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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
엮은이의 글 4 강혜숙 | 쓸쓸함을 위하여 10 김종성 | 겨울 오디세이 30 류태숙 | 사소한 신화 50 서병용 | 물의 뿌리 70 오은주 | 점?선?면 90 이동숙 | 봄부터 여름까지 110 이윤자 | 빛의 노래 130 이중찬 | 산의 명상 150 전효기 | 흰구름의 산책 170 후 기 19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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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가는 사진을 하는 것에서 기쁨을 찾아야 한다. 사진을 십 년 하면 성공한다고 믿고 열심히 사진 찍던 사진가들은 십 년이 되기 전에 모두 사라졌다. 까닭은 밥을 위한 사진, 명예를 위한 사진, 권력을 위해 사진을 이용했기 때문이다. 사람처럼 생명 없는 사진도 이용당하는 것은 싫어한다.
사진, 어떻게 하면 좋을까? 간단히 말하면 그냥 좋아서, 어떤 대가도 없이 하는 것이다. 그러다 보면 가끔은 누군가 알아보기도 하고 한 수 배우고 싶다고 찾아오기도 한다. 그게 내가 알고 있는 성공의 노하우다. (5쪽) 학이시습지 불역열호! 일 주일에 한 번 만나서(때때로 배우고 익히면서) 재미나게 놀았다(기쁘지 아니한가?) 남들보다 특별히 열심히 한 것도 없다. 때때로 만나 공부(?)하고 떠들고 놀다 보면 뭐 좀 남는 것도 있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믿음으로 세월을 보냈다. 콩나물 시루에 부은 물이 다 빠져나갔다고 콩나물이 크지 않는 것은 아니다. 뭔가 계속 붓다 보면 사진도 조금씩 커갈 것이다. 이 여유로움으로 사는 인생이 즐겁다. 더 무엇을 욕심 낼 것인가?(7쪽) 이러면 안 되나 시어는 시 속에서만 살아야 하나. 아침 저녁 인사 속에 버무리면 좋을 텐데. 목련꽃 상아빛으로 먼지 낀 한길을 덮으면 어떨까. 온 세상이 순해질 텐데. 우리 모두 자동차를 버리고 나귀를 타고 다니면 안 되나. 지나는 행인들 서로 더 사랑할 수 있을 텐데. 더 아름답게, 더 가깝게, 더 진하게 살 수 있으련만.(44쪽) 선도 색도 생각의 또 다른 모습이다. 그 속에 본질이 있다. 본질만 남겨두고 모두 지우고 싶다. 빛은 그것을 드러내는 최소한의 것 생각을 달리하니 사진도 달라진다. 생각 속에 사진이 있고 사진 속에 삶이 있다.(98쪽) 작은 세계에서 보는 큰 세계 세계가 걸어 들어온다 석산에서 만나는 억만 겁의 삶의 흔적 삶이 힘들 때 그 산에 오른다 말 없는 산이 나를 위무한다. 산다는 것은 꿈꾸는 것이리라(152쪽) ---본문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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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추어 사진가들에게 해주고 싶은 이야기를 들려 달라는 자리에서 사진가 구본창은 이런 말을 했다.
“끝까지 취미 차원에서 머물고자 한다면 그다지 문제될 것이 없겠지만, 프로가 되어야겠다는 사람이라면 밥 먹고 술 마시고 동일한 것을 찍는 촬영모임에 많은 것을 기대해서는 안 되겠지요. 동아리 활동은 단지 뭔가 배우는 기회로만 삼고 작품 활동은 혼자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촬영이 피사체와 단둘만의 내밀한 대화라고 한다면 어떻게 여럿이 몰려가서 대화할 수 있겠습니까? 조용히, 홀로 대상물과 무언의 대화를 나누기 바랍니다.” 『사진, 새로운 눈』은, 강혜숙, 김종성, 류태숙, 서병용, 오은주, 이동숙, 이윤자, 이중찬, 전효기 이렇게 아홉 명의 아마추어 사진작가들이 조용히, 홀로 대상물과 나눈 무언의 대화들을 묶은 책이다. 이 아홉 명의 아마추어 작가들은 2013년 3월부터 1년간 사진평론가 최건수를 선생님으로 모시고, 일주일에 한 번씩 사진과 더불어, 사진을 핑계 삼아 때때로 배우고 익히면서 재미나게 놀았다. 최 선생이 수업 시간마다 부르짖은 말은 작업(work)을 하자는 것이었다. “작업? 그게 아리송하기는 하지만 난 이렇게 설명한다. 사람마다 얼굴도 다르고 성깔도 다른데, 왜 사진은 너나없이 비슷비슷한 것을 찍는지 모르겠다. 우리끼리라도 좀 개성 있게 찍어보자는 것이다. 아마추어가 좋은 것은 사진을 쌀로 바꾸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그게 일단 해결됐는데, 남 눈치 보고 좌고우면하며 사진을 할 일은 아니다. 아직도 부족한가? 그런 일은 밥 만들 때나 할 일이다. 세월 속에 묻어둔 똥고집과 소신을 펼 때가 지금이다.” 그게 통했는지, 어느 때부터인가 모두들 나름의 좌충우돌 자유민주주의형 사진을 하기 시작했다. 조금씩 개성이 살아났다. 그게 예술의 길이고 사진의 길이 아니랴. 때로는 발터 벤야민과 롤랑 바르트가 강의되고, 수전 손탁과 빅터 버긴의 텍스트를 읽었다. 기호학과 정신분석학을 사진에 삼투시키고 싶어 하는 전사들의 모습도 보였다. 그들의 열정과 가능성을 지지하며 때론 강의하는 선생으로서, 때론 늘그막을 멋지게 함께 보낼 사진의 벗으로서 최건수는 그들의 작업을 이렇게 한 권의 책으로 엮었다. 아홉 명 작가의 작품 10점씩을 추렸다. 작가들은 각 작품마다 글을 적었다. 어떤 글은 일기이고 어떤 글은 고백이며 어떤 글은 시이다. 1년간의 즐거운 공부와 놀이를 마무리하는 소회는 여유롭고 호방하다. “콩나물 시루에 부은 물이 다 빠져나갔다고 콩나물이 크지 않는 것은 아니다. 뭔가 계속 붓다 보면 사진도 조금씩 커갈 것이다. 이 여유로움으로 사는 인생이 즐겁다. 더 무엇을 욕심 낼 것인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