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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장 ~ 제15장
작품 소개 (옮긴이) |
Arthur Schnitzl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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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리, 너도 짐작하겠지만,” 오토가 다급하게 날카로운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내가 이른 아침 시간에 찾아온 건…… 네가 일요일엔 늦잠 자는 걸 알지만, 그럼에도 찾아온 건 당연히 목적이 있어서야. 그렇지 않았으면 찾아오지 않았을 거야. 단도직입적으로 말해서 우리의 옛 우정에 호소하러 왔어. 물론 나는 동료애를 운운할 자격도 없는 사람이지만 말이야. 빌리, 그렇게 당황할 필요는 없어. 위험한 일은 아니니까. 돈 몇 푼만 있으면 해결되는 일이야. 내일 아침까지 꼭 필요해. 그게 안 된다면 내게 남은 것은…….” 오토가 장교 시절처럼 큰 목소리로 외쳤다. “아, 어쩌면 2년 전에 진작 저질러야 했던, 가장 현명한 방법밖에는 없는 거지.” “너, 도대체 무슨 소릴 하는 거야?” 황당한 소릴 들은 빌헬름이 못마땅하다는 어투로 가만히 물었다.
--- p.10 빌리는 한숨을 내쉬더니 잠시 뭔가를 생각하다가 황급히 외출 준비를 했다. 그는 군복 상태가 너무나 맘에 들지 않았다. 오늘 카드 게임에서 돈을 따면 제복 재킷부터 새로 마련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시간이 많이 지났으므로 사우나는 포기하기로 했다. 하지만 일이 어찌 되건 간에 기차역까지는 마차로 가고 싶었다. 오늘 같은 날에 마차비 2굴덴 정도 쓰는 건 아무 문제도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 p.18 자, 보그너, 여기 좀 봐라. 내가 1천 굴덴을 땄어. 정확히 말하면 1천 155굴덴 이야. 게다가 게임을 그만하고 밖으로 나왔지. 내 자제력이 어떤가? 그리고 보그너, 부디 너도 이제부터는…, 아니다, 아냐, 옛 동료에게 구구절절 훈계를 늘어놓을 수는 없지. 보그너도 이젠 자기 나름의 교훈을 얻었겠지. 그런데, 이번 뜻밖의 횡재를 기회로 나와 더 가까워지려는 생각은 하지 말아야 할 텐데. 직접 가지 말고 당번병을 알저 성당 앞으로 보내 돈을 전달하는 게 훨씬 현명한 방법일지도 모른다. 그게 좋겠다. --- p.35 빌어먹을 스페이드! 스페이드는 늘 그에게 불행을 가져왔다. 1천 굴덴이 다시 영사에게 넘어갔다. 하지만, 이게 무슨 문제가 되나? 아직 수중에 돈이 남았는데. 게다가 이미 망한 신세 아니었나? 남은 돈이 거의 없었는데……, 갑자기 수천 굴덴이 눈앞에 나타났다. 영사는 정말 훌륭한 분이야. 빌리는 잃은 돈을 되찾을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장교답게 영사에게 빌린 노름 빚은 반드시 갚아야지. 엘리프 녀석 따위는 늘 저 모양으로 살겠지만, 나는 장교다. 보그너 같은 놈하고는 달라……. --- p.58 “죄송합니다. 외숙모님. 사실 그런 현실적인 문제들을 생각할 겨를이 없었습니다. 저는 지금 대단히 절망적인 처지에 놓였습니다. 내일 아침 8시까지 반드시 갚아야 하는 노름빚입니다. 노름빚을 갚지 못하면 저는 군인의 명예를 잃게 됩니다. 저 같은 군 장교로서는 모든 걸 다 잃는 겁니다.” --- p.113 |
“슈니츨러는 어느 누구보다도 탁월한 심층 심리의 탐구자이다.” - 지그문트 프로이트
“슈니츨러의 작품은 현실에서 환상을 분리시키는 진실의 순간을 다룬다.” - 「슈피겔」 단 이틀 만에 나락의 극단에 내몰리는 한 남자의 이야기 희대의 이야기꾼 ‘아르투어 슈니츨러’의 숨겨진 장편 걸작 1900년대 오스트리아 빈. 주인공 카스다 소위는 육군사관학교를 졸업한 엘리트 장교이며, 할아버지와 아버지 대대로 군인 집안 출신으로 자부심과 명망이 높다. 어느 평범한 아침, 도박으로 명예를 잃고 군대에서 쫓겨난 옛 동료가 불쑥 찾아와 그에게 민망한 사정을 전하며 돈을 빌려달라고 부탁한다. 하지만 역시 주머니 사정이 변변찮았던 카스다 소위는 그의 부탁을 몇 번 거절한 끝에, 평소 재미 삼아 한두 푼씩 베팅하곤 했던 도박판에서 그에게 빌려줄 돈을 벌어보기로 마음먹는데……. 작가 아르투어 슈니츨러는 그 자신이 도박에 중독되어 재산을 탕진한 적이 있다. 그리고 그때의 경험은 『한밤의 도박』의 처절한 상황 설정과 생생한 심리 묘사로 되살아난다. 하찮은 직업을 전전하는 것도 모자라 회사 경비에 손을 대 또 한 번 위기를 맞은 동료를 보며 연민과 동정을 느끼는 동시에 한심해하는 마음, 큰 기대 없이 앉은 놀음판에서 뜻밖의 횡재를 거두며 승승장구할 때의 폭발적이고 짜릿한 희열! 하지만 행운은 드물게 찾아오기에 행운인 법. 맞은편에 앉은 의문스러운 신사에게로 판세가 기울면서 힘들게 딴 돈을 조금씩 조금씩 잃어갈 때의 초조함과 조급함, 끝끝내 전 재산을 탕진하고 거액의 빚까지 진 채 새벽빛을 받으며 집으로 돌아갈 때의 허망함, 그 와중에 뜨겁고 관능적인 밀회까지……. 한순간에 자존심과 명예를 잃고 나락으로 떨어진 젊은 장교의 마지막 이틀이 빠른 전개로 이어진다. 한 페이지씩 넘기며 작가의 묘사를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독자는 카스다 소위의 정신없이 오르락내리락하는 심리 상태의 롤러코스터를 몸소 겪게 될 것이다. 오늘날 현대인의 위태롭고 병적인 정신 상태 작가의 자전적 이야기가 녹아든 심리 소설 동시대를 풍미했던 정신분석학자 지그문트 프로이트에게서 큰 영향을 받은 아르투어 슈니츨러는(프로이트를 두고 자신의 ‘정신적 도플갱어’라고 칭하기도 했다), 현대인의 위태롭고 병적인 정신 상태와 비밀스러운 무의식의 발로를 『한밤의 도박』으로 구현했다.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그다지 낯설고 새로운 캐릭터가 아니다. 그들이 겪는 위기와 고통 역시 마찬가지다. 하지만 슈니츨러가 묘사하는 이들의 생활과 심리 변화는 마치 처음 보고 듣는 일인양 신선하고 충격적이다. 마치 썰물에 잠식당하는 해변의 모래사장처럼, 주인공의 처지는 쉴 틈 없이 몰아닥치는 우연적 상황과 필연적 인연 속에서 무너지고, 해체되고, 재조립된다. 소설의 첫 시작에서부터 이틀이 지나는 동안, 그 끝에 선 주인공은 전연 색다른 모습으로 우리 앞에 다시 선다. 특유의 흥미진진한 스토리텔링에 힘입어 미국과 프랑스, 오스트리아에서 영화로도 제작된 바 있다. 고대부터 지금까지 수많은 작가들이 인간의 무의식을 탐구하려 애썼다. 특히 이 소설은 ‘도박’과 ‘도박에 휘말린 인간의 심리’를 절묘하게 묘사해냄으로써 인간이 스스로의 힘으로 제어할 수 없는 내면의 충동과 악을 수면 위로 드러내 보인다. 그런 의미에서 이 소설은 중독이 만연한 현대사회 속 우리들에게 의미심장하고 시급한 화두를 던진다. |