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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포름한 향내 … 009
2 살루메가 있는 방 … 041 3 당숙 … 073 4 칠복이 … 103 5 시내산 옥탑방 … 127 6 사슬 … 159 7 박 여사 승천기 … 195 8 데드 포인트 … 223 작가의 말 … 25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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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정신이 돌아왔을 때는 법당에 눕혀진 상태였다. 온몸이 발가벗겨진 상태로 촘촘하게 누벼진 비구니의 잿빛승복에 덮여 져 있었다. 나는 꿈인가 해서 잿빛승복 속의 몸을 만져보았다. 꿈 이 아니었다. 더군다나 눈앞에는 비로자나불이 실눈을 지그시 감 고 누워있는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나는 목탁소리와 경을 외 는 소리가 나는 쪽을 향해 누운 상태에서 고개를 돌렸다. 여승이 불상을 향해 가부좌를 틀고 앉아 ‘고랑이 깊은 음색’으로 염불을 외우고 있었다. 나는 일어날 수 있었지만 한참동안을 그대로 누 워 염불하는 여승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그리고 드디어 나는 싯 구에 있던 ‘설움에 진 눈동자와 창백한 얼굴’을 보게 된 것이다. 어디에선가 ‘수그린 낮달의 포름한 향내’가 느껴졌다. 덮고 있는 잿빛승복에서 나는 냄새 같기도 하고 염불을 하고 있는 여승에게 서 나는 냄새 같기도 했지만 그 ‘포름한 향내’를 좀 더 느끼고 싶 어서 콧구멍을 크게 열고 숨을 깊게 들이켰다. 어느덧 여승이 내게 다가와 합장하며 차분한 음성으로 말을 했다. 나는 ‘열에 흐들히 젖은 얼굴’을 하고 그녀를 바라봤다.
“이제 정신이 드셨는지요.” 내가 잿빛승복으로 벗은 웃통을 가리고 윗몸을 일으켜 앉으 며 고개를 숙여 인사하면서 보니 머리맡에는 노인이 준 목도리 가 곱게 접혀 있었다. “젖은 옷은 법당에 걸어 말리고 있으니 불편하시겠지만 잠시 만 승복을 걸치고 계시지요.” ---「포름한 향내」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