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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문 _ 헐렁함의 품격 4
지고교수 초대 수필 이명지 _ 스승, 오창익을 만나다 11 술 익을 때 더 그리운 당신 18 전혜경 _ 언제까지 살아야 안 미안할까 33 동지 38 일 자체가 남을 돕는 것 43 즐거운 나의 집 48 초행길 53 통제 구역 57 지레짐작 63 희망의 상징 68 행복하게 사는 법 74 이수진 _ 그 처녀의 맷돌짝 81 헤이, 부라더 86 끌림과 당김 91 내가 대신 싸워줄게 96 요즘 연애 102 모든 것을 잃는다는 것 106 정상 참작 112 그냥 들이대 118 가면을 벗고 123 서희정 _ 나의 스승과 피아노 131 외간 남자 136 인생 연주 141 공기청정기 149 사람 백신 154 기억과 망각 사이에서 158 늙은 호박 라떼 164 인어공주의 세상 168 손병미 _ 우물에 빠진 아이 177 소풍 181 그때는 몰랐다 185 기회 189 나도 남자 있다 193 독일에서 만난 남자 199 나를 위한 밥상 204 소꿉놀이하고 싶은 나이 209 난 바람이 좋다 214 허용되는 사이 219 이원환 _ 점과 점선 225 단풍나무 그늘 아래서 230 증기기관차와 캐딜락 236 3% 문화비 243 1분 주례사 248 작명례 253 이별이 준 선물, 마라톤 258 시간 없다 말 못해 264 나이가 들면 왜 시간이 빨리 가는가 270 최석호 _ 다시 연애를 시작했다 277 내가 원하는 삶을 산다는 것은 281 신의 미끼 286 누가 나를 아는가 291 깊은 인연 296 바람 300 손이 가면 마음도 따라간다 304 발문-민혜 _ 우리는 서로 연결되어 있다 30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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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차가 무색할 만큼 잘 자고 눈을 떴다. 어제 늦은 밤, 깊은 어둠 속에서 만났던 숙소는 아침에 일어나 보니 나를 백설 공주로 착각하게 했다. 왼쪽 창을 통해선 넓은 초지가 시원하게 보이고 뒤편 창을 통해선 소나무 숲이 보였다. 넓은 마당에는 사과나무 몇 그루가 있고 금방이라도 일곱 난쟁이가 튀어나올 것 같은 작은 집이 두 채나 있었다. 남편과 동행하여 날아온 독일에서의 첫 아침은 마치 동화 속 같았고, 모든 세포가 깨어나는 듯 아름답고 활기차 신이 났다.
오랜만에 맛보는 갓 구운 독일 빵과 커피 덕분에 한껏 마음이 들뜬 나, 오늘은 혼자 기차를 타고 지인을 만나러 슈투트가르트로 가는 날이다. 서둘러 도착한 역에는 선로만이 길게 누워있었다. 아무것도 없는 공허한 시골 기차역에 서 있으려니 용기가 필요했다. 낯섦의 시작은 입김이 뿜어 나오는 차가운 공기와 덩그러니 혼자 서 있는 표 파는 기계와의 대면이었다. 그렇게 고독한 기차 여행 끝에 슈투트가르트에 도착하여 예전에 함께 노래했던 합창단 지휘자 선생님을 만나 오랜만에 회포를 풀었다. 반가움만큼이나 파란 가을 하늘 아래에서 한국인 건축가 이은영의 작품인 시립 도서관에 갔다. 하얀 벽면이 나까지 창백하게 만드는 듯도 했지만 멋진 공간 활용은 역시 상을 받을만하다는 인정을 하게 했다. 탄성을 지르게 하는 벤츠 박물관에도 갔다. 지금은 흔하디흔한 것이 자동차지만 그 옛날의 차들은 뮤지엄에 전시될 만큼 가치가 있는 예술품이었다. 그 크기와 색감에 놀라며 차의 역사와 함께한 세계의 역사적인 사건들을 보다가 나는 살짝 시간이 길어졌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쁜 예감은 틀리는 법이 없는 것인지, 예매한 기차 시간을 3분 지난 후에야 기차역에 도착했고 선로는 텅 비어 있었다. “뭐 지나간 것은 지나간 것. 시간과 돈이 더 드는 만큼 경험도 쌓이겠지. 그거면 됐지.”라며 개폼을 잡았다. 다행히 추가되는 요금없이 다음 기차 편을 예약하고, 물 한 병을 사서 마시며 천천히 역을 구경하며 다녔다. 여기까지가 나의 여유로운 시간이었다. 마치 태풍 전야처럼 평화롭게 말이다. 환승을 한번 해야 하는 다음 기차를 타고 안내 전광판이 바로 보이는 곳에 자리를 잡았는데, 안내 멘트와 함께 갑자기 사람들이 내리는 모습이 당황스러웠다. 이 기차는 취소되었고 삼 번 플랫폼에서 다른 기차를 타라는 뜻인 것 같았다. 황급히 안내센터로 갔지만 줄이 너무 길었다. 딱 한 곳뿐인 매표원이 있는 창구도 줄이 길고, 기차는 곧 떠날 것 같고. 조급한 마음에 일단 기차를 탔다. 두리번거리다 여행객이 아닐 것 같은 모습인 넥타이를 매고 있는 신사에게 조심스럽게 다가가 나의 목적지까지 가는 기차인지 물어보니 갈아타야 하는 환승역 이름을 알려주었다. 혹여나 내가 지나칠까 두려워 종이를 내밀고 역 이름을 써달라고 했다. 그 종이를 쥐고 역 이름을 작은 소리로 중얼거리며 머릿속에 저장했다. 신사는 좋은 여행 하라며 떠나가고 나는 전광판에 눈을 고정하고 앉아 있는데, 마음이 이상하게 싸했다. 꽤 많은 역을 지나왔는데 싶어서 스마트폰을 켜고 노선 검색을 하려다 보니 남은 배터리가 19%에서 14%가 되더니 금방 9%로 떨어져 버렸다. ---「손병미, 나도 남자 있다」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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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주제와 관점에서 바라본
삶의 다채로운 모습을 담다 한국문인협회 평생교육원 수필창작반 이명지 지도교수 아래 함께 문학 공부를 하는 전혜경, 이수진, 서희정, 손병미, 이원환, 최석호 등 여섯 사람의 수필가가 혼신의 힘을 다해 쓴 수필을 모아 '수필풍경'이라는 작품집을 출간하였다. 이 작품집은 다양한 주제와 관점에서 바라본 삶의 다채로운 모습을 담고 있어서, 독자들에게 깊은 감동과 생각의 여지를 제공한다. 수필풍경 동인 첫 번째 작품집 『쓰다(write) 달다(post)』는 여섯 개의 독특한 목소리와 시각으로 구성되어 있다. 각 수필가는 자신만의 경험과 관점을 토대로 글을 썼기 때문에, 이 작품집은 다양성과 다중성을 자랑한다. 이들 수필은 우리 주변의 보이지 않는 아름다움을 발견하고, 그것을 간직하는 미적 감각을 자극하며, 여러 저자의 다양한 목소리가 만나 서로를 보완하고 풍요로운 이야기를 만들어낸다. 『쓰다 달다』는 지도교수 초대수필 2편을 비롯하여 동인들 52편 수필로 이루어져 있으며, 각 수필은 독립적으로 읽을 수 있지만, 모두 함께 읽을 때 더 큰 의미를 만들어낸다. 이 작품집은 독자들에게 다양한 생각과 감정을 일깨워주며, 여러 시각에서 세상을 살펴보게끔 격려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작품집 『쓰다 달다』의 각 수필이 혼신의 힘을 다해 쓰였다는 점이다. 여섯 수필가는 자신의 내면을 드러내고, 문학적 표현을 통해 독자들에게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전달하기 위해 노력했다. 이러한 노력과 열정은 수필가들의 작품에 반영되어 있으며, 독자들은 그 노력과 열정을 느낄 수 있다. 또한, 『쓰다 달다』는 수필의 형식적 다양성을 보여준다. 각 수필가는 자신만의 글쓰기 스타일과 테마를 가지고 있어서, 독자들은 수필의 다양성을 경험하며 다양한 양식과 스타일을 즐길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다양성은 수필이라는 문학 장르의 매력을 더욱 높여준다. 『쓰다 달다』는 수필이라는 형식을 통해 인간의 삶과 경험을 탐구하고 이해하는 데 큰 역할을 한다. 각 수필가는 자신의 관점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며 삶의 복잡성과 아름다움을 담아낸다. 이 작품집을 통해 독자들은 자신의 삶과 세상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얻을 수 있다. 우리는 서로 연결되어 있다 열과 성을 다해 써나간 여섯 분의 글들은 저마다의 자리에서 각각의 개성과 관심사와 문체로 빛났으나 이원환 님의 ‘점과 점선’을 읽을 때 내 가슴의 스파크가 특히 강열했다. 유사한 생각과 생각의 만남에서 오는 희열이었을 테다. 필자가 채송화 씨앗을 전자현미경으로 확대해보는 장면에선 잠시 숨이 멎기도 하였다. 해보고 싶었던 걸 못해본 자가 느끼는 반가움과 미시의 세계에 대한 경이로움 때문이었다. 작품을 평하는 객관적 기준은 있겠지만 여기서의 촌평은 독자로서 느낀 나의 사견이란 점을 미리 밝혀두고 싶다. 작품에 대한 기호는 저마다 다르니 글의 우열을 가름하는 것은 아니란 점을. 아무리 피하고 싶어도 방법이 없는 마흔의 나이와 차라리 정면충돌을 하기 위해 히말라야로 떠난 이수진 님의 글에서도 유사한 동질감을 느끼며 마음의 박수를 보냈다. 내가 육십이 되었을 때 움츠러들기 싫어 “그래, 나, 나이 많이 먹었다, 어쩔래?” 하며 결기를 다지던 생각이 떠올라 미소가 절로 나오기도 했다. “난 마흔을 맞이하러 히말라야로 간다. 이 질척거리는 것들아!” 라고 일갈하는 화자의 강한 개성이 글의 매력을 더해 준다. 톡 쏘는 콜라의 맛 같지 않은가. 전혜경 님의 작품은 그 누구도 피해갈 수 없는 우리 시대의 핫한 문제를 다룬 점이 좋았다. 수필은 개인사에서 출발하지만 일개인의 사건에만 머물러서는 공감 확대가 어렵다. 한데 이 글은 고령화 사회의 말년 풍경과 문제를 짚음으로써 사회적 수필로까지 확장되었다. 정말이지 우리 모두는 언제까지 살아야 안 미안할까? 서희정 님의 작품에선, 음악과 문학은 분야가 다른 예술이지만 내공을 쌓는 일은 같은 길임을 새삼 느끼게 해준다. ‘피아노는 누가 어떻게 연주하는지에 따라 소리의 색깔이 다르다’나 ‘연습이라는 놀이를 하다 보면 이 친구는 기막힌 소리와 공명으로 나를 소름끼치게 할 때가 있다’고 한 대목이 그러했다. 이미 피아노를 통해 이런 도를 터득한 화자는 머잖아 수필에서도 그런 경지와 조우하며 유사한 전율을 느끼게 될 날이 오리라고 믿는다. ‘나도 남자 있다’는 도발적 제목 아래 글을 써나간 손병미 님은 여행지에서의 풍경과 사건에 읽힌 심리 서사를 치밀하도록 섬세하게 잘 풀어내어 글의 내용이 영상으로 자연스럽게 펼쳐지는 듯 했다. 문장도 유려하고 읽는 재미가 쏠쏠했기에 나도 모르게 독백이 나왔다. 왜들 이렇게 잘 쓰는 거야? 이에 못지않은 제목으로 필자를 유혹한 최석호 님의 글 역시 일단 제목이 독자를 쉽게 걸려들게 한다. 도입부도 뭔가 일을 낼 것만 같은 긴장감이 감돈다. 그러나 읽다 보니 스물두 살에 서른 셋 장남과 결혼하여 현재는 갱년기를 겪고 있는 아내에 대한 화자의 소회를 풀어낸 글이다. 아내와 연애 기분을 느끼며 설레고 싶다는 화자의 마음이 억지스럽지 않게 전달되어 읽는 이의 마음을 따듯하게 해주는 글이었다. -수필가 민혜 발문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