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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장. 옷 벗기
2장. 비누칠하기 3장. 온탕에 들어가기 4장. 냉탕에 들어가기 작가의 말 작품 해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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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3년 전 P사에 입사했다. 제품디자이너로서 코스나의 공류를 디자인했다. 이어 장갑, 모자 등으로 디자인 분야를 넓혔다. 그랬던 내가 석 달 전 P사 계열 스포츠센터로 인사발령을 받았다. 보직은 목욕탕 청소였다. 정말 느닷없었다. 이유는 내가 권고사직을 거부해서였다.
--- p.12 “존나 열받네. 물건이 없어졌으면 찾아놔야제. 니들이 갖다 쓰는 거 아녀!” 전갈 문신의 목소리 끝이 갈라졌다. 목욕탕 내 상주 직원은 나, 서방준, 이발사 김 씨 아저씨, 구두닦이 조 씨 아저씨 그리고 세신(때밀이) 양 씨 아저씨 5명이다. 이 중 정직원은 나와 서방준 둘이고, 이발사·구두닦이·세신은 보증금 내고 자기사업을 하는 사람들이다. 도난 사고가 날 때마다 서로를 의심하지만, 물증은 없다. 그저 답답할 뿐이다. 따져 보면 직원들만 몰아댈 수도 없다. 목욕탕에 오는 회원들도 똑같이 용의선상에 놓아야 하기 때문이다. --- p.17 탄식이 절로 나왔다. 세상살이 고되다는 걸 새삼 느낀다. 눈 크게 뜨고 내 권리를 찾지 않으면 순식간에 코가 베인다. 카페 게시판에 내 사연을 올려 볼까, 하는 마음도 있었다. ‘목욕탕 청소원이 된 제품디자이너.’ 단박에 화제를 불러 모을 사연이었다(내 사건을 담당한 노무사조차 내용을 듣고 깜짝 놀라 일어섰을 정도였으니). 그만큼 지독한 인사다. --- p.5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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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은 겪지 않은
그러나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우리들의 이야기 “강기웅 씨! 수건부터 갖다 놓으라고 몇 번을 말해요!” 서방준이 소리를 지른다. 나는 급히 동작을 멈춘다. 젖은 체육복들을 빨래통에 집어넣던 중이었다.(본문 중에서) 장편소설 『그 남자의 목욕』은 부당 발령으로 인해 목욕탕 청소부가 된 제품디자이너가 생존을 위해 치열하게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 주는 노동 소설이다. 주인공 강기웅은 “안내데스크 가서 체육복 개수 맞춘 다음 화장실에서 볼일 좀 보고 와도 될까요?”라고 잠깐 자리를 비우는 것조차 허락을 받아야 하는 구박받는 목욕탕 청소부가 됐다. 하지만 온갖 트집을 잡혀도, 조폭들에게 도둑놈 소리를 들어도 묵묵히 청소 일을 한다. 그가 목욕탕으로의 발령을 좋아해서가 아니다. 이것은 복귀를 위해 진행하고 있는 ‘부당전직 구제신청’에 잡음이 발생하지 않기 위한 밑그림이다. 이것이, 바로 그가 회사에게 행할 수 있는 가장 큰 반항이자 복수이다. 이렇듯 주인공 강기웅은 사기업의 부당한 지시에 노동법으로 맞선다. 그가 바라는 것은 코스나라는 기업브랜드가 무너지는 것이 아니다. 단지 그는 잘못된 인사이동을 바로잡아 본인의 자리로 돌아가겠다는 견고한 의지를 지녔을 뿐이다. 누가 그의 구제신청에 반론을 제기할 수 있을까. 부당전직 노동자가 겪는 심적 고초는 상상을 초월한다. 세상은 ‘부당해고’ 에 대해선 관심을 갖지만 ‘부당전직’에 대해선 별다른 관심을 주지 않는다. 하지만 부당전직도 부당해고만큼이나 고통스럽다.(본문 중에서) 이병국 문학평론가는 “『그 남자의 목욕』은 노동 문제를 다루면서도 과거의 노동 소설이 형상화하던 노동-자본 간의 갈등과 투쟁, 파업의 도식성에서는 멀리 떨어져 있다. 그보다는 불완전고용의 실태를 드러내고 경험을 복기함으로써 인간 존엄을 억압하는 기업의 행태 그리고 그것을 장려하기까지 하는 신자유주의 체제의 세계를 비판하는 데 목적을 두고 있다”고 말한다. 유두진 작가가 전하는 이야기는 단지 소설 속의 이야기만이 아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노동의 현장에서도 매일같이 노동자의 권리가 파괴되는 일들이 반복되고 있다. 이 책을 통해 노동이라는 존엄한 가치가 진정한 가치로서 인정받기 위해서는 회사 내규와 제도보다는 인간에 대해 먼저 생각하는 기업들이 많아지길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