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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문
간부姦婦 배교자 혹은 혼미해진 정신 말 없는 사람들 손님 요나 혹은 작업 중인 예술가 자라나는 돌 해설: 적지에서 왕국으로 작가 연보 옮긴이의 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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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득한 옛날부터 광막한 이 나라의 뼛속까지 헐벗긴 메마른 땅 위에서 가진 것은 아무것도 없으나 그 누구의 종 노릇도 하지 않는 어떤 사람들은, 이 기이한 왕국의 가난하지만 자유로운 주인들로서 지칠 줄 모르고 길을 걸었다. 자닌은 이러한 생각이 왜 이다지도 그녀를 감미롭고 드넓은 슬픔으로 채우는지, 그리하여 마침내는 눈을 감게 만드는지 그 까닭을 알 수가 없었다. 그녀는 다만 이 왕국이 원래부터 그녀에게 약속되어 있었지만, 어쩌면 이 덧없는 한순간, 돌연 정지된 하늘과 얼어붙은 빛의 물결을 향해 그녀가 다시 눈을 뜨고, 한편 아랍 마을에서 올라오던 목소리들이 문득 잠잠해지는 이 순간을 제외하고는, 영영 자기의 것은 되지 못하리라는 것을 알 수 있을 뿐이었다.
--- p.34 이 기나긴 이렇듯 기나긴 꿈, 나는 깨어나는 거다, 아니지, 곧 숨통이 끊어지려는 거다, 먼동이 튼다, 살아 있는 딴 사람들에게는 새벽 첫 햇살이고 낮이겠지만, 내게는 냉혹한 태양과 파리 떼. 누가 말하고 있는 것인가, 아무도 아니다, 하늘은 갈라지지 않는다, 아니지, 아니야, 신이 사막에서 말할 리 없다, 하지만 이 소리는 어디서 오는 것이냐. --- p.76 오래전부터, 그는 시가 한쪽 끝에 있는 공장까지 가는 동안 바다 쪽을 바라보는 일은 다시 없게 되었던 것이다. 스무 살 먹었을 적엔 바다를 아무리 봐도 싫증나지 않았다. 그에게 바다는 해변에서 보내는 즐거운 주말의 약속이었다. --- p.82 다뤼는 망설였다. 태양은 어느덧 하늘 위에 높이 떠올라서 그의 이마를 후벼파기 시작했다. 교사는 처음에는 어쩔 줄 몰라하다가 이내 결심을 한 듯 온 길을 되짚어갔다. 작은 언덕으로 다시 돌아왔을 때는 몸이 땀에 흠뻑 젖어 있었다. 그는 전속력으로 언덕을 올라가 헐떡거리며 정상에서 걸음을 멈췄다. 남쪽으로 바위들이 뒤덮인 곳은 푸른 하늘을 배경으로 그 윤곽이 뚜렷하게 보였지만, 동쪽에 있는 들판 위에는 열기로 인한 아지랑이가 벌써부터 아물거리고 있었다. 다뤼는 이 가벼운 안개 속에서 감옥으로 가는 길을 천천히 걸어가는 아랍인을 발견하고 가슴이 찢어지는 것만 같았다. --- p.129 "별거 아닙니다." 왕진 온 의사가 잠시 후에 말했다. "일을 너무 많이 하시는군요. 일주일 후면 일어나실 겁니다." "정말 나을까요?" 일그러진 얼굴로 루이즈가 물었다. "나을 겁니다." 또 방에서는 라토가 화폭을 바라보고 있었다. 전체가 하얗게 비어 있는 화폭 한가운데 요나는 아주 작은 글씨로 단어 하나를 써놓았는데, 알아볼 수는 있었지만 과연 그것을 '솔리테르solitaire(고독)'라고 읽어야 할지 '솔리데르solidaire(연대)'라고 읽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 p.181 다라스트는 어둠 속에 서서 아무것도 보지 않은 채 귀를 기울였다. 물소리가 어떤 소용돌이치는 행복으로 그를 가득 채우고 있었다. 두 눈을 감은 채 그는 자기 스스로의 힘에 즐거운 마음으로 인사했다. 다시 한번 새로이 시작되는 삶에 인사를 보냈다. 바로 그 순간 몹시 가까운 듯싶은 곳에서 폭죽 터지는 소리가 났다. 요리사의 형이 동생과의 사이를 약간 벌리면서 다라스트를 향하여 고개를 돌리더니 그를 똑바로 쳐다보지는 않은 채 빈자리를 가리켰다. “이리 와서 우리와 함께 앉아.” --- p.23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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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 시대의 지성 알베르 카뮈가
21세기 현대의 독자에게 생생하게 전하는 부조리와 반항의 정신을 만나다! 20세기, 양차 대전을 거치면서 세계는 물질적으로 황폐해졌고, 과학과 이성이 인류를 이롭게 한다는 신뢰가 무너지면서 삶에 회의를 느끼는 사람이 많았다. 카뮈는 이에 삶의 유한함을 인정하되('부조리') 그 테두리 안에서 최대한 격렬하게 삶을 긍정하는 '반항'을 권했다. 21세기 현재, 물질적으로는 풍족해지고 과학과 이성은 더욱 발전했지만, 물질만능주의와 사회적 갈등이 심화되면서 여전히 삶에 회의를 느끼는 사람이 많다. 그렇기 때문에 20세기 카뮈의 '반항적 낙관론'은 21세기 현대 독자에게 여전히 유효하다. “우리는 홀로, 그리고 함께 가야 한다” 부조리로 가득한 유배지를 떠돌며 이상적인 왕국을 찾아 정처없이 헤메는 순례자를 위한 카뮈의 메시지 카뮈의 작품세계는 ‘부조리에 어떻게 대항할 것인가’로 응축할 수 있을 정도로 카뮈의 작품에서 ‘부조리’는 빼놓을 수 없는 단어다. ‘부조리’는 개인마다 다르게 다가온다. 일상의 권태일수도, 필연적인 죽음일수도, 한 순간의 배덕감 같은 것일 수도 있다. 사람마다 살아온 시간이 다른 만큼 부조리와 마주하는 때도, 부조리를 인식하는 때도, 부조리에 대항하는 때와 방법도 모두 다르기 마련이다. 카뮈의 유일한 소설집이자 카뮈가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해에 출간된 『적지와 왕국』에서는 다양한 인간 군상이 각자의 부조리와 마주하는 순간을 주목한다. 『적지와 왕국』의 여섯 이야기는 “광막한 벌판”(〈간부〉), “빛깔 없는 사막”(〈배교자 혹은 혼미해진 정신〉), “인적 없는 고원”(〈손님〉), “좁은 다락”(〈요나 혹은 작업 중인 예술가〉), “질척해진 홍톳길”(〈자라나는 돌〉) 등 배경에서 인간의 근원적인 고독감을 표현하듯 고독한 분위기를 풍긴다. 그리고 이러한 배경을 삶의 터전으로 삼은 인물들은 각자의 부조리와 마주한다. 그리고 부조리에 맞선다. 마치 부조리라는 이름의 적지(유배지)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왕국을 찾아가려는 듯이. 하지만 카뮈가 말하는 부조리는 결국 해소할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부조리한 것이다. 권태를 느낌에도 떠날 수 없고, 죽음을 피하려고 해도 결국엔 마주해야 하는 것처럼 말이다. 카뮈는 『적지와 왕국』에 노동자, 누군가의 아내, 종교인 등 서로 다른 인간 군상을 배치하고, 이전 작품들과 같이 각자의 부조리와 반항의 형태를 보여준다. 여기서 이 작품은 기존의 반항에서 나아가 “고독(개인)과 연대(우리)”의 반항을 통해 적지가 왕국으로 전환되는 모습을 제시한다. 정본, 완본, 근본! 카뮈의 모든 것을 담은 책세상 알베르 카뮈 전집 카뮈의 정수를 가장 온전히 만나는 방법은 프랑스어로 그의 작품을 읽는 것일 테지만, 한국 독자들에게는 현실적으로 어려운 일이다. 책세상판 알베르 카뮈 전집은 국내 최고 카뮈 전문가 김화영 교수가 전권의 번역을 맡고, 작품의 정본으로 인정받는 프랑스 갈리마르 출판사의 플레야드판 전집(Œuvres completes)을 대본으로 삼아 카뮈의 작품 세계를 한국 독자들에게 온전히 전달하는 데 주안점을 두었다. 전 세계 여러 언어로 번역된 카뮈 전집 가운데 한 명의 번역자가 전권의 번역을 맡은 판본은 김화영 명예교수의 책세상판이 유일하다. 책세상은 1987년 프랑스 갈리마르 출판사와 알베르 카뮈 전집의 독점 출간 계약을 맺고, 국내 최고 카뮈 전문가 김화영 교수의 번역으로 『결혼·여름』(1987년)부터 『시사평론』(2009년)까지 23년에 걸쳐 총 20권의 알베르 카뮈 전집을 출간했다. 2011년부터 카뮈의 사후 저작권이 풀리면서 국내 여러 출판사에서 다양한 번역으로 알베르 카뮈의 대표 작품들이 출간되었지만, '전집'을 출간한 출판사는 2023년 지금까지도 책세상뿐이다. 알베르 카뮈 탄생 110주년인 2023년을 맞아 새로운 장정과 번역으로 선보이기 시작한 ‘책세상 카뮈 전집 개정판’은 정본을 완역한 완본이면서, 카뮈의 근본 주제에 가장 적확하게 다가가는 길을 그려낸다. · 알베르 카뮈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 https://bit.ly/3S80IN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