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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며
1장 Why 왜 먹어야 할까 먹기 위해 산다? 건강을 위해 먹는다? 맛있는 거 먹는 낙으로 산다? 2장 When 언제 먹는 게 좋을까 아침, 점심, 저녁; 언제나 소식 봄; 봄나물을 먹을 때 여름; 보리밥과 보양식을 먹을 때 가을; 쌀밥과 과채류를 먹을 때 겨울; 이팝에 고깃국을 먹을 때 어릴 때와 늙었을 때 먹는 음식 3장 What 무엇을 먹어야 할까 씨앗을 먹다 흙을 먹다 우주를 먹다. 입맛보다 장(腸)맛 거친 곡식 콩, 조, 보리 그리고 고구마 거친 채소 들나물, 산나물, 해산물 토종 먹을거리 소농의 지역 먹을거리 유전자 조작 먹을거리 수입 농산물과 고기 4장 How 어떻게 먹는 게 좋을까 재료 본래의 맛을 찾아서 조리는 단순하고 거칠게 ‘어떻게 먹을까?’에는 예의도 있다 먹고 남은 걸 어떻게 처리할까 똥도 자원이다 5장 Who 누구와 먹을까 왜 우리는 함께 밥을 먹을까 식구를 넘어 마을로, 마을을 넘어 미물까지 원치 않는 사람과 먹을 때 혼밥의 시대에는 어떻게? 6장 Where 어디에서 먹을까 밥은 밥의 고향에서 밥은 집에서 밖에서 먹을 때 7장 Why 다시, 왜 먹어야 할까 사회적 관계를 위해 먹는다 자연적 관계를 위해 먹는다 하늘과 땅과 소통하는 필부의 삶 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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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로부터 ‘밥’이 곧 ‘나’라고 했습니다. 다시 말하면 “나는 어제 먹은 밥”입니다. 그렇다면 어떤 밥을 먹느냐가 관건이겠죠. 어떤 밥을 먹느냐가 어떤 삶을 사느냐를 좌우할 수도 있다는 겁니다. 나를 만드는 방법은 많습니다. 성형수술도 있고, 수련과 운동도 있고, 약물 복용도 있고, 공부와 종교활동도 있습니다. 그러나 무엇을 하든 기본은 먹을거리입니다. 먹을거리는 몸을 만들고 마음을 만듭니다.
--- p.15 갱년기에 접어든 중년 시기에는 날이 갈수록 떨어지는 체력을 걱정합니다. 어디 그뿐이겠어요? 노안이 오고 기억력은 쇠해져 자꾸 까먹고 괜히 우울해집니다. 성적 능력이나 성욕은 눈에 띄게 감퇴하고요. 이럴 때 많은 사람이 보양식이나 건강식품 아니면 보약을 찾는데요, 노화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니 편하게 받아들일 것을 권합니다. 이제 늙어가는 겁니다. 사실 갱년기(更年期)는 ‘다시(更) 세월을(年) 사는 때(期)’라는 뜻입니다. 그러니까 죽을 때가 되었는데 죽지 않고 덤으로 사는 인생이죠. 자연의 생명은 생식 능력이 떨어지면 죽는데 인간은 죽지 않고 더 삽니다. 덤으로 주어진 세월이 행인지 불행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늙어서 몸에 냄새나지 않게 하려면 담백한 음식을 먹어야 합니다. 그래도 냄새는 납니다. 노화의 자연스러운 현상입니다. --- p.66-67 왜 거친 음식이 건강에 좋을까요? 결론부터 말하면 거친 음식은 대장에 좋습니다. 대장 건강이 몸 건강의 근본이죠. 대장에는 면역세포의 70-80퍼센트가 몰려있습니다. 외부에서 음식과 함께 들어오는 바이러스라는 외적을 먼저 물리치기 위한 전략입니다. 또한 대장엔 바이러스를 포함한 미생물이 어마어마하게 많이 살고 있습니다. 사실 우리 몸은 세포로 이뤄졌다기보다 미생물로 이뤄졌다고 봐야 합니다. 우리 몸을 구성하는 세포는 약 30조 개인 반면 대장에만 사는 미생물은 그보다 많은 38조 개나 되거든요. 몸 전체적으로 100조 개 된다는 주장이 있고 그보다는 적다는 주장도 있지만, 어쨌든 미생물이 대장에 제일 많이 산다는 데에는 이론(異論)이 없습니다. --- p.96-97 마지막으로 권하고 싶은 먹을거리는 고구마입니다. 고구마는 곡식이 아니지만, 식량 작물에 들어갑니다. 밥도 되고 반찬도 됩니다. 고구마 줄거리는 맛이 좋고 영양이 훌륭한 채소거리입니다. 저는 고구마 열매보다 줄거리를 더 좋아해요. 고구마가 무성하게 자라면 뿌리 열매 잘 자라라고 넝쿨 뻗어 새로 내린 뿌리를 들춰주고 무성한 가지를 솎아냅니다. 그걸 버리지 않고 물을 끓여 삶은 다음 나물 반찬을 해 먹으면 구수한 맛이 끝내줍니다. 생선 조릴 때 밑에 깔아도 맛있고 육개장에 넣어 끓여 먹어도 좋습니다. 그래도 역시 고구마는 뿌리 열매를 밥으로 먹을 때 제 역할을 합니다. 요즘 대세는 군것질로 먹는 고구마여서 단맛이 많이 나게 육종합니다. 밤고구마는 이미 옛날 것이고, 얼마 전까지 호박고구마가 주로 심어졌다면 최근엔 꿀고구마가 대세죠. 얼마나 달면 꿀고구마겠어요? 차라리 꿀을 먹지…. --- p.111 거리두기를 해도 불가피한 외식 약속이 생기게 마련입니다. 그럼 당연히 원하지 않는 음식을 먹게 됩니다. 한때는 장례식장이나 결혼식장 음식을 먹지 않으려 일부러 식사 시간을 피해서 가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생각해보니 이도 집착이더군요. 이왕 먹는 음식 마음 편히 즐기자고 다시 마음먹었습니다. 그게 이 책의 주제와도 맞습니다. 음식을 먹는 것은 음식 그 자체만이 아니라 음식을 둘러싼 문화를 먹는 것이라고. 그리고 음식보다 물이 중요하고 물보다 공기가 중요하고 공기보다 마음이 중요하다는 말과도 상통합니다. 물론 오해하지 마시길 바랍니다. 마음만 중요한 것은 아님을…. --- p.191 저 같은 베이비붐 세대는 공동체 문화 속에서 자란 마지막 세대입니다. 그러다 보니 공동체에 무한한 기대와 믿음을 갖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한편으로는 공동체에 대한 지나친 신념이 또 다른 편향을 낳을 수 있다고 우려합니다. 공동체 없이도 살 수 있다면 그 또한 좋은 삶의 방식이라고 역설하는 이유입니다. 그러면서 제가 만든 게 바로 잎사귀론(論)이에요. 잎사귀는 잎사귀끼리의 관계보다는 뿌리를 통한 흙과의 관계, 광합성을 통한 태양과 하늘과의 관계를 더 중요시합니다. 코로나는 그런 이치를 알게 해준 계기였죠. 사회적 관계 속의 소통이 적어진 대가로 사람들은 비로소 혼자 있을 수 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것은 사회적 관계가 주는 소통의 기쁨보다 더 깊은 소통의 가치를 깨닫는 기회였습니다. 사람과의 소통이 줄어든 대신에 자연과의 소통을 늘릴 기회 말입니다. --- p.195-19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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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농업연구소 안철환 대표의 ‘잘 먹고 잘 사는 법’
건강하게 장수하는 건 인류의 오랜 꿈이다. 요즘에는 젊게 사는 삶이 더해졌다. 젊고 건강하게 오래 살기 위해 무엇보다 ‘먹기’가 중요하다는 건 이제 상식이다. 책을 비롯한 많은 콘텐츠가 ‘잘 먹어 건강하게 사는 방법’을 쏟아낸다. 소식해라, 채소를 먹어라, 단 음식을 삼가라 등. 이 책 또한 ‘소식해라, 채소를 먹어라, 단 음식을 삼가라’는 메시지를 말한다. 하지만 건강하게는 맞지만, 젊게 오래 사는 것과는 거리가 있다. 중요한 것은 좋은 먹을거리를 먹어서 젊어지는 게 아니라, 인생의 때에 어울리는 먹을거리를 먹어 나이에 맞게 사는 것이다. ‘뭘 먹지?’ 만큼이나 ‘왜, 언제, 어떻게, 누구와, 어디서 먹지?’에 관한 앎이 중요한 까닭이다. “갱년기에 접어든 중년 시기에는 날이 갈수록 떨어지는 체력을 걱정합니다. 어디 그뿐이겠어요? 노안이 오고 기억력은 쇠해져 자꾸 까먹고 괜히 우울해집니다. 성적 능력이나 성욕은 눈에 띄게 감퇴하고요. 이럴 때 많은 사람이 보양식이나 건강식품 아니면 보약을 찾는데요, 노화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니 편하게 받아들일 것을 권합니다. 이제 늙어가는 겁니다. 사실 갱년기(更年期)는 ‘다시(更) 세월을(年) 사는 때(期)’라는 뜻입니다. 그러니까 죽을 때가 되었는데 죽지 않고 덤으로 사는 인생이죠. 자연의 생명은 생식 능력이 떨어지면 죽는데 인간은 죽지 않고 더 삽니다. 덤으로 주어진 세월이 행인지 불행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늙어서 몸에 냄새나지 않게 하려면 담백한 음식을 먹어야 합니다. 그래도 냄새는 납니다. 노화의 자연스러운 현상입니다.”(66~67쪽) 요즘 같은 때 이런 주장을 펼치면 “무슨 도 닦는 얘기냐”며 코웃음 치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그런데 이런 주장이 설득력을 얻는 까닭은 저자의 생각과 실천 때문이다. 책을 쓴 안철환은 온순환협동조합, 전통농업연구소 대표이며. 경기도 안산에서 ‘산림생태텃밭 먹거리숲 농장’을 운영한다. 온순환협동조합은 남은 음식물과 똥오줌, 커피 찌꺼기를 받아 거름을 만드는 곳이고, 전통농업연구소는 전통 농업의 현대적 적용을 연구하는 곳이다. 저자는 이처럼 25년 동안 손수 농사짓고, 거름 만들고, 전통 농업 연구하고, 농사 스승들 찾아다니며 익힌 배움을 바탕으로 ‘잘 먹고 잘 사는 법’을 이야기한다. 자기 경험을 솔직하게 독자와 나누고 있는 셈이다. ‘혼밥’과 ‘안전한 먹을거리’의 시대, 먹는 데도 육하원칙이 필요하다 요즘 패스트푸드나 배달 음식, 혼밥이 빠르게 늘어나는 세태다. 각자의 형편에 따르겠지만, 먹는 일을 한 끼 때우기로 여기는 듯해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정반대로, 먹는 일을 지나치게 중시해서 안전한 음식에 집착하는 사람이 있다. 아마도 먹을거리의 세계화와 관련이 깊을 테다. 안전을 믿을 수 없는 저렴한 수입 농산물이 늘어나면서 먹을거리에 대한 불신이 커졌고, 그에 따라 안전한 음식에 대한 집착도 커졌다. 한 끼 때우는 것이든 안전한 먹을거리에 집착하는 것이든 모두 극단적인 태도일 뿐이다. ‘뭘 먹을까?’만 강조하기 때문이다. “오늘의 나는 어제 먹은 밥”이라는 말이 있다. 여기에서 밥은 물질적인 재료(What)만을 뜻하지 않는다. 그 밥을 어디서(Where), 누구와(Who), 어떻게(How), 언제(When), 왜(Why) 먹었는지까지 포함한다. 같은 밥이라도 집에서 먹었는지 밖에서 먹었는지, 식구들과 먹었는지 혼자 먹었는지, 제시간에 먹었는지 야식으로 먹었는지, 그 밥을 준 땅과 하늘, 농부에게 감사한 마음으로 먹었는지 그냥 먹었는지에 따라 오늘의 나는 달라질 수 있다. 그런데 ‘혼밥’과 ‘안전한 먹을거리’로 상징되는 오늘날의 음식 문화에는 ‘뭘 먹을까?‘만 강조되고 나머지는 빠진 느낌이다. 이런 흐름에 대해 질문과 성찰이 필요해 보인다. 이것이 이 책 제목을 ‘오늘 무엇을 먹었나요?’가 아니라 ‘어제 어떻게 먹었나요?’로 지은 이유이고, ‘육하원칙으로 본 먹을거리’라는 부제를 단 이유이다. 하늘과 땅과 소통하는 필부의 삶 먹을거리에는 무궁무진한 자연의 기운이 담겨있다. 인간의 노동뿐 아니라 토양, 기후, 다른 생명들이 먹을거리를 함께 만든다. 식사 때 우리는 단지 물질적인 재료만 먹는 게 아니다. 자연을 먹고 관계를 먹는 것이다. 그래서 이 책은 육하원칙 가운데 흔히 떠올리는 ‘뭘 먹지?’가 아니라, ‘왜 먹지?’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왜 먹지?”라는 물음에 먼저 “먹긴 왜 먹겠냐? 살기 위해 먹지”라고 많이들 대답하는데, 책은 그 반대로 “먹기 위해 살지 뭐”라고 말한다. 다음으로 “건강하기 위해 먹는다”는 대답이 가능할 텐데, 이에 대해서도 거꾸로 “건강을 추구하지 말자”고 말한다. 인간은 누구나 죽고, 결국 건강을 잃게 되어 있으니 건강 추구는 쓸모없는 짓이라고 비꼬기까지 한다. 마지막으로 “맛있는 거 먹는 낙으로 산다”는 대답이 있을 수 있다. 이에 대해서는 무조건 단맛을 추구하는 얄팍한 입맛으로 먹지 말고, 먹을거리의 본래 맛을 추구하는 깊은 장(腸)맛으로 먹자고 제안한다. ‘왜’ 다음에는 언제, 무엇을, 어떻게, 누구와, 어디서 먹을지를 순서대로 다룬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왜 먹지?’를 다시 다룬다. 결론에 해당하는 ‘다시, 왜 먹지?’에선 우리가 먹을거리를 통해 맺고자 하는 두 가지 관계를 소개한다. 하나는 횡적인 관계이고 다른 하나는 종적인 관계이다. 횡적인 관계는 먹을거리를 둘러싼 사회적 관계, 곧 인간 간의 관계를 살펴보는 관점이고, 종적인 관계는 먹을거리를 둘러싼 자연적 관계, 곧 대지와 우주 자연의 관계를 살펴보는 관점이다. 말하자면 횡적인 소통과 종적인 소통을 위해 먹는다는 것인데, 이 소통으로 우리가 깨닫는 것은 ‘하늘과 땅과 소통하는 필부의 삶’이다. “살기 위해 감사한 마음으로 맛있게 생명을 먹습니다. 똥을 누면 거름을 만들어 흙을 돌봅니다. 하늘의 힘을 빌려 생명을 일구고 열매와 씨앗을 거두어서 후손을 준비합니다. 마지막에는 나를 위해 죽음을 받아들이고 미련 없이 흙으로 돌아가는 인생입니다. 그뿐입니다. 그것이 바로 남들이 나를 알아주지 않아도 화를 내기는커녕, 죽음조차 삶의 한 과정으로 승화시키는 하늘과 땅과 소통하는 필부(匹夫)의 삶입니다.”(237쪽)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