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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기일
어머니는 생전 나의 생일 전날과 당일엔 항상 아프셨다. 나를 낳을 때 하마터면 돌아가실 뻔했다던 과정과 산통이 무척 컸었던 것이 몸과 마음에 강렬하게 새겨진 것인지 아니면 어머니의 시간 속에서 초침이 짤각거리는 기점이 되었기 때문인진, 나는 모르겠다. 어려서는 그냥 하는 말인 줄 알았지만, 매번 나의 생일이 있을 때마다 몸이 부어오르거나 진짜로 아프셨다. 그래서 나의 생일은 내가 태어난 것을 새기는 의미도 있겠지만, 그것보다는 어머니가 고생하신 날로 나에게는 새겨져 있다. 그리고 그게 난 나쁘지 않았다. 그리고 매년의 시간이 흐르면서 언제부턴가 그게 어떠한 것인지 어슴푸레한 정도로나마 알 것만 같았다. 그렇게 내가 태어난 날마다 매년 어머니는 아프셨다. 그리고 나는 매년 어머니가 돌아가신 날마다 아프리라는 것을 오늘 알게 되었다. --- 본문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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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만 9백 87장의 사진. 이 사진들을 단지 볼 수 있는 상태까지 되는데 상당한 시간과 노력 그리고 주변의 도움이 필요했다. 그리고 거기서 다시 사진을 보아 나아가는데도 상당한 시간이 필요했다. 그 세월의 압축이기에 제대로 전달되리라 생각하기 어렵다. 하지만 그대로 놔둘 수도 없는 일이다. 거의 5개월에 걸쳐 71,861장의 사진을 봤다. 자신에게 축적되고, 사라지고, 흔적이 남으며 변형되어 버린 덩어리들의 부스러기를 모아 형태를 가진 것으로 만들어 가는 것은 여느 형식미의 작업과 크게 다른 점이 없을지도 모르겠으나, 사진이라는 재료는 특정 부분에 있어서 이러한 변형을 용납하지 않는다. 당시 셔터를 누르게 만든 심정적 이유가 무엇이었건 오롯이 물리적으로 새겨진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같은 사진을 보고 있더라도 보는 사람의 변화에 따라 사진도 달라진다. 그렇게 명확성과 동시에 부 명확성을 획득하게 된다. 하지만 어떤 사진들은 세부적인 감정의 감촉이나 온도감의 변화는 있더라도, 소멸 혹은 변형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그것은 황야에 멀겋게 서 있는 바오밥 나무처럼 시선에서 피할 길이 없는 것이다. 단순히 개념을 다루는 작업을 넘어 실제로 살이 썩는 냄새와 비린내에 구토감을 삼키며 눈으로 그리고 손으로 직접 재료를 만져 다듬어야 하는 일이다. 작업에 있어 사진이라는 재료는 잔인하다. 이제 29,126장을 더 봐야 한다. (작가의 글 중에서)
작업 노트 감사의 말.이 작업이 완성되고 책의 형태가 되기까지 많은 사람의 관심, 애정, 돌봄, 측은지심 그리고 현실적도움이 녹아 있다. 참 흔한 말이지만 나 혼자서는 아무것도 하지 못했을 것이다.버틸 수 있도록 마음과 시간을 준 분들. 구정훈, 권세홍, 김상우, 문건호, 부산 문화재단, 부산 스마일 센터, 신창옥, 안영훈, 윤중석, 이우춘, 이진형, 전법규, 전용석, 전용순, 정재훈, 정철우, 조성래,하유경, 한기현, 한국 예술인 복지 재단.이 책이 세상에 나올 수 있도록 연을 만들어 주신 김영호 님. 그리고 이 세상 수많은 ‘상투적’ 가정들을 생각한다 문득 아주 엷고 투명한 이음매가 보이곤 한다. 경계와 경계가 맞닿아 태어난 이음매는 그 흔적의 감촉을 느끼기 힘들만큼 매끄러워 보인다. 그 경계를 보는 것으로 때론 무엇인가 태어난다. 세상의 이음매가 때론 시끄럽게 들린다. 눈을 감는다. 낮인데도 별이 떠 있다. 낮이라도 별은 떠 있다. ...결국 모든 것은 셀프 포트레이트가 아닌가, 라는 생각을 한다. 그렇게 안과 밖 그리고 경계면들의 수많은 맞닿음이 하나였음을 생각한다. 자화상적 상대성의 시작을 기점으로 최근엔 엥프라맹스(inframince)를 소재로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