과 업무를 함께 하며, 항상 닥치는 문제에 해결의 실마리가 될 수 있는 말을 들었습니다. "아시아인은 상대방과의 관계를 더 중요하게 여기며, 유럽인은 관계에 앞서 옳고 그름을 구분함을 더 중요하게 여긴다". 우리는 더 많이 양보함으로 업무를 원활히 하고자 하는데, 왜 유럽사람은 불필요하게 따짐으로 업무를 더 힘들게 만드는가. 우리가 더 손해를 감수하고 해결하고자 해도 우리의 일 처리 방식이 정확하지 않아 복잡하게 만든다며 유럽인들이 불평하는가에 대한 답이 거기에 있었습니다. 저는 회사로 돌아와, 처음 배운 이 시각의 차이를 업무에 적용해보았습니다. 그것은 한국사람이 보기엔 매정한 일 처리와 인정사정 보지 않는 듯한 답변이었지만 오히려 독일인에게는 빠르고 깔끔하고 뒤끝 없는 일 처리로 돌아왔습니다. 유럽인의 사고방식이 어떠한지 파악하지만, 나의 기준으로 판단한 것이 이제까지의 방식이었다면, 그들이 중요하게 여기는 것이 무엇인가를 인정하고 그것을 하찮게 보지 않음이 해답이었습니다. 쿤밍의 그 심포지움 이후로 유럽인에 대한 저의 방식이 바뀔 수 있었고 업무의 진행에서 해답의 방법을 찾는 것이 한결 쉬웠습니다.

그 뒤, 제2차 태평양전쟁 당시에 일본군이 점령한 타이완섬에 사는 부족의 투쟁 이야기를 다룬 영화 1편을 보게 되었습니다. 제복을 입고 신식무기를 지닌 일본군은 맨발로 밀림을 다니며 얼굴에 문신한 원주민 전사를 야만스럽게 봅니다. 하지만 원주민 소년들에게는 그 문신은 자신이 성인 남자로서 용맹함을 인정받았음을 의미하는 성스러운 표식이기에 군인들이 가슴에 다는 훈장이나 계급과는 비교할 수 없는 가치였습니다. 어떤 곳에 어떤 모습으로 있든지 각 민족은 인간으로서의 가치관과 그것을 성스럽게 대함에 있어 동등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영화였습니다. 다양한 민족의 삶의 모습과 그 속의 문화와 가치관들을 접하며 하나의 문명이 다른 문명을 야만으로 보고 야만이라 칭하는 것, 바로 그 자체가 야만임이 더 뚜렷해집니다.

중국 윈난이 적은 수효의 소수민족들이 독자적이면서도 다양하고 풍부한 문화를 이어오고 있음을 알게 되며, 중국에서도 아주 가난하다는 지역에 에스페란토 사용자로서 관심이 많이 생긴 차에, 옴브로 장정렬 님이 쿤밍에서 본 듯한 민속 의상을 입은 아가씨가 표지에 있는『A?ma(아스마)』라는 책을 저에게 건네주었습니다. 일레이 대회 기간 중 스린(石林)이란 명소 관광 안내하며, 버스 안에서 제 민족어의 인삿말을 에스페란티스토들에게 웃으며 가르친 이가 이족(?族) 아가씨였기에 『A?ma(아스마)』는 흥미로움을 더합니다. 결혼식에서 자기들의 언어로 항상 부르는 이야기가 아스마란 아가씨 이야기라니 이 민족은 무엇을 중요하게 여기며, 무엇을 자랑스럽게 기뻐하며 무엇을 슬퍼하는가가 그 속에 있었습니다.

숲과 호수가 묘사된 곳에서 작지만, 행복한 가족에서 태어난 아스마 이야기입니다. 이웃 마을에는 돈과 힘을 가진 권세 있는 부잣집도 있습니다. 마을 곳곳에 총명하고 아름답고도 착한 아가씨로 알려져 있는 아스마를 부잣집에서 돈으로 유혹해도 소용없고, 힘으로 강탈해도 얻지 못하는 이야기가 13개 장면으로 펼쳐집니다. 단숨에 읽었습니다. 아! 이런 것이 인류가 잃지 말아야 할 문화구나 라고 알게 되었습니다. 아가씨가 주인공이라는 점, 그리고 "우리 귀한 딸자식, 애지중지 키워 내 가슴의 심장 같은 우리 딸"의 표현을 보며 이것이 내가 알고 있는 중국 문화가 맞은 가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최근 우리나라 고위공무원과 유명인들을 중심으로 "1,000명의 작은 결혼식 약속 릴레이"가 이어지고 있는데 『A?ma(아스마)』를 보아야겠고 아스마 아가씨를 만나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나의 아들도 곧 장가가겠다고 할 것인데 내가 어떻게 해야 함을『A?ma(아스마)』를 통해 발견하고 다짐해 봅니다. 우리 문화에도 아스마와 같은 소중하게 지켜야 할 이야기를 되살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세계 에스페란토 작가협회 회원으로서 장정렬 님이 세계의 문을 열어주며 다른 민족의 문화를 알려주는 훌륭한 도구로서 에스페란토를 가장 잘 인식하며, 여러 문화 사이에 다리를 잇는 일에 번역 작업으로 힘쓰시는 모습에 존경과 함께, 좋은 작품을 만나게 해주심에 감사를 드립니다. 오래전 번역하셨던 『정글의 아들 쿠메와와』를 통해 우리집 아이들은 어렸을 때 아마존 밀림의 숲에 숨겨진 놀라운 세계와 용감한 소년을 만났습니다. 최근 이 책이 새로 출간되어 서울교육청 추천도서로 널리 알려지는 것이 우리 아이들에게 넓은 세상 속의 신기하고 다양함을 보여주듯, 『A?ma(아스마)』는 소중한 것을 잃기 쉬운 오늘날의 청년들과 그들의 부모에게 놓치기 싫은 추천도서가 될 것에 의심 없는 기대를 해 봅니다. (*) - 박용승 (한국에스페란토협회 부회장, 부산경남지부 지부장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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