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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제1부 7
제2부 125
제3부 447

저자 소개2

잉그리드 퍼소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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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grid Persaud

트리니다드 토바고에서 태어나 런던경제대학교에서 법학을 공부한 뒤 법률학자로 활동하다 골드스미스 칼리지와 센트럴 세인트 마틴스에서 순수예술 학위를 받았다. 2017년 커먼웰스 단편소설상, 2018년 BBC 단편소설상, 2020년 코스타 문학상 첫 소설 부문을 수상했다.
서울대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했고 현재 미국 캘리포니아에 거주하며 출판 기획 및 번역을 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 『우주에서 만나요』 『밤에 우리 영혼은』 『우상들과의 점심』 『너는 너의 삶을 바꿔야 한다』 『하드보일드 센티멘털리티』 『푸른 밤』 『불안한 낙원』 『나의 우울증을 떠나보내며』 『신디 로퍼』 『한 문장의 철학』 『쇼스타코비치는 어떻게 내 정신을 바꾸었는가』 『가을』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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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3년 10월 31일
쪽수, 무게, 크기
512쪽 | 466g | 130*188*35mm
ISBN13
9791161111230

책 속으로

짧고 뭉툭한 손가락을 떨면서 아이가 신발 끈을 풀었다. 기저귀를 뗀 지도 얼마 안 된 꼬마다. 그 또래들은 신발 끈 풀기 같은 건 아직 못한다. 그런데 실수를 저질렀다. 양말을 벗기면서 어쩔 수 없이 콧구멍을 벌름거리다가 제 아빠에게 들킨 것이다.
--- p.10

체탄 씨는 애초에 몇 달만 있을 거라고 했지만 일 년이 지난 지금 그 말은 간데없다. 그래서 나도 좋다. 도움이 되어주고 안심도 된다. 남자가 여기 살고 있다는 것을 사람들이 아니까. 그처럼 잘생긴 남자가 나한테 반해서 여기 산다고 말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그건 단연 솔로 때문이다. 둘은 아주 친하다. 그는 아버지가 아니지만 타고난 아버지감이다.
--- p.27

몸은 지치고 마음은 공허해진 나는 앉아서 백일몽을 넘나들었다. 반라의 젊은 미녀 한 떼가 내 앞을 지나갔다. 여자와의 섹스는 얼마나 다르고 얼마나 이상할까? 분명히 말하자면 여자 일반이 아니었다. 내게 가장 가까운 친구인 한 특정 여자를 가리키는 것이었다. 나는 누군가를 사랑할 수 있는 최대한으로 그녀를 사랑한다. 시간이 지나면 모든 것이 제 자리를 찾을 것이다. 우리는 가족이 될 것이다. 진짜 가족이. 그것으로 모든 게 괜찮아질 것이다.
--- p.59

사실 질경이를 볶는 것 자체가 한 사람을 위한 것이다. 언제 시작됐다고 꼬집기는 힘들지만 지난 몇 년 사이에 조금씩 체탄 씨에게 호감을 갖게 된 것 같다. 그는 온유하다. 범죄와 이기심으로 그득한 나라에서 그는 부드럽기만 하다. 게다가 내 아들을 사랑해준다. 나 마시라고 스무디를 만들고 피곤한 나를 위해 집안일을 거드는 등 그가 내 삶에 더해주는 소소한 친절도 그렇다. 바보같이 아직도 나를 베티 양이라고 부른다. 기분 좋게 장난을 칠 때는 종종 B 양이라고 줄여 부른다. 어쨌든 세월이 이리 흘렀어도 우리 사이에는 아무 일도 없었다. 어쩌면 이미 기회는 날아가 버렸는지도 모른다.
--- p.101

그녀의 연민 탓이겠지만 이런저런 이야기, 사연들이 줄줄이 새어 나왔다. 동성애자라는 걸 언제 처음 알았는지. 초등학교 때였다. 다른 남자애들은 다들 양 갈래로 머리를 땋은 제니를 좋아했는데 나는 수줍은 토니에게 눈길이 갔다. 여섯 살밖에 안 됐었지만 그게 별난 것임을 나는 알았다. 진한 커피를 홀짝거렸다. 토니를 향한 감정을 시인하고 입 밖으로 내는 것만으로도 정말로 속이 시원했다. 아무도 모르는 일이었다. 그렇게 오래전 일을 기억하고 있다는 것에 나 자신도 놀랐다.
--- p.118

우선 컨베이어벨트에 짐이 몇 개 없는 걸 보고 가슴이 철렁했다. 잘 보니 사람들이 수북이 쌓인 여행가방들 가운데 제 것을 찾아 끌어내리고 있었다. 내 가방이 눈에 들어왔다. 손잡이에 엄마가 묶어준 밝은 금빛 리본이 달려 있었다. 처음에는 내 검은 가방도 찾아내지 못할 촌뜨기로 보나 싶어서 짜증이 났었는데 엄마한테 털어놓을 것까진 없지만 그 금빛 리본이 정말 요긴했다. 그래도 누가 보나 내가 인도인이라는 걸 알 만큼 그렇게 요란하게 금빛일 필요 또한 없었다. 창피한 마음에 얼른 그걸 풀어 쓰레기통에 던져버렸다. 뭐 그것이 엄마가 내게 하는 최후의 창피한 일이 될 것이다. 이제 나와 베티 부인은 끝난 사이니까. 우리는 끝났다. 완전히 끝났다.
--- p.134

일 년 후 우리는 결혼했다. 나는 스무 살, 지금 솔로보다도 어렸다. 그러니 인생에 대해 무얼 알았겠는가? 하지만 기다리고 싶지 않았다. 우리는 서로를 갈망했다. 그게 사랑이라고 굳게 믿었다. 내가 원한 건 독립이었고 결혼은 부모님에게서 탈출할 수단일 뿐이었음을 지금은 안다. 수닐과의 결혼은 수닐만을 뜻하지 않았다. 내 집 열쇠와 나의 가족, 그리고 새로운 삶이었다.
--- p.318

누군가가 간절히 필요한 밤이었다. 카니발 월요일이었으니 아집에 사로잡힌 술꾼들에게 뒤통수에 술병 세례를 받거나 아예 두들겨 맞지 않게 특별히 조심해야 한다. 나는 아무도 괴롭히지 않건만 나란 존재 자체가 불법, 부도덕, 도착이다. 내가 나쁜 일을 당해도 동성애자라면 그래도 싸다고 사람들은 말할 것이다. 대관절 저런 데서 무슨 짓을 하고 있었던 거냐고 물을 것이다. 밝은 곳에는 진입할 수 없으니까 어두운 곳에 숨는 거라는 사실을 그들은 외면한다.
--- p.349

꾸벅꾸벅 졸다가 전화기가 한 번 울리자 바로 확인해보니 솔로의 번호였다. 아이는 아무런 말도 없이 엉엉 울기만 했다. 나는 제발 돌아오라고, 내 집에서 편히 살 수 있다고 애원을 했다. 솔로는 대답하지 않았다. 이 아이에게는 자신의 아픔을 들어줄 사람이 필요한 것이구나, 비로소 깨달았다. 나는 아이가 우는 것을 들어주었다. 나도 조용히 울고 있는 걸 아이가 모르기를 바랐다. 전화를 끊은 다음 문자를 쳐 보냈다. 솔로, 웃음과 울음은 한집에 산다는 걸 기억해라. 사랑한다. 체탄.

--- p.367

출판사 리뷰

절박한 선택과 예측하지 못한 상실을 통해 얻게 된 진정한 사랑의 연대.

“슬픔은 질주하는 자동차처럼 몰아닥쳐서 아주 더디게 떠나간다.”


잉그리드 퍼소드의 데뷔작인 이 소설은 상처 입은 사람들이 모여 서로를 치유하는 피난처를 만들어가는 감동적인 이야기이다. 퍼소드는 카리브해 문학의 거장 데릭 월컷Derek Alton Walcott의 유명한 시詩 「Love After Love」의 정신을 취해 그것을 관습에 얽매이지 않는 가족, 사랑을 잃었다가 가장 필요할 때 다시 찾는 것에 관한 용기 있는 산문으로 폭발시켰다.

현대 트리니다드를 배경으로 한 이 소설은 세 가지 관점에서 전개된다. 첫째는 할머니에게 물려받은 집에서 아들과 함께 살며 학교 사무원으로 일하는 베티 람딘으로, 활기차고 신념이 강한 여성이지만 세상을 뜬 남편이 습관적으로 휘두르던 폭력의 상처가 깊게 남아 있는 사람이다. 둘째는 베티 학교의 수학 교사인 체탄 씨로, 동성애자라는 사실을 감춘 채 베티 집 하숙인으로 살며 모자와 가족 이상의 정을 나눈다. 셋째는 베티의 외동아들 솔로인데, 체탄 씨를 아버지처럼 따르며 좋아하는 집돌이 소년이다.

퍼소드는 각 화자가 고유한 개성을 잃지 않으면서도 서로의 목소리에 쉽게 적응하며 그 목소리 사이를 오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렇게만 보면 어떤 가족도 그들과 비슷하기만 해도 좋겠다는 생각을 할 정도다. 그러나 어려움 없는 사랑은 없듯이, 편안하고 평화로운 이들의 질서는 우연한 사건으로 뒤집히고 만다.

우리가 누구를 어떻게 사랑해야 하는지를 묻는, 사랑에 관한 이 소설은 뻔한 폭력의 장면으로 시작한다. 알코올 중독자인 베티 남편의 행실을 짧지만 강렬하게 묘사하면서 저자는 독자로 하여금 사랑과 폭력이 하나의 인격 안에 공존할 수 있다는 사실과, 아들을 보호해야 했던 모성의 절박한 선택을 인정하게 한다. 그 팩트는 소설 전체를 관통하는 질문이자 평화로운 질서에 깊은 그림자를 드리운 요소다.

서로의 차이에도 소소한 일상을 공유하며 서로를 의지하고 살던 세 사람은 어느 날 갑자기 가족이라는 울타리 밖으로 흩어지며 용서할 수 없는 세상으로 던져진다. 뉴욕으로 떠난 솔로는 삼촌네 대가족에 얹혀 불법체류자 생활에 정착하고, 체탄 씨는 불안한 사랑을 전전하며 자신의 성적 정체성을 버텨내고, 이제 혼자인 베티는 외로움과 걱정에 지쳐 섬을 떠돈다. 하지만 저자는 진정한 사랑은 예측할 수 없는 순환을 통해 경험된다는 걸 잘 이해하고 있는 듯하다. 주인공들은 궤도를 도는 행성처럼 서로 영원히 멀어질 수 있지만 결국에는 항상 거대하게 타오르는 중심을 향해 당겨진다.

이 소설에는 두 개의 섬으로 이루어진 트리니다드 토바고의 일상이 가득 담겨 있다. 군침을 돌게 하는 음식들과 럼 주 한잔, 다채로운 힌두교 종교 관습, 만연해 있는 폭력과 동성애에 대한 위협적인 금기, 그럼에도 유머와 활기가 넘치는 사람들, 이 모든 요소가 캐릭터들에 녹아들어 개성과 매력을 더한다. 그들과 함께 우리는 카리브해의 음식 냄새를 맡고, 교통 체증 속에서 고군분투하는 시민들을 압박하고 있는 식민지 체제의 잔재를 느낀다.

퍼소드는 집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익숙한 고민 대신, 부엌에서 가져온 간식, 유쾌한 저녁 식사 대화, 부드러운 손길, 배려가 담긴 훈계 등 작은 행동을 통해 가족의 의미를 보여준다. 그녀의 시선을 통해 우리는 세상과 자신을 더 잘 이해하기 위해서는 서로에게 의지해야 함을 아는 완전한 캐릭터들을 본다.

집을 떠나 홀로 뉴욕에서 분투하며 소년에서 청년으로 성장해가는 솔로의 이야기에서는 아메리칸 드림의 균열도 강렬하게 탐구한다. 불법체류자임을 감추려면 감내할 수밖에 없는 현실과 이민자 사회의 명암을 ‘뉴욕의 추위’로 선명하게 드러내고, 카리브해가 경제적으로 더 나은 기회를 찾아 미국으로 떠난 이민자들에게 사랑과 가족의 연결을 찾아 돌아올 공간이기도 하다는 것을 상기시킨다.

어두운 주제를 다루면서도 결코 우울하지 않은 『사랑 다음의 사랑』은 잘 다져진 고전만큼이나 시대를 초월한 느낌을 준다. 퍼소드는 애틋한 세 캐릭터를 통해 월컷이 그의 시에서 말하고자 한 것을 독자에게 전하는 듯하다. “당신은 당신 자신이었던 낯선 사람을 다시 사랑하게 될 것입니다”라고. 사랑과 상실, 상심과 죄책감, 우리를 하나로 묶고 갈라지게 만드는 비밀과 거짓말을 다 털고 나와, 이제 오래 잊고 있던, 나라는 낯선 사람에게 보내는 사랑의 인사 같은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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