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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말 04
강문신 사이비 16 야당 총재 17 요양병원 일지1 18 요양병원 일지2 19 요양병원 일지3 20 김강호 요람에서 무덤까지 22 전철에서 23 밑줄 24 빙하기 25 태풍 같은 평화의 이동 경로 26 김성영 무언가 28 단발령에서 울다 29 희희낙락장송곡 30 읽지 마세요 32 아직도 어리둥절한 33 김세진 그대에게 가는 길 36 뒷모습 37 삼신 1리에서 38 봄밤 39 교촌리의 봄 40 김진희 성화聖 42 금강초롱꽃 43 말 무덤 44 사랑한다 45 유월 46 문순자 쉬잇! 48 별천지 49 씨앗의 힘 50 초이렛달 51 설유화 52 문희숙 모퉁이 56 오목눈이 57 유람선 58 목화 59 봄, 뒷기미 소묘 60 박명숙 동반 62 반가사유 63 적벽 64 서해에서 기다릴게요 65 구름의 문고리 66 서숙희 좋아서 좋은 것들 68 미역이 불을 동안 69 라면 70 수국을 위한 변명 71 개기월식 72 서연정 한밤의 영상편지 76 메타버스 달 77 미래 가족 78 암시 79 향토사 청주한씨부인편 80 서일옥 동지 지나며 82 분위기 83 화장化粧 84 서재 85 모죽 86 염창권 검정 우산 88 바다의 남쪽 89 밤의 극장에서 90 젖은 미농지 같은 시간이 지나갈 때 92 복공판 94 임성구 활짝 왔습니다 96 공명 동굴 97 힘센 과장법의 밤 98 그믐달 남자의 사랑법 100 아주 평범한 후회 101 임성규 입술 104 냄비 105 종이 피아노 107 바람개비 108 운신의 폭 110 조명선 대나무 112 동인시영아파트는 이제 없다 113 호마이카상 114 아버지를 읽다가 115 한도 초과 116 정현숙 농다리 118 해바라기 119 반구대암각화 날다 120 목련 121 비슬산 참꽃 122 최양숙 거기, 124 허공에 빠진 적 있다 125 공백의 감정 126 그 후 이야기는 않기로 한다 127 연리지 128 최영효 풀씨 130 더불어 살다 131 석파란石坡蘭 132 구룡포 133 식물의 계보 1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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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억 년 후 지구, 태양에 이렇게 삼켜진다’
끔찍한 예상도豫想圖까지 겯드린 신문 보도다 그래서, 어쩌란 말인가, 내일마저 안개 속을 ---「사이비 / 강문신」중에서 엄마 거 내게 다 주고 엄만 배가 안 고파? 응! 난 하나도 안 고파 너만 보면 배불러 . . . 유골함 받아 들고 묻는다 . . . 엄만 배가 안 고파? ---「요람에서 무덤까지 / 김강호」중에서 아카시아 흰 선율이 폭설로 사무친 밤 휘영청 달이 뜨니 두둥실 배가 뜨고 꿈속에 그린 노래가 눈을 뜨네 솔골짝 ---「무언가 / 김성영」중에서 조붓한 산복도로 연분홍 복사꽃길 굽이진 청도천 건너 그대에게 갑니다 당신의 소슬한 지붕 위 햇살 한 줌 앉아 쉬는 ---「그대에게 가는 길 / 김세진」중에서 어머니는 그믐달 망백을 훌쩍 넘어 손톱같이 좁은 길로 잠귀를 열어 놓고 아직도 가닿고 싶은 별 하나를 찾고 있다 ---「성화聖? / 김진희」중에서 쉬잇! 과수원에 도둑이 들었나봐 수왁수왁 수왁수왁 쉬었다가 다시 수왁 가을밤 정적을 깨는 담배나방 귤 먹는 소리 ---「쉬잇! / 문순자」중에서 젖은 길이 두고 간 요양원 앞 강아지 등허리 홀쭉한 해 고물고물 저물어 밥그릇 가진 적 없는 골목길이 집이다 ---「모퉁이 / 문희숙」중에서 튀어오른 물고기, 그 곁의 물살처럼 갓 베어낸 햇보리, 그 곁의 풋내처럼 덩달아 몸을 뒤집는 햇살과 바람처럼 ---「동반 / 박명숙」중에서 써도 좋고 안 써도 좋은 글 몇 줄 끄적이는 들어도 좋고 안 들어도 좋은 음악을 듣는 잊어도, 안 잊어도 좋은 먼 이름을 지우는 ---「좋아서 좋은 것들 / 서숙희」중에서 부여잡은 옷소매 스르르 미끄러지네 메타버스 스크린 잔영 앞에 우두커니 미소는 강 건너 가고 안개비가 내리네 ---「한밤의 영상편지 / 서연정」중에서 가랑잎 밟고 가는 바람 소리 들린다 비질을 한 듯한 들녘 위에 달이 뜨고 뜨겁던 시대를 건너며 작은 등燈이 조는 밤 ---「동지 지나며 / 서일옥」중에서 내이內耳를 터뜨리며 정신을 관통했던 소리와 울음에는 색깔이 없다, 젖기만 해서 부러진 살의 통증이 투명하게 새 나온다. ---「검정 우산 / 염창권」중에서 곤히 잠든 밤 12시 비밀의 꽃밭으로 빈틈이 없을 것 같아 쉬 못 닿던 씨앗 하나가 수억만 킬로미터에 닿은 천왕성의 내 사랑 ---「활짝 왔습니다 / 임성구」중에서 잇몸이 뭉개졌다 당신의 우물처럼 거품을 문 입에 핀 이끼 같은 그리움 주름진 말의 덥개를 꼭 눌러 덮는다 ---「입술 / 임성규」중에서 둥글게 비었다고 굽히지 않는다고 딱 한 번 꽃 핀다고 욕하는 경계마다 그 본색 댓잎 사이로 당당하게 세운다 ---「대나무 / 조명선」중에서 예전에 사람들은 28수 별자리 짚어 씀씀이 돌 한 덩이 마음 모아 앉히고 물길에 혈을 틔우며 우주 속을 걸었다 ---「농다리 / 정현숙」중에서 지나간 날씨처럼 까맣게 잊었다가 아픈 밤, 너무 생생해 번번이 잠을 놓친다 집으로 가지 못한 날이 장마처럼 길다 ---「거기, / 최양숙」중에서 그 밭에 자란 풀씨가 꽃 피워 열매 맺기에 어머니 밭맬 때마다 후렴으로 부르는 노래 애비는 닮지 말아라 애비만은 담지 말아라 ---「풀씨 / 최영효」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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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가의 말
지난해 이맘때를 기억한다. 끝이 좀체 보이지 않을 것 같았던 팬데믹 시대에 《반전》은 출발하였다. 직접적인 만남보다 음성이나 문자적 기호로 소통하면서도 활발하게 의견이 개진되었다. 이와 같은 새로운 소통의 방식은 21세기적 현상을 뚜렷이 보여준다. 이제는 마스크를 벗고, 동인지 《반전》의 두 번째 얼굴을 선보이게 되었다. 우리의 일상이 어떻게 영위되고 있는가는 글을 통해 발설될 터이다. 90년대에 접어들면서 평자들의 관심은, 90년대적인 징후란 과연 무엇인가에 쏠려 있었다. 그것은 세기말에 이루어질 문학사적 결과가 20세기를 결산하는 의미를 가질 뿐만 아니라, 다가오는 새로운 세기의 징후를 판명하는 가늠자가 되리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젊은 시인이나 작가들의 해체적 글쓰기를 텍스트로 하여 이루어졌던 이러한 작업은, ‘포스트 증후군’, ‘탈이념’, ‘문화적 다원주의’ 시대 등으로 명명되었다. 이와 같은 문단의 분위기는 19세기 말 데카당스 풍조를 비롯하여, 20세기 초의 표현주의, 미래파, 다다이즘 등이 보인 폭발적인 분출의 힘을, 20세기 말의 정신사에서도 찾아보고자 했던 징후 읽기의 한 방식이라 하겠다. 그러나 우리 앞에 펼쳐진 세기말은 강박적인 이즘이나 주도권을 가진 정신사는 없었다. 동서냉전 체제가 해체되었고, 탈구축(deconstruction) 혹은 혼종성이 생산적 방식이 되었다. 서태지가 문화 대통령이 되었고, 세계화의 경제 질서에 편입되었다가 국제 구제금융 사태를 겪었다. 여자애들은 배꼽티를 입기 시작했고, 또 해외여행을 가고 국산품 애용이 더 이상 강요되지도 않았다. 이러한 사회상들은 21세기인 지금 여기, 우리의 현실과 동떨어진 세계가 아닌, 21세기의 징후로서 90년대가 존재했음을 나타낸다. 우리는 20세기 말인 1990년대에 시인이 되었다. 탈구축의 시대에 역으로 질서 있는 형식을 찾아서 반도체 칩과 같은 나노미터의 상상력을 집적하고자 하였다. 그러나 그 집적의 방식은 각자의 선택에 따를 뿐, 이를 강제하는 에콜을 갖지 않는 것이 《반전》의 태도이다. 제1집에서 출발을 알렸던 바, “현대시조의 내일을위한 개성 실현과 다양성의 존중, 그리고 외로운 길을 가는 시인들 간의 우의 존중에 뜻”을 두고 있다. 이처럼 《반전》이 자율적인 작가 공동체를 지향하고 있는 만큼, 서로의 장점이 상호성 있게 흡수되어 개인적 발전과 시조단의 활력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 이번에도, 함께 출발하였던 열여덟 사람의 얼굴이 모두이다. 들고나는 것을 열어둔 것으로 하였기에 다음번에는 새로운 얼굴을 기대해 본다. - 인사말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